그랑씨엘 이송희ㆍ박근호 대표. 10여 년간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요리해온 경험을 살려 믿을 만한 식재료와 도구를 소개, 최근에는 프렙 박스를 론칭해 즐거운 식문화를 제안한다.
1 양문형 냉장고, 키 큰 수납장, 식탁 등 보통 주방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라 생각하는 것들을 생략하니 탁 트인 스튜디오형 공간이 완성됐다. 2 심플한 원목 프레임 침대와 하얀 면 침구가 어우러진 침실. 파벽돌과 노출 천장 등 마감으로 감도를 더했다. 3 화장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천장에 각기 다른 조명등을 매치한 아이디어가 재밌다.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썰물처럼 들어왔다 나가는 도산공원 앞에서 레스토랑 그랑씨엘의 캐릭터는 독보적이다. 낮에는 얼굴만 한 컵에 담긴 라테를 마시러, 저녁엔 안초비 오일 파스타를 먹기 위해 우리는 그곳에 간다. 특별하지 않은 날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레드 벨벳 케이크는 또 어떠한가. 그랑씨엘과 이웃한 마이 쏭 쿠킹 클래스에 참가해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는데, ‘쏭셰프’의 꽃꽂이 수업은 덤이다. 오직 한 테이블만의 손님을 위해 존재하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 인뉴욕을 시작으로, 편안하고 아늑한 이탈리아 가정식 레스토랑 그랑씨엘, 아침부터 저녁까지 뉴욕 스타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마이쏭, 이탈리아 타파스 요리를 선보이는 이태원 그랑씨엘, 판교 현대백화점에 오픈한 마이쏭 베이커리까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전하며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송희ㆍ박근호 대표가 12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한 ‘소금’이 신뢰를 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소소하게라도 직접 요리하고 내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누는 삶, 일명 킨포크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집에서 홈파티를 즐기곤 했으니 ‘프렙 박스’의 론칭 또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뿐이랴. 셀프로 고친 신혼집에 이어 한 땀 한 땀 고쳐 SNS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두 번째 집 레노베이션까지, 식食과 주住가 결코 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부부의 공간을 찾았다. ‘먹선수’의 맛 표현을 빌리자면 첫 맛은 심심하면서도 오래 씹을수록 꼬소롬하다.
볼수록 감미甘美롭다, 이 공간!
2009년 셀프로 고친 1층 아파트가 많은 매체에 소개됐을 정도로 인테리어도 한 감각 하는 부부이기에 SNS를 통해 전해 들은 이사 소식에 안테나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사 후에도 해외에 주문한 오븐이 오기까지 반년, 오븐 설치 후 주방 공사를 마무리하고 베란다 바닥 공사를 하는 데 한 달, 마음에 드는 식탁을 찾지 못해 또 수개월의 시간을 보낸 뒤 드디어 초대를 받았다. “살아보니 좌식도 편하더라고요!” 이송희 대표의 좌식 예찬으로 시작한 집 구경은 특별하지 않아 오히려 특별했다. 신혼집이 해보고 싶은 모든 것을 적용한 공간이었다면, 두 번째 집은 좀 더 정제된 느낌이랄까.
4 손님 초대를 앞두고 사용할 그릇을 가지런히 꺼내놓은 모습. 놋그릇은 어떤 음식을 담아도 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 즐겨 사용한다. 5 주방에서 바라본 안방 침실과 화장실. 뭔가 채워 넣으려는 강박에서 자유로우면 이처럼 낮은 시선의 여백 있는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몹크리에이티브 이창원 대표가 맡았다.
34평형 복도식 아파트인 집은 거실을 가운데 두고 왼쪽으로 주방과 작은 방이, 오른쪽으로 방 두 개와 화장실이 자리하고 현관에서 거실과 베란다가 일직선으로 펼쳐지는 구조다. 현관문을 열면 거실이 그대로 드러나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부부는 오히려 이 점이 이 집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집을 이사하면서 가장 갖고 싶었던 공간이 바로 테라스였어요. 보통 아파트 베란다는 확장하거나, 다용도실로 쓰잖아요. 이 집은 40년 전에 지은 그대로 베란다를 확장하지 않은 구조였고 외부 새시도 없었어요. 마침 베란다 앞에 아름드리나무의 윗부분이 자리해 마치 마당처럼, 완전히 야외 공간으로 즐길 수 있죠. 여름에는 현관문과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모두 열어놓고 지냈는데 바람도 잘 통하고 좋더라고요.”
라디에이터 난방 방식이라 바닥 면이 고르지 못한 거실은 걸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마저 정겹다. 소파를 둘까, 테이블을 둘까 고민하다 마룻 바닥을 밟는 느낌이 좋아 낮은 테이블 하나 두고 좌식으로 쓰기로 했다. 보통 이사하면 소파와 테이블부터 장만하게 마련인데 의외다.
“TV와 소파가 주인공이 되는 공간은 싫었어요. ‘비우되, 사람이 채워져야 비로소 완성되는 공간’이 거실의 콘셉트예요.”
박근호 대표가 이송희 대표에게 프러포즈하며 선사한 캐주얼 다이닝 ‘마이쏭’. 레스토랑 한쪽에 커다란 조리대를 설치해 쿠킹 클래스 등 이벤트를 진행한다.비움의 미학은 주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단, 셰프의 주방답게 딱 하나 힘준 것이 있었으니, 프랑스에서 공수한 라꼬르뉴 오븐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지키는 심플한 레시피를 고수하는 그에게 화력 좋고 수분을 최대한 잡아주는 라꼬르뉴 오븐은 언젠가 꼭 사용해보고 싶은 제품이었다. 자리만 남겨둔 채 몇 달을 그냥 지냈을 정도로 오랜 로망이던 오븐 옆으로 한국형 스메그 냉장고(흔한 양문형 냉장고 대신 2단 냉장고를 사용한다)를 나란히 배치했다. 아일랜드도 현관 중문 폭에 맞춰 ㄷ자형으로 작게 제작하고, 상부장을 비롯한 수납장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부부 침실과 게스트룸은 심플한 디자인의 침대와 고가구를 매치했으며 박스를 쌓아 협탁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이 집에 사용한 파벽돌, 미송 패널 등은 늘 봐온 흔한 마감재다. 천장을 노출로 털어내고 화이트와 연한 그레이 등으로 바탕을 만든 뒤 마감재를 달리해 부분적으로 질감을 더한 공간. 여기에 옛날식 스위치와 하나씩 구입해 제각기 다른 인 더스트리얼 무드의 조명등을 매치했을 뿐인데, 뉴욕의 스튜디오처럼 특별한 공간이 완성됐다. “레스토랑을 처음 오픈할 때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맡겼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결국 주인이 직접 챙겨야 할 일이 생기고, 쓰다 보면 그때 이렇게 할걸, 하는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 공간을 만들 때는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편과 제가 가장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소소한 것까지 하나하나 스스로 결정해요.”
결국 가장 작은 디테일이 공간의 전체 형태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흔하지만 흔치 않은 약간의 차이,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인 그랑씨엘의 안초비 파스타처럼!
구수하고 깊다, 이 맛!
“고향 집은 동네에서 가장 예쁜 집으로 유명했어요. 집을 구경하려고 언제나 손님들이 모여들었고, 어머니께서 요리를 좋아하시니 늘 맛있는 요리를 대접했지요. 그런 모습을 보며 좋은 요리가 사람들을 기쁘게 해준다는 사실을 알았죠.”
사업가인 아버지와 살림꾼인 어머니를 보며 자란 이송희 대표는 자연스럽게 요리와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경주에서 쿠킹 클래스를 운영했을 정도로 손맛이 뛰어난 어머니는 좋은 식재료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는데, 특히 재료의 기본인 소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행복> 2015년 9월호 엄마의 손맛 인터뷰 게재). “좋은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거나 피클을 담그면 오히려 아삭한 맛이 살아나요. 3년이 지나도 흐물 흐물해지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죠. 처음부터 비즈니스로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좋은 소금을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우리가 찾은 좋은 소금, 조리 도구를 소개하다 보니 자연스레 ‘팩토리 마이쏭(現 쏭쉐프 소금)’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한식을 배운 터라 아트 퀴진처럼 섬세한 요리보다는 가정식에 가까운 투박한 요리를 즐기는 이송희 셰프. 화려한 맛보다는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높이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 역시 소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외식 전문 기업 씨엘쏭컴퍼니를 출범하며 첫 아이템으로 선보인 팩토리 마이쏭 소금은 신안 증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에서 간수를 뺀 제품으로 3년, 5년, 8년 간 장독에 숙성해 염화마그네슘의 쓴맛이 없고 풍미가 깊다. 그랑씨엘과 마이쏭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마이쏭 소금에 파슬리, 바질 등 허브 가루를 넣어 허브 소
금을 직접 만든다. 소금은 물론 페스토, 오일, 식전빵 등도 직접 만들어 쓰니 주방 일이 두세 배 많지만 “건강하게 한 끼 잘 먹었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가장 행복하기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값비싼 코스 요리 대신 ‘집밥’이 화두인 세상이잖아요. 인테리어, 식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과 비례해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도 늘어났어요. 하지만 막상 손님을 초대하려면 어떤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죠. 남편과 저도 집으로 지인들을 불러 간단하게 홈 파티를 즐기곤 하는데, 요리 준비는 늘 부담이에요. 왜 <킨포크>를 봐도 도란도란 둘러앉아 아름답게 식사하는 장면만 나오지 치열하게 준비하는 과정은 없잖아요. 이상만 얘기하지 말고 좀 더 현실적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죠.”
프렙 박스로 손쉽게 차린 버섯 크림 리소토. 프렙prep은 셰프 용어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재료 손질, 다듬는 작업을 뜻한다. 프렙 박스prep box는 그랑씨엘과 마이쏭의 스테디셀링 메뉴를 셰프가 한 것처럼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신선한 재료와 레시피를 정량으로 준비해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이라 감탄했더니, 사실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준비해온 아이템이란다.
“메뉴 플랜부터 식재료 선택, 조리 난이도, 요리 완성도까지…. 쏭셰프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모델을 구축한 거예요. 배송 시뮬레이션만 6개월 정도 했으니까요. 요리를 전혀 모르는 초보자 입장에서도 쉬운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해보라고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경주 장모님 댁으로 보내서 배송에 문제가 없는지도 체크했죠. 오픈한 지 3개월 됐으니 아직도 테스트해보고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1 현관부터 테라스까지 탁 트인 구조의 집. 자칫 훵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파벽돌, 미송 패널 등 마감재와 약간의 톤 차이를 줘 ‘색깔’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2 주방의 화룡점정, 라꼬르뉴 오븐. 3 부부의 모든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씨엘쏭컴퍼니의 오피스. 박근호 대표는 지금은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를 선보이지만, 앞으로는 메뉴 대신 형태에 대한 카테고리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홈 파티, 캠핑, 건강식, 아침 메뉴, 다이어트식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하라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메뉴에 한식도 접목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레스토랑은 지리적 제한이 있는 반면, 프렙 박스는 전국을 대상으로 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전국이 세계가 되어 프렙 박스를 통해 해외에 한식을 소개할 수 있는 그날까지, 구수한 된장처럼 숙성되기를.
그랑씨엘 2층에 자리한 씨엘쏭컴퍼니의 편집숍과 프렙 박스 준비 공간. 나눌수록 개미지다, 이 생각!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서 뜨거울 때 맛있게 먹는 투박한 파스타, 좋은 재료를 나누고 싶어 선보인 마이쏭 소금과 베이커리 믹스, 내가 답답한 것은 남들 또한 답답할 거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렙 박스. 어떤 일이든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브랜드 이벤트와 쿠킹 클래스는 부부에게 또 하나의 소통 방법.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 때나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뉴욕 스타일의 올데이 다이닝 ‘마이쏭’은 레스토랑인 동시에 팝업 파티, 쿠킹 클래스까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내추럴한 색감의 빈티지 타일과 그릇을 활용해 만든 조명등, 커다란 아일랜드 조리대와 하나 둘 모은 소품을 장식한 선반장 등 편안한 가정집 분위기로 꾸민 것도 이런 이유. 꽃 장식 케이크 만들기, 주말 브런치 만들기 등 가끔 늦은 점심을 먹다 귀동냥으로 요리 수업을 듣는 행운까지 잡을 수 있다.
“올해는 프렙 박스로 요리하기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오늘처럼 촬영을 핑계로 미팅이나 다른 스케줄을 잡지 않은 날은 보통 저녁에 지인들을 집으로 불러 조촐하게 파티를 하죠. 오늘의 메인 메뉴는 딱 이맘때까지 즐길 수 있는 석화예요. 안초비 오일 파스타, 버섯 크림 리소토는 프렙 박스로 쓱 준비하고요. 어머니가 담근 김장 김치로 만든 김치볶음밥과 된장찌개로 든든하게 마무리하고 딸기 디저트까지 내면 여섯 명이 충분히 배부르게 즐길 수 있어요. 요리하느라 엉덩이 한 번 붙이지 못하는 일도 없고요. 보통 메뉴 짤 때 고민을 많이 하는데, 차갑고 뜨겁고, 느끼하고 개운한 요리를 번갈아가면서 구성하면 좋아요. 기본적으로는 각자 한 가지씩 준비하는 포틀럭이 가장 좋고요.”
자신들의 경험을 살려 좋은 재료와 도구를 소개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요리 생활을 제안하는 이송희ㆍ박근호 대표. 촬영을 하면서 중간중간 놋그릇과 백자를 꺼내 마른행주로 훔치고 조명등의 먼지를 닦는 등 손님 초대 준비를 하는 모습에서 여유로운 일상의 향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사한 지 1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마치 몇 해를 지낸 듯 모든 사물이 유기적으로 제자리를 찾은 이유는 이처럼 집 안 구석구석에 부부의 손길이 닿았기 때문일 터. 꼭 필요한 물건(재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실용적이면서도 예쁠 수(맛있을 수) 있다, 작은 차이가 특별함을 만든다 등 부부의 인테리어&요리 팁을 듣다 보니 도산공원 앞 ‘그집’이 1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는 비결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집’ 또한 홈메이드 가정식처럼 달곰하고 삼삼했다.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레스토랑 그랑씨엘, 마이쏭의 스테디셀링 메뉴를 셰프의 맛 그대로 조리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렙 박스’ 쿠킹 클래스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4월 14일(목) 오후 3시 인원 5명 참가비 1만 원 장소 도산공원 마이쏭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오픈 하우스’ 코너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주세요.
>>오픈하우스 신청 바로가기 : http://www.designhouse.co.kr/event/event_detail/174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맛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이송희ㆍ박근호 부부에게 식물성 스킨케어 브랜드 달팡에서 ‘아자하 클렌징 미셀라 워터’ ‘스티뮬스킨 플러스 디바인 아이 크림’ ‘스티뮬스킨 플러스 멀티-코렉티브 디바인 크림’ ‘8플라워 넥타 아로마틱 케어’를 선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