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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꽉 찬 맛 미니마이징 푸드
최근 서울에서 열린 패션 브랜드 샤넬의 ‘2015 크루즈 컬렉션 쇼’는 칼 라거펠트의 의상 못지않게 애프터 파티 음식도 화제였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스테파노 디 살보 총괄 셰프가 정겨운 한식과 친근한 양식에 창의력을 더해 작고 우아하게 선보였기 때문. 파티 음식을 작게 만드는 일명 미니마이징 푸드를 소개한다.

돌돌 만 삼계탕 롤 korean young chicken roll with samgae-stock

가장 흔한 보양식으로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이 삼계탕이다. 파티 음식에 걸맞은 미식美食으로 즐기기 위해 작은 롤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주재료인 어린 닭의 배 속에 대부분의 부재료를 넣어 만드는 방식에서 착안한 것. 평평하게 편 닭고기살 위에 대추, 인삼, 쌀을 올리고 돌돌 말아 저온 조리라고 일컫는 수비드sous vide를 해 완성했다. 치킨 롤에 삼계탕 국물을 부어낸 삼계탕 롤. 골드 포크는 a.T 디자인, 직시각 화이트 접시는 칸트 판매.


미니 볼 모양 닭강정 fried chicken ball mixed with chili paste sauce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닭고기를 알맞게 튀겨 매콤 달콤한 양념장에 조린 닭강정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별미요, 간식이다. 중독성이 강한 음식으로 특유의 매콤 달콤한 맛이 입맛을 당겨 파티 음식으로도 손색없는데, 작은 공 모양으로 만들면 미트볼을 연상시키는 미니마이징 메뉴로도 제격이다. 음식을 차리는 정성은 대접받는 이를배려하는 담음새에서 완성되는 법. 소스가 손에 묻지 않도록 대나무 꼬치를 일일이 꽂아 유기그릇에 1인분씩 정갈하게 담아내아 별다른 장식 없이 정갈하게 연출했다.


모두 모은 모둠전 modum jeon to go
나무 용기에 흰 유산지를 깔고 호박전, 취나물전, 대하전, 한치전을 올린 다음 간장 소스를 담은 피펫과 대나무 꼬치를 넣었다. 물결무늬 화이트 접시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으로 팀블룸, 모서리가 둥근 화이트 사각 접시는 칸트 판매. 
친근한 음식을 미니마이징으로 만들 때 무조건 작게 만들어 조금씩 담아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저냐 또는 전유어라고도 하는 전은 잔칫상이나 명절 차례상에서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으로 화려한 파티 음식으로도 잘 어울리는 메뉴다. 작은 원형 나무 도시락에 네댓 가지의 전을 담으면 간식으로 즐길 때도 더없이 좋다. 이때 간장 소스는 피펫pipette(실험실에서 소량의 액체를 잴 때 쓰는 작은 관)을 용기로 활용할 것. 여기에 꼬치까지 챙겨 넣으면 격조 높은 자리는 물론 친구들과의 스탠딩 파티에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쌈밥꽃밥 ssam-bap wrapped Myung-i leaf, black rice, jujube, chestnut, flower, plum soy sauce

쌈밥만큼 매력적인 음식도 없다. 별미로, 나들이 음식으로, 손님 초대 요리로 어느 자리에나 잘 어울리고,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기 때문. 손쉽게 차려내 하나씩 집어 먹기 좋으니 파티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쌈 재료로 사용한 울릉도산 명이나물은 스테파노 디 살보 세프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면역력 증강에 좋은 건강 식재료로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소화에 도움을 주며,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도 도우니 약이나 다름없다. 명이나물잎에 소스와 식용 꽃을 가미한 밥을 올리고 한 입 크기로 돌돌 말아 먹기 좋게 만든 후, 한쪽 밥 위에 꽃잎을 덮을 것. 꽃잎은 밥알이 마르지 않으면서 미감도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장치가 된다.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미니마이징의 한 끗 차이임을 잊지 말자.


화분에 심은 로즈메리 케이크 potted rosemary cake
로즈메리 케이크 화분 용기를 올린 가운데가 오목한 그레이 접시와 모자처럼 생긴 기둥이 높은 볼 형태의 그레이 접시는 윈터스튜디오 제품으로 윤현핸즈, 작은 회색 찻잔 받침은 a.T 디자인 판매. 
디저트는 식사의 마무리이자 하이라이트인 코스로, 창의력을 발휘하기 가장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창조는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야 비로소 태어나는 법. 화분을 그릇으로 사용해 마스카르포네 크림, 초콜릿 쿠키, 베리 콩포트를 켜켜이 쌓은 뒤, 다시 마스카르포네 크림을 올리고 초콜릿 쿠키 가루를 덮어 흙을 묘사했다. 그 위에 로즈메리와 식용 꽃으로 장식했더니 영락없이 화분에 꽃과 식물을 가꾸는 모양이 연출되었다. 푯말처럼 꽂은 나무 스틱은 스푼 용도로, 재료의 남다른 해석과 상상력을 발휘한 미니마이징 푸드라 할 수 있다. 


미니마이징의 정석, 미니 버거 mini-burger with pork belly bun, rucola, dry tomato, garlic confit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격으로 전 세계인이 즐겨 먹는 햄버거를 작게 만든 미니 버거는 미니마이징의 고전인 음식이다. 홈메이드 간식에서 파인 다이닝의 메뉴까지 장소를 불문하고 꾸준히 인기를 끄는 요인은 아기자기한 모양에 빵, 패티, 채소가 골고루 들어가고 작지만 포만감을 주기 때문일 터. 조합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부드럽게 구운 포크밸리 패티, 반건조 토마토, 갈릭 콩피(마늘 절임), 루콜라를 넣은 미니 버거는 맛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다양한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동심의 트뤼플 롤리팝 truffle lollipop
핑크색 트뤼플 롤리팝이 담긴 화이트 직사각 접시와 계단 형태의 깊이감 있는 화이트 접시는 칸트, 그 아래 화이트 직사각 접시는 핀치 판매. 
괜찮은 것과 뛰어난 것의 차이는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요리 맛뿐 아니라 디자인에도 정성을 들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또 음식을 어떻게 배열하느냐는 것도 중요하다. 새콤달콤한 라즈베리 가나시로 채운 트뤼플은 스틱을 꽂아 롤리팝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동심을 자극하는 메뉴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이 돋보이는 파티 음식이다. 기다란 화이트 플레이트에 지그재그로 담아도 좋지만 은색 쟁반에 일렬로 올리면 고급스러움을 배가할 수 있다.


한 입 예술, 로브스터 슈 카나페 lobster choux topped with cocktail sauce, organic greens, edible flower

미니마이징의 원형은 빵이나 크래커 위에 여러 가지 재료를 올려서 한 입에 먹을 수 있게 만든 카나페라 할 수 있다. 작고 심플하지만 멋스러운 모양과 맛을 동시에 갖춘 공통점이 있는데, 빵 대신 페이스트리를 쓴다는 것도 같다. 페이스트리는 슈 도를 튀겨 만든 것으로 윗부분을 잘라 토핑 재료를 올린 것. 칵테일 소스와 다진 달래를 넣고 함께 버무린 로브스터와 알록달록한 식용 꽃, 허브를 올려 동서양의 식재료를 한 입에 즐길 수 있게 했다. 파티 음식으로 미니마이징을 준비할 때 개수는 1인당 2~3개 정도면 충분하니 참고한다.


미니마이징 푸드 만들기
삼계탕 롤
재료(18개분) 닭고기살 240g, 밤쌀밥 140g, 6년근 인삼 90g, 대추 80g, 글루텐 쌀 파우더 60g, 삼계탕 국물 1L,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닭고기살은 랩으로 감싼 후 연육 망치로 두드려 펴서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2 인삼은 삼계탕 국물에 삶고, 대추는 씨를 발라 편다.
3 플라스틱 포일에 ①을 올리고 글루텐 쌀 파우더를 고루 뿌린 뒤 밤쌀밥을 평평하게 편다. ②의 인삼과 대추를 밥 중간에 놓고 돌돌 만 다음 63℃ 정도의 찜통에 1시간 정도 쪄 1.5cm 길이로 썬다.
4 유기그릇에 ③을 세 개씩 담고 삼계탕 국물을 붓는다.

꽃잎 얹은 명이나물쌈밥
재료(36개분) 양념한 명이나물 54g, 대추와 밤을 넣어 지은 밥 450g 정도, 식용 꽃 적당량
자두 간장 소스 간장・쌀 식초 100ml씩, 자두 농축액 60ml, 설탕 60g, 레몬 1/2개, 마른 홍고추 1개, 물 200ml
만들기
1 냄비에 레몬을 제외한 자두 간장 소스 재료를 모두 넣고 끓여 식힌 다음 레몬을 넣는다.
2 명이나물은 씻어 물기를 뺀 뒤 밀폐 용기에 ①과 함께 넣고 밀봉해 냉장고에서 4주간 발효시킨다.
3 ②의 명이나물을 가로 7cm, 세로 20cm로 자른 뒤 대추와 밤을 다져 넣고 지은 밥을 올려 돌돌 말아 4cm 길이로 썬다.
4 ③에 자두 간장 소스를 솔로 바른 뒤 식용 꽃을 올린다.

로즈메리 케이크 화분
재료(15개분) 초콜릿 쿠키 가루・애플민트・로즈메리・식용 꽃 적당량
마스카르포네 크림 달걀노른자 72g, 설탕 150g, 젤라틴 3.6g, 마스카르포네 치즈 168g, 휘핑크림 240g
라즈베리 콩포트 라즈베리・체리・설탕 100g씩, 물 1컵
만들기
1 볼에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젓다가 물에 녹인 젤라틴을 넣은 뒤 마스카르포네 치즈와 휘핑크림을 넣어 부드럽게 섞는다.
2 볼에 라즈베리, 체리, 설탕, 물을 넣고 재운 다음 냄비에 부어 2분간 끓인 후 식힌다.
3 화분 용기에 초콜릿 쿠키 가루, ②, ①을 순서대로 올린 후 다시 초콜릿 쿠키 가루를 흙처럼 덮는다. 로즈메리와 애플민트, 식용 꽃을 올려 장식한다.

포크밸리 미니 버거
재료(4개분) 포크밸리 2.5kg(소금・후춧가루・올리브유 약간씩), 타임・로즈메리 10g씩, 미니 햄버거 빵 4개, 반건조 토마토 8조각, 갈릭 콩피 2개, 루콜라잎 12장, 머스터드 4작은술
만들기
1 포크밸리는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후 올리브유를 두르고 달군 팬에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빵 사이즈에 맞게 썬다.
2 타임과 로즈메리는 120℃로 예열한 오븐에 3시간 동안 굽는다.
3 미니 버거 빵은 반 가른 뒤 머스터드를 펴 바른다. 빵 1개당 ①의 포크밸리 1~2개, 반건조 토마토 2조각, 갈릭 콩피 1/2개, 루콜라잎 3장 정도를 넣어 만든다.

트뤼플 롤리팝
재료(55개분) 라즈베리 퓌레 160g, 생크림 25g, 인벌트 슈거(진화당) 20g, 밀크 초콜릿 170g, 버터 60g, 다크 초콜릿 트뤼플 셸 55개, 화이트 초콜릿 500g, 코코아 레드 파우더 20g, 코코아 버터 100g, 템퍼링용 다크 초콜릿・골드 더스팅 파우더 적당량
만들기
1 냄비에 라즈베리 퓌레, 생크림, 인벌트 슈거를 넣고 끓이다 밀크 초콜릿을 조각내 넣고 끓인다. 가나시가 40℃ 되면 부드러운 버터를 넣고 섞은 후 하루 정도 그대로 둔다.
2 다크 초콜릿 트뤼플 셸에 ①을 채워 넣고, 녹인 다크 초콜릿으로 구멍을 막은 뒤 스틱을 꽂아 굳힌다.
3 냄비에 코코아 레드 파우더와 코코아 버터를 넣고 약한 불에서 녹인 뒤 화이트 초콜릿을 넣고 함께 녹인다.
4 ③에 ②를 담갔다 건져 골드 더스팅 파우더를 뿌린다.

로브스터 슈 카나페
재료(15개분) 로브스터 1마리, 다진 달래・식용 꽃・허브(마이크로그린 등) 적당량, 타바스코 소스 약간
로브스터 양념 물 4L, 양파 1개, 화이트 와인 1컵, 파슬리・타임 1줄기씩, 마른 월계수잎 1장, 샐러리 적당량, 소금 약간
물 100g, 버터 80g, 밀가루 70g, 달걀 1개, 달걀물 2개분, 소금 약간
칵테일 소스 마요네즈 100g, 토마토케첩 35g, 코냑・우스터소스 5g씩, 머스터드 1/2작은술
만들기
1 냄비에 분량의 물을 담고 로브스터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로브스터를 넣고 7분간 끓인 후 건져 얼음물에 식힌 다음 껍질을 벗겨 가로세로 0.5cm의 큐브 모양으로 썬다.
2 작은 냄비에 분량의 물과 버터를 넣어 중간 불에서 끓이다 버터가 녹으면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 잘 섞은 후 약한 불에서 1~2분 더 끓인다. 소스 팬으로 옮겨 담아 식힌 다음 달걀을 풀어 넣고 골고루 섞는다. 오븐 팬에 반죽을 3cm 간격으로 1큰술씩 올린 후, 달걀물을 발라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3 ① 에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만든 칵테일 소스, 다진 달래, 타바스코 소스를 넣고 버무린다.
4 ②의 윗부분을 자른 후 ③, 식용 꽃, 허브를 올린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스테파노 디 살보 총괄셰프
한 입 크기의 작은 음식으로도 충분히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파티 음식을 준비할 때는 무엇보다 맛과 모양, 음식의 프레젠테이션에 신경 써야 한다. 여기에 창의력을 더한다면 누구나 먹어봤을 법한 친근한 음식도 충분히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패션 브랜드 샤넬의 ‘2015 크루즈 컬렉션 쇼’의 애프터 파티에서 선보인 음식은 내게도 가장 큰 도전이자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는데,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한복을 리조트 룩으로 멋스럽게 풀어냈듯이 한국의 전통 음식을 한 입 크기로 작게 만들어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그릇으로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만든 유기를 많이 쓴 것도 한국 음식의 맛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유기는 찬 음식은 시원하게, 뜨거운 음식은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음식 맛을 살려주는 그릇인 데다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니 정갈한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어 더없이 좋았다. 화려하고 크게 만든다고 좋은 음식이 아니다. 한 입 크기의 음식으로도 충분히 맛과 멋을 만끽할 수 있다. 요리사로서 늘 가슴에 새기고 모토로 삼는 것 중 하나가 심플한 것에 현대적인 것을 가미하자는 것인데, 이는 식재료와 조리법, 담음새 등에 두루 통용되는 것으로, 친근한 식재료와 음식을 선보일 때 빛을 발한다. 물론 늘 똑같은 방식으로 즐기던 음식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파티 음식으로도 손색없게 작게 만들려면 재료를 손질할 때부터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구나 한때 즐겨 먹었을 만한 정겨운 음식에 창조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격조 높은 파티에 내면 정적인 분위기를 일순간 활기차게 바꿔놓을 수 있다. 먹는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 요리하는 줄거움 중 하나다.” 


요리 스테파노 디 살보(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총괄 셰프, 02-2276-3000) 스타일링 문지윤 소품 협조 윤현핸즈(02-540-6650), 칸트(02-2019-8932), 팀블룸(02-518-8269), 핀치(02-3445-5458), a.T 디자인(02-517-3011)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