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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茶와 음식의 마리아주 더불어 茶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밥을 먹을 때 늘 차를 곁들여 마셔왔다. 음식과 더불어 즐기면 속이 편안하고 입가심도 될뿐더러 마음도 차분해져 최고의 선약仙藥으로 여겼다. 차를 즐기기 위해 다도의 예에 따라 소량씩 먹는 일본의 차 가이세키가 그러하듯, 와인이 음식과 마리아주해 맛과 향을 음미하듯, 다양한 조리법으로 제철 요리와 우리 봄차를 함께 즐겨보자. 코스로 즐긴다면 봄을 음미하는 풍류의 자리로 더 할 나위 없다.

봄을 알리는 전채, 초회
한 입 크기로 만든 두릅대게살양배추초회와 향긋한 매화꽃차.
두릅은 ‘산채의 왕자’라 불릴 정도로 쌉싸래하면서 향긋한 맛이 일품인 산나물이다. 봄나물 중에서도 어린 두릅 순은 맛과 향을 최고로 치는데, 담백한 대게살과 함께 양배추로 말아 새콤한 초회로 즐기면 입맛을 돋우기에 더없이 좋다. 봄의 싱그러움을 즐길 수 있는 차로는 이른 봄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꽃차가 제격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어 식전차로도 그만이다. 하루 이틀 잘 말려 네댓 송이를 따뜻한 물에 우리는데, 이때 꽃봉오리는 5분 정도, 만개한 꽃은 1분 정도가 적당하다. 오래 우리면 자칫 쓴맛이 날 수 있다.


부드러운 달걀찜
대표 봄나물인 냉이와 바지락조갯살을 넣은 달걀찜과 생강꽃차는 모두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가 잘된다.
차를 대접하고, 제대로 즐기기 위한 대표 코스 요리가 일본의 차 가이세키(회석요리懷石料理)다. 전채 요리(사키즈케)를 먹은 후엔 맑은 국물(완)을 내는데, 죽으로 속을 편안하게 만드는 우리의 한식 코스와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차를 음식과 함께 낼 때는 국물 요리를 제외하는 게 좋다. 대신 제철 나물을 넣은 촉촉한 달걀찜을 내면 식감이 부드럽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소화는 물론 피로 해소에도 좋다. 여기에 끓는 물에 우린 생강차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논어>를 보면 “공자는 생강이 있어서 식사를 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건강에 좋은 재료로, 속을 따뜻하게 해주어 소화를 돕는다. 생강차의 쌉쌀한 맛과 특유의 향이 자극적이라면 생강꽃차를 곁들일 것. 따뜻한 기운이 위장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식욕을 돋운다.


제철의 맛을 즐기는, 튀김
다시마소금을 곁들인 방풍나물새우튀김과 민들레차. 종이를 접은 듯한 도자기 접시는 박소영 작가 작품.
튀김의 매력은 바삭한 식감에 있다. 튀김옷을 얇게 입혀 제철 재료의 맛을 살리는 튀김은 차와 즐기기에 가장 좋은 요리이기도 하다. 느끼한 맛도 덜 수 있고, 소화도 돕기 때문. 특히 봄나물을 튀겨 먹으면 색다른데, 방풍나물이 대표적이다. 식감이 바삭하면서 쫀득하며, 독특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완화된다. 기름진 음식이나 튀김 요리에 안성맞춤인 차를 꼽자면 지방을 소화하는 데 꼭 필요한 담즙의 분비를 촉진하는 민들레를 우린 차만 한 것이 없다. 민들레는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재로 쓰는데, 꽃이 만개했을 때 채취해 햇볕에 잘 말려 만든다. 말린 민들레(4~7g)를 물(300ml)에 넣고 달이면 깔끔한 향과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더없이 담백한 꽃만두
고운 빛깔과 향미가 식욕을 돋우는 호박꽃두부만두와 쑥차. 얇은 물빛 도자기 접시는 박소영 작가 작품.
차와 함께 음식을 즐기려면 차 맛을 해치지 않도록 적은 양으로 담백하게 조리해야 한다. 최소한의 조리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며 소식하는 현대인의 건강 식생활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과한 장식은 자제하고 식욕을 돋우는 색감을 살리는 것은 미식의 기본. 식용 꽃을 활용하면 담백한 맛과 은은한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호박꽃을 만두피로 삼아 담백하게 양념한 두부를 소로 넣어 만두를 만들면 차와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3월 절식에서 빠지지 않는 쑥은 밥, 전, 국, 떡 등으로 다양하게 즐긴 귀한 봄나물로, 역사가 매우 오래된 약재다. 초봄에 막 올라온 부드러운 애쑥을 말려 차로 우려 호박꽃두부만두와 함께 즐기면 채소와 두부의 차가운 성질을 중화시켜 소화를 돕는다.


귀한 자리에 빠지지 않는 고기구이
곰취, 래디시와 함께 곁들인 돼지고기된장구이와 속이 더부룩할 때도 좋은 산사차
서양의 코스 요리에서 메인으로 등장하는 육류에 발효 식품인 된장으로 양념을 만들어 구이 소스로 활용해보자. 발효 식품을 차와 함께 즐기면 면역력을 더욱 높여주는 시너지 효과로 건강에 이롭다. 단, 된장 맛이 다소 강할 수 있으므로 적당히 사용하고, 땅기운을 듬뿍 받은 봄 채소를 함께 구워 올리면 영양 면에서도 손색없는 봄 요리로 충분하다. 이때 차는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대표 소화제인 산사가 좋다. 소화불량을 해소하고, 콜레스테롤과 혈중 지방 성분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어 고기 요리와 먹으면 레드 와인 못지않다. 단, 신맛이 강하므로 요리를 먹은 후에 마실 것. 소화를 돕고 입가심용으로도 더없이 좋다. 산사차는 말린 산사육(5g)에 뜨거운 물(300ml)을 부어 우리거나 물에 넣고 끓여 만든다. 우리지 않고 끓이면 더욱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너무 오래 끓이면 떫은맛이 나므로 주의한다.


따뜻한 절기의 맛, 생선전
애호박, 쑥갓, 홍고추를 올려 부친 도미전과 찰떡궁합인 자소엽차.
메인 코스로 고기만큼 인기 있는 생선 요리. 봄철에 가장 맛있는 생선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미다. ‘생선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맛도 맛이지만 다른 생선에 비해 쉬이 상하지 않고 맛이 담백해 예로부터 고급 요리에 두루 사용했다.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해 전으로 즐기면 특히 좋은데, 비릿한 맛이 거의 없어 차의 향과 맛을 살리는 데에도 더할 나위 없다. 체내 독소를 제거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한의학에서 해산물을 먹고 체했을 때 사용하는 약재인 자소엽을 차로 함께 즐기면 소화를 도와 궁합이 좋다. 일본에서 생선회를 먹을 때 꼭 곁들이는 보랏빛 차조기잎이 자소엽으로, 자소엽차는 카멜레온차라고도 알려져 있다. 물의 온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 15℃ 정도의 약간 따뜻한 물에서는 보랏빛을 띠다가 온도가 조금 높아지면 푸른빛을, 더 높아지면 주황빛을 띤다.


밥과 절임 반찬으로 단출하게
예로부터 ‘들에서 나는 약재’로 불린 달래장아찌와 미역밥. 무말랭이차와 함께 즐기면 춘곤증을 이기는 건강 식사로도 좋다.
바다의 나물이라 할 수 있는 해조류는 감칠맛이 뛰어나고, 풍미가 은은해 차와 잘 어울린다. 특히 미역은 피를 맑게 하고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어 마른 것을 곱게 부숴 밥을 지으면 몸에도 입에도 달다. 여기에 장아찌를 찬으로, 차를 국물 삼아 즐기면 단출한 건강 식사로 손색없다. 코스 요리에서도 메인으로 고기와 생선 요리를 낸 후에 바로 후식을 내지 않는 것이 예의인 법.이때 밥이나 국수를 서너 입분량으로 적게 담아내는데, 미역밥과 절임 요리가 제격이다. 주먹밥으로 내도 좋다. 이때 장아찌는 마늘처럼 맛과 향이 강한 것은 피하고 제철 나물을 활용한다. 밥을 먹으면서 즐기는 차로는 무말랭이차가 더없이 좋다. 무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3대 영양소를 분해하는 소화효소를 갖춘 만능 소화제로, 곡식으로 쌓인 독을 해독하는 약재이기 때문. 끓인 물(300ml)에 무말랭이(3~6g)를 넣고 15~20분 정도 우린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후식
금귤 잼 올린 메밀전병 크레이프는 말아서 내도 좋다. 최고급 전통차 우전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전통 다과에서는 다소 벗어난 조합이더라도 차만큼은 우리 전통차인 녹차로 마무리할 것. 메밀전병을 얇고 부드러운 크레이프처럼 부쳐내 금귤 잼을 만들어 올리면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담백한 차와 잘 어울린다. 본래 차茶란 차나무에서 난 찻잎으로 만든 것으로 전통차는 녹차를 이르는데, 그중에서도 곡우를 전후해 딴 찻잎으로 만든 우전이 때에도 맞지만 맛도 은은하고 순해 귀한 식사 자리에 잘 어울린다. 요즘 건강차로 각광받는 대용 음료도 넓은 의미에서는 우리 차에 속하지만, 전통차는 의미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효능도 빼어나 일석다조다. <동의보감>에서도 “한쪽에 몰린 기운을 내려주고, 오래된 식체를 삭이며, 굽거나 볶아 먹은 음식으로 인해 생긴 독을 풀어주는 약효가 있을 뿐 아니라 입안의 냄새를 없애준다”며 여러 번 언급할 정도다. 단, 차게 마시면 오히려 기운이 몰리고 담이 생기므로 반드시 따뜻하게 마신다.


두릅대게살양배추초회
재료 두릅・삶은 대게살 4개씩, 양배추 8장 단촛물 물 5큰술, 식초 1큰술, 다시마 5×5cm 1장, 소금 1/3작은술, 설탕 2작은술
만들기1 두릅은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양배추도 끓는 물에 2분 정도 가볍게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뺀다.
2 분량의 단촛물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고 끓으면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힌다.
3 ①의 양배추는 반으로 잘라 2장을 겹친 후 데친 두릅과 대게살을 넣고 돌돌 말아 3cm 두께로 썬다.
4 ②의 단촛물을 볼에 부어 ③의 돌돌 만 양배추를 담가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절인다.

냉이바지락달걀찜
재료 냉이 6뿌리, 바지락 조갯살 1/2컵, 달걀 2개, 다시마 우린 물 300ml, 청주 1작은술, 소금 약간 소스 다시마 우린 물 4큰술, 간장・맛술 1/2작은술씩, 녹말물 1큰술
만들기1 냉이는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후 1cm 길이로 썬다.
2 조갯살은 내장을 제거한다.
3 달걀은 잘 풀어 다시마 우린 물과 청주, 소금을 넣어 섞은 후 체에 내린다.
4 분량의 소스 재료를 모두 섞어 냄비에 담고 가볍게 한번 끓인다.
5 ①의 냉이와 ②의 조갯살을 약간 남겨놓고 볼에 넣은 뒤, ③의 달걀물을 붓고 잘 섞어 냄비에 볼째 넣는다. 물을 4cm 정도 높이로 부은 후 중간 불에서 끓인다.
6 ⑤의 물이 끓기 시작하면 냄비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서 20분간 익힌 후,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 다음 꺼내 ④의 소스를 붓는다. 이때 남겨둔 냉이와 조갯살을 올리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방풍나물새우튀김
재료 방풍나물 8뿌리, 새우 4마리, 밀가루 1큰술,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튀김옷 튀김 가루 6큰술, 물 150ml 다시마소금 볶은 다시마 가루 1작은술, 소금 1/3작은술
만들기1 방풍나물은 잎사귀를 떼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새우는 1cm 길이로 썰어 소금 간을 살짝 한다.
2 튀김 가루와 물을 섞어 튀김옷을 만든다.
3 ①의 방풍나물과 새우에 가볍게 밀가루를 뿌리고, ②의 튀김옷에 담갔다 건진다. 오목한 팬에 기름을 붓고 달궈 방풍나물과 새우를 튀겨낸 후 기름을 뺀다.
4 분량의 다시마소금 재료를 모두 섞어 ③의 튀김에 곁들인다.

호박꽃두부만두
재료 호박꽃 8송이, 밀가루 약간 소 두부 80g, 쪽파 1뿌리, 통깨・참기름 1작은술씩, 소금 약간
만들기1 두부는 꼭 짜서 으깨고, 쪽파는 송송 썬다.
2 ①의 두부와 쪽파에 통깨와 참기름, 소금을 넣고 잘 섞어 소를 만든다.
3호박꽃은 펼쳐서 밀가루를 가볍게 뿌리고, 꽃봉오리 속에 ②의 소를 채워 넣어 김 오른 찜통에 7분간 찐다.

애호박, 쑥갓, 홍고추를 올린 도미전
재료 도미살 1토막, 애호박 3cm 1개, 홍고추 1/2개 , 쑥갓잎 6장, 달걀물 1개분, 찹쌀가루 3큰술, 소금・후춧가루・밀가루 약간,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도미살은 6등분으로 저며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간한다.
2 애호박은 곱게 채 썰고, 홍고추는 송송 썬다.
3 ①의 도미살에 밀가루, 찹쌀가루, 달걀물을 순서대로 묻힌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③의 도미살을 올린 후 ②의 애호박과 홍고추, 쑥갓잎을 보기 좋게 얹은 다음 ③에서 남은 달걀물을 가볍게 뿌린다. 양면을 노릇하게 구워낸다.

봄 채소와 돼지고기된장구이
재료 돼지고기(항정살) 300g, 곰취 6줄기, 래디시 2개, 식용유 약간 된장 양념 된장・맛술 2큰술씩, 매실청 1큰술
만들기1 분량의 된장 양념 재료를 고루 섞어 돼지고기에 바르고 10분간 재운다.
2 곰취는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짜고, 래디시는 반 가른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돼지고기, 곰취, 래디시를 순서대로 올려 양면을 노릇하게 굽는다.

미역밥과 달래장아찌
재료 마른미역 5g, 쌀・물 2컵씩 달래장아찌 달래 10뿌리, 홍고추 1/2개, 간장・다시마 우린 물 2큰술씩, 식초 1큰술, 설탕 2작은술
만들기1 쌀은 30분 정도 물에 불린다.
2 마른미역은 곱게 부수어 ①의 불린 쌀과 함께 분량의 물을 붓고 밥을 짓는다.
3 달래는 3cm 길이로 썰고, 홍고추는 송송 썰어 볼에 담는다.
4 달래와 홍고추를 제외한 모든 달래장아찌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인 후 뜨거울 때 국물을 ③의 달래와 홍고추를 담은 볼에 붓는다.

금귤 잼 올린 메밀전병 크레이프
재료 메밀가루 4큰술, 물 1컵, 베이킹 소다 1/4작은술, 소금・식용유 약간 금귤 잼 금귤・올리고당 300g씩
만들기1 금귤은 5mm 두께로 썰고, 올리고당을 넣어 걸쭉해질 때까지 조린다.
2 믹싱 볼에 메밀가루, 물, 베이킹 소다, 소금을 넣고 거품기로 고루 섞어 반죽을 만든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②의 반죽을 얇게 펴 노릇하게 굽는다. ①의 금귤 잼을 곁들여 낸다.

요리 김정은(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교수) 차 제안 신동진(약연재한의원 원장,02-3448-1020)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그릇 협조 박소영 작가 캘리그래피 강병인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