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반할 만한 진짜 굴 소스 Oyster
어떤 요리든 조금만 넣으면 맛의 깊이가 풍부해져 ‘맛 해결사’로 통하는 천연 조미료가 굴 소스다. 중국에서는 집집마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굴 소스를 즐겨 사용하는데, 깊은 맛과 향미가 시판 굴 소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굴을 소금물에 넣어 발효한 뒤 간장으로 색을 내 홈메이드 굴 소스를 만들어보자. 깊은 감칠맛과 굴의 향미가 더해진 천연 양념으로 요리에 솜씨를 더하는 비밀 병기가 될 것이다.


넣는 순간, 그 맛에 반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처럼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해산물도 드물다. 예부터 굴을 즐겨 먹은 이유는 무엇보다 스태미나 음식으로 알려졌기 때문. 오죽하면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굴을 즐겼다고 전해지며, 매일 연인과 뜨거운 밤을 보냈다는 카사노바의 정력제도 다름 아닌 굴이었을까. 한데 굴을 소스로 만들면 그 맛의 위력이 정력제 못지않다. 그 효과가 실로 대단해 어떤 요리든 굴 소스를 조금만 넣으면 신기하게도 맛이 깊어진다. 본래 맛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요리에 사용하는 식재료를 돋보이게 만들고, 다양한 식재료의 맛을 하나로 모아주기 때문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재료도 굴 소스를 약간 넣으면 조화를 이뤄 감칠맛 나는 요리가 완성되고, 시판 소스에도 약간 첨가하면 맛이 진해진다. 그러니 영화로 치면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조연이 굴 소스다.

탄생 배경 또한 극적이다. 19세기 말 중국 남부 광둥 성의 해안 마을에서 굴 요리를 파는 식당 주인장이 우연찮게 불 위에 올려놓은 굴 요리가 졸아들어버렸는데, 걸쭉한 갈색 소스가 된 굴 요리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뛰어나던 것. 지금도 중국 해안 지방에서는 지역 장인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내림 음식으로 즐기는 집이 많을 정도로 굴 소스는 명실상부한 중국 대표 소스다. 우리의 장이 그러하듯 손품을 팔면 집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맛은 시판 제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렬하다. 시판 굴 소스는 굴 추출물에 간장, 설탕은 물론 캐러멜 색소와 MSG 등 각종 화학 첨가물을 섞은 것으로, 굴의 향미가 거의 없어 굴 소스를 흉내 낸 것과 다름없는 것.

100% 진짜 굴 소스를 만드는 법은 이렇다. 굴에 소금을 뿌려 마늘, 양파와 함께 발효시키면 삼투압 현상으로 자연스레 물이 생기는데, 굴만 건져 걸쭉하게 갈아 즙을 만든다. 여기에 간장, 녹말을 섞어 끓이면 완성되니 적은 양으로도 최대 효과를 내는 천연 조미료치고는 만들기가 간단하지 아니한가.

이때 손질해 봉지에 담은 굴보다는 석화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리 연구가 메이의 조언대로 굴을 떼어낸 후 껍데기에 남은 물과 발효한 뒤 생긴 물도 버리지 않고 즙을 만들 때 사용하면 굴의 맛과 향을 더 진하게 즐길 수 있다. 또 소금을 뿌려 며칠간 냉장고에서 발효하니 석화를 물에 따로 씻을 필요가 없어 으며 간장은 색을 위해 쓰는 것으로 짙은 갈색을 내고 싶다면 중국 간장을 사용하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볶음, 조림, 튀김 등 요리에 두루 쓰는 굴 소스는 해산물은 물론 고기를 재울 때도 진가를 발휘한다. 불고기와 갈비찜뿐 아니라 버섯이나 멸치볶음, 잡채 등에 간장 대신 넣어도 좋다. 국물 요리에도 조금만 넣으면 맛이 훨씬 깊어지고, 최상의 감칠 맛을 낼 수 있으니 적은 양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효율적인 천연 양 념이 바로 굴 소스다.


굴 소스

재료
손질한 굴 1kg, 양파 1개, 마늘 5~6쪽, 간장 1/3컵, 소금 1/2컵, 녹말가루 2큰술
만들기
1 굴은 껍데기까지 있는 석화를 구입해 칼로 굴만 떼어낸다. 마늘은 편으로 썰고 양파는 굵게 채 썬다.
2 굴에 소금을 골고루 뿌린 뒤 마늘과 양파를 섞고 볼에 담아 랩을 씌운다. 냉장고에서 2~3일간 숙성해 물이 흥건해지면 체에 걸러 물은 밭고, 마늘과 양파는 건져 굴만 남긴다.
3 푸드 프로세서에 ②의 굴을 넣고 대충 간 뒤 체에 부어 주걱으로 으깨며 즙을 밭는다. 이때 미리 밭은 물이나 생수 1컵 정도를 부어가며 즙을 내도 좋다.
4 냄비에 ③의 즙과 간장, 녹말을 넣고 잘 섞은 뒤 센 불에 올려서 끓어오르면 불을 약하게 줄여 30분간 뭉근하게 끓인다. 완성한 굴 소스를 식혀 소독한 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위쪽부터)
1 갓볶음밥
요즘 한창 맛있는 갓으로 만든 중국식 볶음밥. 볶음밥뿐 아니라 채소나 해산물을 볶을 때도 굴 소스를 넣으면 맛이 훨씬 좋아진다.
재료 소금에 절인 갓 200g, 밥 2공기, 참기름・송송 썬 파 2큰술씩, 굴 소스 1큰술, 깨소금 1/2큰술, 달걀물 1개분
만들기
1 갓은 깨끗하게 씻어 무게의 3% 분량의 소금을 뿌려 2시간 동안 절인다.
2 ①의 절인 갓은 물기를 꼭 짜서 송송 썬 뒤 참기름을 두른 팬에 볶는다.
3 ②의 갓을 다 볶으면 밥, 굴 소스, 깨소금을 넣어 볶다가 달걀물을 부어 고루 잘 섞는다.
4 접시에 담아 송송 썬 파를 뿌린다.

2 중국식 우럭찜
찐 우럭에 파를 듬뿍 얹고 간장 소스와 끓는 기름을 차례로 붓는데, 이때 직접 만든 굴 소스가 맛을 더한다.
재료 우럭 1마리, 생강 1~2톨, 마늘 2쪽, 포도씨유(혹은 올리브유) 1/2컵, 파채 적당량 소스 굴 소스 2큰술, 간장・설탕 1/2작은술씩, 녹말가루 1작은술
만들기
1 우럭은 내장을 제거하고 비늘을 긁어낸 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걷는다. 등과 몸통 가운데를 따라서 뼈에 닿도록 양쪽에 칼집을 낸다.
2 생강과 마늘을 편으로 썰어 ①의 칼집에 골고루 끼운다.
3 김이 오른 찜통에 ②의 우럭을 찐 뒤 마늘과 생강을 빼낸다. 이때 살이 완전히 익어야 뼈에서 잘 떨어진다.
4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소스를 만든다.
5 냄비에 포도씨유를 부어 연기가 나도록 끓인다.
6 접시에 ③의 우럭을 올린 다음 ④의 소스를 골고루 뿌리고, 파채를 듬뿍 올린 뒤 ⑤의 끓는 기름을 끼얹는다. 이렇게 하면 대파 향이 생선살에 밴다.

3 유린기
닭다리튀김 샐러드라 할 수 있는 유린기油淋鷄는 ‘뜨거운 기름을 뿌린 닭고기’라는 뜻. 중국식은 소스에 고추를 하나 정도 넣거나 고추기름을 첨가해 매콤한 맛을 살리는 것이 비결이지만, 이 재료를 빼면 식초의 맛을 좀 더 강하게 즐길 수 있다.
재료 닭 다릿살 400g(녹말가루 1컵, 달걀흰자 1개분,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녹말가루・식용유・채소(양상추・무순 등) 적당량 소스 굴 소스・설탕 2큰술씩, 간장 1큰술, 식초・물 3큰술씩,
만들기
1 닭 다릿살은 씻어서 기름기를 떼어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재운다.
2 ①의 닭 다릿살에 녹말가루와 달걀흰자를 넣고 고루 섞은 뒤 다시 녹말가루를 묻혀 170℃로 가열한 기름에 튀긴다. 노릇하게 튀겨지면 건져 기름기를 뺀 다음 먹기 좋게 썬다.
3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소스를 만든다.
4 양상추는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 얼음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접시에 담는다. 그 위에 닭고기를 올리고 무순을 얹은 뒤 소스를 뿌린다.


정성을 더하는 선물 포장법

시판 제품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풍미가 깊은 홈메이드 굴 소스는 정성으로 만들어 더없이 귀한 선물이다. 뚜껑 있는 병에 소스를 담아 패브릭으로 감싸면 간단하게 포장할 수 있는데, 이때 계량용 스푼이나 티스푼을 포장용 실끈으로 병에 묶으면 포인트 장식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병에 소스를 담아 선물할 때는 라벨을 꼭 붙일 것. 대부분 소스는 병째 냉장 보관하기 때문에 다른 소스와 헷갈리지 않도록 라벨이나 네임 태그를 붙이는 것이 좋다. 포장은 선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작은 배려에서 정성이 드러난다는 점을 잊지 말자. 포장법은 패브릭을 묶는 매듭으로만 마무리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먼저 굴 소스를 담고 라벨을 붙인 병에 실끈으로 스푼을 묶어 기본 장식을 한 후 마름모꼴로 펼친 패브릭 위에 세운다. 패브릭은 대각선 길이가 유리병 길이의 5~6배 정도 되는 작은 보자기나 큼직한 손수건이 적당하다. 그런 다음 위아래의 귀를 가운데로 모아 두 번 묶고, 양쪽 끝의 귀를 모아서 다시 두 번 묶는다. 사방의 귀를 잘 펴서 바람개비 모양으로 만들면 완성. 이때 날개를 모두 모아 맨 밑에 있는 날개로 감싸 매듭 아래에 깔끔하게 넣어 마무리하면 만두 모양의 매듭이 된다.

요리 메이(메이스테이블)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