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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즐기는 중식 만찬
연 말 연시 못지않게 가족이 모처럼 모이는 때가 5월이다. 괜히 ‘가족의 달’이 아닌 것. 가족 모임에 제격인 중식으로 만찬을 제안한다. 푸짐 하고 화려해 특히 어르신을 대접할 때 더할 나위 없다.


가족 모임의 별미, 중식
인디언의 달력에서 5월은 ‘기다리는 달’ ‘오래전에 죽은 이를 생각하는 달’이다. 어쩐지 ‘가족의 달’로 여기는 우리와 통하는 부분이 많다. 한집에 살아도 함께 밥 먹는 횟수가 손가락 꼽을 정도인 가족이 많아 식구食口라는 말이 무색한 요즘, 자식을 기다리고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강하게 동하는 때가 5월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가족이 한자리에 모일 때 별미로 자주 찾는 메뉴 중 하나가 중식. 중식당만큼 제대로 불 맛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음식 이 중식으로 집에서 만들면 무엇보다 건강한 맛을 더 할 수 있다. 게다가 중식의 주요리는 생선으로, 이맘때는 생선의 물이 좋아 특별한 날의 메뉴로 더없이 좋다. 단, 중식으로 손님상을 차릴 때는 그 어떤 음식보다 재료와 조리법이 다양해야 끝까지 질리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노영희 요리 연구가는 조언한다. 중식 하면 탕수육부터 떠올릴 만큼 튀김 요리가 많은 데다 집에서 맛있게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어느 손님상이든 콘셉트가 확실하고 가짓수도 네 가지를 넘지 않는 법이다. 중식도 마찬가지다. 중식 차림의 특성을 살리려면 차가운 요리로 시작해 고기 요리를 내고, 메인으로 생선 요리에 밥을 곁들인 후 상큼한 후식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마무리해주면 금상첨화 다. 사람으로 치면 첫인상이나 다름없는 전채로는 세 가지 냉채를 한 접시에 담는 삼품냉채가 제격이다. 제철 재료를 다양하게 선택해 변화를 줄수 있는 음식이니만큼 계절성을 살리기에 더할 나위 없다. 이때 냉채 드레싱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겨자초장 대신 마늘 드레싱을 넣으면 텁텁한 맛이 한층 덜하다. 고기 요리가 빠지면 서운하니 중국식 닭고기 샐러드라 할 수 있는 유린기를 내고, 주요리로 우럭찜을 구성하면 해산물과 채소, 고기 등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우럭찜에는 마늘볶음밥을 곁들여도 별미다. 후식으로 상큼한 망고 푸딩을 내면 고급 중식당 부럽지 않은 푸짐하고 화려한 만찬이 완성된다.
테이블 세팅은 양식기를 활용하면 멋스럽다. 여기에 소화를 돕고 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우롱차나 재스민차, 보이차 등의 중국차도 잊지 말 것. 센터피스로는 중국식 찜기에 물을 담고 카네이션으로 만든 작은 꽃다발을 넣어 테이블 위에 올려보자. 특별한 의미가 있을뿐더러 중식 분위기를 자 아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코스 1 삼품 냉채


재료(4인분)

해파리 300g(식초 2큰술, 설탕 1큰술), 대하 2마리 (대파 잎 1대분, 레몬 1쪽), 전복 2개(대파 잎 1대분, 레몬 1쪽), 오이 1개, 배 1/2개
마늘 드레싱 다진 마늘・설탕 2큰술씩, 식초 4큰술, 진간장 1큰술, 참기름 1/2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해파리는 찬물에 여러 번 바락바락 주물러 씻은 뒤 물에 충분히 담가 짠맛을 뺀다. 중간에 물을 두어 번 갈아준다.
2 해파리를 소쿠리에 담고 끓는 물을 끼얹어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그런 다음 볼에 담아 식초와 설탕을 넣고 버무려서 냉장고에 넣는다.
3 새우는 등 쪽의 내장을 꼬치로 빼고 대파 잎, 레몬과 함께 냄비에 담아 새우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인다. 새우가 붉게 변하면 바로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힌 뒤 껍질을 벗겨 길이로 이등분해 저며 썬다.
4 전복은 껍데기째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고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다음 대파 잎과 레몬을 넣고 끓기 직전에 불을 끄고 그대로 식힌 뒤 살만 발라내어 비스듬하게 저며 썬다.
5 오이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서 4cm 길이로 토막 낸 다음 돌려 깎아 채 썰어 얼음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배는 오이와 같은 길이로 썰어 얼음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6 분량의 마늘 드레싱 재료를 모두 섞는다.
7 ②의 해파리를 마른 면포에 쫙 편 뒤 돌돌 말아 꾹꾹 눌러 물기를 짠다.
8 접시에 해파리, 오이, 배, 새우, 전복을 담고 마늘 드레싱을 끼얹는다.


“유린기(油淋鷄)는 ‘뜨거운 기름을 뿌린 닭고기’라는 뜻. 튀긴 닭고기에 양상추를 곁들인 뒤 홍고추로 매운맛을 낸 간장고추 소스를 부어서 먹는다. 새콤한 맛과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튀김 요리지만 느끼하지 않고 식감이 바삭해 중식 메뉴 중에서도 선호하는 이가 많다. 소스의 매콤한 맛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유린기의 맛을 내는 비결로 대파, 고추, 생강 등을 넉넉히 넣어야 한다. 더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고추기름을 첨가한다.”

코스 2 유린기(닭다리튀김 샐러드)
재료(6~8인분)
닭 다리 3~4개, 녹말・물 1컵씩, 양상추 1/2통, 튀김기름 적당량 밑간 청주 2큰술, 대파 잎 2대분,
얇게 썬 생강 10쪽, 진간장 1큰술, 후춧가루 약간 간장고추 소스 다진 대파・식초 2큰술씩, 다진 생강・물 1큰술씩, 다진 홍고추 1개분, 진간장・설탕 21/2큰술씩, 참기름 11/2큰술, 물 1큰술
만들기
1 물에 녹말을 푼다.
2 닭 다리는 씻어서 기름기를 떼어내고 뼈를 따라 칼집을 내어 살만 발라낸 다음 밑간 재료를 모두 뿌려 20분 정도 재운다.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 중간 불에서 20분간 찐다.
3 ②의 닭 다릿살에 ①의 녹말 앙금을 넣고 고루 섞는다. 180℃로 달군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겨 건져 기름기를 뺀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간장고추 소스 재료를 모두 섞는다.
5 양상추는 손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뜯어 얼음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6 접시에 양상추를 깔고 튀긴 닭 다릿살을 얹은 후 ④의 소스를 끼얹는다.

코스 3 우럭찜과 마늘볶음밥


“봄에 맛이 가장 좋은 우럭은 어른 손으로 한 뼘 크기를 최상품으로 치는데, 1인당 한 마리씩 즐기기에도 적당한 크기다. 회나 매운탕으로 많이 먹고 통째로 튀기거나 쪄 먹기도 하지만 중국식 우럭찜은 색다르다. 칼집을 내고 밑간해 찜통에 찐 뒤 파를 듬뿍 얹고 끓는 기름을 끼얹어야 파 향이 생선살에 배어 제맛이 난다. 여기에 마늘볶음밥을 곁들인다.” 

재료(4인분)
우럭 2마리, 대파 4대, 포도씨유(혹은 올리브유)1/2컵, 고수 약간
밑간 대파 1대, 마늘 6쪽, 얇게 썬 생강 10쪽, 청주 2큰술
간장 소스 진간장 4큰술, 설탕 1큰술, 닭고기 육수 1/2컵
만들기
1 우럭은 내장을 제거하고 비늘을 긁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물기를 걷는다. 등과 몸통 가운데를 따라서 뼈에 닿도록 양쪽에 칼집을 낸다.
2 밑간용 대파는 4cm 길이로 토막 내 길이로 반 자르고, 마늘은 얇게 저민다.
3 배트에 ①의 우럭을 놓고 ②의 대파와 마늘, 생강을 얹고 청주를 뿌려 20~30분 정도 잰다.
4 대파는 4cm 길이로 토막 내 길이로 반 갈라 굵게 채 썰고, 고수는 짧게 뜯는다.
5 ③의 우럭을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15~20분 정도 찐다. 이때 살이 완전히 익어야 뼈에서 잘 떨어진다.
6 냄비에 간장 소스 재료를 모두 담고 한 번 끓여 그릇에 덜어놓는다.
7 냄비에 포도씨유를 붓고 연기가 나도록 끓인다.
8 접시에 ⑤의 우럭찜을 담고 간장 소스를 뿌린 다음 ④의 대파와 고수를 얹고 ⑦의 끓는 기름을 끼얹는다. 이렇게 하면 대파 향이 생선살에 잘 밴다.

마늘볶음밥
재료(4인분)
밥 3공기, 현미유(혹은 카놀라유) 2큰술, 얇게 썬 마늘 3쪽, 송송 썬 쪽파 2뿌리분, 소금 1/2작은술
만들기
1 달군 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마늘을 노릇하게 볶다가 밥을 넣어 볶는다.
2 ①에 송송 썬 쪽파와 소금을 넣고 섞는다.

코스 4 망고푸딩


“중식당에서 후식으로 가장 많이 내는 것은 양귀비가 피부 미용을 위해 즐겨 먹었다는 리치.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인 리치나 제철 과일인 딸기를 내는 것도 좋지만 후식으로 다시 한 번 솜씨를 발휘하고 싶다면 망고 푸딩이 제격이다. 새콤달콤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고, 입가심도 말끔하게 된다.” 

재료(6~8인분) 망고 250g(큰 것 1개), 레몬즙 1큰술, 바닐라 아이스크림 50g, 판 젤라틴 25cm 길이 3장, 설탕 30g, 우유 1컵, 생크림 50cc 망고 소스 망고 1개, 설탕 2큰술, 레몬즙 2큰술(레몬 1개 갈아서 체에 밭은 것)
만들기
1 판 젤라틴은 찬물에 담가서 불린다.
2 망고는 씨 양옆에 칼집을 내어 썬 다음 과육에 그물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 과육만 발라낸다. 과육에 레몬즙을 뿌려서 믹서에 간다.
3 ②의 망고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어 섞는다.
4 냄비에 우유 1/4컵과 설탕을 넣고 따끈하게 데워서 ①의 불린 젤라틴을 넣어 녹인다. 다른 그릇으로 옮겨 나머지 우유를 부어 섞고 생크림을 넣어 고루 섞는다.
5 ③에 ④를 섞은 다음 틀에 부어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굳힌다.
6 망고 소스 재료를 모두 섞는다.
7 ⑤의 망고 푸딩이 굳으면 위에 망고 소스를 얹어서 낸다.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중식에는 느끼함을 덜기 위해 오이절임이나 피클 등을 곁들인다. 여기에 음식 맛을 낸 소스나 드레싱을 함께 햄퍼처럼 꾸리면 더욱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레스토랑 주방에서도 최고 셰프가 스나 드레싱을 담당하는데, 맛을 내는 데 중요한 재료이기 때문. 음식 선물을 할 때는 조리 기구나 그릇이 선물 상자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왕이면 초대상의 메인 요리와 관계 있는 것이 좋다. 주요리로 낸 우럭찜 이 중식의 대표 찜 요리인 만큼 찜통을 선물 상자로 이용하면 포장부터 색 다를 터. 더군다나 의외로 주방에 찜통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어 그 자체 가 유용한 선물로도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초대 자리에 어울리는 정감 어린 선물을 하고 싶다면 먼저 찜통 안에 센터피스로 사용한 카네이션 다발을 넣는다. 꽃이 시들지 않게 하려면 물을 먹인 오아시스를 비닐로 잘 싼 다음 비닐 끝으로 물이 새지 않게 한다. 이때 비닐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이것을 찜통 안에 넣고 뚜껑을 덮어도 꺾이지 않을 정도로 꽃의 길이를 조절해 사선으로 잘라 오아시스에 꽂는다. 그런 다음 중국식 오이절임과 함께 삼품냉채의 마늘 드레싱, 유린기의 간장고추 소스, 우럭찜의 간장 소스 등을 소독한 유리병에 각각 담아 넣고, 중국풍의 패 브릭을 리본 모양으로 만들어 가운데를 끈으로 묶어 앙증맞게 장식한 뚜껑을 덮는다. 속이 비치는 비닐 포장지로 찜통을 감싼 다음 여러 색의 끈을 겹쳐 가운데를 묶으면 완성. 끈 끝에 매듭을 지어 깔끔하게 정리하면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효과와 정성을 더할 수 있다.


중국식 오이절임 만들기(4인분)
먼저 절임장을 만든다. 생강(10g)은 껍질을 벗겨 채 썰고, 홍고추(4개) 두 개는 반 갈라서 씨를 털어내어 채 썰고 두 개는 4cm 길이로 썰어 씨를 털어낸다. 냄비에 참기름(1큰술)을 두르고 채 썬 생강과 손질한 홍고추, 식초(1컵)를 넣고 끓이다가 설탕(1/2컵), 물(2컵), 소금(1큰술)을 넣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서 반으 로 졸여 한 김 식히면 완성. 취청오이(3개)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어 4cm 길이로 토막 낸 다음 길이로 4등분해 씨를 저며낸다. 오이에 소금(1큰술)을 뿌려서 30분 ~1시간 동안 절인 다음 끓는 물을 끼얹어 마른 면포에 싸서 물기를 꼭 짠다. 소금 에 절인 오이에 절임장을 부어 냉장고에 넣고 차게 해서 먹는다.

음식 포장, 이렇게 하세요
노영희 씨가 직접 만들어 병에 각각 넣은 중국식 오이절임, 삼품냉채의 마늘 드레싱, 유린기의 간장고추 소스, 우럭찜의 간장 소스와 카네이션으로 만들어 센터피스로 사용한 작은 꽃다발 등은 감사 메시지와 함께 큰언니 노봉순 여사에게 선물했다.

엄마 같은 큰언니에게
나이 차가 많이 나서 그런지 큰언니는 늘 엄마 같았어요. 어버이날에도 언니 생각이 날 정도니까요. 동생이 음식을 업으로 하는 이인데도 못 미더운지 김치도 손수 담가 보내주는 언니. 때에 맞춰 쑥, 고춧가루 등 제철 먹을거리도 잊지 않고 챙겨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최근 건강이 나빠져 내심 걱정이 됩니다. 언니, 건강하세요.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