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의 나물
봄은 낮은 곳에서 온다. 들에서 시작해 야산으로, 깊은 산으로 옮아간다. 그래서 가장 먼저 봄맛을 전하는 봄나물은 들에서 난 것이다. 가장 먼저 얼굴을 드미는 것은 친근한 쑥으로, 무기질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어 하루에 약 80g만 먹어도 비타민 A와 C의 1일 필요량을 섭취할 수 있다. 냉이는 봄나물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들나물. 쌉쌀하면서도 향긋해 입맛을 돋워주는데, 봄나물 중 단백질이 가장 많고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다. 예부터 ‘들에서 나는 약재’로 불린 달래엔 특히 비타민 C가 많아 춘곤증을 이기는 데 효과적이며, 냉이ㆍ달래와 함께 ‘봄나물 삼총사’로 불리는 씀바귀는 봄에 많이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면역력이 높아지고 항암 효과도 있다. 오동통한 돌나물과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돌미나리도 영양제나 다름없다. 돌나물엔 칼슘이 우유의 2배나 들어 있고, 돌미나리는 비타민 A와 BㆍC 등이 풍부해 식욕을 돋우는 것. 머위도 그에 못지않게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한데, 줄기보다 잎에 많다. 그밖에도 봄에 들에서 자라는 대표 봄나물로는 민들레, 고들빼기, 갓, 가락지나물, 개망초 등이 있다.
왼쪽부터 냉이, 돌미나리, 씀바귀, 달래, 쑥, 돌나물, 머위.
들나물 영양 밥상
머위의 연한 잎을 살짝 데쳐 떫은맛을 우려낸 후 쌈으로 먹거나 된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는 머위나물은 양념장과 함께 면에 얹어 먹으면 초간단 별미가 된다. 봄철 절식에서 빠지지 않는 쑥은 예부터 밥, 전, 국 등으로 다양하게 즐긴 귀한 봄나물로, 튀기면 고운 빛깔과 향미가 식욕을 돋운다. 파 대용으로 잘게 썰어 사용하기도 하는 달래는 삶으면 비타민 C가 대부분 파괴되므로 날것으로 무쳐서 먹는 게 가장 좋지만 장아찌로 담그면 맛과 향을 오래 즐길 수 있다. 냉이는 향이 좋아 국에 넣어 먹거나 무침으로 먹으면 맛있고, 전이나 튀김, 샐러드로 만들면 초대 요리로도 좋다. 돌나물은 예부터 햇김치를 담그기 전 김장 김치가 떨어졌을 때 대체 음식으로 즐겨 먹던 나물. 배를 갈아 넣고 국물을 넉넉히 부어 물김치를 담가 먹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씀바귀는 무침으로 먹으면 가장 맛있는데, 쓴맛을 제거하려면 살짝 데쳐 찬물에 잠시 담갔다 쓴다. 돌미나리도 조리할 때 오래 데치면 특유의 향이 사라지기 때문에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나물로 먹거나 숙회, 무침, 전, 쌈으로 즐긴다.
머위된장비빔국수, 쑥튀김, 달래즉석장아찌, 냉이장떡, 돌나물물김치, 씀바귀무침, 돌미나리숙회.
집의 나물
텃밭에서 재배하는 채소도 나물이다. 밥상과 가장 가까운 나물이 바로 재배 나물인 집 나물인 것. 노지에서 겨울을 나며 자라는 봄동은 비타민 C가 풍부한 채소로 영양을 보충해주고 입맛도 살린다. 봄동과 함께 미각을 일깨우는 봄의 대표 재배 나물은 혈액순환에 좋은 유채다. 줄기뿐 아니라 꽃이나 씨를 다양하게 활용해 버릴 것이 없는데,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한겨울부터 봄까지가 가장 맛있는 시금치는 대표 녹황색 채소로 ‘채소의 왕’이라 불린다.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암 예방에 탁월하며, 피부와 모발을 건강하게 가꾸고 시력에도 좋다. 풋마늘은 덜 여문 마늘의 어린 잎줄기로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주성분인 알리신이 체내에서 비타민 B₁과 결합하면서 고스란히 흡수된다. 살균 효과도 있다. 햇부추 역시 살균 효과가 있으며, 사위도 안 준다고 할 정도로 영양과 맛이 뛰어나고, 칼륨 성분이 몸속 나트륨을 배출해주는 역할을 한다. 서양에서는 화초로 키우는 쑥갓은 꽃 피기 전에 잎과 줄기로 특유의 향을 먼저 즐길 수 있다.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 있어 피부에 특히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해독 작용이 뛰어나 생선 요리에 주로 곁들인다. 그밖에도 텃밭 재배 봄나물로는 보리 순, 파, 마늘종 등이 있으며, 베란다 채소로 꼽히는 상추, 콩나물, 숙주는 진정한 집 나물로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
왼쪽부터 시금치, 쑥갓, 봄동, 유채, 부추, 콩나물, 숙주, 풋마늘, 상추.
집나물 영양 밥상
봄동은 배추보다 잎이 단단하고 고소해 생채로 즐기거나 쌈 또는 겉절이로 먹으면 좋다. 이때 보리밥과 함께 먹으면 소박한 농부의 밥상을 맛볼 수 있을 것. 시금치는 데칠 때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치되 뚜껑을 열어놓아야 영양소 손실이 적고 색도 잘 산다. 무침, 볶음, 죽, 겉절이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며, 멸치 다시마 국물이나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 끓인 시금치된장국은 일품 영양식이나 다름없다. 유채는 연한 잎과 줄기를 나물이나 국거리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참기름이나 된장 양념과 잘 어울리며, 특히 겉절이나 물김치로 즐기면 맛있다. 쌈 채소로 먹거나 매운탕과 찌개류에 많이 넣는 쑥갓은 튀겨 먹거나 고추장 또는 간장으로 양념해 무쳐 먹으면 향을 더욱 진하게 즐길 수 있고, 풋마늘은 파 대용으로 쓰거나 고추장으로 양념해 매콤하게 무쳐 먹으면 맛있다. 부재료로 많이 쓰는 부추와 대표 쌈 채소인 상추는 매콤하게 무치면 입맛을 돋우고,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 콩나물과 숙주는 냉채로 먹거나 돼지고기 등과 함께 무치면 별미다.
봄동쌈과 보리밥, 시금치된장국, 유채김치, 쑥갓묵무침, 콩나물겨자냉채, 상추청양고추무침, 숙주돼지고기무침, 부추겉절이, 풋마늘고추장무침.
산의 나물
산기운, 땅기운을 가득 머금은 산나물은 훌륭한 에너지원으로, 들나물이나 재배 나물과 달리 산채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다. 그중 산삼에 버금가는 약효를 지녔다고 하여 ‘사삼’이라고도 부르는 더덕은 특히 뿌리에 사포닌과 이눌린이 함유되어 감기에 좋다. ‘산채의 왕자’라고도 부르는 두릅은 쌉싸래하면서 향긋한 맛이 일품으로, 봄나물 중에서도 어린 두릅 순은 맛과 향을 최고로 친다. 세상살이의 근심을 잊게 하는 나물이라 하여 ‘망우초’라고도 부르는 원추리는 삶아 먹으면 심신이 안정돼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되고, 죽순은 몸의 독소를 빼주는 역할을 해 심신을 맑게 한다. 산야초는 대부분 칼륨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내 염분을 배출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좋은데, 방풍이 대표적이다. 방풍이란 이름 역시 중풍을 막는다는 뜻일 정도로 약리 성분이 강하다. 뽕잎과 다래 순 또한 예부터 방풍 못지않은 약재로 손꼽히는 건강식품이다. 모두 삶아서 말리면 맛이 좋아 묵나물로 더 많이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반찬은 물론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고사리순도 대표 묵나물이다. 그 밖에 참나물, 곰취, 당귀, 취나물, 광대나물 등이 대표 산나물로 참나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말렸다가 1년 내내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묵나물로 보관하려면 끓는 물에 데친 뒤 꼭 짜서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조리해 먹으면 된다.
왼쪽부터 원추리, 다래 순(묵나물), 더덕, 죽순, 방풍, 두릅, 뽕잎(묵나물), 고사리(묵나물).
산나물 영양 밥상
방풍은 고기를 먹을 때 쌈 채소로 곁들이면 누린내를 없애 맛을 좋게 한다. 특히 밥을 해 먹으면 특유한 향과 맛을 별미로 즐길 수 있다. 고사리는 유독 쓰임새가 많은 나물이다. 비빔밥과 육개장의 주재료이며, 볶아서도 먹고 전으로도 즐긴다. 그뿐 아니라 김칫국에 넣어도 맛있다. 다래 순은 삶아서 볶아 먹기도 하고 된장국으로 끓여 먹기도 하며, 버섯 등 채소와 함께 조려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얼핏 파와 비슷한 원추리는 파보다 연하고 달며 색감이 좋은 것이 장점이다. 점액이 들어 있는 흰 부분이 특히 맛있으며, 산채 중 맛이 가장 뛰어나 양념에 무치기만 해도 맛있다. 밥, 찜, 탕으로 많이 먹는 죽순은 통째 구워서 먹으면 별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린 맛이 더해지기 때문에 생것을 구입하면 즉시 데쳐야 하며, 쌀뜨물에 데치면 떫고 아린 맛은 줄고 감칠맛이 살아난다. 두릅은 데친 것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특유한 맛과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으며 튀김ㆍ부침ㆍ산적ㆍ김치로도 먹는다. 뽕잎은 볶음 나물로 먹으면 가장 맛나고, 더덕은 생채ㆍ겉절이ㆍ무침 ㆍ물김치 등으로 다양하게 즐기는데, 강정으로 만들면 향미 있는 후식이 된다. 껍질을 말끔히 벗겨 소금물에 담가 아린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을 우려낸 후 조리한다.
방풍나물밥과 양념장, 고사리김칫국, 다래순버섯장조림, 원추리깨무침, 더덕강정, 죽순통구이, 두릅초회, 뽕잎들깨무침.
바다의 나물
산과 들, 텃밭에서 나는 채소에서 흙 내음이 나는 것처럼 해조는 향긋한 바다 내음을 품은 바다 채소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로 항암 효과와 노화 방지 기능 이 있으며 칼로리가 낮아 건강을 위해 현대인이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피를 맑게 하고 성인병 예방에 좋은 미역과 칼슘 함량이 해조류 중 가장 높은 톳은 겨울부터 봄까지가 채취 시기로 말리거나 가공하지 않은 것을 맛볼 수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는 김도 이때 채취한 것이 가장 맛있고 단백질 함량이 풍부하다. 김 세 장이 장어구이 한 접시와 맞먹을 정도니 밥상 위에 사시사철 올려 영양제처럼 즐기면 건강에 유익하다. 미역과 다시마를 합친 것처럼 생긴 곰피도 이때가 가장 맛있다. 겉면이 올록볼록한 것이 특징으로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다. 봄부터 여름까지가 제철인 파래는 바다의 비타민이나 다름없다. 철분이 풍부해 빈혈에 효과적이고,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 A와 C도 풍부하다. 제철은 아니지만 다시마와 꼬시래기도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 A를 많이 함유한 대표 해조류로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매끄럽게 해준다. 해조는 아니지만 갯벌에서 염분을 먹고 자라 갯나물로도 불리는 세발나물은 섬유질이 풍부하며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그 밖에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바다 나물로는 감태, 매생이, 청각 등이 있다.
왼쪽부터 미역, 톳, 세발나물, 다시마, 꼬시래기, 곰피, 김, 파래.
바다나물 영양 밥상
다시마와 비슷하지만 좀 더 아삭한 곰피의 식감을 살리려면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좋다. 쌈으로 만들어 쌈장을 곁들이면 다이어트 메뉴로도 제격이다. 매일 밥상에 오르는 김은 불에 살짝 구워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지만 무침, 구이, 부각으로도 만들며 국으로 끓이면 별미다. 꼬시래기는 나물 찬으로 주로 먹는데, 파래와 함께 넣어 만든 죽은 미용식이자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다. 파래는 무채와 함께 무치면 그 자체가 영양식으로, 파래에 무를 넣으면 씹는 식감도 좋아지고 무에 함유된 효소가 소화 흡수를 돕기 때문. 갯벌에서 자라 짠맛이 강한 세발나물은 양념장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먹는 것이 가장 맛있고, 해조류 중에서 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는 미역과 다시마도 무치거나 볶기만 해도 맛있다. 그중에서 다시마는 천연 조미료로도 많이 쓰는데, 쌈으로 즐겨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튀김부각으로 만들어 먹으면 다시마 성분이 체내에 잘 흡수되어 효과적이다. 톳은 불린 쌀에 올려 톳나물밥으로 즐기지만 밥반찬으로도 제격이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치면 산뜻한 맛과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곰피쌈밥과 쌈장, 김국, 꼬시래기오이무침, 파래무채무침, 세발나물두부무침, 미역매실무침, 다시마와 토하젓쌈, 톳초고추장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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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김정은 세트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일러스트레이션 김진아 캘리그래피 강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