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입맛 돋우는 봄날의 손님상
제철 재료만 한 명약도 없다. 초봄엔 향기로운 푸성귀만으로도 밥상이 푸짐하니 초대 요리로도 손색없다. 집밥을 업그레이드해 손은 줄이고 까칠한 입맛은 살려주는 소박한 손님상을 제안한다. 봄을 만끽하는 환대의 자리로 더할 나위 없을뿐더러 집에서 외식하는 기분도 낼 수 있다.


제철 음식으로 차린 소박한 접대
계절은 늘 어김이 없다. 마른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고 들판에 싱그러운 봄기운이 성큼 다가오면 푸성귀만으로도 밥상이 푸짐해진다. 몸과 입맛이 나른하게 봄을 타는 이즈음의 밥상이야말로 1년 중 자연이 베푸는 생명력을 가장 강력하게 느낄 수 있다. 초대 요리도 다르지 않다. <행복> 1월호에 진행한 집밥 설문 조사를 보면 손님 초대 시 가장 신경 쓰는 점으로 음식 맛과 가짓수가 아닌 메뉴 구성을 꼽았다. 하지만 메뉴 짜는 법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지금 먹으면 좋은 것이 무엇인가’다. 제철 음식을 기본으로 맛이 겹치지 않게 구성하면 된다. 노 영희 요리 연구가는 긴 겨울에 깔깔해진 입맛을 돋우는 데 봄나물 요리만 한 것이 없다며, 메인이 꼭 고기 요리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버려도 메뉴 짜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조언한다. 하물며 매일 먹는 집밥도 상 차림과 담음새만 달리하면 훌륭한 초대 요리가 될 수 있다는 것.

메인 요리가 정해지면 다른 코스 요리를 구성할 때 살필 것이 있다. 시쳇말로 육해공군을 빠짐 없이 갖춰야 한다. 특히 전채 요리는 사람으로 따지면 첫인상 같은 음식인지라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돋보여야 한다. 날씨가 추우면 뜨거운 것으로, 따뜻하면 차가운 것으로 바꿔줘야 한다. 이럴 때 제격인 음식이 바로 타락죽이다. 죽은 우리 음식 중 가장 부드러워 소화가 잘되는 데다 우유로 만든 타락죽은 식거나 불어도 맛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임금의 첫 끼니인 초조반에 올리던 보양 음식이니 전채 요리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계절이 바뀌는 때이니만큼 상차림에 봄 분위기를 내려면 센터피스에도 신경 쓴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매화가 제격인데, 이른 봄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므로 의미 있다. 기다란 직사각형 접시 위에 이끼를 올리고 돌멩이와 매화로 장식하면 정갈하고 운치 있는데, 여기에 컵에 물을 담아 매화 꽃 잎을 띄워 함께 올리면 식탁에 재미와 생동감을 더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이때 이가 빠진 컵을 활용해도 좋다.

코스 1
타락죽


재료(4인분)
찹쌀가루 1컵, 물, 우유 2컵씩,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찹쌀가루는 마른 팬에 약간 노르스름할 때까지 볶는다.
본래는 열전도율을 낮추기 위해 창호지를 깔고 볶는다.
2 냄비에 ①의 볶은 찹쌀가루와 물을 붓고 나무 주걱으로 계속 저으면서 중간 불에서 끓인다. 20분 정도 끓이다가 우유를 붓고 다시 저으면서 10분 정도 더 끓인 다음 불을 끄고 소금으로 간한다.

코스 2
아롱사태 냉채

재료(4인분)
아롱사태 편육 80g(대파 잎?양파?통후추 적당량), 무 100g(설탕 1/2큰술, 소금 1작은술), 미나리 50g, 숙주 60g(소금?참기름 약간씩), 송송 썬 파 약간
초간장 소스 국간장?식초 11/2큰술씩, 설탕 1큰술, 마늘즙 1/2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만들기 1 냄비에 아롱사태와 대파 잎, 양파, 통후추를 넣고 물을 부어 끓기 시작하면 중간 불에서 1시간 정도 삶은 뒤 불을 끄고 식힌다.
2 무는 3mm 굵기, 3cm 길이로 채 썰어 설탕과 소금을 뿌려 10분 정도 두었다가 꼭 짠다. 아롱사태도 무채 크기로 썬다.
3 미나리는 3cm 길이로 썰어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꼭 짠다. 숙주는 냄비에 물 1/4컵과 소금을 약간 넣어 뚜껑을 덮고 삶은 뒤 체에 쏟아 식혀 물기를 걷고, 담기 직전에 소금과 참기름을 약간 넣고 무친다.
4 국간장, 식초, 설탕, 마늘즙, 참기름을 잘 섞어 초간장 소스를 만든다.
5 접시에 아롱사태와 채소를 담고 소스를 끼얹은 뒤 송송 썬 파를 얹는다.

“입을 축이면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우리의 음식 문화다. 부드러운 죽으로 코스를 시작했다면 그다음엔 맛은 물론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내는 것이 좋다. 고기 요리가 없으면 서운하므로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아롱사태를 냉채로 내면 입맛을 돋울 수 있을 것. 테이블 가운데에 음식 접시를 놓고 각자 덜어 먹게 해도 좋지만, 볼에 담아내면 받는 이에게 대접받는 기분을 줄 것이다.”

코스 3
봄나물 말이밥과 명란무국


봄나물말이밥

재료(4인분) 밥 4공기, 참기름 1큰술
손질한 나물 두릅, 냉이, 취나물, 씀바귀 100g씩, 봄동 12~16장
초고추장 양념 고추장 11/2큰술, 설탕 1큰술, 식초 2작은술,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1작은술
된장 양념 된장 1큰술, 다진 마늘 1/2작은술, 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만들기 1 준비한 나물을 손질한다. 두릅은 나무 부분을 잘라낸 후 떡잎을 떼어내고, 냉이는 잎과 뿌리가 이어진 부분의 검은 것을 칼끝으로 저민 후 칼날로 잔뿌리를 훑는다. 취나물은 밑동을 약간 잘라내어 씻고, 씀바귀는 잔뿌리를 훑어내 씻는다. 봄동은 뿌리 쪽을 잘라내고 한 잎씩 떼어 씻는다.
2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으면 소금을 약간 넣고 향이 적은 나물부터 데친다. 봄동, 두릅, 냉이, 취나물, 씀바귀 순으로 데쳐서 각각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단, 씀바귀는 찬물에 담가서 쓴맛을 뺀다.
3 나물은 미리 무쳐놓으면 물이 생겨 맛이 덜하므로 음식을 내기 바로 직전에 각각 어울리는 양념에 무친다. 두릅과 냉이는 초고추장에, 취나물과 씀바귀는 된장 양념에 조물조물 무친다.
4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이 뜨거울 때 참기름을 넣어 고루 비빈다.
5 김발 위에 데친 봄동 잎을 얹고 ④의 밥을 펴 올린 다음 가운데에 ③의 무친 나물을 놓고 돌돌 말아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약고추장(고추장볶음)을 곁들이면 더 맛있다.

명란뭇국
재료(4인분)
무 200g, 두부 100g, 명란 1주머니, 생강 1톨, 대파 1대, 국간장 1작은술, 소금, 송송 썬 쪽파 약간씩
만들기 1 무와 두부는 가로세로 1cm 크기로 썬다. 두부에 소금을 약간 뿌려서 물기를 빼고, 명란은 12등분한다. 생강은 갈고, 대파는 어슷 썬다.
2 냄비에 ①의 무와 생강, 대파를 넣고 물 5~6컵을 부어서 무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3 ②의 무가 익으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①의 두부를 넣는다. 음식을 그릇에 담기 직전에 명란을 넣고, 국물이 말갛게 되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4 그릇에 ③을 담고 송송 썬 쪽파를 얹는다.

“봄나물을 한 그릇으로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비빔밥이다. 손님 초대 요리로도 손색없는데, 그만한 정성이 양념처럼 배어 있기 때문일 터. 코스로 음식을 낼 때는 양이 많을 필요가 없어 비빔밥을 말이나 쌈 등으로 형식을 조금 바꿔 내도 좋다. 손님이 음식을 편안하게 즐기게 하는 것이 초대상의 미덕인 만큼 봄나물말이밥은 배려가 깃든 ‘한 입 영양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깔끔한 명란뭇국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코스 4
제철 딸기와 오미자 화채

새알심을 넣은 오미자화채

재료(4인분) 오미자 1/2컵, 끓여서 미지근하게 식힌 물 3컵, 꿀이나 시럽(설탕・물 1/2컵씩), 배 약간
새알심 찹쌀가루 1컵, 꿀・끓는 물 1큰술씩, 잣 약간
만들기 1 오미자는 물에 비벼 씻어서 건져 물기를 빼고, 팔팔 끓인 후 60℃ 정도로 미지근하게 식힌 물을 부어서 하룻밤 정도 오미자물을 우린 다음 면포에 국물만 밭는다.
2 ①의 오미자 우린 물에 시럽이나 꿀(향이 없는 것)을 타서 기호대로 단맛을 조절한 뒤 냉장고에 차게 보관한다. 시럽은 물에 설탕과 꿀을 넣고 약한 불에서 끓인 후 식혀 만든다.
3 찹쌀가루(소금 넣은 것)에 꿀과 끓는 물을 붓고 익반죽해 은행알 크기로 새알심을 만든다. 속에 잣을 한두 개씩 넣으면 고소한 맛을 더할 수 있다.
4 새알심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 후 건져 얼음물에 담가 식힌다.
5 컵에 ②의 오미자 시럽을 붓고 새알심을 넣은 뒤 0.5cm 두께로 썬 배 과육을 꽃 모양 틀로 찍어 띄운다.

“후식은 계절감을 제일 잘 나타낼 수 있는 코스다. 제철 딸기의 꼭지와 밑동을 잘라내고 세로로 이등분해 어슷하게 올리면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게 담을 수 있는데, 이때 접시는 빨간 딸기와 보색 대비를 이루는 정유리 작가의 녹색 옻칠 매트를 사용해 봄 분위기가 나게 연출했다. 여기에 새알심을 넣은 오미자화채를 곁들이면 소화도 돕고 입가심도 말끔하게 된다.”


정성을 더하는 음식 포장법
초대한 이들이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대접한 음식을 그대로 선물하는 것도 좋지만, 양념이나 소스 등을 선물한다면 세심함이 더욱 돋보일 터. 특히 봄나물말이밥에 곁들인 약고추장은 고추장에 다진 고기를 넣어 볶은 것으로 음식 선물로 제격이다. 밥이나 비빔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으로 쌈밥을 먹을 때도 좋아서 봄부터 여름까지 내내 즐길 수 있기 때문. 디저트에 음료로 낸 오미자 시럽도 함께 선물하면 금상첨화다. 약고추장과 오미자 시럽은 소독한 유리병에 각각 담아 천 주머니(시장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마대도 좋다) 속에 넣은 뒤 끈으로 묶는데, 주머니가 길면 입구를 뒤집어 묶어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이대로 포장해도 좋지만, 센터피스로 사용한 이끼, 돌멩이, 꽃 등의 자연 소재를 상자에 함께 담으면 더없이 훌륭한 선물이 된다. 상자 안에 비닐 포장지를 깔고 그 위에 한지를 까는 이유는 이끼에서 흘러나온 물이 새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한지는 선물을 감쌀 만큼 넉넉한 길이로 자른다. 상자 가운데에는 한지를 돌돌 말아 넣는데, 이것이 칸막이 역할을 한다. 음식을 넣지 않은 빈칸에 자연 소재를 보기 좋게 담고 길게 자른 한지를 덮으면 내용물이 보이지 않으니 포장의 미학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이때에도 송곳이나 꼬치 등으로 구멍을 뚫어 실 끈을 꿰어 묶으면 장식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받는이를 배려한 격식 있는 포장이 된다. 그런 다음 뚜껑을 덮고 한지로 상자를 포장한 후 끈으로 묶는다. 끈 끝에 매듭을 지어 자연스럽게 늘어지는 효과를 낸 뒤 꽃으로 장식하면 품격을 더할 수 있다.

약고추장 만들기
다진 쇠고기(50g)를 양념(다진 마늘·다진 파·설탕·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하여 밑간한다.
냄비에 참기름(1/2큰술)을 두르고 양념한 다진 쇠고기를 넣어 볶다가 고기가 익기 시작하면 고추장(1컵)을 넣어 고루 어우러지게 볶는다.
여기에 배즙(4큰술)을 넣고 20분 정도 저으면서 끓인다. 되직해지면 꿀(2큰술)과 참기름(큰술), 잣(2큰술)을 넣어 섞고 불을 끈 다음 식혀서 밀폐 용기에 담는다.
냉장고에 보관하며 사용할 수 있어 음식 선물로 좋다.

노영희 요리 연구가가 직접 만들고 정성스럽게 포장한 약고추장과 센터피스로 사용한 매화, 이끼, 돌멩이 등은 감사 메시지와 함께 캘리그래퍼 강병인 선생에게 선물했다.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캘리그래피 정선희

진행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