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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우리 먹을거리를 보전하다 맛의 방주
작년 가을, 우리의 전통 먹을거리 여덟 가지가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승선했다. 맛의 방주는 슬로푸드국제본부가 점점 잊혀가고 멸종할 위기에 처한 전 세계 각 지역의 토종 음식과 종자를 지키고자 벌이는 사업이다. 선정 기준도 까다롭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것으로 지역의 전통문화와 연결되어 있고, 농민이나 소규모 가공업체가 소량 생산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저마다 사연이 있어 소멸할 위기에 처한 것들이다. 이번 맛의 방주에 오른 전통 먹을거리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제주의 푸른콩장과 한우, 울릉도의 칡소와 섬말나리, 충남 논산의 연산오계와 태안의 자염 그리고 전남 장흥의 돈차 등 생소한 것 일색이라 한데 모으는 것만도 애를 먹었다. 이것들이 명맥이 끊긴 데는 우리의 서글픈 근현대사가 큰 몫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수탈당하고 한국전쟁으로 전국이 초토화된 후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밀어붙인 산업화의 부작용은 우리의 입맛뿐 아니라 음식 문화 또한 엉망으로 만든 듯하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참 많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관심을 가지고 우리 식생활에 끌어들이는 것. 우리 식재료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셰프 5인도 그 뜻을 함께했다. 그들이 선보인 음식과 함께 맛의 방주에 오른 여덟 가지 식재료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시라. 좋은 음식을 즐기는 것도 우리의 권리다.




경남 진주
앉은뱅이 밀
우리 토종 밀인 ‘앉은뱅이밀’은 키가 50~80cm로 작아 비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병충해에 강해 농사짓기가 수월하다. 일반 밀에 비해 글루텐 함량이 적지만 찰기가 좋은 데다 맛도 달고 구수하다. 특히 전이나 칼국수, 수제비 등으로 만들면 맛있다. 한데도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은 1984년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며서부터다. 1991년에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으나 토종 밀이 아닌 수입 밀과 비슷한 종류의 개량종인 금강밀이 보급됐다. 설 자리를 잃은 앉은뱅이밀이 어렵게 명맥을 이어온 것은 경남 진주시 금곡정미소에서 전통 맷돌식 제분기로 토종 밀을 제분해주었기 때문이다. 3대째 가업을 잇는 백관실 대표는 “앉은뱅이밀은 껍질이 얇고 황토색으로 빻으면 붉은 기가 돌아 그간 외면받았다”며 일반 밀에 비해 소화불량과 아토피의 원인인 글루텐 함량이 적다고 강조한다. 앉은뱅이밀 맛이 궁금하다면 ‘진주 토종 우리밀’을 찾아볼 것.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만 가능하다. 문의 금곡정미소(055-756-1156)

“앉은뱅이밀은 맛이 구수하며 마치 흙냄새 같은 독특한 향이 난다. 가루로 빻으면 곱지만 글루텐 함량이 적어 식빵처럼 식감이 부드러운 빵을 만들기 보다는 스콘, 포카차 등을 만드는 데에 더 적당하다.씹을수록 담백하고 고소하며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단, 찰기가 강하므로 일반 밀가루보다 짧은 시간 반죽한다.”__허민수(오븐과 주전자 셰프)


제주 푸른콩장
제주도에는 장 담그는 데 가장 적합하다 하여 ‘장콩’이라 부르는 콩이 있는데, 바로 푸른콩이다. 제주 지역 토종 대두大豆로, 제주에선 이것을 ‘푸린독새기콩’이라 부른다. 이 푸른콩으로 담근 된장・간장・누룩장・막장 등 장류가 바로 ‘푸른콩장’인 것. 푸른콩장을 생산하는 한라산청정촌의 김민수 대표는 제주에선 장을 담글 때 보리나 밀로 만든 누룩을 넣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된장은 고형분(삶은 콩)과 액(간장)을 분리하는 단계에서 고형분에 보리나 밀로 만든 누룩을 넣어 간장으로 빠진 맛과 영양을 보강해준다. 남은 액(간장)에도 누룩을 첨가해 1차 숙성한 후 누룩을 빼고 2차 숙성시켜 푸른콩간장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푸른콩장은 일반 전통 장에 비해 큼큼하지 않고 술 향과 단맛이 난다. 뛰어난 맛과 향에도 푸른콩의 생산량이 줄고, 푸른콩장의 명맥 또한 끊기다시피 한 것은 재배하기 까다롭기 때문. 밑동이 다른 품종보다 굵고 키가 커서 기계 수확이 어렵고, 영글었을 때 바로 수확하지 않으면 꼬투리가 터져버리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품종 하나가 없어지는 것은 그 품종과 함께해온 삶의 양식이 사라지는 것일 터. 소비가 늘면 생산도 늘게 마련이고, 지역마다 집집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는 전통 장 문화도 살아날 것이다. 문의 한라산청정촌(064-738-7778)

“된장과 간장 모두 뚜껑을 열자마자 아로마(향)가 강한 것이 인상적이다. 일반 전통 장에 비해 염도가 높지 않고 맛도 다디달다. 제주산 식자재와 함께 조리했는데, 문어와 함께 즐기는 살라미나 초리조 대신 보리누룩된장과 된장 파우더로 감칠맛을 내고, 문어 매리네이드 소스도 푸른콩간장을 사용해 맛과 향을 더했다. 제주의 산마로는 면을 더해 샐러드로 만들었다. 이탈리아의 아티초크샐러드를 응용한 것으로, 푸른콩간장유자 드레싱이 입맛을 돋운다.” 강민구(에스엠크라제기업 총괄 셰프)


제주 흑우
한우 하면 누렁소(황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전신이 검은 제주 흑우 또한 명실상부한 ‘한우’다. ‘일본 소는 검정소, 한국 소는 누렁소’라는 인식은 1930년대 일본의 모색통일毛色統一 정책의 영향인 것. 제주국립수산과학원 조상래 연구관은 “제주 흑우는 고기 맛이 유독 담백하고 구수하다. 지방산을 분석한 결과 고기 맛과 관련한 올레인산 함량이 다른 한우 품종보다 높다”고 말한다. 육질 평가에서도 향미, 다즙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 제주 흑우가 되살아난 것은 1992년 제주도가 증식 사업을 벌이면서부터다. 덕분에 2004년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지역 재래 가축으로 등재됐고, 2013년에는 국가 지정 문화재 천연기념물 제546호로도 지정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서 지역 특화 명품화 사업을 추진해 사라져가는 한우 품종을 되살린 경우인 것. 현재는 1천5백여 두를 아흔일곱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데, 제주 지역 특산품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제주 흑우 전문 식당이 있으며, 서울 지역 백화점에서 선물용 정육 세트로도 판매한다.

“제주 흑우는 마블링이 과도하지 않고 기름의 풍미가 좋으며 식감이 뛰어나 스테이크로 즐겨도 맛있다. 한국의 봄맛을 느낄 수 있도록 달래간장 버터로 구운 후 달래 피클을 곁들여 산미를 더했으며, 사골은 오븐에 구운 후 냉이 샐러드를 더해 골수의 다소 기름진 맛을 덜었다.” _이경호(오키친 셰프)



충남 논산 연산 오계
오계烏鷄는 오골계의 줄임말이 아니다. 뼈가 까마귀처럼 검은 닭이라 하여 붙은 이름으로, 뼈뿐 아니라 깃털, 껍질, 살, 발톱, 부리, 눈까지 온통 검은빛이다. 뼈만 검거나 일부 부위만 검은 일본의 천연기념물 오골계와는 확연히 다른 것. 흔히 ‘연산오계’로 불리며, 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정확한 명칭은 ‘연산 화악리 오계’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해진 데는 연산오계의 까다로운 성미 탓이 크다. 야생성이 강해 일반 닭처럼 좁은 우리에서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서로 싸우다. 죽기 일쑤다. 멸종 위기에 처한 연산오계가 명맥을 잇는 것은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있는 지산농원 덕분. 가업을 잇기 위해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농장을 유지하고 있는 6대 지킴이 이승숙 대표는 “오계는 약이다. 한두 달이면 다 자라는 개량종 닭과 달리 적어도 6개월은 키워야 하는데, 다 커봤자 800g 정도다. 게다가 야생성이 강해 사료도 잘 먹지 않고, 달걀 생산도 1년에 1백여 개 정도가 전부다. 근육이 발달하고 살코기가 부드럽지 않은 것이 꿩과 비슷해 푹 삶는 탕이나 찜 요리에 적당하다”며 뼈 국물이 진수라고 강조한다. 직거래로 고기와 달걀을 판매하며, 약재나 다름없는 순종과 일반 요리로도 즐길 수 있는 개량종이 있다. 연산오계로 만든 약선 요리도 맛볼 수 있으니 몸이 허하다면 꼭 찾을 것. 문의 지산농원(041-735-0707)

“연산오계는 목적성이 확실한 재료다. 미식보다 보양식으로 즐기기에 제격인 것. 자연 상태로 키워 육질이 질기고 살코기양도 적어 일반 닭고기를 조리할 때 주로 쓰는 구이 요리와는 맞지 않는다. 뼈 우린 국물은 약이나 다름없는데, 약성과 맛을 함께 살리기 위해 미리 우려둔 노계 육수에 오계의 뼈와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국물을 다시 우렸다. 살코기는 경단으로 만들어 함께 곁들였다.” _권우중(CJ푸드빌 한식 담당 셰프, 비비고&계절밥상 총괄 셰프)


충남 태안 자염
‘활염’ ‘육염’으로도 불리던 자염煮鹽은 가마솥에 끓여 만든 소금이다. 흔히 소금은 바닷물을 염전에 끌어들여 바람과 햇빛으로 말려 얻는 것으로만 알고 있으니 신기하고 낯선 것이 사실. 하지만 염전에서 만드는 천일제염법은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것으로 불과 1백여 년 전만 해도 자염이 이 땅의 유일한 소금 제조법이었다. 소금을 생산하는 일이 고된 것은 매한가지지만 전통 자염은 그 노고만큼 최고의 소금으로 꼽힌다. 짠맛이 덜하고 입자 또한 매우 곱고 부드러워 마치 눈송이 같다. 갯벌의 흙을 갈아 햇볕에 말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흙의 염도가 높아지는데, 이 흙을 갯벌에 판 구덩이에 채워놓는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왔을 때 흙을 통과한 바닷물은 염도가 12~17도로 높아진다. 이 물을 대형 가마에 붓고 은근한 불에 끓인다. 무려 10시간에 이르니 “밤잠을 떨치고 장작 여덟 짐은 태워야 소금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이는 작업이다. 순도 높고, 염도 낮은 명품 자염의 탄생은 실로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 특별한 전통 자염을 다시 탄생시킨 곳은 충남 태안군 근흥면 영농조합법인 ‘소금굽는사람들’이다.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렵지만 장인 정신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문의 소금굽는사람들(041-672-3001)

“자염은 일반 정제염과 천일염에 비해 짠맛과 쓴맛, 떫은맛이 덜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칼슘이 천일염에 비해 1.5배, 유리아미노산이 5배나 많은 반면 염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 때문에 김치나 장 같은 발효 식품을 담글 때 젖산균 개체수를 증식시키는 효과가 크다. 특히 배추의 섬유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어 다른 소금으로 담근 것에 비해 아삭한 맛이 훨씬 오래간다.” _정낙추(소금굽는사람들 대표)


울릉도 칡소
알고 보면 칡소만큼 친근한 재래 한우도 없다. 동요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에 나오는 얼룩소도, 정지용의 시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배기 황소’도, 얼룩 줄무늬가 눈에 띄는 이중섭 화백의 그림 속 소도 모두 칡소인 것. 검은 무늬와 누런 무늬가 번갈아 나타나는 줄무늬가 호랑이 같다 하여 ‘범소’로도 불렸으며, 최근에는 호랑이 무늬의 약소라 하여 ‘호랑약소’로 칭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다. 고구려 고분 벽화(안악 3호분)에는 검정소(제주 흑우), 누렁소(황소), 얼룩소가 먹이를 먹는 모습이 있는데, 그중 얼룩소가 바로 칡소다. 실로 오랜 역사를 우리와 함께한 것. 역사적으로 한반도 곳곳에서 기르던 칡소를 보기 어렵게 된 건 제주 흑우와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의 축산 정책 때문이다. 강원도 산골 일부 농가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다 최근 울릉군이 적극적으로 복원・사육 사업을 벌이면서 울릉도 지역에서만 현재 4백 두 정도를 사육하며, 전국적으로는 1천5백 두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 울릉군농업기술센터 이경태 계장은 “울릉도 칡소는 구황 식품으로도 쓰던 야초野草를 먹이는 전통 방식으로 키운다. 그 덕분에 옛 맛 그대로 육질이 연하고 고기 색깔은 일반 한우에 비해 조금 검붉다. 지방 함량이 적어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도 일품”이라며 꼭 맛볼 것을 권한다. 특히 울릉도에서는 옛날 방식 그대로 신선육을 즐길 수 있는데, 울릉도칡소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울릉도호랑약소플라자가 그곳. 다른 지역과 달리 도축 즉시 생고기로 굽거나 조리하기 때문에 쇠고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과 추석 즈음에는 서울 롯데백화점에서도 호랑약소라는 이름으로 구입할 수 있다. 문의 울릉도호랑약소플라자(054-791-1447)

“칡소는 고기 색이 유달리 진하고 육질과 맛이 빼어나다. 일반 한우에 비해 마블링이 덜해 기름기가 적어 맛이 담백한 것. 유달리 부드럽고 고소해 육회로 즐기기 좋은데, 이탈리아식 육회에 해당하는 것이 카르파초carpaccio로 전채 요리로 제격이다. 입맛을 돋우기 위해 새콤달콤한 크림 소스를 더했는데, 포도 주스에 사과식초와 생크림을 섞어 질소 가스로 가볍게 에스푸마espuma로 만들어 도넛 모양으로 접시에 짜내 담고 칡소를 얇게 저며 덮었다. ”_최현석(엘본더테이블 셰프)


섬말나리 그림은 세밀화가 송훈 작가 작품, 손글씨는 김기순 할머니.

울릉도 섬말나리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말나리는 ‘백합의 조상’으로 불린다. 관상용으로 인기 있으며 약용과 식용으로도 쓰는데, 울릉도에 정착한 사람들은 자생하는 섬말나리의 뿌리를 구황식물로 삼았다. 어린순을 삶아서 나물로 먹거나 비늘줄기를 어린순과 함께 먹기도 했다. 과거 섬말나리 자생 지역이 ‘나리분지’ ‘나리골’이라 불릴 정도로 군락을 이루며 번성했으나, 불법 채취와 들쥐 때문에 개체 수가 많이 감소해 1997년 산림청이 희귀 및 멸종 위기 식물 제37호로 지정했고, 울릉군은 재배지를 늘리기 위해 전통 음식 복원에 힘쓰고 있다. 나리분지 지역의 농가 맛집을 통해 섬말나리 뿌리나 어린순을 넣은 산채비빔밥 등 음식을 개발하고 있는 것. 울릉군농업기술센터 장병태 과장은 “섬말나리는 자생 나리 중 대량 증식이 가장 까다로운 종이다. 파종하면 2~3년에 걸쳐 발아하니 재배하기 쉽지 않다. 가을철에 구근(알뿌리)의 인편(비늘 모양의 구조)을 떼어 번식하는 ‘인펀삽’ 방식을 흔히 사용한다. 개체 수를 늘리기 어렵다 보니 7~10월이 아니면 울릉도에서도 섬말나리를 보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울릉도에서 제철에만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제철 식재료이자 귀한 꽃인 셈이다.

“부모님이 춘궁기에 배고픔을 달래던 섬말나리로 음식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씨를 얻기 위해 7년 전 가을에 성인봉 중턱에 많이 올랐다. 섬말나리는 울릉도 그늘진 숲의 경사면에서 자생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덕분에 섬말나리를 넣어 만든 산채비빔밥을 개발하고, 오래전 나리분지 지역 주민들이 즐겨 먹은 섬말나리범벅도 복원했다.” _한귀숙(나리분지 농가 맛집 산마을식당 대표)


전남 장흥 돈차
돈차는 전통 고형차(덩이차)의 한 종류로, 전남 지역에서 흔히 즐기던 발효차다. 이름 그대로 동글납작하고 가운데 구멍이 뚫린 모양이 마치 엽전 같다. 잎차에 익숙한 요즘에는 모양이 특이한 돈차가 낯선 것이 사실. 언뜻 보면 쇠똥구리가 만든 쇠똥 같지만 비할 바 아니다. 약이 귀하던 시절에는 반상을 가리지 않고 약으로 쓰던 귀한 차로, 눈에 좋고 해독・해열・변비 해소 등의 효능이 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돈차를 음료수처럼 즐겼는데, 일제 강점기에 손이 많이 가는 전통차 대신 잎차를 주로 즐기면서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여기에 까다로운 제조법도 한몫했을 터. 장흥 등 남해안에 자생하는 야생 찻잎을 5월경 채취하는데, 한 사람이 종일 1kg의 잎을 얻기가 힘들다. 채취한 찻잎은 하루쯤 햇볕에 건조시킨 뒤 가마솥에 찌고 절구에 빻아 대나무 틀에 넣어 동그란 덩이차로 빚은 다음 햇볕에 건조시켜 가운데 구멍을 뚫는다. 여러 개를 볏짚에 꿰 처마 밑 등 비가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 일주일에서 열흘간 건조ㆍ발효시킨다. 완성한 돈차는 항아리에 6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음용하는데, 길게는 20년까지도 숙성시킨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깊은 맛과 향이 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아진다. 현재는 장흥군에서 복원해 일곱 군데에서 생산하며, 직거래로 판매한다. 문의 장흥다예원(061-863-8758)

“돈차는 녹차와 달리 떫은맛이 없고 맛과 향이 부드러우며 단맛이 느껴져 매우 편안하다. 일반 차茶처럼 물에 넣고 팔팔 끓이거나 덩이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우린 후 마시는데, ‘끓인다’기보다 ‘달인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그 전에 덩이차를 약한 불에 한 번 굽는데, 이때 균이 소독되고 구수한 맛과 특유한 향이 더해진다. 집에서는 깨끗한 팬에 서서히 구워도 좋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가마솥 뚜껑에 구워주기도 한다.” _장내순(장흥다예원 대표)

권우중(CJ푸드빌 한식 담당 셰프)
연산오계탕
1
노계(1마리)를 끓는 물에 살짝 삶아 물로 씻은 다음 대파(2대), 생강(1톨), 마늘(3쪽)과 물을 넣고 2시간 30분 정도 은근하게 끓여서 기본 육수를 만든다.
2 오계는 뼈와 살을 분리한다. ①의 노계 육수에 뼈를 넣고 대파, 황기, 인삼, 엄나무, 마른 대추, 생강, 마늘, 통후추를 넣어 2시간 정도 끓인 후 면포에 걸러 국물만 밭는다.
3 ②의 국물에 마른 능이버섯을 넣고 찜통에서 4시간 찐다.
4 ②의 오계살을 곱게 다져 잣가루, 두부, 마늘, 파, 소금, 국간장으로 양념해 경단으로 빚은 후 ③의 국물에 넣어 약한 불에서 8분 정도 삶는다. 볼에 경단과 능이버섯을 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 국물을 붓는다.

허민수(오븐과 주전자 셰프)
앉은뱅이밀 토마토 치즈 포카차(5개분)
1
앉은뱅이밀가루(300g), 천일염(5g), 생이스트(6g), 물(180g), 올리브유(36g)를 모두 섞어 반죽한 후 1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그런 다음 반죽을 100g씩 분할한 후 둥글리기하여 20분 정도 비닐을 덮어둔다.
2 ①의 반죽을 동글납작하게 성형해 다시 1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 다음 윗면에 올리브유을 충분히 바르고 손가락 자국을 낸 후, 오븐에 말린 토마토와 치즈를 적당량 올려 230℃로 예열한 오븐에서 8분간 굽는다.

앉은뱅이밀 건포도호두 스콘(5개분)
1
천연 버터(100g)에 소금(2g), 설탕(30g)을 넣어 섞은 다음 달걀(1개)과 플레인 요구르트(80g)를 넣고 섞는다.
2 앉은뱅이밀가루(250g)와 베이킹파우더(6g)는 체로 쳐 ①에 넣고, 호두(30g)와 건포도(50g)도 넣어 섞는다.
3 ②의 반죽을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휴지시킨 후 120g 정도씩 분할해 삼각형으로 성형한 다음, 달걀노른자를 윗면에 발라 21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굽는다.

앉은뱅이밀 해바라기씨앗빵(3개분)
1
앉은뱅이밀가루(650g), 천일염(10g), 생 이스트(15g), 물(420g), 버터(20g), 설탕(20g)을 모두 섞어 반죽한 후 1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다.
2 ①의 반죽을 350g으로 분할한 후 둥글리기 하여 20분 정도 비닐을 덮어 둔다.
3 ②의 반죽을 식빵 모양으로 성형한 후 해바라기 씨앗을 듬뿍 묻혀 식빵틀에 넣고, 다시 1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서 발효한 후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굽는다.

강민구(에스엠크라제기업 총괄 셰프)
문어 푸른콩된장구이와 뿌리채소 샐러드
1
다시마 국물(물 2kg, 무 300g, 다시마 가로세로 3cm)에 푸른콩보리누룩된장(150g)을 풀고 문어(500g)를 넣어 약한 불에서 2시간 정도 삶은 후 식힌다.
2 푸른콩간장(20g)에 쌀식초(10g), 올리브유(60g), 양파(20g), 마늘(5g), 파프리카 파우더를 고루 섞은 후 ①의 문어를 매리네이드한다.
3 버터(100g)를 녹인 뒤 올리브유(100g), 푸른콩보리누룩된장(100g), 꿀(100g), 유자즙(30g), 유자 제스트를 섞어 된장 버터를 만든다.
4 각종 뿌리채소를 잘게 잘라 살짝 데친 뒤 ③의 된장 버터에 버무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굽는다.
5 푸른콩된장을 100℃로 예열한 오븐에서 4~8시간 정도 말린 후 믹서에 굵게 갈아 된장 파우더를 만든다.
6 붉은 피망(50g)과 노란 파프리카(50g)를 잘게 잘라 올리브유(50g), 유자즙(20g), 꿀(20g), 유자 제스트와 먹물을 약간씩 넣고 섞어 먹물 비네그레트소스를 만든다.
7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②의 문어를 노릇하게 구운 후, ④의 뿌리채소와 함께 접시에 담는다. 그 위에 ⑥의 소스를 뿌리고, ⑤의 된장 파우더를 고루 뿌린다.

푸른콩간장유자 드레싱과 중면&마 샐러드
1
푸른콩간장(50g)에 올리브유(100g), 유자즙(50g), 꿀(50g)과 유자 제스트, 겨자, 마늘, 생강즙을 약간씩 넣고 잘 섞어 푸른콩간장유자 드레싱을 만든다.
2 마(150g)는 반은 길이로 채 썰고, 반은 동전 크기로 잘라 ①의 드레싱 적당량에 참기름을 약간 넣고 섞어 버무린다.
3 제주 중면(100g)을 삶아 얼음물에 여러 번 씻은 후 물기를 빼고 ①의 드레싱을 적당량 넣어 버무린다.
4 쌀죽(100g)은 된장(30g)을 섞어 90℃로 예열한 오븐에서 4시간 동안 말려 된장 칩을 만든 후 조각낸다.
5 접시에 ②와 ③을 담고 ④의 된장 칩과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김부각 가루를 고루 뿌린다.

이경호(오키친 셰프)
흑우채끝 스테이크와 달래간장 버터
1
냄비에 화이트 발사믹(1컵), 설탕(1/2컵), 비트즙(15ml)을 모두 넣고 끓여 피클물을 만든다.
2 달래(6줄기)는 뿌리 부분을 반 갈라 ①의 끓여서 식힌 피클물에 3시간 정도 담가둔다.
3 버터(450g)는 포마드 상태로 만든 뒤 다진 달래(20줄기), 레몬즙(10ml),다진 적양파(1/2개)와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섞어 달래간장 버터를 만든다.
4 감자(1개)는 얇게 채 썰어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빼고 전분을 약간 섞어 160℃로 달군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5 무쇠 팬을 달궈 기름을 두른 후 채끝살(250g)을 올려 색이 고루 나도록 시어링searing해서 접시에 담고, ③의 달래간장 버터를 1~2큰술 올린 후 ②의 달래 피클과 ④의 튀긴 감자를 담아 장식한다.

오븐에 구운 사골과 냉이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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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로 예열한 오븐에 사골을 15~20분간 굽는다.
2 냉이(500g)는 잘게 채 썰어 레몬즙(1/2개 분)과 된장, 고춧가루를 약간씩 넣어 섞는다.
3 ①의 구운 사골 위에 ②의 냉이 샐러드를 올린 후 빵가루를 뿌려 오븐에 굽는다.

최현석(엘본더테이블 셰프)
포도 에스푸마 칡소 카르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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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주스는 약한 불에서 1/2 분량으로 졸인 뒤 약간의 사과식초, 생크림과 함께 사이픈건에 넣고 질소 가스를 충전해서 포도 에스푸마를 만든다.
2 ①의 포도 에스푸마를 도넛 모양으로 접시에 짜고, 그 위에 얇게 저며 썬 칡소를 덮는다.
3 ②의 접시에 깻잎을 채 썰어 곁들인 후 그린 페퍼콘을 약간 올려 장식한다.



스타일링 서영희 방주 제작 노제향 캘리그래피 강병인 도움말 김성훈(슬로푸드문화원 사무국장) 그릇 협조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02-541-8484)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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