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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2스타 받은 뉴욕 한식당 정식Jungsik 오너 셰프 임정식 씨 열정으로 이룬 꿈
자라면서 유난히 식탐이 많던 소년 임정식은 어찌 보면 참 행운아다. 음식 솜씨가 좋은 어머니가 늘 곁에 있었고, 해외여행이 쉽지 않던 1980년대, 방학이면 친척들이 살고 있던 괌에 놀러 가 당시 한국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어렵던 베트남 쌀국수, 미국식 피자, 회전식 스시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군에 입대해 취사병을 하면서 요리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요리 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뒤 2009년 신사동에 첫 레스토랑 ‘정식당’을 오픈했다. 한국에서 스타 셰프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할 무렵, “미친 짓이다”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과감하게 뉴욕으로 향했다. 바쁜 일정으로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지내는 그를 뉴욕 ‘정식’에서 만났다.


한국의 떡살 무늬를 모티프로 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임정식 셰프.

2011년 뉴욕 트라이베카에 ‘정식’을 오픈하고 바로 미슐랭 1스타를 받았다.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간 걸어온 ‘정식’의 2년을 돌아본다면?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트레이닝을 하긴 했지만 전혀 연고도 없는 뉴욕에 식당을 오픈한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하지만 당시를 회상해보면 정말 겁 없이 덤벼든 것 같다.(웃음)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식당을 오픈 하려면 공사 기간만 1년을 잡아야 하는데 운 좋게 9개월 만에 공사를 마쳤다. 중간에 디자인 회사를 바꾸기도 했고, 식당을 여는 것이 단지 요리만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이제 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

2014년 판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2스타를 받았다. 2스타를 받은 곳은 뉴욕에서도 다섯 곳밖에 없으며, 1스타에서 2스타로 등극한 곳도 ‘정식’이 유일한 걸로 알고 있는데 기분이 어땠나. 무척 기뻤고 동시에 ‘아, 이제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뉴욕 데뷔 이후 1스타를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무척 아쉬웠다. 이제는 내년에 3스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마저 생긴다.(웃음) 미슐랭의 평가는 단지 음식 맛으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메뉴의 독창성, 와인 프로그램, 직원들의 서비스, 분위기와 데코 등 전반적인 퀄리티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 1년간 크게 성장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인정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

‘뉴 코리안New Korean’이라고 하는 정식의 메뉴는 어떻게 구성하는가? 정식은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눈 단품 메 뉴와 열 가지 코스로 제공하는 테이스팅 메뉴로 구성하며, 전문 소믈리에가 제안하는 와인 페어링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단품 메뉴 중 쌈장 소스를 넣은 된장문어, 오징어먹물 빵가루를 발라 튀긴 굴튀김, 토마토와 아루 굴라 소르베를 넣은 비빔, 바삭한 삼겹살에 된장을 곁들인 보쌈, 신선한 성게를 올린 비빔밥, 김치 국물과 참기름을 섞은 소스가 독특한 정식 스테이크 같은 단품 메뉴들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어 이제는 정식의 대표 메뉴가 되었다. 요즘은 테이스팅 메뉴에 변화를 주기위해 고심하는데, 특히 해산물과 생선 요리 개발에 푹 빠져 있다.

살구버섯과 표고버섯에 트뤼플 소스를 곁들인 모둠버섯 요리.

오징어 먹물 빵가루로 바삭하게 튀겨낸 정식당의 인기 메뉴 굴튀김.

신선한 성게를 듬뿍 올린 성게비빔밥.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의 실내 인테리어.

미셸 오바마가 최근 김치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뉴욕 타임스>에서도 인사이드 코리아 섹션을 다루듯, 미국에서 한식의 인기가 높아져간다. 한국인 셰프로서 이를 실감하는가? 물론이다. 한국 음식과 식문화는 그 자체만으로 많은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뉴욕에서 느끼는 한식의 인기는 대단하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국 한식이라는 식문화가 미국인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라 믿는다. 정부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라는 취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요리를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의 학비를 보조해준다든지, 한식을 알릴 수 있는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음식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주를 소개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구체적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술을 찾고 있다. 무조건 한국 것이라고 해서, 미국인에게 생소한 것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식당을 경영하는 오너 셰프 입장에서는 누구보다도 객관 적이고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늘 강조하는 캐릭터와 완성도,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소주와 맥주를 좋아하지만, 손님들에게 ‘소맥’을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웃음)

서울과 뉴욕의 주방을 오가며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꽤 힘들 것 같은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한다. 시간이 날때마다 등산을 하고 마라톤 같은 달리는 운동을 좋아한다. 오늘 아침에도 센트럴 파크를 한 바퀴 뛰고 왔다.

셰프가 요즘 ‘뜨는 직업’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요리를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솔직히 TV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다루는 셰프의 화려한 모습은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요리를 업으로 하고 싶다면 부풀려진 허상이 아닌, 자기 자신 안의 열정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무한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무조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좋은 셰프가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노동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스마트하게 일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세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식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나아가 더욱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미슐랭 3스타도 꼭 받고 싶다.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경영하는 것이 꽤 재미있는 일이지만 뉴욕에 다른 식당을 열 계획은 아 직 없다. 오히려 유럽이나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아시아 시장을 눈여겨보는데, 좋은 기회가 닿는다면 세 번째 식당을 오픈하고 싶다.

JUNGSIK
주소
2 Harrison St, New York,NY 10013
문의 +1-212-219-0900, www.jungsik.kr
영업시간 오후 5시~10시 30분, 일요일 휴무

글 이치윤 | 사진 이재안(인물) | 담당 신민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