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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릇 나만의 도시 樂
나를 위한 작은 밥상 ‘도시락’을 앞에 놓고 설레지 않는 이가 있을까? 엄마, 추억, 그리움, 선물…. 도시락이 품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열다섯 명의 작가가 자신들만의 소재와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그들이 직접 작성한 작업 노트를 들여다본다.


1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 수천 번 두드려 방짜를 만드는 정성과 누군가를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정성이 맞닿아 있다. 몸체는 훑기가공 (deep-drawing) 기법으로, 곡선의 분리대는 망치로 두드려 제작해 태극 문양을 완성했다.” 

2 “나에게 도시락은 수작酬酌이다. 커뮤니티, 소통, 서로에게 수작을 거는… 달걀말이, 오이무침, 까만콩자반 등 오색의 산해진미를 조화롭게 담아 동갑내기 소중한 친구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3 “나에게 도시락은 선물이다. 수고한 나에게 대접하는 격려의 선물! 고급 재료인 은을 소박한 형태의 도시락으로 만들어 사치를 부려보았다. 이런 사치는 나에게 생소하지만 가끔은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1 “둥근 합에 유년 시절의 소풍, 가족 나들이, 연인과의 기차 여행 등 행복한 추억을 담고 싶었다. 나무의 따뜻한 감성과 금속을 소지로 한 옻칠을 접목해 품위와 내구성을 높였다.”

2 “사용하지 않는 전통 유기를 두드리고 나무에 옻칠해 건강한 도시락으로 리폼했다. 유기엔 잡곡밥을, 목칠 그릇엔 나물을, 유기 종지엔 고추장을 담아 아내에게 전하련다.”

3 “도시락은 추억이다. 학창 시절 몰래 먹던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 사각 도시락에 견과류를 담아 와인 안주 하시라고 초등학교 은사님께 선물하고 싶다.”

4 “도시락엔 추억이 있어 즐겁고, 또 함께 나눌 수 있어 즐겁다. 열 번 이상 옻칠을 하며 오랜 시간 기다려야 완성되는 도시락에 사랑과 정성을 듬뿍 담아 지인들과 나누고 싶다.”


1 “도시락은 인생의 축도다. 삶의 많은 기억 속에 도시락이 함께한다. 이번 도시락은 일본의 차를 즐기기 위한 것을 기본으로 하며, 프랑스식 디저트와 커피를 담아 친구에게 대접하고 싶다. 한국 친구가 어떤 방법으로 사용해줄지 기대된다.”

2 “통나무를 톱으로 절단할 때 나타나는 원통형 모양으로, 안 쓸 때는 쌓아 하나의 오브제가 되도록 제작했다. 또 색깔별로 민트색과 보라색은 식욕을 억제하고 싶은 이를 위해, 벽돌색은 식욕을 촉진하고 싶은 이를 위해 적용했다.”

3 “나는 매일 선택을 한다. 밥을 사 먹을지, 도시락을 쌀지. 하지만 도시락은 언제나 옳았다. 도시락은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물건이다. 이 도시락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합치거나 구성 요소를 조합해 재료 사용을 최소화했다.”

4 “학창 시절 친구의 도시락에 색색의 반찬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며 부러워했다. 이처럼 도시락은 즐거움이 가득하면서도 프라이드를 나타내는 것. 그래서 난 사랑하는 사람이 도시락 뚜껑을 열 때 느낄 마음을 생각하며 만든다.”


1 “최소한의 쓰임, 즉 실용實用만 남기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타인과 나누고 싶은 것이 내 작업의 목적이다. 뚜껑에 번호를 넣어 산업 사회의 부산물로 여기는 대량생산 자재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복제한 개념으로 작업했다.”

2 “도시락은 한없는 그리움이다. 나이가 들어 많은 것을 잊어도 어린 시절 추억은 점점 더 그립기만 하다. 어머니가 싸주시던 도시락이 생각 나 그때를 떠올리며 백자로 만들었다. 추억의 반찬을 담아 어머니께 드리고 싶다.”

3 “도시락은 내 마음을 담아 전하는 수단이다. 여행길, 인생길에 함께하는 도시락으로 ‘길吉함이 길(長)게 이어지는 길(路)’이 되는 소망을 담았다. 달콤한 한과를 담아 실의에 빠진 친구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의 인생길이 ‘맛’나기를 바라며!”

4 “전체적으로는 전통 도시락 형태를 유지하고 내부만 유약을 발라 흙의 자연스러움을 부각시켰다. 찬그릇은 각각 분리되고 뚜껑은 접시 역할을 한다. 또 살균력이 뛰어난 금과 은을 소부(구워 붙임)해 기능성과 장식성을 높였다.”

촬영 협조 조은숙 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02-541-8484) 

정리 구선숙 편집장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