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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의 참맛과 멋이 있는 이 땅의 빛나는 진주에서
풍류가객이 꼽는 진주의 명물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가 봉황을 섬기는 마음이 담긴 대나무, 둘째가 진주비빔밥과 진주냉면, 교방 상차림, 헛제삿밥으로 대표되는 음식이다. 예부터 진주는 손에 꼽히는 맛의 고장으로 먹을거리가 풍부해 조선시대 지리서 <동국여지승람>에도 “나라에 바치는 곡물 가운데 진주가 영남의 반을 차지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남강 덕에 들판이 드넓고 기름졌기에 진주 사람들은 살림도 넉넉했다. 환경이 중요한 것은 사람이나 고장이나 매한가지인지라 애초부터 부족할 게 없으니 인심은 야박하지 않았지만 결기가 남달라 걸출한 인물도 많이 배출했다. 오죽하면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서 나고, 영남 인재의 반은 진주에서 난다”는 말까지 있을까. 배움이 깊은 만큼 흥도 제대로 즐길 줄 알았다. 풍류를 아는 양반이 모여드니 기생이 북적북적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세번째 명물로 당대의 예인이던 진주 기생을 꼽는 것은 당연지사. 교방 문화를 꽃피운 예향의 도시이니만큼 진주에는 오늘날에도 풍류거리가 넘쳐난다. 개천절에 시작하는 지방 축제의 효시 ‘개천예술제’를 비롯해 볼만한 축제도 많아 명물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5월의 ‘진주논개제’와 10월의 ‘진주남강유등축제’가 대표적으로 여기에서도 임진왜란의 역사와 기생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곳곳에 마음을 뒤흔드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지천이니 알수록 새삼스러운 곳이 진주다. 선조들이 즐기던 풍류의 참맛과 멋을 만끽하고 싶다면 진주에 가라. 별유풍경別有風景과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그곳에 있다.


진주성과 성곽 위에 우아하고 위엄 있게 서 있는 촉석루는 진주의 심장이자 얼굴이다. 진주팔경 중 제1경으로,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꼽혔으니 이곳이야말로 이 땅의 숨은 ‘진주’라 할 수 있다.

“삼천리 방방곡곡 아니 간 곳 없다마는 비봉산 품에 안겨 남강이 꿈을 꾸는 내 고향 진주만은 못해라. 타향을 돌고 돌아 가본 곳도 많다마는 촉석루 서장대에 달빛이 스며드는 내 고향 진주만은 진정 그리워.” 타향살이에 지쳐 고향을 그리는 구슬픈 노랫말이 비단 이 곡뿐이겠냐마는 경남 진주 출신의 가수 남인수가 노래한 ‘내 고향 진주’만큼 제 고장의 비경秘境을 구석구석 소개한 경우도 드물다. 원래 고향이란 존재 자체가 애틋한 법이지만, 진주 사람들의 진주에 대한 자부심은 그만큼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년 고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이 땅에는 각별한 비경과 진미眞味가 곳곳에 숨어 있다.

진주 풍류의 정수, 촉석루와 교방 상차림
진주가 몸통이라면 S자로 굽이쳐 흐르는 남강은 척추요, 진주성은 심장이고, 촉석루는 얼굴이다. 남강 변 절벽 위에 우뚝 솟은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 승첩지의 하나로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대파해 진주대첩의 쾌거를 이룬 곳.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몸을 던진 의암과 의기사(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도 이곳에 있다. 벼랑 꼭대기 바위 위에 올라앉은 촉석루는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낮과 밤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낮의 촉석루가 기개 높은 선비같이 유현하다면, 밤의 촉석루는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더해져 마치 지성과 미모가 빼어난 기생같이 화려하다. 진주 출신으로 국내 최고 광고 대행사 웰콤의 박우덕 사장은 “건너편 대숲길에서 바라보면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고, 촉석루에서 바라보는 남강과 망진산, 뒤벼리의 경관은 가히 절경이다”라며 누각에 올라 ‘진주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을 쐬어보라고 조언한다. 글 좀 쓴다는 묵객들이 이 절경에 감동해 남긴 시판이 6백 수가 넘어 단청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는 옛이야기에 수긍이 갈 것이란다. 지금의 진주성과 촉석루는 1960년에 복원한 것이지만, 누각에서 바라보는 수려한 풍경은 여전해 이곳이 진주팔경 중 제1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양반들이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교방 문화가 꽃피운 현장일 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면 진주성을 지키는 지휘본부였고, 평화로운 시절에는 과거를 치르는 시험장이었으니 미국 뉴스 전문 채널 CNN도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촉석루를 선정했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 1위에 진주성이 꼽혔으니 이곳이야말로 이 땅의 숨은 ‘진주’라 할 수 있다.
유흥을 좇던 풍류객의 발걸음을 잡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진주의 기생과 교방 문화가 한몫했다. 선조들은 진주를 북쪽의 평양과 비견해 “북평양 남진주”라 하며 “평양 기생은 으뜸, 진주 기생은 버금”이라 했는데, 그만큼 진주에는 명기가 많았다. 진주 교방에는 내로라하는 반가 사내들이 드나들었는데, 출중한 외모에 수준 높은 가무를 갖춘 기생과 화려한 진주 교방 음식은 그들이 천릿길 마다 않고 찾는 이유였다. 진주 교방 상차림을 복원한 궁중 요리 전문가이자 아리랑한정식 주인 이소산 씨는 “진주 기생의 특기 중 가장 돋보인 것은 가무와 요리였다.
교방 상차림은 궁중 음식과 제철 향토 음식이 더해졌는데, 술을 곁들이는 만큼 해산물과 국물 요리 위주의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안주류가 대부분이다.” 진주 아니면 풍류의 참맛을 어디서 즐길 수 있으랴. 진주성을 둘러보고 교방 상차림을 받아보기만 해도 천릿길 마다 않고 진주를 찾은 양반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거다.

아리랑한정식
신선로, 조기구이, 어만두, 해삼전, 갈비찜, 대하찜, 삼색전, 버섯묵, 구절판, 홍시 소스 가래떡, 조선잡채, 생선회, 유자 소스 마무침 등 20여 가지 음식이 오르는 아리랑의 교방 상차림은 주인장 이소산 씨가 복원한 것으로, 모양과 색이 아름답고 정갈하다.
교방 상차림 5만 원, 아리랑 상차림 3만 5천 원, 큰 상차림 10만 원. 모두 4인 상차림 1인분 기준.
주소 경남 진주시 남강로 471번길 5(신안동)
문의 055-748-455

여름 진주의 비경 강주연못과 꽃밥 진주비빔밥

“진주의 아름다운 산천은 영남에서 제일이다.” 고려의 문인 이인로는 시화집 <파한집>에서 진주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여름 진주는 날씨가 무덥기는 하나 8월에 진주를 찾는다면 꼭 둘러볼 곳이 강주연못이다. 강주연못의 홍련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연꽃의 깨끗한 자태와 은은한 향기가 논개나 산홍 등 지조가 높기로 이름난 진주의 명기를 떠올리게 한다. 진주시의 최정희 문화관광해설사는 “7~8월의 이른 아침에 가면 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빽빽한 연잎들 사이사이로 청순하게 활짝 솟아오른 붉은 연꽃, 홍련을 볼 수 있다”며 이맘때 연 농사를 짓는 비실마을을 찾으면 연꽃문화축제도 즐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진주의 먹을거리에는 연꽃처럼 고결한 음식이 있는데, 바로 꽃밥이라 불리는 진주비빔밥이다. 일곱 가지 나물에 육회를 올린 자태가 마치 꽃 같다고 하여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고도 한다. 진주비빔밥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지키던 이들이 나물과 밥을 한데 비벼 나눠 먹은 데서 유래했다. 그 당시 희생당한 기생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후배 기생들이 제사 지내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비빔밥을 만들었기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진주비빔밥은 육회를 올리고 해물보탕이나 선짓국을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며, 재료를 잘게 다진 이유는 한 번에 숟가락으로 뜰 수 있고, 먹을 때 입에 묻지 않으며, 소화도 잘되도록 한 것. 가히 양반의 체면까지 생각한 사려 깊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고장의 대표 음식이니 맛집도 여러 군데지만 진주 사람들에게 진주비빔밥 잘하는 집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천황식당이나 제일식당을 추천한다.

천황식당
1915년 문을 연 1백 년 된 맛집으로 재래식 메주로 빚은 간장과 특유의 비법으로 만든 고추장이 전체 음식 맛을 이끌어간다. 곁들여나오는 선짓국 또한 일품이다.
진주비빔밥 8천 원, 석쇠불고기구이 2만 원, 육회 3만 원.
주소 경남 진주시 촉석로 207번길 3(대안동)
문의 055-741-2646

유현한 멋 대나무 숲과 유연한 맛 진주냉면

진주에는 대나무 숲이 유난히 많다. 여기에는 봉황을 섬기는 마음과 함께 대쪽 같은 선비의 기개를 기리는 진주 사람들의 속내가 담겨 있는데, 이들의 성정 또한 꼿꼿한 대나무를 닮았다.
대나무가 흔한 만큼 진주에서는 대나무 가로수길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촉석루 맞은편 대숲길이 대표적으로 뒤벼리와 남강 변 그리고 진주성으로 이어지는 0.5km 길이의 길이다.
10년째 진주에 거주하며 경남과학기술대학교에서 벤처경영학을 가르치는 곽영식 교수는 “진주에는 대숲길이 일품인데, 걷다가 멈추면 촉석루가 마주 보인다. 여름철 대숲길에는 그늘이 있어 그윽한 멋도 느낄 수 있다. 빛이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 대숲길을 걷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그는 지인들이 진주를 찾으면 먼저 경남과학기술대 1백 주년 기념관의 15층에 위치한 스카이라운지에서 블루베리 라테나 고구마 라테를 맛보면서 창밖으로 남강과 뒤벼리, 진주 명물 대나무 숲을 한눈에 조망한다. 그런 다음 대숲길을 따라 걸으며 진주를 느끼고, 진주성 촉석루에 올라 절정을 맞이하는 것을 코스처럼 즐긴다. 유현한 대숲에서 고아한 정취를 즐길 줄 아는 풍류객이 즐기던 유연한 음식이 있으니 바로 진주냉면이다. 두툼한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진주냉면은 교방 문화와 함께 발달했다.
교방에서 밤참으로, 혹은 선주후면 先酒後麵이라 하여 술을 먼저 들고 냉면을 뒤에 먹은 것. 냉면의 시원한 국물이 갈증을 해소하고 메밀이 속을 달래 해장 음식으로 제격이던 모양이다.
슴슴한 평양냉면과 달리 진주냉면은 국물이 진하고 묵직한 맛이 특징인데, 각종 해산물로 육수를 우렸기 때문이다.

진주냉면 들말점
진주냉면은 해물 육수 맛이 일품. 물냉면 7천 원, 비빔냉면과 섞음냉면 각각 8천 원. 육회 2만 원.
주소 경남 진주시 평거로 13번길 21-1(평거동)
문의 055-745-2000

진주의 순박한 삶터 중앙시장과 수복빵집

진주시의 중앙, 대안동・장대동・수정동・평안동 일대를 아우르는 진주중앙유등시장은 조선시대의 지방 장시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시장 중 하나다. 진주 승산마을의 허씨 문중 허명자 여사는 진주에 가면 중앙시장에 꼭 가볼 것을 권하는데, 이유인즉슨 귀한 것들만 숨겼다가 펼쳐놓은 보물 시장 같기 때문이란다. 지리산과 남해 바다의 농수산물과 산청・하동 등 인근 지역의 특산물 집결지로, 이곳의 새벽 시장은 새벽 2시부터 시작해 오전 5~6시가 가장 분주하다.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한 줌씩 들고 나오는 각종 먹을거리일 터. 도로마다 양쪽에 짐 보따리를 풀고 난전을 펼치면 상인과 손님 사이에 흥정과 덤이 오가는 소리가 요란한 만큼 정이 넘쳐난다. 상설 시장이 시작하는 오전 9시면 새벽 시장이 끝나니 늦어도 새벽 6~7시경에는 당도하는 것이 좋다. 중앙시장에는 이곳의 명물로 불리는 70년 가까이 된 허름한 빵집도 있다. 바로 수복빵집으로 찐빵을 단팥죽에 담가 먹거나 찍어 먹는 별식을 내놓는다. 타지로 나간 사람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할 정도고, 타지 사람들은 이 맛이 생각나 중앙시장을 다시 찾기도 한다. 옛 맛 그대로인 팥빙수도 별미다. 정오부터 판매해 오후 2~3시경이면 ‘완판’되니 새벽 시장을 본 후 근처 천황식당이나 제일식당에서 진주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 다시 상설 시장을 둘러본 후 수복빵집에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수복빵집
찐빵 6개 3천 원, 꿀빵 5개 5천 원, 단팥죽 5천 원, 팥빙수 5천 원.
주소 경남 진주시 진주대로 1088번길 8(평안동)
문의 055-741-0520

진주의 뜨는 맛과 멋 장어구이와 진양호

진주의 계절은 진양호에서 시작하고, 하루의 햇덩이는 진양호에서 진다. 하늘과 호수가 붉게 물들어갈 때 휴게 전망대에 올라 마주하는 진양호의 일몰은 말을 잃게 만든다. 아침에 수면 위로 물안개가 잔잔하게 피어오르는 광경도 장관이다. 맑은 날에는 지리산 천왕봉도 한눈에 들어오는데, 흐린 날에도 다섯 개 섬이 자아내는 부드러운 곡선은 마치 자태 고운 명기의 옆선같이 신비하고 아름답다. 남강댐을 건설하며 조성한 인공 호수인 진양호는 진주 사람들에게 각별한 휴식처이기도 하다. 3백65계단으로 이뤄진 ‘소원계단’은 진주시의 윤상기 부시장이 추천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계단 끝에 있는 소원함에 소원을 적은 쪽지를 넣으면 진주시에서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 때 태워 소원 성취를 기원한다. 주변 편백나무 숲도 일품이고 산책로와 함께 40km에 달하는 호반 일주도로는 데이트 코스로 진주에서 단연 으뜸이다.
진양호가 생긴 1970년경에는 진주를 대표하는 먹을거리 하나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시대에 맞는 음식도 하나 둘 더해진 것. 진주성 촉석문 앞 강변도로 변에 줄지어 늘어선 장어 거리는 명물 중 명물이다. 현재 아홉 집이 성업 중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서 깊은 곳이 ‘유정장어’다. 부산・통영과도 가깝지만 진주의 장어구이에는 독특한 데가 있는데, 삼천포의 바닷장어를 가져와 머리와 내장, 뼈를 제거하고 말려 연탄불에 초벌구이한 뒤 냉동실에서 한 달간 숙성시킨 다음 손님상에 내기 전에 재벌구이하는 것.

유정장어
고추장 양념을 발라 연탄불에 굽는 바닷장어와 한방 간장 양념장까지 발라 내는 민물장어가 있는데, 모두 초벌구이한 뒤 주문이 들어오면 재벌구이한다. 장엇국과 메밀냉면도 이 집의 별미다.
민물장어구이 2만 6천 원, 바닷장어구이 1만 9천 원.
주소 경남 진주시 논개길 27(동성동)
문의 055-746-9235

어시스턴트 김은지 푸드 스타일링 김지현 어시스턴트 방소정 촬영 협조 진주시청(055-749-2114, www.jinju.go.kr)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