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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줄 서는 빵집] 연희동 피터팬 제과점 수십 년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빵을 꿈꿉니다
주택가 사이 카페도, 맛집도, 갤러리도 숨어 있는 연희동 골목. 이 동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물 하나가 바로 36년째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피터팬 제과점이다. 빵을 굽던 20대 청년은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박용배 셰프는 여전히 이곳에서 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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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따끈한 빵을 맛볼 수 있도록 하루에도 여러 번 빵을 구워 진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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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과 우유 얼음, 찰떡이 재료의 전부인 옛날 팥빙수.
3 가마솥 앞에서 팥 앙금을 만드는 박용배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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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사용하는 발효종과 낫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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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동네 빵집 느낌이 물씬 나는 초콜릿 케이크.
6 처음 문을 연 1978년보다 매장 크기만 넓어졌을 뿐, 같은 자리를 지킨다.


일곱 살 난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연희동 일대에서는 피터팬 제과점을 모르는 이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네에서 보낸 세월만 어느덧 서른여섯 해다. 1978년 박용배 셰프는 진열대 놓을 자리도 없는 자그마한 공간에서 빵을 구워 아침이면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집집마다 배달했다. 한 번 늦는 일도, 거르는 일도 없이 따끈한 빵을 구워 가져다주는 성실함에 그의 빵을 찾는 이가 하나 둘 늘어났고, 지금의 자리에 빵집을 열게 되었다. 이 빵집에서 동네 주민이던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 그는 이제 매일 아침 아들과 함께 출근한다. 1백 년 넘게 이어가는 빵집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뜻을 아들 박지원 씨가 기꺼이 따른 것. 본점은 박용배 셰프가, 5분 거리에 있는 사러가 쇼핑센터 내 2호점은 박지원 씨가 관리한다. 박지원 씨는 주방 직원과 소통하기 위해 한창 제과·제빵을 배우는 중. “이제 웬만한 빵은 구울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실력은 아직 한참 모자라요. 제 역할은 이웃들이 더욱 편하고 즐겁게 드나들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을 만드는 것입니다.”

빵부터 케이크와 쿠키류, 잼과 아이스바까지 메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본점 1층과 2층, 2호점까지 주방만도 세 군데다. 철저히 분업화로 이루어지는데 박용배 셰프는 피터팬 제과점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팥을 삶고 조리는 일을 도맡는다. ‘단팥빵1978’을 비롯해 도넛, 아이스바, 팥빙수까지 팥을 활용한 메뉴만 10여 종이다. 주방에서도 가장 더운 곳일뿐더러 한눈팔 새 없이 지켜봐야 하는 작업인지라 무척 고되지만, 박용배 셰프는 고집스럽게 가마솥 앞을 지킨다. “빙수용 팥은 팥알이 뭉그러지지 않도록 삶고 조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두 번에 걸쳐 삶은 팥을 조린 뒤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하룻밤 냉장고에 넣어두지요. 그리고 다음 날 또다시 조려야 완성됩니다.”

하루에 1백50~2백 개가 넘게 팔리는 부동의 인기 메뉴 단팥빵 외에도 요즘에는 건강빵을 찾는 이가 많아 우리 밀, 호밀, 통밀, 견과류를 사용한 빵을 늘리는 것은 물론 버터와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 빵 25~30종도 갖추었다. 20년 전부터 사용하는 호밀종, 건포도종, 샤워종 등의 천연 발효종을 넣어 빵을 만드는데, 계절에 따라 발효종을 달리해 빵의 풍미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가족과 이웃이 먹는 빵이니 좋은 재료, 믿을 수 있는 재료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소금이나 팥도 매년 산지에 내려가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가져온다. “이웃들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빵을 만든다”는 박용배 셰프는 청년이던 손님이 어느새 손주의 손을 잡고 함께 빵을 사러 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피터팬처럼 연희동 주민들이 피터팬 제과점의 빵을 먹으며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란다는 박용배 셰프의 진심과 열정은 36년의 세월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뜨겁다.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90-5 문의 02-336-4775



피터팬 제과점 박용배 셰프에게 배운다

연희밤팥빵

재료(15개분)
반죽 강력분 1kg, 우유 370g, 설탕 175g, 샤워종·버터 150g씩, 이스트 40g, 소금 10g, 달걀 4개
팥소 팥 앙금 500g, 밤·호두 50g씩, 달걀물·깨 적당량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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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재료를 믹싱기에 넣고 반죽한 뒤 실온에서 1시간 동안 1차 발효시킨다.
2 ①의 반죽을 50g씩 나누어 15분간 중간 발효시킨다.
3 볼에 팥소 재료를 모두 넣고 주걱으로 고루 섞는다.
4 ②를 둥글게 뭉친 다음 납작하게 눌러 팥소를 50g씩 올리고 엄지손가락으로 누른 채 반죽 끝을 가운데로 잡아당겨 오므린다.
5 빵의 한쪽 귀퉁이에 물을 묻혀 깨를 묻힌 뒤 상온에서 15분간 2차 발효시킨다.
6 겉면에 달걀물을 얇게 바르고 210℃로 예열한 오븐에서 13~15분간 굽는다.

크랜베리 치즈 스콘

재료(16개분)
박력분 750g, 우유 265g, 버터 200g, 크랜베리 150g, 설탕 90g, 호두· 롤치즈 50g씩, 베이킹파우더 30g, 달걀 3 1/2개, 소금 5g, 워터 아이싱(가루설탕에 물을 섞은 것) 적당량

만들기
1
볼에 크랜베리와 호두, 치즈, 워터 아이싱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고루 섞어 치댄다.
2 ①의 반죽이 완성되면 크랜베리, 호두, 치즈를 넣어 가볍게 섞어 냉동실에 20~30분간 넣어둔다.
3 ②의 반죽을 평평하게 밀어 8×10cm 크기로 자른다.
4 대각선으로 한 번 더 잘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든다.
5 겉면에 워터 아이싱을 묻혀 210℃로 예열한 오븐에서 18분간 굽는다.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