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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줄 서는 빵집] 상수동 쿄 베이커리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친절한 빵집
트렌드를 이끄는 동네일수록 오래도록 살아남는 가게는 드물다.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작은 가게들 사이에서 상수동의 쿄 베이커리는 올해로 6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꾸준히 사랑받는 동네 빵집, 쿄 베이커리를 다녀왔다.



인기 많은 메뉴가 일찍 떨어져 손님이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쿄 베이커리는 아침에 그날 판매할 빵을 한 번에 굽지 않고,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 굽는다.

1 이곳의 다양한 빵을 맛보도록 하기 위해 시작한 ‘이달의 빵’. ‘5월의 빵’은 치아바타로, 시식하는 양을 늘려 오가는 고객들의 반응을 꼼꼼히 체크한다.
2 처음 이곳을 찾는 손님이 메뉴 선택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 메뉴 다섯 가지를 순위표로 만들어 매장에 걸어두었다.
3 따뜻한 빵을 맛보기 위해 ‘빵 나오는 시간표’를 카메라에 담는 손님도 있다.
4 오븐에서 갓 나온 연유 바게트. 오징어 먹물로 만든 바게트 위에 연유를 듬뿍 올려 따뜻할 때 먹으면 더욱 맛있다.

아직도 주방에서 사용하는 임정민 셰프의 손때 묻은 저울.


상수역 근처에 쿄 베이커리가 처음 들어선 2008년에는 지금과는 달리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았다. 압구정동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오픈 멤버로 일한 부인환 셰프가 쿄 베이커리의 주인장. 건물 안쪽으로 쏙 들어가 눈에 잘 띄지 않으며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 등 불편한 점이 많지만, 부족한 자본으로 고르고 또 고른 곳이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곳이 이렇게 번화가가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수년간 동고동락한 임정민 셰프와 ‘재미있는 빵집’을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해 메뉴를 개발하고 레시피를 다듬으며 ‘오늘 만든 신선한 빵’을 파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아 일본어로 오늘을 뜻하는 ‘쿄(今日)’ 라고 이름 지었다. 빵집이 자리를 잡아가며 부인환 대표는 이제 경영에만 전념하고, 주방은 임정민 셰프가 총괄한다.

쿄 베이커리는 소비자를 배려하는 ‘친절한 빵집’을 모토로 삼았다. 프랑스 빵 혹은 독일 빵 등으로 빵의 국적을 따지지도 않으며, 식사 빵과 간식빵으로 그 성격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특색 없는 빵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고 필요한 빵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쿄 베이커리의 특징인 것이다. 임정민 셰프를 비롯해 주방 식구만 아홉 명, 주방을 제외하면 10평이 채 안 되는 작은 빵집치고 꽤 많은 인원이다. 발효종을 사용하는 건강빵부터 연유나 크림이 들어간 간식 빵, 식빵이나 바게트 등의 식사 빵 등 빵 메뉴만 80여 종이라는 임 셰프의 설명을 듣고 나니 결코 직원 수가 많은 건 아닌 듯하다. 워낙 메뉴의 가짓수가 많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당연지사. 반죽도 제각각인지라 철저하게 분업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모두 모여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모은다. 위트 있는 메뉴명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다 떠오른 것. 또 그 자리에서 ‘이달의 빵’ 선정과 ‘쿄 베이커리 소식지’ 작업도 함께 하는데, 소비자들이 메뉴를 고루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빵은 일단 맛이 있어야 하는 법. 그 맛을 내는 것은 좋은 재료에서 시작하는 만큼 밀가루, 소금 등의 재료 선정부터 공을 들인다. 다양한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테이스팅을 거친 뒤 좋은 반응을 얻은 캐나다산 밀가루와 우리 통밀을 고집하며 칼슘ㆍ칼륨ㆍ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한 함초의 영양분을 머금은 함초 소금을 전 제품에 사용한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통팥 앙금이나 크림 등도 매일 직접 끓인다.“밀가루를 먹지 않는 소비자도 종종 있어 쌀가루로만 만든 쌀빵이나, 밀의 어린 잎인 밀순 등 색다른 재료를 넣은 빵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매번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나만의 메뉴를 만들어 세상에 선보인다는 것이 재미있어요. 쿄 베이커리가 이렇게 한자리에서 성장한 데는 즐겁게 만드는 맛있는 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인환 대표와 임정민 셰프가 꿈꾸는 쿄 베이커리는 만드는 이도 먹는 이도 즐거운 빵집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317-7 문의 02-794-5090



쿄 베이커리 임정민 셰프에게 배운다

참치빵

재료(3개분)
강력분 160g, 물 115g, 이스트 2.4g, 빵가루·마요네즈 적당량
참치 필링 참치 통조림 138g, 다진 양파 45g, 다진 피클 31g, 마요네즈 25g, 무염 버터・설탕 10g씩, 소금・분유 3g씩

만들기

1 강력분과 이스트, 물을 한데 섞어 반죽한다.
2 실온에서 50~60분간 발효시켜 100g씩 분할한다.
3 볼에 참치 필링 재료를 넣어 고루 섞는다.
4 ②의 반죽에 ③의 참치 필링을 적당량씩 넣어 둥글게 오므린다.
5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면포나 랩으로 감싸 두 배로 부풀 때까지 실온에서 2차 발효시킨 뒤 반죽 겉면에 빵가루를 고루 묻힌다.
6 윗면에 가위질을 해 마요네즈를 살짝 짜 넣은 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15분간 굽는다.

후르츠 건강빵

재료(3개분)
강력분 262g, 물 170g, 혼합 잡곡분 113g, 오렌지 마멀레이드 94g, 호두·건포도・아몬드 75g씩, 흑설탕 42g, 액상 캐러멜 6g, 이스트 5.5g, 통밀가루 적당량

만들기
1
강력분, 혼합 잡곡분, 물을 한데 섞어 반죽한다.
2 견과류와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넣어 함께 믹싱한다.
3 실온에서 50~60분간 1차 발효시킨다.
4 ③의 반죽을 280g씩 떼어 고구마 모양으로 길쭉하게 성형한다.
5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면포나 랩을 덮어 두 배 정도 부풀 때까지 실온에서 발효시킨 뒤 반죽 겉면에 통밀가루를 고루 묻힌다. 6 표면에 칼집을 낸 뒤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25분간 굽는다.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