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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식당을 지키는 여성 셰프의 힘
맛집 홍수 시대이건만 골목골목을 굳건하게 지켜주던 단골집이 점점 사라지는 희귀한 요즘, 고픈 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채워주는 작은 식당을 소개한다. 주인장의 음식 솜씨는 물론 취향이 확실한 곳으로, 여성 셰프가 꾸리는 작은 식당에는 엄마 품 같고 언니 곁 같은 편안함이 있다. 한 알의 피로해소제가 되어주는 그들의 음식과 함께 작은 식당을 꿋꿋이 일구어가는 그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여성 셰프에게 물었습니다!
1
요리를 시작한 계기는? 
2 당신의 요리 콘셉트는?
3 작은 식당의 여성 셰프로 산다는 것은?
4 진상 손님에게 고함. 제발 이것만은 바꿔봅시다!
5 자신만의 자기 계발법은?


교감하는 취향의 힘
신사동 마이쏭
이송희 셰프


1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았다. 테이블을 예쁘게 차려 남들과 나누는 일이 좋아 요리와 푸드 스타일링을 공부했고, 나의 취향을 녹여낸 작은 공간인 원 테이블 레스토랑 ‘인 뉴욕’을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이도 분명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이 통했다는 데 용기를 얻어 ‘마이 쏭’도 선보일 수 있었다. 
2 요즘이야 커피 전문점이 많아 아침 일찍부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지만, 마이쏭을 오픈한 2008년만 해도 카페는 점심시간 이후에야 문을 여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아침 일찍부터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버거, 튀김류의 식사 메뉴, 디저트 메뉴를 구성했다. 
3 작은 식당은 콘셉트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든 이의 취향을 두루 만족시켜야 한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나의 취향을 담아, 그 취향을 선호하는 손님과 함께 교감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한다. 
4 이곳을 찾는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지만, 서비스를 받는 일은 어느 한쪽이 약자고 다른 한쪽이 강자가 되는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하면 좋겠다. 
5 끊임없이 레시피를 수정한다. 같은 메뉴라고 늘 같은 레시피를 선보이면 손님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닌가. 또 파티나 이벤트, 케이터링, 메뉴 컨설팅 등에 도전해 다양한 메뉴와 상황에 맞는 메뉴를 고민하고 선보이는 것이 자극제가 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0-17 문의 02-518-0105)


동네 사랑방의 힘
동부이촌동 이꼬이
정지원 셰프


1 <행복> 쿠킹 클래스 ‘행복이 가득한 교실’을 수강하던 1999년부터 요리 인생이 시작되었다.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5년 동안 요리 공부를 한 후 귀국해 케이터링 사업과 쿠킹 스쿨 강사를 했다. 이때의 인연은 2011년 4월 오픈한 이래 이꼬이의 든든한 후원자라 할 수 있다. 사람의 인연은 몇십 년을 간다고 하지 않나. 
2 6개월 동안 메뉴 개발에 매달렸지만, 밥을 먹을 수 있는 술집을 하고 싶었다. 한데 술을 먹을 수 있는 밥집이 되고 있다(웃음). 냉동식품을 많이 활용하는 기존 이자카야와 달리, 일본 가정식을 심야 식당 콘셉트로 내는데 메뉴는 총 서른 가지다.
3 심야 식당으로 운영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거울 때가 많다. 하지만 작은 식당은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어야 한다. 주인이 음식을 할 줄 알아야 손님들과 친밀해지고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4 은밀한 애정 행위는 민망하다. 식당에서 예의를 갖추는 것도 손님의 덕목 아닐까.
5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요리 수업을 한다. 잊은 레시피를 다시 찾아보고, 요리책을 뒤적이며 새로운 메뉴도 찾으며 복습과 예습을 한다 . 타지로 여행을 갈 때 현지의 요리 강좌를 찾아보기도 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301-40 문의 070-8279-9408)



관찰과 소통의 힘
이태원동 고사소요
김미영 셰프


1 영화 잡지 기자의 삶을 접고 과감히 요리를 시작한 일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요리를 공부하고, 레스토랑과 호텔 등을 거치는 일이 녹록지 않았지만, 내 손에서 요리 한 접시가 탄생하는 순간의 행복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2 첫 번째 레스토랑이던 캘리포니아 퀴진 레스토랑 ‘델마’와 두 번째 공간인 고사소요의 콘셉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제철에 나는 그 지역 재료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풀어내는 캘리포니아 퀴진인데, 제철에 나는 해산물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사소요의 메뉴를 해산물 위주로 구성했다. 
3 기자 경력은 관찰력이라는 장점을 남겼다. 주방에서 모든 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와 손님이 어떤 메뉴를 맛있게 먹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요리하면서 틈틈이 체크한다. 그렇게 손님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요리하는 이와 먹는 이가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작은식당의 가장 큰 매력이다. 
4 식당에 오면 가장 먼저 생물을 손질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한 접시의 요리를 위해 매일 살아 있는 생명을 앗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러므로 레스토랑을 찾는 일은 누군가의 음식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곳이면 좋겠다.
5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은 재료를 구입하는 일 외에도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주하는 곳이다. 주말이면 틈틈이 지방의 시장을 찾기도 하는데, 새로운 재료를 만나는 데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34-30 문의 02-338-3591)


다정한 기억의 힘
효자동 두오모
허인 셰프


1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에서 공부하고 돌아오기 전 올리브 농장에 머물며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밥을 해주는 동안 누군가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 일이 참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말하자면 이탈리아에서의 추억 한 토막이다. 2007년 오픈한 후 2년 동안 한 접시에 담은 이탤리언 가정식을 콘셉트로 매일매일 바꾸었는데, 주말 특별 메뉴로 선보이다가 지금은 기본 메뉴를 덧붙여 준비한다. 손님의 취향과 사정에 따라 메뉴에도 융통성을 발휘하되 뚝심을 잃지않으려 한다. 
3 여성이라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익에 한계가 있지만, 서비스의 질은 좋아야 한
다는 것이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가장 어려운 점이다. 두오모의 차별성은 취향이 있는 동네 밥집이라는 것인데, 동네 밥집이라야 작은 식당의 생명력인 단골 확보가 수월하다. 
4 음식을 만들고 추천하는 사람을 믿어주었으면 한다. 좋은 음식을 잘 대접하는 것 이상의 감정 노동을 강요받을 때 제일 피곤하고 속상하다. 
5 이탈리아를 찾아 스승을 만나고 올리브 농장의 주방에서 일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건 잊은 맛을 상기시키고 새로운 맛을 찾는 자극이 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40-2 문의 02-730-0902)


사적인 공간의 힘
청담동 르 디네
김현경 셰프

1 종갓집 종부인 어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부엌일이 익숙했고, 자연스레 요리가 전공이 되었다.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를 졸업하고 스위스 제네바의 한국대사관에서 셰프로 일하다 귀국해 기업의 메뉴 개발 팀을 거치며 나만의 식당을 하고 싶어 르 디네를 열었다. 
2 프랑스 요리지만 재료에 중점을 두고 화려하기보다 주재료가 돋보이는 소소한 가정식 메뉴를 선보인다. 또 만찬 중간 셔벗이 입맛을 한 번 정리해주는 것처럼 한국 사람의 입맛을 고려해 쌈밥 스타일의 한 입 메뉴를 낸다. 
3 하루에 한 테이블의 손님만 받다 보니, 온전히 그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손님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섬세해지는 것을 느낀다. 
4 예약제로 운영하는 만큼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한다. 예약 취소나 인원 변경을 사전에 알려주는 등 레스토랑의 사정을 배려해주는 마인드가 간혹 아쉽다. 
5 다른 레스토랑에 가거나, 유튜브 등을 통해 해외 셰프의 요리 동영상을 찾아보며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42-13 문의 02-544-0604)


친근함의 힘
신사동 발견
김원희 셰프

1 우연한 기회에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와인 영업 일을 했다. 그러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잘 통하던 여동생과 함께 식당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년여의 준비 끝에 선보인 공간이 바로 신사동 발견이다.
2 손님이 원하는 메뉴면 무엇이든 맛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따로 메뉴판을 만들지지 않고 손님의 취향과 선택한 음료에 맞춰 메뉴를 제공한다. 
3 오너 셰프여서 좋은 점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계절마다 나오는 재료와 마음에 드는 재료를 골라 원하는 대로 요리하고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4 주류 메뉴가 많다 보니 가끔 주량을 조절하지 못해 진상으로 변신하는 손님이 간혹 있다. 식당은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  음식과 무관해 보이지만 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공연장에 가서 콘서트나 연극을 보면서 자기 계발을 한다. 내 것에 갇혀 있으면 늘 똑같은 자리에 머물기 쉽지만, 다른 이의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났을 때 자신의 마음과 사고가 열린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07-4 문의 02-516-1793)


아날로그 감성의 힘
상수동 스윗마노
김가원 셰프

1 손으로 하는 것에는 재주가 있어 취미가 요리였다. 먹는 것 이상으로 요리와 식재료에 관심이 많아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이탈리아로 요리여행을 떠났다. ICIF에서 요리 공부를 한 후, 2010년 1월 스윗마노를 오픈했다.
2 나는 그림 그리기, 요리하기, 먹기, 여행하기, 책 보기를 좋아하는 이탤리언 밥집 언니다. 요리 또한 풍부한 식재료가 어우러져 맛을 살리는 건강한 조리법으로 나만의 건강한 레시피를 만들고 있다. 내 취향대로, 입맛대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고기 요리는 배제되어 자연스레 채식 위주의 식단이 되었다.
3 작은 식당일수록 고집이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엔 빵을 굽는일부터 일일이 손수 하다 보니 혼자서 감당하기가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손맛 좋은 여성이 많은데도 셰프 중 남자가 많은 이유일 테다. 반면 혼자서 운영하니,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4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예약 문화다. 규모가 큰 레스토랑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소규모 식당일수록 예약한 손님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으면 손해가 극심하다. 골목골목 작은 단골집을 지키는 것은 손님들의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5 미술관을 자주 찾는다. 주객이 전도되어 이제 그림을 그리고 감상하는 일이 취미이자 공부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93-40 문의 02-335-6547)


손 큰 언니의 집 밥의 힘
합정동 카페 잇
이지희 셰프

1 홍대 근처에서 작은 웹 디자인 회사를 운영했는데, 카페를 하고 싶은 로망을 좇아 장장 7년 동안 요리 강좌를 찾아다니다 한식으로 학위도 땄다. 2009년 6월에 ‘밥을 파는 카페’라는 의미의 카페 잇cafe EAT의 주인이 되었으니 꿈을 이룬 셈이다.
2 커피와 가정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향이 강한 발효 음식은 배제했다. 하지만 한식에 대한 애착이 강해 열심히 공부한 만큼 같은 밥이라도 좀 더 전문화한 음식을 내려고 애쓴다.
3 작은 식당은 바로 주인 자신의 손맛이며 취향이다. 가족 밥상에 내듯 편안하게 가정식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여성으로서 모성애가 손맛으로 전해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4 편안한 공간은 손님들의 기운이 모여 만들어진다. 옆 테이블에 대한 배려가 가끔 아쉽다.
5 오롯한 휴식이다. 3년째에 접어들자 나에게 휴가를 줬다. 요즘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3-1 문의 02-322-7810)


정精과 끼의 힘
성북동 엄마키친
이새봄 셰프

1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본업은 연극 연출가인데, 어려서부터 워낙 먹고 요리하는 것을 즐겼다. 유럽, 남미 등 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동안 내가 먹고 자란 친숙한 음식을 차린다.
2 한마디로 유럽식 백반이다.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없는 유럽 각국의 가정에서 실제로 먹는 진짜 유럽 가정식을 선보인다. 예약 시(월요일 휴무) 원하는 메뉴나 요리 스타일을 말해주면 최대한 반영한다.
3 여성으로, 테이블이 고작 다섯 개뿐이니 엄마 품처럼 편안한 공간을 꾸릴 수 있는 것 같다.
4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데다 후불제(코스 1인 5만 원부터)이기 때문에 간혹 취소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손해를 떠나 마음이 아프다. 레스토랑과의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손님도 부지기수다.
5 여행만 한 것이 없다. 현지의 유명 레스토랑을 방문해 맛보는 것이 공부이자 영감이 된다. (주소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12-3 문의 010-5669-2127)


한결같은 편안함의 힘
서교동 파이브 테이블스
김수정 셰프

1 10여 년간 호텔 레스토랑을 비롯해 이탤리언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을 거치며 요리를 배웠고,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한다면 평생 행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에 파이브 테이블스를 준비했다.
2 ‘나만이 할 수 있는 요리,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요리를 선보여야지’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친구가 놀러 오면 편안하게 수다 떨며 해 먹는 요리, 늘 친숙한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
3 여성이어서 불편한 점은 딱히 없다. 그러나 구석구석 손볼 곳이 생기면 막막할 때도 많고, 공간이 협소해 재료 손질과 보관 이 어려워 조금씩 자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정도가 가끔 불편하다.
4 혼자 운영하는 데다 딱히 브레이크 타임을 두지 않다 보니 손이 모자랄 때가 많지만, 불편함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손님이 많아 감사하다.
5 새로운 환경으로 스스로를 내몬다. 그릇 전문점이나 과일 가게를 가거나 서점을 둘러보며 에너지를 얻는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96-22 문의 02-3141-1555)


신민주, 박유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