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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산지를 찾아서] 캘리포니아 햇살이 키운 건강한 호두를 맛보다
인류가 발견한 가장 오래된 나무 열매인 호두. 그 시작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지만, 호두의 영양과 효능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 세계 호두 교역량의 4분의 3을 차지한다는 캘리포니아산 호두. 한창 수확기를 맞은 캘리포니아 호두 농장에 다녀왔다.


나파밸리에 위치한 호두 농장. 품종을 개량하기 위해 블랙 월넛과 잉글리시 월넛을 접목한 나무인데, 호두나무의 밑동에 검은 줄이 난 것이 특징이다.

1 호두가 익으면 연두색 껍질이 거뭇거뭇해지며 벌어져 단단한 호두 껍데기가 드러난다. 
2 캘리포니아에서는 약 30종의 호두를 생산하는데, 그중 하틀리, 챈들러, 프랭켓, 페인, 유레카 등 다섯 가지 품종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3 농장에서 수확한 호두를 공장으로 옮겨 세척을 위해 바닥에 펼치고 있다. 
4 까다로운 선별 과정과 품질 검사 에서 합격한 캘리포니아 호두는 투명 백에 담아 시장으로 출하한다.

수확을 앞둔 호두나무. 굵은 매실만 한 크기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쌀쌀한 가을날, 출발한 지 열한 시간 만에 뜨거운 날씨의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꽤 내려간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로 잘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기후로 농작물을 재배하기에도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두 시간을 더 달려 도착한 나파는 미국 내 와인산지로도 유명한 지역. 길 양쪽으로 포도밭과 호두 농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호두 경작지는 그 넓이만도 22만 에이커(8억 9천만㎢)가 넘는데, 미국 내 호두 공급량의 99%가 바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9월부터 11월까지가 호두의 수확철인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0월을 호두의 달로 지정할 만큼 10월에 대부분 수확을 한다. 그러나 분주한 수확 작업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호두 농장은 고요하기만 했다. 캘리포니아의 농장에서는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농장의 기계화를 이루어 호두를 수확하고 가공, 포장하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기계로 한다. 순간 모습을 드러낸 육중한 기계차 한 대가 호두나무의 기둥을 잡고 흔들어 호두 열매를 털어낸다. 그러고 나면 다른 기계가 들어와 열매를 퍼 담아 공장으로 옮기는 것.
나무에 달린 호두 열매는 딱딱한 껍데기에 싸인 호두가 아니라 보송보송한 솜털이 덮인 연둣빛 껍질로 덮여 있는데, 호두가 익어 수확할 때가 되면 연두색 외피가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딱딱한 호두 껍데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얼핏 보기에 매실을 닮은 초록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호두 농장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호두나무는 심은 뒤 6년~8년 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며, 약 1백 년간 계속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기계차가 호두나무를 흔들면 호두 열매가 우수수 떨어진다.

1 호두를 듬뿍 올린 초콜릿 케이크. 
2 호두 농장과 맞닿아 있는 마리아니 너트 컴퍼니의 대표 마리아니 씨의 자택. 마리아니 씨가 다양한 호두 요리를 선보였다.
3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한 토마토로 만든 토마토 가스파초.
4 채소와 호두를 풍부하게 넣은 샐러드.
5 깐 호두로 가공할 호두는 서늘한 저장고로 옮겨 보관한다.

6 미국 요리 학교 CIA의 강사 알미르 다 포네스카 씨의 호두 요리 시연. 
7 세계 3대 요리 학교 중 하나인 CIA의 세인트헬레나 캠퍼스는 와인 저장고를 개조해 사용하는데, 중세 유럽의 성을 방문한 듯 웅장하고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8 CIA의 내부 레스토랑에서 맛본 호두를 활용한 요리. 애피타이저로 제공한 메뉴로 올리브유에 볶은 고추에 호두 드레싱을 곁들였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리소토에 바삭한 호두를 올리니 한층 식감이 다채롭다.


첨단 자동화 공정으로 생산하는 캘리포니아 호두
수확한 열매는 바로 공장으로 보내 겉껍데기를 벗겨 깨끗이 세척한 후 건조 과정을 거친다. 우리 할머니들이 햇볕에 고추를 말리는 것처럼 호두를 마당에 널어서 건조시키곤 했지만, 요즘에는 기계로 건조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 또 호두의 최적 수분량인 8%의 수분을 정확히 유지한 고른 품질의 호두를 생산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건과일 및 견과류협회의 규정에 따라 각각의 등급을 매겨 일정 수준 이상 되는 것만 선별한다. 껍데기째 이용하는 통호두는 크고 모양새가 좋은 것을 우선으로 선별한 뒤 세척과 건조 과정을 다시 거쳐 시장으로 출고하며, 깐 호두는 세척과 건조 과정을 마친뒤 또다시 세척해 서늘한 저장고로 옮겨 가공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는 호두의 약 90%는 호두살 상태로 시장에 출하하는데, 알맹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기계로 껍데기를 섬세하게 벗겨낸 뒤 호두 알맹이를 크기별로 분류해 전자 색色 등급기로 보낸다. 이 작업까지 마친 호두는 미국 농무성 규격 적합 여부 검사를 거쳐 최종 합격한 제품만 상품화한다.

정자의 질을 개선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호두
호두의 수확과 가공 과정을 둘러본 뒤 점심 식사를 위해 호두 농장을 경영하는 마리아니 씨 댁으로 향했다. 3대째 호두 농장을 가업으로 이어오는 마리아니 씨의 집은 호두 농장과 맞닿아 있는데, 울창한 호두 나무 속에 폭 파묻히니 수목원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호두 농장에 왔으니 호두를 실컷 먹어봐야 하지 않겠냐”며 마리아니 씨는 호두 샐러드, 호두와 토마토로 만든 차가운 수프 가스파초 등 호두 요리를 끊임없이 내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호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다행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날씨나 나무 상태가 좋아 호두 수확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점심 식사에 동행한 미국 공인 영양사인 웬디 바질리언 박사는 “호두를 꾸준히 섭취한 결과 정자의 질을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는 호두에 풍부한 알파 리놀렌산과 항산화 성분, 미세 영양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작고 단단한 껍데기 속 호두 열매는 불포화지방산과 오메가-3, 칼륨, 단백질, 철분, 칼슘, 미네랄 등 수많은 영양소가 가득합니다. 특히 염증과 만성 질환을 억제하는 효과가 탁월한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알파 리놀렌산이 풍부한데, 이는 견과류 중 유일하게 호두에만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또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와 심혈관 질환, 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요. 풍부한 섬유소는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혈당 조절에도 좋습니다.”
전 세계인이 다양한 요리에 호두를 활용하는 것은 영양은 물론, 고소한 맛과 풍미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호두를 맛있게 즐길 차례. 저명한 미국 요리 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캘리포니아 캠퍼스 내에 자리한 레스토랑 ‘와인스펙테이터 그레이스톤’의 수석 셰프인 알미르 다 포네스카Almir da Foneseca 씨에게 훈제 호두와 과일을 곁들인 오리엔탈 치킨 샐러드를 배워보았다. 그는 호두의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려면 드레싱을 뿌린 후 호두를 넣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풍부한 일조량과 온화한 기후, 밤낮의 큰 일교차 등이 호두는 물론 질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에도 적합한 자연 조건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는 고급 와인 산지로도 유명하다. 나파에 온 이상 와이너리를 들르지 않으면 서운한 법. 우리가 찾은 곳은 1886년 문을 연 오랜 전통의 트레페튼 와이너리 Trefethen Winery. 수확을 앞둔 포도밭과 와인 저장고 등을 차례로 둘러본 뒤 트레페튼에서 생산하는 와인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와인과 호두, 대표적인 항산화 식품을 함께 맛보는 그 시간은 ‘내 몸을 위한 건강하고 황홀한 순간’이었다.

1 포도밭 한가운데에 있는 3백 년 된 호두나무. 하틀리 품종으로 캘리포니아에서 재배하는 하틀리 품종의 모수母樹다.
2 1886년 나파밸리에 문을 연 트레페튼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
3 구운 호두를 얹은 연어 스테이크와 와이너리 내에서 재배한 호박과 허브로 끓인 수프.
4 트레페튼 와이너리 내부. 미리 예약하면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시음도 가능하다.


마리아니 너트 컴퍼니 대표
잭 마리아니
Jack Mariani
마리아니 농장에 대해 소개한다면? 우리 가족은 1800년대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호두 농장은 나의 아버지가 시작했는데, 지금은 나의 두 아들까지 참여해 3대째가 되고 있다. 훌륭한 품질의 호두를 체계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1972년에 사촌형과 함께 마리아니 너트 컴퍼니 The Mariani Nut Company를 설립했고, 공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호두 가공업체로 성장했다. 캘리포니아 호두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건강하고 안전하고 신선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비옥하고 배수가 잘 되어 호두 재배에 이상적인 토양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기후 또한 훌륭하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품질의 호두를 생산하기 위해 위생 설비를 철저히 갖추었으며, 재배부터 가공까지의 전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첨단 설비, 엄격한 관리 과정이 더해져 최고 품질의 호두를 만든다. 호두를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통호두는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두어야 한다. 특히 0~3℃, 습도 55~65%의 냉장실에 보관할 경우 호두의 맛과 풍미가 오래도록 보존된다. 단, 자극적인 냄새를 지닌 것과는 함께 두지 않도록 하며, 깐 호두의 경우에는 밀폐 용기로 옮겨 담아 보관하는 것이 좋다.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딘앤델루카

프리미엄 푸드 부티크 딘앤델루카를 캘리포니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세계 딘앤 델루카 매장은 블랙&화이트의 모던한 인테리어를 고수하는데, 이곳은 원목 소재를 많이 사용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1천4백여 종의 와인을 비롯해 치즈와 향신료 등 다양한 식 재료와 조리 도구가 마련되어 있다.
문의 707.967.9980 주소 607 south St. Helena Hwy St. Helena, CA


캘리포니아 호두로 만드는 영양 만점 레시피

1 호두와 치즈 가스파초

1 수박(1kg)은 껍질을 벗겨 씨를 제거한 뒤 150g은 깍둑썰기하고 나머지는 다진다. 토마토(400g), 홍고추(1개), 오이(1개)는 깨끗이 씻어 다진다. 리코타 치즈(100g)는 작은 크기로 깍둑썰기한다.
2 다진 수박, 토마토, 홍고추, 오이와 호두(50g), 올리브유(50ml), 식초(20ml), 소금과 후춧가루를 한데 넣어 으깬다.
3 체에 걸러 냉장고에 넣어 차게 둔다. 먹기 직전 깍둑썰기한 수박, 리코타 치즈, 호두(50g)를 얹는다.

2 호두와 버섯으로 속을 채운 돼지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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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송이버섯(600g)은 잘게 썰고, 마늘(2쪽)과 호두(100g)는 다진다. 팬에 올리브유(2큰술)를 두르고 다진 마늘(1개 분량)과 버섯을 볶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다진 호두(50g)와 파슬리 가루를 넣어 잘 섞는다.
2 돼지 안심(2조각)을 적당한 두께로 썰어 펼친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고 ①을 넣어 돌돌 말아 벌어지지 않도록 실로 묶어 오일을 두른 팬에 올려 살짝 익힌다.
3 ②의 돼지고기를 18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익힌다. 반쯤 익었을 때 남은 다진 마늘과 호두와 파슬리 가루를 함께 섞어 으깨어 팬에 넣고 화이트 와인(1컵)을 뿌려 완전히 익힌다. 실을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접시에 올린다.

3 호두와 가리비를 넣은 아티초크 크림
1 감자(300g)는 잘게 다지고, 대파(1대)는 잘게 썬다. 아티초크(1.5kg)는 겉껍질과 심 부분을 제거해 깨끗이 씻어 2/3는 얇게 썰고, 나머지 1/3은 잘게 다져 레몬즙을 뿌린다.
2 소스 팬에 버터(50g)를 두르고 손질한 대파, 감자, 다진 아티초크를 넣어 5분간 익힌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뒤 재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20분간 끓인다. 호두(100g)를 넣어 잘 섞은 뒤 체에 거른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얇게 썬 아티초크를 넣은 후 노르스름한 빛이 돌 때까지 볶는 다음 키친 타월에 올려 기름기를 뺀다. 가리비(12개)도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굽는다.
4 접시에 가리비, 호두, ③의 볶은 아티초크를 올리고 ②의 크림을 뿌린다.

4 호두 통밀 스틱을 곁들인 후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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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한 볼에 통밀가루(150g)와 소금(5g), 따뜻한 물(80g), 이스트(5g), 올리브유(2큰술), 다진 호두(25g)를 섞어 반죽한 뒤 젖은 천으로 덮어 2시간 발효시킨다.
2 ①의 반죽을 스틱 모양으로 길게 빚는다. 18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구워 식힌다.
3 병아리콩(360g)을 익혀 으깬 뒤 레몬즙(55g), 타히니(2큰술), 올리브유(2큰술), 커민 가루(1작은술),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고 물(4큰술)을 부어 걸쭉한 크림이 되도록 섞는다. 그릇에 나눠 담고 파프리카 가루(2작은술), 파슬리 가루를 뿌린 뒤 올리브유 몇 방울을 떨어뜨린다. ②의 호두 통밀 스틱과 함께 곁들여 낸다.


취재 협조 캘리포니아호두협회(www.walnut.co.kr)

글 박유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