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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하우스 방문기 도전과 열정의 샴페인을 만나다
샴페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브 니콜 퐁사르당, 바로 마담 클리코라 불리는 여성이다. 그의 열린 생각과 열정이 녹아 있는 샴페인 브랜드 ‘뵈브 클리코’가 탄생하는 랭스의 포도밭과 지하 와인 셀러에 다녀왔다.


뵈브 클리코 하우스의 지하 와인 셀러. 논 빈티지 샴페인은 2년, 빈티지 샴페인은 4~8년 숙성한다. 웹사이트(www.veuveclicquot.com)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마담 클리코의 혁신적인 샴페인 메이킹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


프랑스 북부 샹파뉴Champagne 지방은 샴페인의 원산지로 유명하다.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구별되는 이유는 이 지역의 기후가 유난히 춥고 습한 데다 토양이 미네랄 향이 진하게 밴 백악질인 까닭이다. 샹파뉴 지역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랭스Reims만해도 비 오는 날이 연평균 2백여 일에 이른다. 우기인 겨울에 토양이 빗물을 저장해두어 건조한 여름에도 포도나무에 따로 물을 줄 필요가 없다. 게다가 토질이 부드럽고 수분이 많아 서늘하고 습한 와인 저장고를 만들기에 용이해 지하 와인 셀러가 많다. 대부분 중세 시대에 만든 것으로 원래 집을 짓기 위한 석회를 얻으려고 판 것을 와인을 숙성하고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한 것. 지금은 땅굴 파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신생 하우스에서는 가질 수 없는 귀한 유산이다.
그중 샴페인의 생생한 역사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생니캐스Saint-Nicaise 언덕에 위치한 뵈브 클리코 하우스의 지하 셀러다. 지상 25m 아래 총길이가 24km에 이르는 터널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2만 명 정도가 여기저기 지하 셀러에서 숨어 지내기도 했단다. 그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은 10~12℃의 서늘한 온도와 80%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샴페인의 숙성 셀러로 제격이다. 이 또한 백악질의 특성 덕분이다. 셀러 안에는 구획을 나누는 숫자를 큼직하게 쓴 표지판 이외에 중간중간 눈에 띄는 표식이 있는데, 여기에는 40년 이상 일한 직원들 이름을 적어놓았다. 뵈브 클리코의 역사와 장인 정신이 고요히 숨 쉬는 이곳에서는 마담 클리코의 발자취도 느낄 수 있다. 클리코 여사가 고안한 리들링 테이블riddling table(테이블에 구멍을 내고 발효 중인 샴페인병을 거꾸로 놓아두어 찌꺼기가 병목으로 모이도록 한 것)을 재현한 것은 물론 실제 리들링이 이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침전물이 워낙 가벼워 매일매일 병을 조금씩 돌리고 각도를 올리며 리들러가 표시해놓은 표식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렇듯 샴페인은 자연 발생적인 우연성과 샹파뉴 사람들의 많은 노력을 거쳐 탄생한다.


수확은 일일이 손으로 한다.

1 1백 년 된 압착기.
2 빈티지 샴페인을 생산한 해를 새겨 넣은 빈티지 계단. 1810년이 첫 시작이다.

3 뵈브 클리코 샴페인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피노 누아. 옐로 레이블은 50~55%, 라 그랑 담은 70% 이상.
4 ‘위대한 여성’이라는 뜻의 라 그랑 담의 병.

5
 지하 와인 셀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 1905년에 제작한 조각의 여성상 손에 뵈브 클리코의 술병이 들려 있다.
6 메종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뵈브 클리코의 센터 외경.
(아래) 뵈브 클리코는 프랑스어로 ‘미망인 클리코’라는 뜻. 마담 클리코는 근대 최초의 비즈니스 우먼이다.


샴페인을 만드는 두 가지 요소, 포도와 열정
샹파뉴의 대표적 포도 품종은 세 가지. 피노 누아Pinot Noir는 샴페인의 ‘뼈대’를 이루고, 샤르도네Chardonnay는 골격 위에 ‘살’을 붙여 우아함을 선사하며, ‘피’에 해당하는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는 생동감을 부여한다. 샴페인 하우스 중에서도 포도 품질이 최고로 꼽히는 곳은 뵈브 클리코의 빈야드(포도밭)다. 샹파뉴 지역의 17곳 그랑 크뤼Grands Crus 급 토지에서 무려 12개를, 44곳의 프리미에 크뤼Premiers Crus 급 토지에서 모두 19개를 소유하고 있다. 그 넓이가 약 3백 90헥타르에 이르러 광활한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해마다 9~10월이면 실로 어마어마한 포도밭을 구역별로, 크뤼별로, 품종별로 나누어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다.
3주 동안 진행하는 수확에 무려 1천3백 여 명이 동원된다고. 검수가 이뤄지는 때에는 숙제 검사 받는 학생처럼 관리자 앞으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합격점을 받은 포도알은 품종과 포도밭이 섞이지 않도록 분류해 곧바로 압착한다. 이때 포도 껍질에 함유된 색소가 과즙을 물들이지 않도록 무게만 2000kg인 1백 년 된 압착기로 부드럽게 천천히 짠다. 그 때문에 적포도 품종조차 맑고 투명한 즙이 나오는 것. 네 시간 이상 걸려 압착한 포도즙은 1차 발효를 거쳐 스틸 와인(베이스 와인)이 된다. 그러면 와인 메이커가 블렌딩을 하는데, 베이스 와인을 어느 정도의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샴페인의 맛과 향이 달라지니 블렌딩이야말로 샴페인 하우스만의 노하우가 그대로 드러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서로 다른 생산 연도의 와인을 블렌딩의 미학으로 재탄생시킨 것이 논 빈티지가 되고, 특정 해의 와인만 섞은 것이 빈티지가 된다.

“와인 메이커는 블렌딩한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 어떤 맛을 낼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경험과 상상력, 직감, 기술을 총동원해야 하지요. 뵈브 클리코 샴페인은 제조 품종 세 가지 중 피노 누아를 50% 이상 블렌딩해 강렬하고 깊으면서 복합적인 풍미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논 빈티지인 옐로 레이블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샴페인을 블렌딩하기 위해서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5백여 가지 베이스 와인과 다양한 빈티지의 4백여 가지 리저브 와인을 와인 메이커들이 일일이 테이스팅하지요. 그중 5백여 가지를 신중하게 고르고 블렌딩한 것이 옐로 레이블로 탄생합니다.”

뵈브 클리코의 블렌딩을 포함한 제조 과정을 담당하는 와인 메이커는 모두 12명. 이들의 수장으로서 생산량 결정과 판매 과정까지 도맡는 셀러 마스터 도미니크 드마르비유Dominique Demarville 씨는 리저브 와인을 가리켜 “샴페인 하우스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는 힘이요, 역사”라고 표현한다. 리저브 와인은 매해 포도밭과 품종을 구별해 1차 발효한 베이스 와인을 일부 따로 비축해 논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데, 얼마나 다양한 리저브 와인을 보유하는가는 샴페인 하우스의 자부심이 된다고. 마법 같은 블렌딩 과정을 마친 와인은 병에 담아 2차 발효시킨다. 이때 와인과 당분, 이스트로 만든 리큐어를 넣어 지하 셀러에서 일정 시간 동안 숙성시키는 것. 발효 과정이 지나면 이산화탄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효모 찌꺼기도 남는데, 샴페인을 탁하게 만들 뿐 아니라 맛에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이도 바로 마담 클리코다. 그가 리들링 테이블을 개발했기에 샴페인의 핵심 기술인 르뮤아주remuage(샴페인 속의 찌꺼기를 제거해 맑게 만드는 방식)가 가능한 것. 이렇게 해서 모은 침전물은 급속 냉각시켜 찌꺼기를 제거하는데, 이때 와인의 양도 줄어든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설탕과 리저브 와인을 혼합한 용액을 첨가하는데, 이 과정이 도사쥬dosage다.


호텔 뒤 마크의 다이닝룸 전경. 마담 클리코가 지하 와인 셀러로 사용하고자 한 곳으로, 이후에는 사업 파트너이던 에두아르 베를레가 1840년 집을 짓고 가족과 거주했다. 지금은 VIP 고객을 맞이하는 곳으로 사용한다.

1 뵈브 클리코 하우스의 열 번째 셀러 마스터인 도미니크 드마르비유. 그가 가장 주력하는 일은 하우스의 스타일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것이다.
2 음식과 샴페인의 조화는 매우 중요한 부분. 도미니크 씨는 1년에 메종 셰프와 두어 번 만나 샴페인과의 조화를 상의한다.
(아래) 옐로 레이블이 벽 한 면을 차지한 셀러의 바.


샴페인을 마시면 일상이 즐거워진다
빈티지 샴페인은 숙성 기간, 포도를 섞는 비율, 수확 시기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해 완성되는 섬세한 술이다. 수세기에 걸친 노하우로 와인 애호가들의 미각을 사로잡는 빈티지 샴페인을 처음 선보인 이도 뵈브 클리코의 클리코 여사다. 1810년 마담 클리코는 샹파뉴 최초로 기록된 빈티지 샴페인을 출시했다. 이는 뵈브 클리코 하우스가 가지고 있는 포도 품질과 와인 제조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은 지키되 혁신을 게을리하지 않는 도전 정신은 뵈브 클리코 하우스의 호텔 뒤 마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곳은 프랑스 생활예술(art de vivre)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전통적으로 전 세계에서 온 고객을 맞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반 고객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구석구석 탄성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깊이 자리해 있다. 1822년 클리코 여사가 부지를 매입한 당시에는 셀러 설치가 목적이던 만큼 이곳 지하에도 와인 셀러가 있다. 그 안에는 귀한 빈티지 샴페인이 여럿 보관되어 있다. 셀러 마스터 도미니크 씨는 빈티지 샴페인을 하나하나 설명해줄 때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는데, 그의 말마따나 샴페인은 행복을 주는 와인인 모양이다.

“샴페인을 마시면 즐거워집니다. 가장 좋은 샴페인은 마시는 이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저에게는 2002년이 완벽합니다. 지금 마셔도 훌륭하지만 셀러 마스터로서 10년, 20년 후 변화가 가장 기대되는 빈티지이기도 합니다. 만약 딱 한 병만 선택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뵈브 클리코 옐로 레이블 매그넘을 고를 겁니다. 첫 모금에서 느껴지는 신선함과 강렬함이 과일의 조화로운 맛으로 이어지며 섬세하게 마무리되지요. 완벽에 가까운 균형미로 전채는 물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니 주저할 이유가 없어요.”
옐로 레이블은 뵈브 클리코 하우스의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샴페인. 상징적인 노란색 라벨은 1874년부터 사용한 것으로 당시 흰색 일색이던 레이블에 최초로 컬러를 넣은 혁신을 시도한이도 마담 클리코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샴페인이 달콤한 편이었는데, 드라이한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다른 샴페인과 시각적으로도 구분하기 위해 레이블에 노란색을 사용했다. 클리코 여사가 의회에 건의한 덕에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옐로 컬러를 다른 샴페인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산업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풍미가 깊은 빈티지 샴페인은 10~20년 후 마셔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논 빈티지 샴페인은 출시 직후에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신선하고 깊이 있는 아로마와 버블이 식탁에 행복감을 불어 넣는 데 일조할 거예요. 집에 셀러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버킷에 물과 얼음을 1:1로 넣고 15분 정도 담가두었다 즐기십시오”

(오른쪽) 샴페인 하우스는 브뤼 논 빈티지 샴페인의 품질로 평가받는다. 옐로 레이블은 뵈브 클리코 하우스가 자랑하는 예술 작품과도 같다. 하우스의 스타일과 우수한 포도밭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


뵈브 클리코 메종을 방문하려면
메종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지하 셀러 투어 후 각종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11월10일까지로 매주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다.
사전 예약 필수. 맞춤 프로그램도 있다.
문의 +33.3.26.89.53.90, visitcenter@veuve-clicquot.fr

 

취재 협조 MH 샴페인즈&와인즈 코리아(02-2188-5112)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스테파노 칸디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