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누군가 갑자기 집에 왔을 때
“나 지금 가도 돼?” 어느 날 지인이 기습 방문을 한다는 연락을 보내오더라도 당황할 필요 없다. 명색이 요리 전문가요, 손님맞이가 일상인 요리 연구가와 오너 셰프 4인이 후다닥 차려낸 손님상을 공개한다. 냉장고 속 재료로 급하게 차려도 책 속 이야기, 영화나 명화의 한 장면같이 따뜻한 손길이 묻어나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

<심야 식당>의 가슴 짠한 음식을 재현하다
‘이꼬이’ 오너 셰프 정지원 씨
인기 요리 만화이자 드라마로도 제작된 <심야 식당>의 마스터도 말했다. “확실히 빨간 비엔나소시지는 도시락의 스타다.” 그뿐이랴. 노란 달걀말이는 어떻고, 입이 짧던 어린 시절의 밥도둑이던 버터와 간장이 완벽하게 하나 되는 맛은 또 어떠한가. 유행가 가사처럼 “추억으로 달리는 버스”라도 탄 듯하다. 밥해 먹이는 것이 좋아 결국엔 심야 식당을 내고야 만 정지원 셰프는 자신을 찾은 이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해 먹이는 것은 결국 마음을 담아 요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집 앞 슈퍼에서 비엔나소시지를 사다가 손이 가더라도 <심야 식당> 속 메뉴처럼 문어 모양을 내고, 냉장고 속을 뒤지면 나오는 소고기를 양파와 마늘 넣고 후다닥 볶아낸다. 재료가 변변치 않은 대신 이런 때일수록 찬장 깊숙이 감춰두었던 아끼는 그릇으로 정성스레 상을 차리면 또 하나의 가슴 짠한 기억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심야 식당>에 나온 삶은 문어 소시지와 버터라이스, 일본식 달걀말이에 냉장고 속 재료로 소고기양파마늘볶음을 만들었다. <심야 식당 부엌 이야기>(미우)에는 만화와 드라마에 나온 요리의 레시피와 못다 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철 따라 물들어가는 계절감을 상차림으로 표현하다
‘품’ ‘철든부엌’ 대표, 요리 연구가 노영희 씨
가는 사람 오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는 음식을 내는 요리 연구가 노영희 씨는 손님치레가 일상인 이다. 담장도 없는 집에는 그가 처음 이사 올 때 심은 감나무, 포도나무, 무화과나무, 앵두나무 등이 자그마한 화단에서 옹기종기 자라나는데, 그 덕인지 이 집도 그의 음식처럼 지인들에게 나무 그늘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제 누가 찾아오든 그가 차려내는 상차림에는 늘 계절감이 묻어나는데, 이때도 집 앞 포도 잎이나 감나무 열매, 담쟁이 잎은 빛을 발한다.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온 손님이 고단한 하루의 마무리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도록 와인 한 잔과 간단한 안줏거리를 낼 때도 접시 위에 나뭇잎을 따다 장식한다. 큼지막한 직사각형 접시는 이럴 때 유용하다. 요즘 같은 때에는 포도, 사과와 함께 치즈와 빵, 크래커, 육포 등을 낸다. 계절감이 묻어나는 그의 집 앞 자연과 어우러져 마치 명화 속 한 장면을 재연한 듯하다.

치즈와 포도는 송이나 덩어리째 담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사과는 껍질째 슬라이스하는데, 이렇게 하면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을 한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육포에는 잣가루를 묻혀 내고, 담백한 크래커와 빵에 스프레드로 곁들 일 수 있는 블랙 올리브 안초비 크림치즈도 병에 담아 낸다.

지극히 평범한 재료로 미각을 돋우다
‘네타스키친’ 요리 작가 차유진 씨
어쩐 일인지 TV 속의 매력적인 남자는 하나같이 파스타를 잘 만든다. 초대 음식으로, 기분 전환용으로 자주 입에 오르는 것은 파스타가 그만큼 포용력 있는 음식이어서인지도 모른다. 푸드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차유진 씨에게도 파스타는 상비약 같은 메뉴다. 그가 최근 읽은 가장 기억에 남는 글에도 파스타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걸작선 다섯 권 중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문학동네)에 실린 냉장고 정리용 파스타에 관한 이야기. 냉장고 속에 있는 여러 재료를 싹쓸이해 넣고 휘저어 만든 파스타를 맛있다고 열심히 먹었다는 내용이다. 그도 하루키처럼 이탈리아 유학 시절부터 냉장고 재료들로 만든 파스타를 즐겨 먹었기에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고. 특히 갑자기 들이닥친 친구에게 조금씩 남아 활용하기 애매한 재료를 멋지게 살려 만들어주면 감탄스러운 탄성을 들을 수 있다니 요리하는 참재미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얼핏 카르보나라 같은 맛을 즐길 수 있는 달걀, 베이컨, 파르메산 치즈로 만든 파스타와 케일을 볶아 알리오올리오처럼 만든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소 파스타. 케일 대신 시금치, 깻잎, 브로콜리 줄기 등 자투리 채소를 사용해도 좋다. 파와 달걀만 넣어 만드는 간단 볶음밥도 자주 선보이는 후다닥 메뉴.

어른의 맛으로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다
‘두오모’ 오너 셰프 허인 씨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몸이 바닥에 내려앉고 두서없이 위로받고 싶은 날 허인 셰프는 생뚱맞게 진한 기름 냄새가 맡고 싶단다. 종종 기별도 없이 자신을 찾은 이들의 어깨가 처져 있을 때 내는 음식도 튀긴 것이다. 특히 가지튀김은 만들기도 간단한 데다 어릴 때는 몰랐던 ‘어른의 맛’이어서 손님상에 내기에도 매력적이다.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 동생과 두 살 터울인 형이 밍밍한 할아버지의 가루칸떡 맛을 알아가는 것 또한 성장의 한 과정임을 보여주듯 증편도 간단한 타파스 메뉴로 내면 어릴 때 몰랐던 묘한 맛으로 마음을 달달하게 한다고. 시간은 걸릴지언정 소고기와 채소를 넣고 정성스레 끓인 이탈리아 음식 비프 스트라코토beef stracotto는 식감이 특히 부드러워 아픈 뒤 몸과 마음을 위로하니 헛헛한 마음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이를 어루만지는 치유 음식으로 더없이 좋다.

증편을 사다가 블랙 올리브 치즈크림만 올리면 각각의 맛이 잘 어우러지는 타파스로 훌륭하다. 여기에 모차렐라 올린 가지튀김과 토마토 샐러드와 레드 와인의 풍부한 향이 매력적인 비프 스트라코토를 코스로 여유롭게 즐겨도 좋다.

소고기양파마늘볶음
재료
소고기 300g, 양파 1개, 마늘 5쪽, 올리브유 적당량, 소금・후춧가루・발사믹 리덕션 약간씩
만들기
1
소고기는 채 썰고, 양파와 마늘은 얇게 슬라이스한다.
2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살짝 두르고 소고기를 굽는다. 소고기가 갈색으로 익기 시작하면 슬라이스한 양파와 마늘을 넣고 함께 볶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3 ②를 접시에 담고 발사믹 리덕션을 약간 뿌린다.

일본식 달걀말이
재료
달걀 3개, 설탕・청주 2큰술씩, 간장 1큰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볼에 달걀을 풀어 넣고 설탕, 청주, 간장을 넣어 잘 섞는다. 혼다시가 있을 경우 1/4작은술 넣으면 더 맛있다.
2 팬에 기름을 약간 둘러 고르게 코팅한
후 종이 타월로 닦아낸다. 달걀말이 전용 사각 팬이 있으면 편리하다.
3 ②의 팬을 약한 불에 올리고 ⓛ의 달걀물을 1/3 정도 붓는다. 70% 정도 익으면 달걀물을 팬 끝으로 몰아준다. 팬 끝에 몰아놓은 달걀말이의 끝 부분에 남은 달걀물을 1/2 정도 부어 고르게 편 후 말아서 모양을 낸다.
4 ③의 달걀말이를 팬 끝에 놓고 남은 달걀물을 마저 부어 고르게 펴 다시 한 번 말아준다. 완성된 달걀말이를 꺼내어 김발에 말아 모양을 잡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버터라이스
재료
따뜻한 밥 1공기, 버터 2큰술, 간장 1큰술
만들기 
1
바로 지은 밥을 그릇에 담은 후 한가운데 버터를 올린다. 이때 버터는
30초 가량 녹게 놔둔다.
2 간장은 먹기 직전에 뿌려 밥, 버터와 함께 간을 맞추며 가볍게 비빈다.





삶은 문어소시지
재료
비엔나소시지 8개, 양배추・마요네즈 적당량
만들기
1
비엔나소시지는 한쪽 끝 부분에 칼집을
2/3 부분까지 낸다. 같은 방법으로 2~3번 정도 더 낸다.
2 팔팔 끓는 물에 손질한 소시지를 살짝 데친 다음 꺼낸다. 물기를 뺀 다음 달군 팬에 한 번 볶는다.
3 양배추는 얇게 채 썬다.
4 접시에 소시지와 양배추를 담고, 소스로 마요네즈를 뿌린다.


블랙 올리브 안초비 크림치즈
재료
블랙 올리브 60g, 안초비 10g,
크림치즈 50g
만들기 블랙 올리브와 안초비를 잘게 다져 크림치즈와 고루 잘 섞는다. 담백한 크래커나 슬라이스한 바게트 등 빵에 발라 먹으면 핑거 푸드로 손색없다.




간단 파달걀볶음밥
재료
찬밥 2공기, 달걀물 3개분, 다진 파 50g, 저민 마늘 5쪽분, 굴소스 1큰술, 식용유 4큰술, 참기름・통깨・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달군 팬에 기름 2큰술을 두르고 마늘 저민 것을 넣어 마늘 향이 고소하게 날 때까지 20~30초 볶는다. 집에 있는 다진 마늘을 사용할 경우에는 기름에
마늘을 넣고 불에 올린다.
2 ⓛ의 마늘이 노릇해지면 달걀물을 넣고 젓가락으로 빠르게 저어 스크램블드에그 상태로 만든 뒤, 굴소스를 넣어 골고루 섞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를 약간 뿌린다.
3 ②에 찬밥을 넣고 주걱으로 꾹꾹 눌러가며 마늘달걀볶음과 섞는다. 중간중간 밥에 나머지 기름을 뿌려가며 눋지 않고 골고루 섞이도록 볶는다.
4 볶음밥이 완성되면 마지막에 참기름을 약간 뿌리고 불을 끈다. 먹기 전에 통깨를 살짝 뿌린다.

달걀로 만든 카르보나라
재료
스파게티 면 90g, 베이컨 2줄, 달걀 1개, 저민 마늘 5쪽분, 파르메산 치즈 간 것 50g, 소금・검은 후추・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소금을 넉넉하게 넣은 물에 면을 삶는다.
2 기름 두른 팬에 베이컨은 바삭하게 굽고, 달걀은 노른자를 안 익히고 한쪽만 익힌 서니 사이드 업으로 프라이한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 저민 것을 볶다가 삶은 면을 넣고 검은 후추를 넉넉하게 뿌려 접시에 담는다. 여기에 ②를 올린 뒤 파르메산 치즈 가루도 곁들인다.

채소 스파게타
재료
스파게티 면 90g, 케일 200g, 화이트 와인 5큰술, 마늘 5쪽, 소금・올리브유・후춧가루・파르메산 치즈 적당량
만들기
1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면을 삶는다. 케일은 질긴 줄기를 잘라내고 돌돌 말아 채 썬다.
2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칼로 한 번 찧거나 반만 잘라 넣고 약한 불에서 향이 충분히 우러날 때까지 볶는다.
3 ②에 ⓛ의 케일을 넣고 볶다가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4 삶은 면을 ③의 팬에 넣고 골고루 섞어 접시에 담는다.

블랙 올리브 치즈 올린 증편 타파스
재료
증편 5~6개, 마스카포네 치즈 6큰술, 블랙 올리브 2큰술, 말린 토마토・올리브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블랙 올리브는 곱게 다지고, 마스카포네 치즈와 잘 섞어 크림 상태로 만든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2 증편은 한 입 크기로 잘라 올리브유를 바르고, 만들어둔 ⓛ의 블랙 올리브 치즈를 올린다. 그 위에 말 린 토마토를 얇게 잘라 장식한다,

모차렐라 올린 가지튀김과 토마토 샐러드
재료
가지 2개, 달걀 1개, 모차렐라 치즈 6조각, 방울토마토 10개, 샐러드 채소・파르메산 치즈・소금・식용유 적당량, 후춧가루・밀가루・빵가루・올리브유・바질 약간씩
만들기
1
가지는 둥근 모양으로 썰어 소금을 뿌려둔다. 샐러드 채소는 씻어 물기를 뺀다.
2 볼에 달걀을 풀어 넣은 뒤 파르메산 치즈를 넣어 섞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달걀물을 만든다.
3 가지에 밀가루를 묻혀 잔가루를 털어낸 뒤 달걀물, 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긴다.
4 가지에 모차렐라 치즈를 올리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노릇하게 색이 날 때까지 구워 접시에 담는다.
5 방울토마토를 4등분해 샐러드 채소와 섞고 소금, 올리브유, 바질을 넣고 버무려 ④에 곁들인다.

비프 스트라코토
재료
소고기 등심 600g, 양송이버섯 100g, 셀러리 2줄기, 당근 1/2개, 양파 1개, 토마토 페이스트 2큰술, 레드 와인 250ml, 올리브유・버터・월계수 잎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올리브유와 버터를 녹인 팬에 소고기의 양면을 노릇하게 굽는다. 센 불에서 굽다가 불을 줄여야 육즙이 빠지지 않는다.
2 양송이버섯과 셀러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양파와 당근은 사각으로 썬다.
3 깊은 팬에 양파, 셀러리, 당근을 볶는다.
4 구워낸 등심을 깊은 팬에 옮기고 레드 와인, 월계수 잎,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약한 불에서 2시간 이상 조리한다. 마지막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담백한 빵이나 허브 라이스와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다.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