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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온종일 얄궂게 비가 내리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헛헛해진 마음을 다스려주는 건 투박하지만 따뜻한 음식이지요.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마음을 달래줄 음식과 분위기를 더해줄 음악을 소개합니다.



행복을 부르는 온면
연일 비가 내릴 때면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해진다. 축 처진 몸이 용케 저 스스로 햇볕을 담뿍 담은 음식을 찾는 것. 수천 년간 내려와 영혼을 담은 음식이라 불리는 국수는 대표적 탄수화물 식품으로 태양 에너지가 가득하다. 특히 메밀로 만든 이북식 국수인 온면溫麵의 온기溫氣는 허기진 속도 달래준다. 지난가을 들녘을 하얗게 뒤덮은 메밀꽃이 마음을 설레게 했듯, 메밀로 만들어 구수한 맛이 일품인 국수를 뜨끈한 국물에 만 온면이 입을 설레게 한다.

뮤직 플레이어
영화 <해피 투게더(춘광사설春光乍洩: Happy Together)> OST
빛과 색채의 표현이 탁월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만큼이나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가 참여한 음악도 짙은 쪽빛을 띠어 분위기를 차분하게 한다.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OST, 서머Summer
히사이시 조가 연주하는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처마에 똑똑 떨어지는 빗소리를 연상시켜 어린 시절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온면
재료(1인분)
메밀국수 150g, 양지 육수 450ml
꾸미 삶은 달걀 1/2개, 숙주 100g, 편육・오이절임 약간씩
숙주 양념 소금・참기름・고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양지 육수는 팔팔 끓인 후 체에 밭쳐 맑은 국물만 받는다.
2 국수는 끓는 물에 30~40초간 삶아 재빨리 찬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한 뒤 사리 지어 그릇에 담는다.
3 꾸미용 숙주는 살짝 데쳐 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로 버무린다.
4 ②의 면에 ③의 숙주, 오이절임, 편육을 순서대로 올리고 삶은 달걀을 얹은 다음 양지 육수를 붓고 간장양념장과 함께 낸다.

막걸리 한잔에 살맛 나는 육파전
음식의 냄새와 소리에는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비 오는 날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이 간절해지는 건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기름에 지지는 부침개 소리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유명한 노랫말처럼 빈대떡은 서민 음식의 대명사로 꼽히며 비 오는 날 가장 ‘당기는’ 음식이다. 고단한 일상도 살맛 나게 해주는 미식美食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나 흔히 먹는 전통 음식으로 만드는 방법이 고장마다 조금씩 다르고, 이름도 제각각이다. 육전은 진주에서 살코기가 많은 우둔살에 반죽을 묻혀 부친 것으로, 냉면에 얹어 먹기도 한다. 육파전은 쪽파 위에 팽이버섯과 육전을 올리고 달걀 푼 것을 부어 부친 것으로, 영양은 물론 씹는 맛도 더했다.

뮤직 플레이어
김민기, 그사이
시적인 가사와 김민기의 읊조리는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위로를 받는 듯하다. 바람 소리 같은 휘파람 소리도 해 질 녘, 비 온 후의 말개진 들녘을 떠오르게 한다.
한복남, 빈대떡 신사
‘빈대떡’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으로, 선술집 특유의 편안하고 서민적 분위기를 더한다.

육파전
재료
(3~4인분) 한우 우둔살(0.4cm 두께 전거리), 쪽파 1/2단, 팽이버섯 100g, 달걀 2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참기름・반죽물・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우둔살은 소금, 후춧가루, 참기름으로 양념한다.
2 쪽파는 다듬어 씻어 20cm 길이로 썰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자른 뒤 먹기 좋게 가닥을 떼어 씻어 물기를 뺀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②의 쪽파와 팽이버섯을 가지런히 놓은 뒤 반죽물을 펴 얹는다. 그 위에 ①의 쇠고기를 얹고 어느 정도 익으면 뒤집어 노릇하게 지진다.
4 양면이 고루 익으면 달걀을 풀어 쇠고기 얹은 면 위에 붓고 은근한 불에 달걀이 익을 때까지 2분 정도 둔다.

비 내리는 창가에서 둘이 함께, 생골뱅이탕
비 오는 날에는 대개 따끈한 국물이 있는 탕 요리를 떠올린다. 비가 와 기온이 내려가면 열량이 높고 뜨거운 음식이 입에 당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은 몸을 데워주고 속을 풀어주니 술안주로도 기막히다. 보통 매콤하게 무쳐 소면과 비벼 먹는 골뱅이는 술안주로 인기다. 이때 생골뱅이를 맑은 탕으로 즐기면 시원한 국물이 우리의 전통 탁주와도 잘 어울린다. 창밖에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톡톡 토도독 빗소리를 효과음 삼아
따끈한 국물만큼 마음을 녹이는 둘만의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는지.

뮤직 플레이어
제라드 졸링Gerard Joling, Love is in your eyes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의 올드 팝으로 연인을 위한 주제가나 다름없다.
김광민, 비 오는 날(Rainy day)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재즈 연주곡으로, 제목 그대로 비 오는 날의 쓸쓸한 분위기를 잘 살려준다.

생골뱅이탕
재료(2인분)
생골뱅이 400g, 맛국물 500ml, 청양고추 1개, 무・소금・물 적당량 고추장 양념 고추장・식초・고추냉이 약간씩
만들기 1 생골뱅이는 물에 여러 번 씻은 후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 해감을 뺀다.
2 냄비에 멸치, 다시마, 양파, 무를 넣고 물을 부은 후 중간 불에 올려 뭉근하게 끓인다. 체에 밭친 맛국물에 나박썰기를 한 무와 송송 썬 청양고추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3 ②가 끓어오르면 ①의 골뱅이를 넣고 10분 정도 더 끓인 후 소금 간한다. 너무 오래 끓이면 골뱅이의 육즙이 빠져나오고 질겨진다.
4 고추장, 식초, 고추냉이를 섞어 만든 고추장 양념에 찍어 먹거나 파절이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그리운 추억의 음식, 얼큰한 꿀꿀이죽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먹던 음식은 왠지 비 오는 날과 잘 어울린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떼어 멸치 국물에 끓여 먹던 수제비가 그렇고, 식은 밥에 남은 반찬과 푹 삭도록 신 김치를 대충 썰어 넣고 솥에 끓이던 김치콩나물죽도 마찬가지다. 김치콩나물죽은 흔히 말하는 ‘꿀꿀이죽’이다. 먹다 남은 여러 가지 음식을 ‘처리하는’ 용도라 해서 붙인 이름이겠지만, 뜨거운 꿀꿀이죽을 후후 불며 한 그릇 먹고 나면 울적하던 마음도 좋아지니 ‘꿀꿀한’ 기분을 달래준다는 의미도 있을지 모르겠다. 경상도에서는 ‘갱죽’ ‘갱시기죽’이라고도 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별미로 꼽힌다.

뮤직 플레이어
장기하와 얼굴들, 그렇고 그런 사이
1970~1980년대의 감성을 간직한 포크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 전주부터 느껴지는 발랄한 전자음이 귀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다.
여행스케치,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 가사와 경쾌한 리듬이 분위기를 살린다.

김치콩나물죽(꿀꿀이죽)
재료(3~4인분)
묵은 김장 김치 1/4포기, 물 500cc, 국물용 멸치 한 줌(100g), 식은 밥 1공기, 콩나물 70g, 국간장 적당량, 김치 국물 약간
만들기 1 김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콩나물은 손질해 씻은 뒤 물기를 뺀다.
2 냄비에 물을 부은 후 김치와 국물용 멸치를 넣고 10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 밥과 콩나물을 넣고 밥알이 퍼질 때까지 5분 정도 끓인다. 다 익으면 국간장으로 간하고 취향에 따라 김치 국물을 더해도 좋다.

친구와의 아늑한 다과회, 현미가래떡구이와 차이 밀크티
비는 고요함을 부르니 상념에 빠지기 쉽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엔 우산도 없이 어디론지 떠나고 싶어. 이렇게 비가 내리는 밤엔 난 널 기도해.” 여행스케치의 ‘옛 친구에게’ 노랫말처럼 소원하던 친구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비가 오면 집은 어느 때보다 아늑해지는 법. 모처럼 친구를 초대해 달달한 밀크티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즐기는 것은 어떨는지. 햇감자나 고구마를 삶아 내도 좋고, 한 뼘 길이로 썬 현미가래떡을 구워 내도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린다.

뮤직 플레이어
여행스케치, 옛 친구에게
비 오는 날 옛 친구를 떠올리는 소박한 가사와 멜로디가 감성을 자극한다.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1980~1990년대 다방에서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들었을 법한, 말이 필요 없는 비 오는 날의 대표 시그널이다.

현미가래떡구이
재료(4인분)
현미가래떡 8개(10cm 길이)
만들기 1 현미가래떡은 석쇠나 프라이팬을 달궈서 굽거나 250℃로 예열한 오븐에서 노릇해질 때까지 20~25분 굽는다.
2 꿀이나 조청, 참기름을 약간 섞은 간장을 곁들인다.

차이 밀크티
재료
우유 250ml, 카르다몸・클로브(정향) 2개씩, 생강・계피 작은 것 1조각씩, 홍차 잎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만들기 1 작은 냄비에 우유, 카르다몸, 클로브(정향), 생강, 계피 조각을 넣어 끓기 직전까지 데운다.
2 홍차는 잎이 작은 것으로 준비해 끓는 물을 약간 부어 불려놓는다. 바로 우유에 담그면 티가 잘 우러나지 않는다.
3 ①의 데운 우유에 ②의 홍차를 붓고 뚜껑을 덮어 3분간 우린 다음 고운체에 거르고 설탕을 넣어 잘 섞는다.

손맛 살린 영양 별미, 제철 나물 밥버무리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엔 만사가 귀찮게 마련이다. 음식 만들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렇다고 끼니를 대충 때울 수는 없는 노릇. 빤하지 않으면서 입맛을 돋우는 초간단 요리가 제철 나물 밥버무리다. 말 그대로 나물을 양념한 후 식은 밥을 넣고 손으로 밥알을 살짝 으깨가며 무치는 것. 양념의 주재료인 된장과 고추장을 1:1 비율로 섞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제철 나물 중에서도 비름나물과 산취나물이 향이 좋아 입맛을 살려준다.

뮤직 플레이어
조규찬, 무지개
사랑을 속삭이는 달콤한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의 올드 팝으로 연인을 위한 주제가나 다름없다.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 OST, Loved by woman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마을에서 시詩를 통해 교감을 나누는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의 삽입곡으로, 무기력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비름나물&산취나물 밥버무리
재료(3인분)
식은 밥 1공기, 비름나물・산취나물 600g씩, 소금 약간
양념 된장・고추장・간 마늘 1큰술씩, 참기름 1½큰술, 설탕 약간
만들기 1 밥은 식은 밥으로 고슬고슬한 것을 준비한다.
2 비름나물은 억센 줄기나 지저분한 잎을 떼어내 손질한다. 팔팔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재빨리 헹궈 물기를 짠다. 산취나물도 같은 방법으로 준비한다.
3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을 만든다.
4 ③의 양념을 반으로 나눠 ②의 나물에 각각 넣고 무친 후, 밥을 반 공기씩 각각 넣어 밥알을 손으로 으깨듯이 무치며 고루 섞는다.

스타일링 서영희 요리&장소 협조 김지현(복정식당 대표 02-734-8882), 김태현(모티집 대표 02-747-4137), 문인영 음악 선정 최정윤(SBS 음악감독)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