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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의 철든 부엌 때를 맞춘 봄나물에 취해
초록에는 ‘긍정의 힘’이 있습니다. 초록의 기운이 듬뿍 든 봄나물에도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있지요.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체내 산소를 증가시켜 한없이 나른해지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답니다. 혈액을 맑게 정화해주고 식욕을 돋우니 봄나물은 자연이 때를 맞춰 베푸는 명약인 셈입니다.


만물이 움트는 완연한 봄이다. 봄의 한가운데인 청명淸明이 이즈음이니 시골에서는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된다. 이때 땀으로 자연을 일구는 농부의 보양식은 다름 아닌 봄나물이다. 초록색이 기분을 안정시킨다면 초록빛 봄나물은 피로를 해소해주고 면역력을 키워준다. 또한 한식의 뼈대를 이루는 곡류는 물론 육류, 해물류 등이 산성 식품인 것을 감안하면, 알칼리성 식품인 봄나물은 우리네 봄철 영양 밥상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다른 식재료와 어울려 영양적으로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치 함께 있으면 유쾌하고 다정한 동무 같아 끼니마다 챙겨 먹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해진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농번기가 시작되는 이즈음에 논일, 밭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손에는 늘 산에서 들에서 캔 봄나물이 꽃다발처럼 들려 있었다. 철을 맞은 나물들은 때깔부터 달랐다. 돌담 사이에서도 돋아나던 돌나물은 통통하고 잎이 촘촘했으며, 알이 꽉 찬 달래는 향긋한 향 덕분에 먹기도 전에 춘곤증이 싹 가시는 듯했다. 집 근처의 산에만 가도 곳곳에 나물이 눈에 띄어 봄이면 산나물 하러 다니는 것이 어린 시절의 놀이였다.

특히 달래는 양지바른 곳에서 많이 자라 산소에 가면 지천이었다. 행여나 산소 주위에 있는 나물을 모조리 캐다가 봉분의 잔디가 상할 것을 염려하던 어른들이 “봉분 주위에 난 것은 손대지 마라” 겁을 주던 기억도 생생하다. 요즘도 한식을 맞아 부모님 산소를 찾으면 더덕, 달래, 도라지, 취나물을 덤으로 만나곤 하는데, 엄마와 할머니가 하시던 말씀이 들리는 듯해 눈에만 담아오고는 한다.

봄나물은 특유의 향취가 있어 미각은 물론 후각까지 자극한다. 그저 이름만 들어도 고향 생각이 나면서 입맛이 돈다. 달래ㆍ냉이ㆍ취나물ㆍ봄동ㆍ씀바귀ㆍ원추리ㆍ두릅ㆍ곰취ㆍ머위ㆍ유채ㆍ방풍 등 종류도 많다. 개성 있는 생김새만큼이나 맛과 향, 영양 성분이 제각각이다. 긴 겨울에 깔깔해진 입맛을 돋우는 데는 봄나물 무침만 한 것이 없는 법. 연할 때 바로 무치거나 살짝 데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인데, 양념도 봄나물마다 제 성질에 맞게 짝을 지어줘야 한다. 산에서 나는 나물은 짭짤한 양념이 어울리고, 들이나 밭에서 나는 것은 소금이나 국간장, 초고추장으로 무치는데, 참기름보다는 들기름으로 하고 마늘 등을 과하게 넣지 않는다.

봄나물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비빔밥이다. 봄나물에는 다른 계절에 나는 채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생명력이 담겨 있고, 비타민 AㆍB군ㆍC 등이 골고루 들어 있으니 다양한 봄나물을 넣은 비빔밥은 ‘한 그릇 영양식’이나 다름없다. 손님 초대 요리로도 손색없다. 그만한 정성이 양념처럼 배어 있기 때문일 터. 먹을 때는 간편하지만 준비하기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 누구나, 어느 자리에나 잘 어울려 요즘도 봄이면 자주 즐기는 메뉴다.

어릴 적에도 봄이면 빠지지 않고 밥상에서 오르던 메뉴가 있는데, 돌나물물김치였다. 그시절 어른을 모시고 사는 집에서는 으레 물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봄 김치는 입맛을 돋우기에 더없이 좋은 반찬 아닌가. 제철 채소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는 쌈밥도 빠질 수 없다. 머윗잎과 곰취를 다듬어 씻은 후 밥을 올리고 된장을 얹어 쌈을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참기름을 더해서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적으로도 균형이 잡힌다. 녹황색 채소의 영양 성분은 기름이 더해지면 흡수가 잘되기 때문인데, 어릴 적 할머니는 “기생충을 없애준다”며 채소를 씻을 때 마지막 헹구는 물에 참기름을 꼭 한 방울 떨어뜨리셨다. 나물을 무칠 때도 참기름을 약간 넣으면 숨도 덜 죽고 참기름의 항산화 성분으로 영양도 더해진다. 옛 어른들의 손맛을 가만히 더듬어보면 건강과 맛의 비법이 구석구석 숨어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생활 속에서 몸으로 터득한 것이라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이달에는 봄나물 캐러 산으로 들로 나가보면 어떨까? 아니면 장에 들러 요즘 많이 나오는 봄나물인 세발나물과 방풍나물로 간단한 봄나물 무침 요리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때를 맞춘 봄나물을 즐기는 것도 자연의 일부가 되는 일이니 말이다.


봄나물비빔밥
재료(4인분)
밥 4공기, 참기름 1/2큰술 취나물·봄동·씀바귀·원추리·냉이·두릅·유채나물· 방풍나물 100g씩(손질한 것)
된장 양념(취나물, 봄동, 씀바귀) 된장 4작은술, 다진 마늘 2/3작은술, 다진 파 2작은술, 참기름 1/2큰술
초고추장 양념(원추리, 냉이, 두릅) 고추장 11/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2작은술, 다진 마늘 약간
소금 양념(유채나물, 방풍나물) 소금·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두릅은 나무 부분을 잘라낸 뒤 떡잎을 떼어내고, 냉이는 잎과 뿌리 연결 부분의 검은 것을 칼끝으로 저민 후 칼날로 잔뿌리를 훑는다. 원추리는 밑동을 약간 잘라낸 후 씻는데, 줄기 사이의 흙을 꼼꼼히 씻는다. 취나물은 밑동을 약간 잘라내고 씻고, 봄동은 뿌리 쪽을 잘라내고 한 잎씩 떼어내 씻는다. 씀바귀는 잔뿌리를 훑어낸 뒤 씻는다. 유채나물과 방풍나물은 줄기 끝을 약간 잘라내고 씻는다.
2 냄비에 물을 넉넉히 붓고 끓으면 소금을 약간 넣은 뒤 ①의 손질한 나물에서 향이 적은 것부터 데친다. 봄동, 유채, 원추리, 두릅, 방풍, 냉이, 취나물, 씀바귀 순으로 데친 뒤 각각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단, 씀바귀는 찬물에 담가서 쓴맛을 빼낸다.
3 ②의 나물은 음식을 내기 직전에 각각 어울리는 양념에 무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한 번 물기를 짠다.
4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이 뜨거울 때 참기름을 넣어 고루 비빈다.
5 그릇에 ④의 밥을 담고 나물을 얹은 후 약고추장 볶은 것을 곁들인다. 이때 젓가락으로 비벼야 밥과 나물이 고루 섞이니 염두에 둘 것.

*약고추장
다진 쇠고기(50g)는 양념(다진 마늘·다진 파·설탕· 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을 넣어 밑간한다. 냄비에 참기름 (1/2큰술)을 두르고 볶다가 배즙(4큰술)을 넣고 20분 정도 끓인다. 되직해지면 꿀(1큰술)과 참기름(1/2큰술), 잣(2큰술)을 넣어 섞고 불을 끈 다음 식혀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며 사용한다.


돌나물물김치
재료
돌나물 200g, 무 100g, 미나리 40g, 쪽파 4뿌리, 홍고추 1개
국물 고춧가루 2큰술, 물 7컵, 마늘 3톨, 생강 1쪽, 설탕 3큰술, 소금 31/2큰술
만들기 1 미나리는 손질해 씻은 뒤 3cm 길이로 썰고, 돌나물은 줄기 끝을 약간 잘라내고 다듬어 씻는다. 무는 가로 1cm, 세로 3cm 크기로 썬다.
2 홍고추는 반 갈라 씨를 턴 후 3cm 길이로 잘라 포를 뜬 다음 가늘게 채 썬다. 쪽파는 다듬어 씻어서 3cm 길이로 썬다.
3 고춧가루에 물 1컵을 넣고 불려서 젖은 면포에 밭는다.
4 마늘과 생강은 편으로 썬다.
5 물 6컵에 ③의 고춧가루 우린 물과 ④의 마늘과 생강 저민 것을 넣은 다음 설탕과 소금을 넣고 저으면서 녹인다.
6 ①과 ②의 채소는 용기에 담은 후 ⑤의 국물을 부어서 익힌다.

방풍나물무침
재료(2인분)
방풍나물 50g
양념 참기름·액젓·식초 1작은술씩, 설탕 1/2작은술, 다진 홍고추 약간
만들기 1 방풍나물은 다듬어 씻어서 물기를 턴다.
2 ①에 참기름을 넣어 무친 다음 액젓, 식초, 설탕, 홍고추를 넣어 무친다.

세발나물무침
재료(2인분)
세발나물 80~100g, 참기름 1작은술
양념 고춧가루·식초 2작은술씩, 설탕 11/2작은술, 고운 소금 1/3작은술, 통깨 1/2작은술
만들기 1 세발나물은 줄기 끝을 약간 잘라내고 씻어서 물기를 턴 다음 참기름을 넣고 살살 무친다.
2 ①에 분량의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봄나물쌈밥
재료(4인분)
밥 4공기, 곰취·머윗잎 100g씩, 달래 30g, 된장·참기름 적당량
만들기 1 곰취는 줄기 끝을 약간 잘라내고, 머윗잎은 줄기를 꺾어서 껍질을 벗겨 씻는다. 달래는 알뿌리 쪽의 껍질을 벗겨 씻는다.
2 밥은 적당량 덜어 원통형으로 주먹밥을 빚는다.
3 ①의 채소에 ②의 주먹밥을 얹고 참기름과 된장을 올려 쌈으로 즐긴다.

두릅적
재료(4인분)
두릅 12개, 더덕 100g, 밀가루 2큰술, 달걀옷 2개분, 식용유·소금 약간씩
두릅 양념 소금 1/5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더덕 양념 진간장 2작은술, 설탕·다진 파·참기름 1작은술씩, 다진 마늘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두릅은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다음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무친다.
2 더덕은 껍질을 벗겨 길이로 반 자른 뒤 밀대로 두들겨 납작하게 만든다. 분량의 양념을 모두 섞어 만든 양념장을 손질한 더덕에 펴 바른다.
3 꼬치에 두릅, 더덕, 두릅, 더덕, 두릅 순으로 꿰어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힌 후 기름 두른 팬에 지진다.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지면 꼬치를 빼고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는다.

달래전
재료(지름 7~8cm짜리 8~10개분)
달래·조갯살 50g씩, 부침가루 35g, 튀김가루 15g, 물 1/5컵(40cc), 식용유·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달래는 다듬어 씻어서 물기를 털고 2cm 길이로 썬다. 조갯살은 엷은 소금물에 씻어 건진 뒤 껍데기를 골라내고 굵게 다진다.
2 찬물에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넣어 섞고 달래와 조갯살을 넣는다.
3 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한 숟가락씩 떠얹어 노릇하게 지진다.

구술 정리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용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