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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쿠킹 스타일] 연기자 최정윤 씨 내게 요리는 신세계고, 사랑이다
연기만큼이나 음식 솜씨도 야무지고 10년 가까이 요리를 배울 정도로 열정이 높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다. 얼마 전 결혼한 연기자 최정윤 씨 이야기다. 옛말에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집, 집에 온 사람을 배불리 먹여 돌려보내는 집은 크게 번성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와 새해 손님상을 차리며 맛있는 수다를 나눴다.

황홀한 새해 손님상
최정윤 씨는 연기자다. 탤런트Talent, 그러니까 재주가 많다. 듣던 대로 손끝이 야무지고 예의 바르다. ‘최강 동안’ 외모에 똑 부러진 연기로 눈에 띄던 그가 생각보다 훨씬 다정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이 조금 의외의 모습이랄까. 촬영하며 만든 음식을 스스럼없이 맛깔스럽게 집어 먹는 것을 보니 일단 깍쟁이 스타일의 ‘공주님 타입’은 아니다. 요즘 KBS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서 열연 중인 그는 능력 있는 방송국 PD로 나오는데, 극중 성격과 달리 오히려 따스하고 유쾌하다.

“결혼을 앞두고 얼굴도 좋아지고 표정도 편안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남편이 워낙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 제게도 그런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요.”

결혼 전 만난 그는 촬영 중간 짬이 날 때마다 일명 ‘청첩장 리스트’를 뽑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어찌나 집중해서 펜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꾹꾹 눌러 쓰는지 마치 연애편지를 쓰는 듯했다. 그의 리스트가 적힌 다이어리 아래에는 A4 용지에 프린트한 레시피가 있었는데, 여기저기 동그라미와 별표를 쳐놓은 것을 보니 마치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의 노트 같다. 결혼 후 선보일 집들이 음식 중에서 새해를 맞아 손님상에 어울릴 만한 요리로 <행복> 독자를 위해 손수 뽑아온 것이란다.

“결혼하면 가족은 물론이고 감사한 분들에게 손수 밥상을 차려드리고 싶었어요. 집들이는 꼭 할 생각이거든요. 우리 어머니 세대는 집들이는 물론이고 집안 대소사를 모두 집에서 치렀잖아요. 적어도 하루 이틀 전부터 음식을 준비하고요. 음식 준비를 하면서 초대할 분들의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겠어요. 누군가 내 생각을 하면서 음식을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면 저는 괜스레 행복해지거든요. 그래서 집들이가 번거롭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솜씨를 부려야 하나, 그게 고민이죠.”


(왼쪽) 레시피는 요리 클래스에서 나눠준 것을 모아 보관하는데,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로 간단한 조리법이 좋단다.
(오른쪽) 결혼식 부케를 받은 연기자 박진희 씨와는 요리를 같이 배우는 ‘절친’ 사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냄비와 그릇 세트를 구성해 결혼 선물로 주었다고.


촬영 내내 “음식 솜씨가 부족해서”라고 겸손해하던 그가 밝힌 ‘최정윤식 손님 초대 요리’의 원칙은 이렇다. 첫째, 실속도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폼생폼사’식이 아니라 맛이 있는 음식이어야 할 것. 둘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여야 할 것. 셋째, 정성스레 부친 전은 반드시 준비할 것. “음식은 자고로 눈으로 맛보고 입으로 음미하는 것이라지만, 저는 뭐니 뭐니 해도 맛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기에 예쁘게 단장하는 것보다 내실이 중요한 것은 음식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일 테니까요. 특히 삼색전을 상에 꼭 올리려고요.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전은 제철식품으로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고, 무엇보다 신랑도 저도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거든요.”

표고버섯·애호박·패주로 전을 부치고, 어느 자리에서나 인기 만점인 너비아니구이와 칠리소스새우 요리로 솜씨를 뽐내고, 새해 즈음이니만큼 쌀밥 대신 떡국도 국물을 깔끔하게 해서 정갈하게 끓여낼 생각이란다. 보통 떡국은 양지머리나 사골로 육수를 만들어 끓이지만 그는 다시마와 미역, 느타리버섯, 대파 등 채소를 넣고 끓인 국물로 만든다. “평소에도 떡국을 잘 먹어요. 떡국 한 그릇에 김치만 내놓아도 식사가 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언제 먹어도 속이 든든하잖아요. 무엇보다 떡국이 지닌 의미를 참 좋아해요. 새해에 떡국을 먹으면 마음도 새롭게 단정하게 되잖아요. 떡 중에서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정갈한 생김새도, 쫄깃한 식감도 좋고요. 물론 한 살 더 먹는 것은 빼고요.(웃음)”


1 최정윤 씨의 요리 철학은 단순하다. “음식은 자고로 맛있어야 한다”는 것.
2 요리를 배운 지 십 년 가까이 됐지만, 초대 요리로 손님상을 차리는 것은 처음이다.
3 그릇은 흰 것을 주로 사용한다. 음식을 그릇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완벽한 손맛 꿈꾸는 여자
“워낙에 ‘먹는 것’ 자체를 좋아해요. 흔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눈이 감기면서 그 순간을 음미하고 싶잖아요? 음식은 제게 행복감을 줘요. 그러다보니 유명하다는 맛집도 일부러 찾아가게 되고, 2003년부터는 요리 학원에도 다녔어요. 작품에 들어가면 일에 매진하느라 여유가 없지만 짬이 나는 대로 꾸준히 요리를 배웠어요. 지금도 목요일마다 요리 선생님에게 배우러 가요.”

스스로 “입는 것보다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최정윤 씨는 백숙 먹으러 남한산성이나 오대산으로 가고, 고기 먹으러 양평이나 춘천에 갈 만큼 ‘고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입맛이 지극히 토속적인 그가 처음 배운 요리는 예상한 대로 한식. 배우다 보니 점점 잘하고 싶더란다. 양식, 일식, 중식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배웠지만 정작 요즘에 욕심나고 도전하고 싶은 요리는 엄마가 조물조물 무쳐주던 나물같이 소박한 반찬이다.

“신랑에게 세끼를 꼭 내 손으로 차려주고 싶어요. 그러다보니 고민하게 되는 것은 역시 반찬거리더라고요. 특히 간단하게 뚝딱 만들어서 차리는 노하우도 궁금하고, 나물 하나라도 맛있게 무치는 그 ‘손맛’이 욕심나요. 매일 한 상 거하게 차릴 순 없으니 김치찌개 하나라도 맛깔나게 끓여낼 수 있다면, 정신없이 바쁠 때도 이 다짐을 지켜갈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장을 보고 나물을 무치고 예쁘게 담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실로 생각지 못한 행복을 안겨주는 법. 좋은 집안에 멋진 남편, 늘 고운 모습의 연기자로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그지만 여느 새댁과 다르지 않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지만, 그 비법은 결국 밥상에 있는 듯하다.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음식만 한 것이 없지 않던가.

“감사한 마음에 성의를 표시할 때도 ‘식사 한 번’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하물며 가족이 함께하는 밥상인데 되는 대로 차릴 수야 없지요. 가족 사랑은 식탁에서 시작된다고 하잖아요.” 아직 제대로 차려낼 기회가 없었을 뿐, 최정윤 씨는 뭐든 척척 잘해내는 ‘엄친딸’ 이미지처럼 요리도 잘할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알아보는 미각 하나는 타고났다고 자부하는데, 엄마 음식 솜씨가 워낙에 수준급이었다고.

“엄마는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세요. 대대로 손맛을 물려받으신 거죠. 그 손맛이 어디 가겠어요?(웃음)”


최정윤 씨가 앞치마를 둘렀다. 손님 초대상에 제격인 음식으로 새해에 자주 먹게 되는 떡국과도 잘 어울리는 메뉴를 제안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칠리소스새우와 격식을 더하는 너비아니구이를 포함해 만들기도 간단한 삼색전을 상에 올린다.

삼색전 “패주전·호박전·표고버섯전으로 색과 맛에 구색을 맞췄어요. 그중 표고버섯전을 가장 좋아해요. 모양이 예쁜 표고버섯으로 준비해 쇠고기와 갖은 채소를 다져서 섞어 소를 만든 뒤 표고버섯 안쪽에 녹말가루를 묻히고 소를 넣어 채운 다음 달군 팬에 채운 소가 밑으로 가게 해 은근한 불에 부쳐야 속까지 잘 익어요.”

칠리소스새우 “바삭하게 튀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스 맛에 따라 성패 여부가 달라져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칠리소스 레시피를 살짝 공개하자면, 넓은 팬에 두반장(3큰술), 고추기름(3큰술), 토마토케첩(80g), 다진 양파(100g)를 넣고 중간 불에서 자글자글 끓이다가 육수를 붓고 끓여요. 끓어오르면 설탕(3큰술)과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녹을 때까지 저으면서 끓이다가 새우 튀긴 것과 다진 대파(100g), 청주(3큰술), 식초(3큰술)을 넣어 버무리고 마지막에 녹말물로 농도를 맞춰주지요. 그러면 새콤달콤한 칠리소스 덕에 그 맛이 일품이에요.”


너비아니구이 “일단 고기가 맛있어야 해요. 쇠고기 부챗살이나 채끝 등심을 선택해요. 배즙과 양파즙, 설탕으로 쇠고기를 밑간한 뒤 양념하면 누린내도 없애고 육질도 부드러워져요. 너비아니는 달군 팬에 고기를 두세 장씩 겹쳐서 중간 불에서 굽는데, 고기 모양을 살려서 구워야 해요.


스타일링 고은숙 헤어&메이크업 구미정, 성희(제니하우스 청담점) 촬영 협조 선우실업(031-793-4143)

글 신민주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