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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떡으로 여의주를 만들다
지금의 가래떡과 달리 예전에는 생으로 반죽해 동전 모양으로 떼어낸 떡국을 즐겼는데, 이를 생떡국이라 불렀다. 조선시대 서울의 풍속을 적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 의하면 “흰떡을 조금씩 떼어 손으로 비벼 둥글고 길게 문어발같이 늘이는데, 이를 권모拳摸라고 했다. 섣달그믐에 권모를 엽전 모양으로 썰어 넣은 뒤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으니 이를 떡국이라고 한다”고 했다. 생떡국은 송편 반죽과 약간의 아이디어만 더하면 변화무쌍해진다. 60년 만의 흑룡띠라는 2012년, 용의 턱 아래에 있는 작은 구슬인 여의주를 닮은 색색의 영묘한 떡을 나눠 먹는 것은 어떨까. 용龍 글씨를 새긴 여의주 떡으로 성공과 희망을 모두 성취하라는 축원을 담는 것도 좋겠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구슬, 여의주를 나누면 마음이 넉넉한 부자가 될 수 있을 듯하다.

해악을 막아주는 금빛을 입힌 색색의 용 문양 여의주 떡.

용 문양 여의주 떡 재료 흰 송편 멥쌀가루(소금 간한 것) 300g, 설탕 6g, 물 105g, 금가루 약간 깨소 깨소금 200g, 황설탕 150g, 흑설탕ㆍ콩가루 30g씩 만들기 1 멥쌀가루에 설탕만 넣고 섞는다. 따뜻한 물을 가루에 부어 한 덩어리가 되게 반죽해 비닐봉지에 넣는다. 반죽에 색을 넣고 싶으면 비닐봉지에 넣기 전, 적당량씩 나눠 색 재료(당근즙ㆍ흑임자 페이스트ㆍ코치닐)를 섞는다. 2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깨소를 만든다. 3 ①의 반죽을 동글게 빚어서 소를 넣고 아물려 떡살로 동글납작하게 찍는다. 4 김이 오른 찜기에 물기를 꼭 짠 면포를 깔고 ③의 떡을 올려 20분간 찐다. 5 떡을 찜기에서 꺼내 한 김 식힌다. 식용 금가루는 떡이 식으면 얇게 바른다.

한국, 엽전을 꿰듯 돈전을 부치다
‘돈저냐’로, 속되게는 ‘동그랑땡’이라고도 불리는 돈전은 다진 쇠고기와 으깬 두부에 갖은 양념을 넣은 뒤 잘 섞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옷을 씌워 지져낸 것이다. 엽전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그 모양이 돈 같다 하여 돈전이라 부르게 된 것. 공교롭게도 화폐의 한자어인 ‘錢(돈 전)’ 자와 발음이 같다. 가족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대표적인 명절 음식으로 손님 초대 요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모양이 엽전 같은 돈전.

돈전 재료 쇠고기(우둔살) 200g, 두부 80g, 오이 40g, 달걀 2개, 밀가루ㆍ식용유 적당량 양념 다진 파 11/2큰술, 설탕 1/2큰술, 다진 마늘ㆍ깨소금ㆍ소금ㆍ참기름 2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두부는 으깬다. 2 오이는 채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꼭 짠 후 잘게 다진다. 3 ①과 ②를 합하여 양념을 넣고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밀가루를 얇게 묻히고 달걀옷을 입힌 후 기름을 둘러 달군 팬에 양면을 노릇하게 지진다.

중국, 설떡으로 풍요로운 새해를 기원하다
중국의 춘절春節은 우리나라 명절로 치면 음력설이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봄이 다가온다’는 뜻으로 온 가족이 모여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를 경축하는 것이니 그 의미도 같다. 이날은 묵은 지난해를 털어내는 대청소를 한 후 온갖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복福’ 자를 거꾸로 하여 집 안 곳곳에 붙이는데, 어떤 의식이든 특별한 음식이 함께해야 의미를 더하는 법. 중국 북방에서는 물만두인 쟈오즈를, 남방에서는 떡인 니엔카오를 먹는다. 그중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만두인 쟈오즈는 모양이 원보(중국의 옛날 돈)를 닮아 재물을 많이 모으라는 의미가 있다. 간혹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에서 만두소에 동전을 넣기도 한다고. 설떡인 니엔카오는 찹쌀의 들러붙는 성질이 가족의 결집을, 둥그런 모양은 가족의 화합을, 달콤한 맛은 인생의 기쁨을, 부풀어 오르는 성질은 재물이 불어남을 상징한다. 중국에서는 설날의 대표적인 음식 선물이기도 한데, 특히 ‘해마다 풍성하라’는 의미를 담은 물고기 모양의 니엔카오 ‘니옌니옌 요우위(年年有餘)’가 가장 인기다.

물고기 모양 니엔카오 ‘니옌니옌 요우위’는서울 신라 호텔 중식당 ‘팔선’의 장금승 셰프가 선보인 것. 직접 만들어 복을 선물하고 싶다면 ‘행운의 쿠키’라 불리는 포천 쿠키도 제격. 중국계 미국인이 운세가 쓰인 종이띠를 넣고 구운 쿠키에서 비롯된 것으로, 메시지나 복모양이 엽전 같은 돈전. 福 자를 새긴 종이를 넣어 굽는다.

포천 쿠키 재료 달걀흰자 100g, 슈거 파우더 120g, 박력분 80g, 카놀라유 30g, 녹인 버터 15g, 소금 약간 만들기 1 볼에 달걀흰자를 넣고 슈거 파우더를 넣으면서 거품기로 섞는다. 2 ①에 박력분과 카놀라유, 녹인 버터, 소금을 넣고 잘 섞은 후 30분간 휴지시킨다. 3 테프론 시트를 깐 오븐 팬에 ②의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지름 6cm의 원형으로 만든다. 4 180℃로 예열한 오븐에 ③을 넣고 5분간 구운 뒤 메시지를 적은 종이를 놓고, 뜨거울 때 반으로 접은 후 가운데를 젓가락으로 누른다.

모양이 엽전 같은 돈전. 일본, 황금 밤알을 달콤하게 맛보다
일본에서는 정월에 쌀밥 대신 오세치 요리おせち料理를 먹는다. 찬합에 보기 좋게 담으며, 음식은 오법五法ㆍ오미五味ㆍ오색五色을 균형 있게 맞춘다. 주로 검은콩조림ㆍ멸치조림ㆍ찐새우ㆍ연근조림ㆍ밤조림ㆍ 청어알조림 등으로, 조림 요리가 많다. 이 중 밤이 재운財運을 의미한다. 만드는 법이 의외로 아주 간단해 음식 선물로도 좋다. 밤을 설탕에 조려 달콤한 맛과 황금빛 색을 내는 것. 오세치 요리가 새해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이니 그 시절, 귀하디귀한 설탕에 조린 밤알을 아껴 먹었듯 주머니 속 동전도 신중하게 쓸 줄 안다면 황금의 매력도 더욱 달지 않을까.

일본의 오세치 요리 중 설탕에 조린 밤.

설탕에 조린 밤 재료 밤 20개, 설탕 80g, 물 200ml, 물엿 30g 만들기 1 속껍질까지 벗긴 밤을 냄비에 넣고, 물과 설탕을 넣어 중간 불에서 끓인다. 2 물이 거의 줄어들 때까지 밤이 익으면 물엿을 넣어 윤기를 낸 다음 2~3분간 더 끓여 불에서 내린다.

그리스, 새해 케이크에 동전을 넣다
동양에서 새해에 떡과 만두로 복을 나눴듯이 서양에서는 케이크와 과자로 행운을 바랐다. 바실로피타 assilopita는 그리스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음복하는 전통 케이크. 그리스뿐만 아니라 동부 유럽에서 주로 커피와 함께 조촐하게 즐기는데, 맛과 질감이 카스텔라와 비슷하다. 만들 때 동전 한 개를 넣는 것이 특이한데, 동전이 든 조각을 먹는 사람은 재물 복은 물론이고 운수 대통한다고. 1년 내내 행운이 깃드는 의미이니 컵케이크 형태로 만든다면 이웃과 함께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겠다.

그리스의 바실로피타를 컵케이크로 만들었다.

바실로피타 재료 무염 버터 250g, 설탕 450g, 달걀 6개, 박력분 550g, 베이킹파우더 8g, 우유 80ml, 소금 약간, 아몬드 슬라이스 적당량 만들기 1 버터에 설탕 300g을 넣고 거품기로 잘 젓는다. 여기에 달걀 3개와 달걀노른자 3개분을 넣고 섞은 후, 우유를 넣고 고루 섞는다. 2 다른 볼에 달걀흰자 3개분과 설탕 150g을 넣고 머랭을 올린다. 3 ①에 베이킹파우더와 박력분, 소금을 넣고 섞다가 ②의 머랭을 두세 번으로 나눠 넣으면서 잘 섞는다. 4 틀에 ③의 반죽을 80% 정도 담고, 깨끗이 소독한 동전을 반죽 안에 넣은 후 아몬드 슬라이스를 뿌린다. 종이를 오려 바실로피타 위에 얹어도 좋다. 5 180℃로 예열한 오븐에 ④를 넣고 25분간 굽는다.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완성. 취향에 따라 생크림으로 장식한다.

프랑스, 손안에 재물을 쥐고 크레페 묘기를 부리다
황금색 반죽을 비단처럼 얇게 구워낸 크레페는 프랑스에서 태양과 행복, 번영을 상징한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로부터 딱 40일째 되는 2월 2일 성촉절에 먹는다. 성촉절은 원래 동정녀 마리아를 축복하는 날이지만, 요즘은 ‘크레페의 날’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듯 크레페는 프랑스인에게는 특별한 음식이다. 마치 우리나라 떡국과도 같은데, 한 해의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는 별다를 바 없다. 크레프를 구울 때는 특별한 의식이 있다. 한 손에 동전을 든 채, 뒤집을 때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팬을 높이 들어 크레페를 공중에서 뒤집는 것. 한 번에 성공하면 부자가 된다니 멋지게 뒤집은 크레페를 여러 층으로 쌓아 크레페케이크를 만들어도 좋겠다.

크레페케이크인‘밀 크레페mille crepe’.‘밀’은 천 가지를 뜻한다.

크레페케이크 재료 무염 버터 100g, 달걀 4개, 설탕 80g, 박력분 200g, 우유 500ml, 그랑마니에(코냑에 오렌지 향미를 가미한 리큐어 liqueur) 10ml, 소금 약간, 산딸기 퓌레 적당량 레몬생크림 생크림300g, 설탕 30g, 크림치즈 90g, 레몬즙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버터를 넣고 끓이다 갈색이 되면 불을 끄고 체에 걸러 브라운 버터를 만든다. 2 볼에 달걀과 설탕을 함께 넣고 거품기로 젓는다. 여기에 박력분과 소금을 체에 쳐서 넣고 우유와 ①의 버터를 넣어 섞은 후 체에 한 번 거른 다음 그랑마니에를 넣는다. 이 반죽을 냉장고에서 반나절 이상 휴지시킨다. 3 ②의 반죽을 팬에 한 국자씩 떠서 얇게 부친다. 전용 팬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4 실온에 둔 크림치즈를 볼에 넣고 레몬즙을 넣어가며 잘 푼다. 여기에 설탕을 넣고 거품 낸 생크림을 넣고 섞어 레몬 생크림 필링을 만든다. 5 ③의 크레페 위에 레몬 생크림을 바르고, 다시 크레페를 한 장 올린 후 크림 바르기를 반복한다. 산딸기 퓌레 등을 올리면 상큼한 맛이 더해진다.

이탈리아, 파스타에 동전 문양을 새기다
이탈리아에서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파스타에는 무수히 많은 모양과 맛이 녹아들어 있다.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파스타 모양에는 이탈리아인의 염원이 깃든 것부터 정치적 이념을 표현한 것까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갖고자 소망하는 것이나 먹을 수 없는 것을 떡살이나 다식판으로 모양을 찍어 음식으로 즐기던 우리와도 닮은 점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코르제티corzetti 파스타다. 북서부 지방인 리구리아 지역 고유의 큰 동전 모양 파스타로, 이름도 14세기 제노바에서 통용되던 동전인 크로세트crosets에서 따온 것. 나무틀에 섬세한 문양을 일일이 손으로 조각해 가문의 휘장을 새기기도 했다. 그만큼 정성은 물론 미적 감각까지 뛰어난 파스타인 것. 흔히 이탈리아에서 새해에 즐기는 음식으로 알려진 코테치노 콘 렌티치cotechino con lenticchie는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돼지 발로 만든 소시지와 렌틸콩을 곁들인 것. 특히 동그란 렌틸 모양이 동전을 떠올리게 해 서민들에게는 재물을 염원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코르제티에 소박한 염원이 들어 있는 렌틸콩소스를 더하면 이보다 비범한 파스타가 또 있을까.

렌틸콩소스로 버무린 동전 모양의 코르제티 파스타. 

렌틸콩소스 코르제티 파스타 재료 렌틸콩 1컵, 파스타 50g, 다진 양파 1/2개분, 다진 당근 1/3개분, 다진 셀러리 1줄기분, 토마토퓌레 1/2컵, 월계수 잎ㆍ바질ㆍ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물ㆍ소금물ㆍ올리브유 적당량 만들기 1 렌틸콩은 물에 충분히 불리고, 파스타는 끓는 소금물에 삶아 건진다. 2 기름을 두른 달군 팬에 다진 채소를 볶는다. 3 ②의 채소가 살짝 익으면 토마토퓌레, 월계수 잎, ①의 불린 렌틸콩을 넣고 중간 불에서 끓이다 바질, 소금, 후춧가루를 넣어 간한 후 삶은 파스타를 넣고 버무리듯 한 번 더 살짝 익힌다.

요리&도움말 박경미(동병상련), 장금승(서울 신라 호텔 ‘팔선 02-2230-3366’),백오연(아뜰리에 프로젝트) 스타일링 서영희 참고 도서 파스타의 기하학위대한 한스푼 그릇 협조 이딸라(선우실업 031-793-4143),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