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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테이블] 4인의 셰프가 4색 술로 차리다 술맛 돋우는 안주
사람 간에도 궁합이 있듯이 술과 음식에도 저마다 어울리는 짝이 있다. 4인의 셰프가 맥주, 소주, 와인, 막걸리 등 네 가지 술과 그에 어울리는 최고의 주안상을 마련했다.


1 컬리나리아 12538 백상준 셰프의 증류식 소주 안주
알밥 리소토
팬에 버터 한 조각 두르고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쌀을 넣고 볶는다. 보통 마른 쌀을 넣는데, 불린 쌀을 물기 빼고 넣으면 더 빨리 익힐 수 있다. 버터를 흡수할 정도로 쌀을 살살 볶은 후에 원하는 맛의 육수를 자작하게 붓는다. 이때 상큼한 토마토 콩소메를 넣으면 생선알의 비린 맛을 줄일 수 있다. 육수를 조금씩 부으면서 쌀이 살짝 덜 익은 알덴테 상태로 반 정도 익을 때까지 볶으면 리소토가 완성된다. 그 위에 신선한 성게알과 날치알을 그대로 올리고, 어란은 갈아서 올린다. 연어알은 화요 소주에 1시간 정도 담가 비린 맛을 없앤 뒤 물기를 빼서 올린다.

2 시리얼 구어메 레이먼 킴 셰프의 맥주 안주
칠리 콘 카르네 나초볼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채 친 양파와 으깬 마늘을 넣고 볶아 그릇에 담고, 기름을 다시 두른 팬에 쇠고기를 넣어 볶는다. 갈색이 날 때까지 볶다가 불을 줄여 밀가루와 볶아둔 양파ㆍ마늘을 넣고 함께 볶는다. 이때 밀가루는 육즙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넣는 것. 여기에 커민, 칠리 파우더, 후춧가루 등 매운 향신료와 오레가노를 넣고 홀토마토는 손으로 으깨 즙까지 모두 넣은 뒤 1시간 정도 조린다. 잘게 썬 청양고추와 피망도 넣고 30분 정도 더 조린 뒤 타바스코 소스와 강낭콩을 넣고 다시 20분 정도 조린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칠리 콘 카르네를 만든다. 꽃볼 모양의 나초칩은 냉동 나초칩(이태원 등 외국 식재료 전문점에서 판매)을 구입해 기름을 넉넉히 부은 팬에 넣고 주걱으로 눌러 살짝 튀겨낸 후 그 안에 칠리 콘 카르네를 담고 양상추와 치즈를 올려 오븐에 살짝 굽는다.

3 보나세라 샘 킴 셰프의 와인 안주
새우 감자 프리타와 채소 과일 살사
소금물에 살짝 데친 감자와 양파는 잘게 다진다. 새우도 살짝 데쳐서 잘게 다진 후 큼직한 볼에 넣고 함께 섞은 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익혀 프리타를 만든다. 믹싱 볼을 두 개 준비해, 하나에는 토마토, 적양파, 살구, 복숭아를 잘게 다져 넣고 레몬즙과 올리브유를 넣어 함께 섞은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다른 하나에는 사워크림을 넣고 블랙올리브와 케이퍼, 레몬즙을 넣어 섞는다. 접시에 구운 새우 감자 프리타를 올리고, 채소 과일 섞은 것을 얹은 뒤 사워크림을 1큰술쯤 올린다.

4 줄라이 오세득 세프의 막걸리 안주
소시지 올린 사워크라우트와 돼지족발구이
냄비에 독일식 양배추김치인 사워크라우트sauerkraut를 깔고 화이트 와인과 계피, 월계수 잎 등을 넣은 뒤 저온에서 1시간 정도 끓이다 소시지를 올려 30~40분 정도 더 끓이면 소시지는 부드러우면서 담백해지고, 사워크라우트는 소시지 맛이 배어 고소해진다. 돼지다리에 소금을 비벼 간이 살짝 배게 한 다음 오븐에 2시간 정도 구워 돼지족발구이인 학센haxen도 만들어 접시에 사워크라우트를 깔고 소시지와 학센을 올린 뒤 피클을 곁들인다.


시리얼 구어메 레이먼 킴 셰프
“맥주에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안주만 한 것이 없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현대인에게는 맥주만큼 위로를 주는 음료도 없다. 특히 맥주는 캐나다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캐주얼한 북미 요리와 잘 어울리는데, ‘시리얼 구어메’가 북미 대륙 음식을 선 보이는 만큼 메뉴를 짤 때 참고하며 공부하듯이 즐긴다.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전통 양조 방식으로 만드는 에일ale 스타일. 맥주를 발효할 때 거품과 함께 효모가 표면에 뜨는 상면발효 맥주로, 맛과 색이 진하고 과일향이 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출시하는 맥주는 대부분 라거lager 스타일이다. 에일과 달리 밑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해 발효하는 하면발효 맥주로 부산물이 적어 깔끔하고 시원하다. 맥주는 부담 없는 가격에 알코올 함량이 5% 미만으로 낮아 남녀를 불문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지만, 500cc 한 잔 열량이 밥 한 공기와 비슷한 280kcal 정도니 안주는 가벼운 것이 좋다.
그중 라거는 깔끔하고 담백해 짭짤하거나 매콤한 안주가 좋은데, 칠리 콘 카르네가 대표적이다. 멕시코와 미국 남부 텍사스 카우보이들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 나초와 곁들이면 짭조름하면서 매콤한 맛이 맥주와 잘 어울린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맥주는 계절별로 ‘맛있는 온도’가 따로 있는데 여름은 6~8℃, 겨울은 8~12℃, 봄·가을은 7~10℃ 내외가 적당하다.


컬리나리아 12538 백상준 셰프
“증류식 소주와 리소토는 최고의 마리아주입니다”


‘음식, 그릇, 술’이 어우러질 때 조화로 운 음식 문화가 완성된다. 맑고 투명한 빛깔에 향도 없는 소주는 반주의 개념이 강한 술로, 서양인이 식사 시 와인을 즐기듯 우리 선조들이 예부터 밥을 먹으면서 곁들이는 술이 소주다. 물리지 않는 것이 매력으로 식사 때 곁들여 고된 하루를 위로하는 가장 서민적인 술로 꼽히지만, 전통주인 증류식 소주가 아닌 희석식 소주가 우리나라 대표 술로 여겨지는 것은 내심 안타깝다. 증류식 소주는 봉제사奉祭祀 때 올렸을 정도로 예로부터 귀한 술이었다. 개인적으로 자주 즐겨 마시는 증류식 소주는 ‘화요’로, 국산 쌀 100%를 사용해 감압 증류 방식(증류기 기압을 낮춰 낮은 온도에서 증류하는 방식)으로 빚은 것이다. 저온 증류 덕에 술에서 탄내와 잡냄새가 나지 않고 깔끔해 부드럽게 잘 넘어간다. 밥에 반주를 즐기듯 서양 음식에 우리 증류식 소주를 곁들일 수 있는 음식를 선보이기 위해 고심하다 보니 리소토가 제격이다 싶어 레스토랑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알밥 리소토의 경우에는 알의 비릿한 향을 소주가 잡아주는 데다 밥과 같이 먹을 수 있어 속도 든든하니 일석이조다. 서양의 식재료나 음식뿐 아니라 어떤 음식이든 고정관념을 탈피해 서로 맛을 북돋우는 재료를 찾아보고, 우리 그릇에 담아 우리 술을 곁들인다면 더욱 풍성하게 소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줄라이 오세득 셰프
“막걸리에는 오래 숙성되어 특유의 풍미를 지닌 재료가 어울립니다”


삶의 애환을 풀어주는 막걸리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은 술이기에 애정이 남다르다. 전통술 중 곡물로 발효한 술을 탁주라 이르는데, 탁주를 맑게 걸러내면 청주가 되고, 이때 남은 지게미(찌꺼기)에 물을 섞어 ‘막 거르면’ 막걸리가 된다. 그 때문에 농도가 걸쭉해 대개는 막걸리를 묵직한 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호에 따라 두 가지 맛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흔히 막걸리는 지게미가 고루 섞이도록 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먹어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섞지 않고 그대로 두면 지게미가 가라 앉아 그 위에 맑은 술이 뜨는데, 그 맛이 청주처럼 가볍고 산뜻해 개인적으로 더 좋아한다.
막걸리처럼 숙성된 깊은 맛은 부족하지만 산뜻함이 강점인 술에는 오래 숙성해 특유의 풍미를 지닌 재료가 잘 어울린다. 김치만 있어도 막걸리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의외인 것은 수제 소시지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 특히 소시지를 즐길 때 자주 곁들이는 사워크라우트는 양배추를 싱겁게 절인 발효 음식으로 독일식 김치라 할 수 있는데, 막걸리의 향과 맛을 북 돋우는 역할을 해 가볍게 즐길 때 이만 한 안주가 없다. 서양의 돼지족 발구이인 학센과 서양 김치의 대표 격이라 할 수 있는 피클도 함께 곁들이면 더욱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보나세라 샘 킴 셰프
“같은 지역에서 나온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세요”

평소 술을 즐기기보다 분위기를 중시하는데, 와인은 분위기를 우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른 술과 달리 제조 과정에서 물을 전혀 첨가하지 않는 100% 자연 음료로, 알코올 함량이 적은 편이라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특히 화이 트 와인은 맛이 깔끔해 브런치에 곁들여도 좋고, 가벼운 모임에도 어울려 선호한다. 하지만 음식과 와인이 서로 잘 맞도록 선택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터. 복잡한 분석을 하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와인을 선택하는 요령이 있는데, 바로 같은 지역에서 나온 음식과 와인을 함께 즐기는 것이다. 와인은 생산지의 토속 음식 맛을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므로, 지역 특성이 강한 음식에는 같은 지역에서 출시된 와인이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화이트 와인 중에 이탈리아 중부 아브루초Abruzzo 지방의 일 비안코 디 치치오Ill Bianco Di Ciccio를 즐기는데, 상쾌하고 상큼한 과일향이 입맛을 돋워줘 식전주로도 손색없다. 이 와인은 같은 지역의 전통 음식인 프리타와 잘 어울린다.
프리타는 말하자면, 이탈리아식 부침개다. 아무 기교가 필요 없이 소박하기 그지없는 음식으로, 이탈리아에서는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솔푸드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냉장고에 있는 어떤 식품이라도 재료가 될 수 있고 만드는 방법도 무척 간단해 남자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스타일링 신원선 촬영 협조 보나세라(02-543-6668), 시리얼 구어메(02-542-0880), 줄라이(02-534-9544), 컬리나리아 12538(02-515-0895) 제품 협조 더 플레이스(02-3444-2203),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

진행 신민주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요리), 이명수 기자(인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