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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행복을 주는 맛집]풍류를 아는 맛객이 추천한 풍류를 아는 맛객이 추천한 심야식당
들썩이는 열대야를 홀로 견딜 수 없어 무작정 집을 나선다. 한낮의 분주가 온전히 사라진 어둠 속에 조용히 불을 밝힌 심야식당으로.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나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다면 아마도 사는 게 행복이겠지. 그런 기쁨과 설렘을 간직한 심야식당 몇 곳을 귀띔한다. 심신을 위무하는 솔푸드로 새벽의 허기와 밤의 서정을 달래 보라.


광진구의회 앞 길거리 포장마차 소년상회.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와 영화감독 안휴 씨 추천
자양동 광진구의회 앞 ‘소년상회’
에너지 넘치는 ‘소년’이 만들어주는 ‘착한 음식’ 와인과 스파게티를 파는 길거리 포장마차, 스물일곱 요리사 지망생의 희망 발전소 소년상회(010-2057-5669).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와 영화감독 안휴 씨가 추천한 자양동의 길거리 포장마차는 젊음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곳이다. 더블베드보다 좁은 트럭 뒤칸에 천막을 치고 그 앞에 플라스틱 테이블 몇 개를 놓고 하는 장사. 휘리릭 보면 ‘그냥 포장마차’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범상치 않은 요소가 구석 구석 시선을 사로잡는다.

냉장고 안엔 소주와 맥주병 외에 와인과 탄산수도 눈에 띈다. 소녀 취향의 분홍색 칠판엔 ‘오늘의 메뉴’ 1, 2, 3이 적혀 있다. 타파스, 초교탕(여름에 먹는 뜨거운 닭국), 레몬 비니거 드레싱을 뿌린 쇠고기 샐러드. 엉뚱한 ‘소년’ 채낙영 씨는 요리사 지망생답게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프렌치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인다. 프랑스로 유학 떠날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단골손님과 취재팀 덕분에 유학은 무기한 연기됐다.

(왼쪽) 스물일곱 ‘소년’ 채낙영 씨.

그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해준 사람은 영화감독 안휴 씨다. ‘파인 다이닝 갈라 디너’를 이끌고 있는 그는 우연히 발견한 소년상회가 재미있어 술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의 ‘절친’인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가 ‘보물’을 놓칠 리 없다. 스타일링뿐 아니라 요리도 잘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그는 <마음을 담아내는 부엌><후루룩 누들><생선> 등의 저서를 집필하며 잡지와 광고 요리 촬영의 ‘종결자’로 불리는데, 안휴 씨를 앞세워 소년상회를 처음 방문했다. <행복>과도 오랜 인연이 있고 미식가로 소문난 그에게 심야식당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는 지난겨울의 추억을 떠올리며 소년상회에 가자고 했다. 두 사람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뱅 헤어’의 주인공은 ‘궁연도감 (궁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원장을 주축으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고 놀고 먹고 마시는 소모임)’ 멤버인 이미지 메이커 채널 원투원 대표 전경미 씨. 하루 여섯 끼를 먹고 주말마다 새로운 맛집을 찾아다니는 세 사람은 맛있는 음식 앞에선 와르르 무너진다.

(오른쪽) 소년상회 인기 메뉴 레몬 비니거 드레싱 쇠고기 샐러드.


왼쪽부터 전경미 대표, 영화감독 안휴 씨,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


먹는 즐거움이 소중한 손님들에게 젊음의 에너지로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내는 ‘소년’. 그들이 나누는 정담 속엔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문장도 있다. “여기 음식이 왜 맛있는지 아세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진취적이고 젊은 에너지가 요리에 그대로 담겨 있어서예요. 내공 있는 셰프의 요리와는 또 다른 거죠. 소년이 만든 음식은 한마디로 착해요.” 안휴 씨의 말에 동감하는 김정민 씨도 비슷한 이야길 했다. “맞아요. 외국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는 셰프가 부부 싸움을 하면 그날은 쉬라고 한대요. 기분 좋은 날 만든 음식과 우울한 날 만든 음식은 분명 맛이 다르거든요. 요리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거라서 그래요.” ‘요리할 때도, 먹을 때도 좋은 생각만 하기’. 미식가와 함께한 심야식당 인터뷰에서 얻은 기분 좋은 깨달음이다.
소년상회의 모든 메뉴는 가격이 동일하다. 9천 원! 맥주, 소주, 와인은 기본이요, ‘소맥’ ‘소콜’ ‘소와’는 취향에 따라 만들어 먹으면 된다. 좋은 술이 있으면 가져가서 안주값만 내고 먹어도 만사 오케이(내비게이션 주소창에 ‘광진구의 회’를 찍으면 안내가 종료될 즈음 ‘소년상회’가 보인다)!

KBS 라디오 <심야식당>의 윤성현 PD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 씨 부부 추천 논현동 을지병원 뒷골목 ‘우미 호타루’
심야식당과 밤의 서정을 사랑하는 부부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 고바야시 가오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KBS 라디오 2FM의 <심야식당>. 그럴 듯한 심야식당 좀 찾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이 세 가지만 검색창에 뜬다.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과 <심야식당>을 연출하고 진행하는 PD 윤성현 씨와 그의 아내이자 <행복>에도 소개된 적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 씨. 두 사람은 심야식당 마니아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새벽 퇴근길에 다니기 시작한 심야식당.

논현동 을지병원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 우미 호타루(02-540-1178)는 4년 전 윤성현 PD와 함께 일하는 유희열 씨가 소개한 곳이다. 음식이 맛있고, 새벽 4시까지 문을 열어 그 후 아내와도 자주 찾는데, 허기가 밀려오는 새벽 2시쯤이면 꼭 이곳이 생각난단다. 그럴 땐 고민 없이 찾아가 해물이 잔뜩 들어간 미소 라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아사히 생맥주 두 잔과 다코 와사비, 참치 다다키를 시켜 야금야금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세심하게, 배려하고 즐기며 사는 이 부부는 얼마 전 첫아이를 낳고 ‘유부녀와 유부남의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갓난쟁이를 키우느라 한동안 소원했던 심야식당 데이트를 오랜만에 즐겨서일까, 술자리는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 부부에게 주워들은 심야식당 리스트만으로도 4쪽 기사를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다.

(왼쪽) 라디오 PD 윤성현 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 씨 부부.
(오른쪽) 우미 호타루의 참치 다다키.


“삼겹살이 먹 고 싶을 땐 이태원 나리의 집(02-793-4860)에 가요. ‘대한민국 최고의 파절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죠. 방바닥에 기름때가 잔뜩 끼어 있는 곳이니까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돼요. 역삼동 금강숯불바베큐(02-568-4305)도 좋아해요. 매콤한 참숯불 삼겹살에 시원한 맥주 한잔이면 스트레스가 싹 해소되죠. 육회비빔밥이 맛있는 청담동 새벽집(02-546-5739), 지인이 많이 살아 자주 가는 홍대 기찻길왕소금구이(02-3143-2801), 사케 마시고 싶을 때 찾아가는 이태원 이자카야 문타로(02-796-7232)… 더 필요하세요?” 역시 <심야식당> 연출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논현동 우미 호타루는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영업하고 주차 가능하다.

패션 스타일리스트 최혜련 씨 추천
논현동 동현아파트 지하 상가 ‘돌곰네’

올빼미족의 3차 코스, 인심 좋은 ‘문어숙회집’ 어디 가면 유명 연예인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정답을 알려 드린다. 강남구 논현동 관세청사거리 맞은편에 있는 동현아파트(실제로 이 아파트에 연예인도 꽤 산다) 지하상가 돌곰네(02-3446-2928)에 가면 잘나가는 연예인은 물론 모델, 사진가, 유명인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밤 촬영이 많은 ‘잡지쟁이’와 방송 스태프들이 3차 코스로 즐겨 찾는 논현동 돌곰네는 돌문어숙회와 문어톳쌈으로 유명하다. 엄마와 딸이 운영하는 아파트 상가 내 허름한 술집이지만 벽면 한가득 연예인 사인으로 가득하다. 모녀의 후한 인심과 편안한 서비스 그리고 통영에서 산지 직송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잡지와 광고계를 오가며 20여 년째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로 살아온 최혜련 씨 역시 돌곰네의 단골손님.


(왼쪽) 논현동 동현아파트 지하 상가에 있는 돌곰네.
(오른쪽) 돌곰네의 대표 메뉴 문어톳쌈.


주기적으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그는 최대한 살 안 찌고 건강하게, 맛있게 술 먹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실제로 돌문어는 비타민 E가 풍부해 노화를 억제하고, 시력을 회복해주며, 콜레스테롤 저하를 도와 다이어트할 때 도움이 된다. 전채로 나오는 된장보리비빔밥 또한 소화가 잘되는 요리라 야심한 시각에 먹어도 부담이 없다. 오돌오돌한 돌김에다 문어 한 점 올리고 톳과 미역, 고추 한 조각 곁들여 고추장에 찍어 먹는 문어톳쌈은 술도둑. 바로 그 맛에 너도나도 돌곰네를 찾는다. 마침 취재팀이 촬영하러 간 날에도 SBS <런닝맨> 출연진이 3차로 이곳을 찾았다. 김종국, 하하, 게리, 송지효, 이광수가 만취해 노는 장면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심야식당. 초저녁부터 새벽 4시까지 문을 여는 돌곰네의 주요 메뉴는 돌문어 숙회(大 3만 5천원, 中 3만 원), 문어톳쌈(3만 원), 곰장어구이(4만 원), 삭힌 홍어(1만 5천 원) 등이다.

건축가 박기태 씨 추천
동대문 동평화시장 내 ‘유정식당

동대문 일대 13개 쇼핑몰의 저녁 은 우리가 책임진다 동대문 두산 타워와 신평화 시장 맥스타일의 빌딩 외관을 설계한 건축가 박기태 선생은 요즘도 가끔 동대문 시장을 찾는다. 늦은 새벽까지도 불야성을 이루는 동대문 시장이야말로 줄지어 늘어선 포장마차와 새벽 장사하는 식당이 밀집한 ‘심야식당의 천국’이다. 그가 추천한 신평화 시장 내 유정식당(02-2232-5727)은 동대문 일대의 매머드급 쇼핑몰 13곳 상점 주인이 가장 많이 음식을 주문해 먹는 밥집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유정식당에 가서 밥을 먹진 않는다. 배달이 가능하다 보니 박기태 선생 또한 신 평화 시장에서 장사하는 ‘198호 김사장네’에서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왼쪽) 유정식당 앞 ‘쟁반 진열장’.


새벽이면 가장 바빠지는 아주머니들.


제육볶음(7천 원)과 목살김치찌개(1만 원)는 유정식당의 대표 메뉴. 줄잡아 50여 가지 식사 메뉴가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촬영에 동행하지 못하고 전화로 이야기를 들려준 박기태 선생은 “세련되고 그럴듯한 심야식당은 많이들 알잖아요. 난 좀 재미난 걸 소개하고 싶은데… 그래, 유정식당이 딱이지. 거기 가보면 왜 그런지 알 거예요. 동대문 시장의 새벽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 패션 트렌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어요. 여러분은 쇼핑하러 동대문 갈 거 아닙니까. 허기질 때 맛있는 밥집 하나 알아두면 좋겠죠?”라고 말한다.
막상 가보니 유정식당 앞 담벼락에 커다란 캐비닛이 서 있었고, 그 안에는 1백여 개의 쟁반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는 ‘동대문 사람들’의 저녁 식사 시간. 그때가 되면 유정식당 아주머니들은 차곡차곡 쌓인 쟁반에 음식을 담아 머리에 이고 사람들에게 달려간다. 바로 그 ‘밥심’으로 동대문 시장이 건재하다.


(왼쪽) 모던한 젠 스타일로 꾸민 카페 겸 레스토랑 청담동 48번지.
(오른쪽) 24시간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내는 청담동 48번지의 셰프들.


개그맨 남희석 씨 추천
청담사거리 ‘청담동 48번지’

‘아침 스테이크’ ‘새벽 파스타’를 즐기는 사람들 새벽까지 일하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청담동 48번지(02-512-4648)는 사생활을 보장받고 안전하게 새벽의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다다미방으로 꾸민 1층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면 큐브 형태로 변모하는 ‘비밀의 방’으로 꾸민 2층, 그 사이 1.5층에 두 개의 다락방과 오픈 키친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노부오 구마자와 Nobuo Kumazawa가 모던한 젠 스타일로 꾸몄다.

인기 그룹 빅뱅부터 개그맨 남희석 씨까지 연예인은 2층을 좋아하고, 홀로 조용히 글을 쓰고 싶거나 담소를 나누고 싶은 사람은 ‘1.5층 다락방’을 선호한다. 청담동 48번지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메뉴판에 적힌 모든 메뉴가 24시간 주문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상당수는 이른 아침에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늦은 새벽에 파스타를 먹는다. 그뿐만 아니라 태국식 쌀국수, 인도식 커리, 얼큰한 육개장, 탕수육, 갈비탕, 떡볶이까지 다양한 국적의 퓨전 요리를 낸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손님이 가장 많고, 올 여름부터 1층 야외 테라스에서 바비큐도 맛볼 수 있다.

(오른쪽) 24시간 주문 가능한 신선한 크랩 요리.

글 정세영 기자 사진 안지섭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