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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노영희의 철든 부엌] 쌈밥과 조깃국
‘여름이 든다’는 입하 立夏와 ‘곡식이 여무는 때’인 소만 小滿. 입하에서 소만을 거치며 1년 양식이 되는 농작물은 자라납니다. 보드라운 제철 푸성귀와 맛이 든 장으로 쌈밥을 즐기기에 좋은 때이기도 하지요. 또 살이 오른 제철 생선은 고된 몸을 보하는 다디단 보약이 됩니다.


속담에 “입하 물에 써레 싣고 나온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농사법은 절기에 따라 농사일의 시기를 가늠하는 예가 많은데, 이 속담이 그러하다. 서리가 사라지고 여름 기운이 일어서는 입하 무렵에 모심기를 시작해 농가에서 써레를 싣고 논으로 나오게 된다는 뜻으로,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의미한다. 밭일과 논일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때이니 푸성귀와 장으로 차린 ‘쌈밥’이 가장 흔한 농부들의 밥상이었다. 하지만 산나물도 끝나가고 봄에 심은 푸성귀는 아직 어려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라, 이맘때는 봄에 심은 상추와 쑥갓, 엇갈이 배추가 밥상에 한결같이 오르곤 했다. 강된장과 약고추장을 미리 만들어두면 논둑과 밭둑에서 간단히 차려내기 좋을뿐더러 한 끼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다. 여기에 쇠고기를 채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볶은 장똑똑이를 더하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을 터.

이즈음에는 조기와 병어도 제철이라 입맛과 원기를 돋우기 위해 고추장에 무치거나 조려 먹었다. 마른 굴비를 잘게 찢어 고추장에 무쳐 보리밥에 비벼 먹기도 했고, 버터처럼 살이 부드러운 병어는 고추장 양념에 조려 먹었다. 고추장에 조려 먹는 생선이 많지 않은 우리 음식에서 별난 것으로, 이를 상추쌈에 싸 먹으면 별미다. 쌈채소를 씻을 때도 참기름을 한두 방울 떨어뜨렸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어머니도 그러했다.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서라고 하셨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지방을 함께 섭취하려는 나름의 방법으로, 선인들이 몸소 익힌 생활 속 지혜가 아닐까 싶다.
입하와 소만을 맞아 손바닥만 한 텃밭이나마 있다면 쌈 채소를 키우는 것은 어떨까. 형편이 안 돼 직접 텃밭을 일궈 농사짓기 어렵다면 옥상이나 베란다에 화분을 두고 키워도 좋다. 쌈 채소는 대부분 화분에서도 잘 자라는 만큼 시도해볼 만하다. 요즘은 워낙 식구가 단출해 상추나 치커리, 어린 배추, 청경채 등 모종 몇 개만 있
으면 이파리를 실컷 따먹고도 남는다. 먹을 만큼만 뜯어 제철에 쌈밥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철든 밥상의 기본일 것이다.

봄철 쌈 채소로 즐기는 쌈밥 정식
1 강된장
재료
된장 1컵, 쇠고기 100g, 풋고추・홍고추・생표고버섯 2개씩, 물 1/4컵
쇠고기 양념 설탕・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된장 양념 꿀・다진 마늘・다진 파 1큰술씩, 참기름 1/2큰술
만들기
1 된장에 양념 재료를 넣고 섞는다.
2 쇠고기는 굵게 다져 양념을 넣고 무친다.
3 고추는 길이로 반 잘라서 씨를 긁어내고 작게 썬다.
4 표고버섯은 기둥을 떼고 마른 면포에 싸서 물기를 걷은 다음 작게 썬다.
5 뚝배기에 ①의 된장 분량의 1/3을 깔고 그 위에 ②, ③, ④의 재료를 분량의 반만 켜켜로 얹는다. 그 위에 같은 방법으로 얹은 다음 나머지 된장으로 평평하게 덮는다.
6 ⑤에 물을 부은 뒤 찜통에 얹어서 15분 정도 찐 다음 중간 불에 올려 한소끔 끓인다.

2 약고추장
재료
고추장 1컵, 쇠고기 70g, 배즙 4큰술, 꿀・잣 2큰술씩, 참기름・설탕 1큰술씩 쇠고기 양념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진간장・설탕・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곱게 다져 양념을 넣고 섞는다.
2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①의 쇠고기를 넣어 볶는다. 고기가 허옇게 볶아지면 배즙을 부어서 끓인다.
3 ②에 고추장을 넣어 섞은 다음 뭉근한 불에서 20~30분간 되직해질 때까지 가끔 저으면서 조린다.
4 ③에 꿀과 설탕, 참기름을 넣어 식힌 다음 잣을 넣고 고루 섞는다.

3 병어 고추장 조림
재료(4인분) 병어 1마리(생선살 포 뜬 것 200g 정도), 고추장・맛술 2큰술씩, 채 썬 생강・진간장・술・설탕 1큰술씩, 참기름 1작은술 병어 밑간 생강 1쪽, 술 1큰술, 참기름 1/2작은술, 소금 1/5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병어는 포를 떠서 가시를 발라내고 가로세로 2cm 크기로 썬다.
2 생강은 편으로 썬 다음 밑간 양념으로 재운다. 10분 정도 두었다가 생강은 골라내고 생긴 물은 따라낸다.
3 팬에 고추장, 조미술, 채 썬 생강, 진간장, 술, 설탕을 넣고 끓어오르면 ②의 병어를 넣고 조리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고 흔들어 섞는다.

4 장똑똑이
재료(4인분) 쇠고기 치맛살 양지 200g, 꿀 1큰술 쇠고기 밑간 설탕・배즙 1큰술씩, 참기름 1/2큰술 양념장 진간장 11/2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 1/2큰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결대로 4cm 길이로 채 썬 다음 밑간 양념으로 버무려서 10분쯤 둔다.
2 ①의 쇠고기에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모두 넣어 양념한다.
3 달군 팬에 ②의 쇠고기를 넣고 볶다가 고기가 허옇게 되면 한쪽으로 모아 팬을 기울인다. 국물이 자글자글할 때까지 조리다가 꿀을 넣고 고루 섞은 뒤 다시 재빨리 조린다. 그래야 고기가 딱딱하지 않고 윤기가 난다. 4 넓은 접시에 ③을 쏟아 재빨리 식힌다.

5 조깃국
재료(4인분) 참조기 2마리, 쇠고기・쑥갓 50g씩, 무 120g, 쪽파 4뿌리, 국간장 11/2큰술, 소금 약간, 육수 4컵 쇠고기양념 국간장・다진 파 1작은술씩, 다진 마늘・설탕 1/2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참조기는 손질해 씻은 뒤 소금을 약간 뿌려 절인다.
2 쇠고기는 채 썰어 양념 한다.
3 무는 나박나박 썰고, 쑥갓과 쪽파는 다듬어 씻어서 3cm 길이로 썬다.
4 냄비에 무와 쇠고기를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다 무가 익으면 조기를 넣고 끓인다. 마지막에 쑥갓과 쪽파를 넣고 끓이다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한다.

 

요리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진행 신민주 기자 사진 김용일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