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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먹는 한식] 찬밥 도시락의 추억 속으로
단오, 추석, 설날과 함께 4대 명절로 꼽히는 한식 寒食은 찬 음식을 먹고 조상의 묘를 돌보는 날입니다. 씨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기에 기온이 알맞아 요즘에는 나들이하기 좋은 날로 여겨지기도 하지요. 한식에는 찬밥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찬밥도 맛있게 먹으려면 따뜻하게 데워 먹는 것이 원칙이나 이날만큼은 찬밥으로 한 끼를 맛있게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 추억이 담긴 도시락으로 말입니다.

도시락은 추억이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궁색한 시절의 옛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20~30년 전만 해도 도시락은 학교생활의 꽃이었다. 어머니가 새벽부터 서둘러 싼 노란 양은 도시락이 마루에 죽 쌓여 있고, 형제들이 제 것을 찾아 가방에 넣는 모습은 여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었다. 학교를 도시락 먹는 재미로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은 무슨 반찬일까 기대가 돼 점심시간만 기다렸다.
콩자반과 멸치조림은 단골 반찬이었고, 밥 위에 달걀프라이가 올려져 있으면 호사스러운 도시락이었다. 거버 이유식 병에는 김치를 담아 곁들이곤 했는데, 분홍색 소시지 반찬이라도 더해지면 그날은 말 그대로 횡재하는 날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로 위에 도시락을 쌓아 밥을 데워 먹던 일, 양푼을 갖다가 학교에 놓고 고추장을 따로 싸 가지고 와 가까운 친구들끼리 비벼 먹던 일, 밥을 반쯤 먹으면 남은 반찬과 밥을 신명 나게 흔들어 비빔밥으로 먹던 일…. 지금은 이런 재미난 추억거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이제 날씨도 따뜻해지고 밖으로 나가기 좋은 때다. 특히 4월에는 찬밥을 먹는 한식이 있어 일부러라도 도시락을 싸서 조상 묘를 찾으면 좋겠다. 그도 아니면 집에서라도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도시락을 싸서 먹으면 좋을 듯하다. 그럼, 도시락 싸기를 시작해볼까.

영양 만점 도시락 싸기 원칙
영양의 균형을 맞춘다
단백질·지방·탄수화물·무기질, 칼슘을 고루 섭취하도록 반찬과 밥 메뉴를 정하고, 고기나 생선의 갈색, 달걀의 노란색, 채소의 붉은색이나 녹색, 밥의 흰색이 고루 섞이도록 한다. 도시락을 열었을 때 색이 다양하게 골고루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면 된다. 달걀에 채소를 다져 넣어 말이를 하고, 멸치와 꽈리고추를 함께 볶고, 고기와 채소를 함께 볶아 담으면 영양과 색깔의 조화까지 모두 챙길 수 있다.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도시락은 추억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양 도시락이기도 했던 것. 특히 단백질은 세포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영양소이므로 단백질을 함유한 반찬을 주 반찬으로 하고, 채소 반찬은 단백질 반찬의 두 배 정도로 푸짐하게 싸는 것이 이상적이다. 채소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는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할 뿐 아니라 단백질의 소화를 돕기 때문이다.

다양한 조리법을 이용한다
조리법도 조림, 무침, 볶음, 찜 등으로 구색을 맞추는 것이 이상적이다. 조리법에 따라 재료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면 다채로운 영양 만점 도시락이 된다. 고기를 볶았으면 채소는 무치고, 멸치는 조리는 식이다. 조리법마다 두 가지 정도 재료씩 섞어주면 좋다.

반찬은 싱거운게 좋다
밥은 탄수화물이 주 영양소지만 반찬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등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다. 되도록 싱겁게 조리해 반찬을 밥보다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 셈이다. 밥과 반찬을 같은 비율로 싸거나 반찬을 속에 넣고 채소로 말이를 하면 밥과 반찬을 고루 섭취할 수 있다. 쌈 요리는 시간이 지나도 밥과 반찬을 촉촉하게 즐길 수 있어 도시락으로 더없이 좋다.

제철 식품 위주로 준비한다
싸고 제맛 나는 제철 식품은 그 계절의 기운을 듬뿍 담고 있어 영양가가 아주 높다. 원칙을 정해놓으면 편한데, 제철 식품을 이용한 밑반찬을 한 가지씩 꼭 넣는 것. 제철 채소로 만든 생채무침을 담거나 스틱으로 잘라 된장, 고추장 등 발효 식품을 양념장으로 곁들인다.

후식으로 과일을 준비한다
과일을 도시락에 담으면 식사를 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며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제철 과일을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거나 껍질을 벗겨 먹기 편하게 손질한 다음, 레몬즙을 조금 뿌려 색이 변하지 않게 한다.

쇠고기말이 밥
재료
밥 2공기(350g), 쇠고기(불고기용) 200g, 장아찌 50g, 통깨 1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쇠고기 양념장 진간장 4작은술, 설탕·꿀·다진 파 2작은술씩, 다진 마늘·참기름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밥에 장아찌를 송송 썰어 넣고 통깨, 참기름, 소금을 넣어 고루 섞은 다음 16등분해서 원통형 모양으로 뭉친다.
2 볼에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쇠고기 양념장을 만든다.
3 쇠고기를 한 장씩 펴 ②의 양념장을 바른다.
4 양념장 바른 면에 ①의 주먹밥을 얹고 돌돌 말아서 기름을 두른 달군 팬에 굴려가며 굽는다.

김치말이 밥
재료
밥 2공기(350g), 김치 3~4줄기, 참기름·통깨 1/2큰술씩, 잔멸치볶음 적당량 김치 양념 참기름·통깨 1작은술씩, 설탕 1/2작은술, 쪽파(송송 썬 것) 2뿌리 분량
만들기 1 밥에 참기름과 통깨, 잔멸치볶음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2 김칫소는 털어내고 국물은 살짝 짠 뒤 참기름, 통깨, 설탕과 송송 썬 쪽파를 넣고 무친 다음 가지런히 정리해서 3cm 길이로 썬다.
3 ①의 밥을 8등분해 원통형으로 뭉친 뒤 ②의 양념한 김치 위에 얹고 돌돌 만다.
tip 잔멸치볶음 만들기
잔멸치(50g)는 체에 털어 지저분한 것을 골라낸 다음 마른 팬에 볶는다. 다른 팬에 양념(맛술 2큰술, 진간장·청주·꿀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재료를 모두 넣어 바글바글 끓이다가 볶은 잔멸치를 넣고 양념이 바특해질 정도로 조린다. 마지막에 설탕을 뿌린 다음 접시에 쏟아 식힌 후 통깨를 뿌린다.

케일 쌈밥
재료
밥 2공기(350g), 케일 16~20장, 마늘 4쪽, 쪽파 2뿌리, 올리브유 11/2큰술, 소금 1/2작은술, 된장 적당량
만들기 1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얇게 저민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노릇해지기 시작하면 마늘은 건지고 기름은 체에 밭는다.
2 팬에 ①의 마늘 튀긴 기름을 붓고 밥을 넣어 볶는다. 여기에 볶은 마늘과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더 볶다가 소금으로 간한다.
3 케일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잎 뒷부분의 굵은 잎맥을 저며 낸다.
4
②의 마늘 볶음밥을 뭉쳐서 ③의 데친 케일 위에 올리고 된장을 바른 다음 돌돌 만다.

다시마말이 밥
재료
밥 2공기(350g), 다시마조림 1/2컵, 염장 다시마(80×240cm 정도 길이) 1장
다시마조림 다진 다시마 1/2컵, 진간장 3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 물1/2컵
만들기 1 염장다시마는 물에 한번 씻은 뒤 1시간 정도 찬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다. 그런 다음 끓는 물에 데친 후 다시 찬물에 헹구고 4×12cm 크기로 자른다. 자투리는 다져서 분량의 다시마조림 양념을 넣고 냄비에 조린다.
2 밥에 ①의 다시마조림을 넣고 고루 섞어서 원통형으로 주먹밥을 빚는다. 간이 싱거우면 소금을 약간 넣는다.
3 ①의 자른 다시마에 ②의 주먹밥을 얹어 돌돌 만다. 창난젓이나 아가미젓 무친 것을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떡갈비
재료
갈비살(혹은 채끝) 400g, 배즙·다진 대추 2큰술씩, 양파즙·다진 잣 1큰술씩, 다진 밤 3큰술, 찹쌀가루 11/2큰술, 잣가루 적당량 양념장 진간장 21/2큰술, 다진 파·설탕 2큰술씩, 다진 마늘 1큰술
만들기 1 갈비살(혹은 채끝)은 기름기를 떼어내고 굵게 다진 다음 양파즙과 배즙을 넣고 버무려 20분 정도 재운다.
2 볼에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①에 넣고 밤, 대추, 잣 등 견과류 다진 것과 찹쌀가루를 넣어 충분히 치댄 다음 4등분해 네모나게 모양을 빚는다.
3 팬을 은근한 불에 달군 뒤 ②의 떡갈비 반죽을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4 접시에 잣가루를 고루 뿌리고 ③의 떡갈비를 담는다.

전복조림
재료
전복(중간 크기) 4개, 대파(잎 부분) 2대 분량, 레몬 1쪽, 청주 1큰술, 은행 약간, 물 적당량 조림장 마늘 4쪽, 생강 2톨, 진간장 2큰술, 설탕·꿀 1큰술씩, 참기름 1/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전복은 껍데기째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은 다음 냄비에 담고 레몬, 대파, 청주를 넣은 뒤 재료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부어서 불에 올린다.
2 ①이 끓으려고 하면 바로 불에서 내려 그대로 식힌다. 식으면 전복 살은 떼어내고 껍데기는 깨끗이 씻는다.
3 냄비에 조림장 재료를 모두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②의 전복 살을 넣고 바특하게 조린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②의 전복 껍데기에 ③의 전복을 담고, 그 위에 은행을 얹는다.

더덕무침
재료
더덕(껍질 벗긴 것) 50g 무침 양념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다진 마늘 2/3작은술씩, 다진 파·설탕·식초 1/2큰술씩, 참기름 1작은술
만들기 1 더덕은 길이로 반 가른 다음 젖은 면 보자기에 싸서 방망이로 두들겨 가늘게 찢는다.
2 볼에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무침 양념을 만든 뒤 ①의 더덕을 넣고 무친다.

스틱 샐러드
재료
오이·쌈배추·파프리카 적당량 된장 양념 된장 4큰술, 꿀·참기름·통깨 1작은술씩, 쪽파(송송 썬 것) 1뿌리 분량
만들기 1 오이는 반 갈라서 길이로 4등분한 다음 씨 부분을 발라내고 얼음물에 헹궈 건진다.
2
파프리카는 씻어서 길이로 6~8등분해 씨를 발라내고 찬물에 헹궈 건진다.
3 쌈배추는 고갱이 부분으로 씻어서 물기를 턴다.
4 볼에 분량의 재료를 모두 섞어 된장 양념을 만든 뒤 ①, ②, ③의 채소에 곁들인다.



요리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02-3447-5177)

글 신민주 기자 사진 김덕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