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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셰프 3인이 차린 봄 요리 내 접시 위로 봄이 찾아왔다
잔설 속에 노란빛으로 소리 없이 봄이 찾아오고 있다. <행복>이 한식, 양식, 일식 분야별 세 명의 셰프에게 사진만 봐도 봄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봄 요리를 부탁했다. 제철 맞은 해산물과 봄나물의 궁합. 이번 주말, 풀 향기 한껏 나는 요리로 봄맞이 식탁을 차려보자.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 가라사대, 봄은 밥상으로부터 온다.



입안 가득 우리 들녘의 봄 향기를 머금다
-박종숙(한식 요리 연구가)

요즘 사람들은 달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게다가 주부들이 시판용 반조리 소스를 무분별하게 사 용하고 있죠. 음식을 먹는 사람의 몸은 생각하지 않고 만드는 사람만 편안한 밥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어릴적 시골에서 먹던 것 같은 편안한 밥상을 차려봤습니다. 우리나라 음식 중 나물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고 쉬 질리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다듬고, 데치고, 무치는 과정이 복잡하다고 요즘 주부들은 나물 요리를 즐겨 하지 않습니다.

올봄에는 시장을 돌면서 산과 들에서 나는 파릇파릇한 봄나물을 세월이 깃들어 있는 우리 전통 장인 간장, 된장, 고추장으로 조물 조물 무쳐보세요. 이 봄나물 무침만큼 훌륭한 슬로푸드가 또 있을까요. 제가 열두 살 때던가, 아버지가 경기도 연천에 집을 지으시면서 휴전선 밑 인적이 드문 곳에서 두릅나무를 캐다가 우리 집 앞마당에 심으셨어요. 매년 봄이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나무에서 어린순을 똑똑 따다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지요. 그 후로도 아버지가 사위 봄 밥상에 올리라고 봄이면 두릅을 한 아름씩 따서 보내주셨죠. 어느 날인가 두릅을 좀 더 색다르게 먹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두릅밥을 한번 만들어봤어요. 두릅을 살짝 데쳐서 쫑쫑 썰고 조선간장으로 무친 후 흰밥 위에 한가득 올리고 살짝 뜸을 들이면 밥의 온기가 두릅에 스며들어 날내를 없애주죠. 거기에 모시조개와 쑥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 모시조개쑥된장국과 갖가지 봄나물 무침을 곁들이면 환상의 팀워크를 이루는 봄 밥상 삼총사가 된답니다.



창작 스시로 즐기는 다양한 봄의 맛
-다카시마 야스노리
(W 서울 워커힐 현대 일식 전문 레스토랑 ‘나무’ 셰프)
저는 봄 제철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창작 스시로 밥상을 차려보았습니다. 일본 규슈 지방에서 시작된 창작 스시는 최근 미국에서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요. 창작 스시는 셰프의 아이디어에 따라 가니시나 소스를 달리해 한 가지 생선으로도 수십 가지 다양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유자 껍질을 갈아 가니시로 얹거나 간장 대신 천일염을 초밥 위에 뿌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

특별히 이번 봄에는 참치 뱃살에 단호박 튀김을 가니시로 얹고 된장에 유자 껍질을 갈아 넣은 소스를 곁들인 스시와, 광어에 딸기와 망고를 참깨 소스에 버무려 얹은 스시를 즐겨보세요.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로 움츠러 있던 어깨가 입안 가득 퍼지는 봄 기운에 저절로 풀릴 겁니다.
또한 일본인들은 초봄에 반드시 도미 요리를 즐깁니다. 도미는 흰 살 생선의 왕이라 할 만큼 맛과 영양가가 좋을 뿐만 아니라 식욕을 증진시켜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줍니다. 도미는 여름이 산란기라 영양을 가장 많이 비축하고 있는 봄철에 맛이 제일 좋습니다. 벚꽃이 필 무렵 도미가 가장 맛있다고 해서 ‘벚꽃 도미’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벚꽃 나들이 갈 때 꼭 피크닉 도시락에 식초에 절인 도미를 싸 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도미는 머리까지 다 먹어야 한 마리를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미 한 마리를 몸통은 구이용으로 사용하고, 머리는 모시조개 넣고 맑은 국으로 끓여 건강한 봄 밥상을 차려보세요.



산천의 우리 식재료로 차린 모던 프렌치식 봄 밥상
-백상준(프렌치 레스토랑 ‘컬리나리아’ 12538 셰프)

어느 곳에 가더라도 그 지역에서 나는 가장 좋은 재료를 먼저 찾는 것이 요리사가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면서 가장 몰두한 일도 질 좋은 재료를 찾아다니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세 달째 KBS 2 TV ‘생방송 오늘’에서 지방의 토산품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 ‘우리 땅 우리 음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너 셰프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방송을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식재료 공부만큼은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장보다는 원산지에서 직거래로 식재료를 구해 사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사실 시장 상인들은 경매로 물건을 받아 판매하기 때문에 원산지를 잘 모릅니다.

이번 봄 밥상에는 ‘가시파래’라는 전남 신안산 해초를 이용해 퓌레를 만들고, 충남 남당산 새조개를 주재료로 사용해 만든 ‘봄 샐러드’를 올려봤습니다. 3~4월 즈음 신안의 뻘은 가시파래 때문에 온통 초록빛입니다. 몇 해 전 목격한 그 풍경이 해마다 봄이 되면 자연스레 떠올라 이번 봄 밥상에 ‘봄의 뻘’을 형상화해봤습니다. 샐러드에는 오독도독 씹히는 맛이 좋고 흙냄새 진하게 나는 세발나물(갯벌의 염분을 먹고 자라 ‘갯나물’이라고도 한다)을 넣었는데 이는 주꾸미와 새조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땅의 기운을 보완해주기 때문입니다. 2003년 초봄 미국 CIA에서 요리 공부할 때 매일 매일 맛있는 수많은 음식을 만들면서도 어릴 적 먹던 어머니표 달래 간장은 늘 저에게 향수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봄동을 넣고 달래를 가니시로 듬뿍 얹은 ‘봄 수프’도 준비했습니다.


봄 밥상, 못다 한 그 뒷이야기
<농가월령가> ‘정월령’에는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선하여 오신채를 부러워하랴…”, ‘이월령’ 에는 “산채는 일렀으니 돌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비위에 깨치나니…”, ‘삼월령’에는 “앞산에 비가 개니 살진 향채 캐 오리라. 삽주, 두릅, 고사리며 고비, 도라지, 어아리를 일분은 엮어 달고 이분은 무쳐 먹세…”라고 해 달마다 온갖 나물을 일일이 열거하며 예찬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사람의 몸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준비를 시작한다. 한방에서는 음이 양의 기운으로 바뀔 때 가장 힘든 곳이 비장이라고 말하는데, 봄철에 식사를 하면 모든 기혈이 비장으로 몰려 식후에 졸음이 오고 나른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럴 때 산과 들에서 난 봄나물로 차린 밥상은 약해진 비장에 활력을 주니 봄나물은 고마운 약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물이 생동하듯 당신도 소생하고 싶다면 봄나물을 마음껏 먹어라. 그런데 엄동설한의 겨울을 보낸 당신이 꼭 먹어야 할 나물은 따로 있다.

올 봄에 꼭 먹어야 할 나물 3가지 올겨울은 매서운 강추위로 그 어느 해보다 몸이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많은 터. 늘푸른한의원 이경미 원장은 감기로 인한 발열, 두통과 중풍, 신경통에 효과가 있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방풍나물, 피로를 풀어주고 입맛을 돋우는 나물로 봄철 입맛이 없을 때 환자식으로 제격인 원추리, 그리고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를 풍부하게 함유해 혈액 순환을 활발하게 해주고 기침, 천식에 좋은 곰취는 올 봄에 반드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봄나물을 데칠 때에도 방법이 있는데 한식 요리 연구가 박종숙 씨는 “봄나물을 데칠 때는 꼭 소금을 넣어야 봄나물의 색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데친 후 얼른 찬물에 헹구는 것은 색감은 물론 식감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 다만 여린잎은 끓는 물에 담가 데치는 것이 아니라 끓는 물을 붓는 식으로 데쳐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다음 계절을 위한 봄나물 갈무리하기 봄나물은 각기 향과 맛이 다르므로 무칠 때 양념과의 궁합을 잘 고려해야 한다.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씀바귀ㆍ달래ㆍ두릅 같은 나물은 초고추장 양념이, 유채ㆍ원추리ㆍ냉이 같은 향이 강하지 않은 나물은 된장 양념이 잘 어울린다. 봄나물 특유의 향이 좋으므로 마늘이나 다진 파는 넣지 않아도 좋다. 또한 기름으로 나물을 무칠 때는 들기름보다는 향이 연한 참기름을 사용해야 나물 본연의 향을 빼앗기지 않으니 참고할 것. 봄나물 갈무리를 할 때는 곰취나 명이는 장아찌로 만들고 취나물, 삼나물, 부지깽이나물 등은 데친 뒤 말려 보관한다. 말린 나물에는 식이 섬유와 미네랄이 농축돼 있어 영양가가 한층 높다. 쑥은 잘 말려서 쑥뜸을 하거나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쌀과 함께 빻아 떡을 해 먹기도 한다. 민들레나물, 원추리는 데쳐서 냉동실에 보관해두었다가 국이나 찌개에 넣기도 한다.

색다른 일본 가정식 봄 밥상을 차려라 올봄 색다른 봄 밥상을 준비한다면 W 서울 워커힐 현대 일식 전문 레스토랑 나무의 다카시마 야스노리 셰프의 조언을 귀담아들어보자. “가정에서 봄나물을 이용해 만들어 즐기기에 가장 좋은 일본 가정식 요리는 지라시 스시입니다. 밥에 단촛물을 섞고, 여린 새싹을 넣습니다. 가니시로는 아보카도, 성게알 등이 좋은데, 제철 맞은 생선을 올릴 때는 간장을 곁들이면 밥을 생선에 싸 먹을 때 더욱 좋습니다.”




(왼쪽) 유채나물 된장무침
재료(4인분)
유채나물 400g, 소금 약간
양념 된장 3큰술, 깨소금 4큰술, 다진 파 2큰술, 고추장· 다진 마늘·참기름 1큰술씩, 생강즙 1/2작은술
만들기
1 유채나물은 잘 다듬어 4cm 크기로 잘라 씻는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①을 새파랗게 데쳐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짠다.
3 유채나물에 분량의 된장, 깨소금, 고추장을 넣고 나머지 양념을 합해 골고루 섞어서 무친다.

(오른쪽) 중합 샐러드
재료(4인분
)
중합 5개, 여린 잎 샐러드 10g, 마 · 적색무 약간씩, 사케 20g, 소이 기코만 · 설탕 10g 씩
샐러드 드레싱 가다랑어 국물 5g, 사케 2ml, 소이 기코만 1ml, 설탕 1g, 올리브유 12ml
*샐러드 드레싱은 사케, 소이 기코만, 설탕의 비율을 2:1:1로 섞은 후 올리브유와 비율이 3:1이 되도록 한다.
만들기
1 중합은 사케, 소이 기코만, 설탕을 섞은 것에 넣고 데친다.
2 접시에 여린 잎 샐러드, 마, 적색무를 담고 ①의 중합을 가장자리에 올린다.
3 사케, 소이 기코만, 설탕을 분량대로 넣고 올리브유와 가다랑어 국물을 섞어 샐러드 드레싱을 만든 후 ②에 끼얹는다.


(왼쪽) 치라시 스시
재료(4인분)
밥 1공기, 표고버섯 · 우엉 · 지단 · 날치알 · 연어알 약간씩, 간장 2큰술, 설탕 · 식초 3큰술씩, 맛국물 1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냄비에 간장, 설탕, 맛국물을 각각 1큰술씩 넣고 섞는다.
2 다진 표고버섯은 ①에 넣고 조린다. 우엉도 함께 넣어 조린다.
3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초밥초(식초, 설탕, 소금의 비율을 3:2:1로 섞은 것)와 ②를 넣고 잘 섞는다.
4 ③을 틀에 넣고 모양을 만들어 접시에 올린다.
5 밥 위에 지단이나 날치알, 연어알 등 기호에 따라 가니시를 올린다.
*취향에 따라 초생강이나 깨를 섞어도 좋다.

(오른쪽) 씀바귀 풋마늘무침
재료(4인분)
씀바귀 · 조갯살 150g씩, 풋마늘 200g, 청주 1큰술, 생강즙 · 들기름 1/2작은술씩, 소금 약간
양념 고운 고춧가루 · 액젓 · 설탕 1/2큰술씩, 고추장 4큰술, 식초 · 참기름 1큰술씩, 매실청 · 깨소금 2큰술씩
만들기
1
씀바귀는 연한 부분으로 다듬어 3~4cm 길이로 잘라 끓는 소금물에 데쳐내 물에 담가 쓴맛을 없앤다.
2 풋마늘은 다듬어 데친 후, 굵은 머리 부분은 반으로 갈라 3cm 길이로 자른다.
3 조갯살은 청주와 생강즙에 재운 후, 들기름에 살짝 볶아 식힌다.
4 볼에 씀바귀와 풋마늘, 조갯살을 담고 분량의 양념 넣어 골고루 무친다.


스타일링 이윤혜(사이간) 

촬영 협조 나무(02-2022-0309), 박종숙의 손맛작업실(031-781-6215), 컬리나리아 12538(02-515-0895)

진행 황여정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