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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용수산 김윤영 대표에게 배우는 [아는 만큼 맛있다!] 개성식 추석 음식
일 년 중 가장 풍요로운 명절 추석 차례를 지내든 지내지 않든 오곡백과로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넉넉하게 나누는 풍경은 어느 집이나 매한가지다 실제로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은 보통 한식 잔칫상에 차려내는 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적炙과 전煎 나물을 중심으로 용수산 김윤영 대표의 깔끔한 개성식 손맛을 배운다


1 제육꼬치구이
2 너비아니
3 닭다리 양념구이


삼색송편
“추석이면 집집마다 콩, 깨, 밤 등을 넣고 얌전하게 송편을 빚어 한 접시씩 이웃집에 돌리며 서로 정을 나누었지요. 송편을 보면 어머니 심부름으로 삼청공원 가서 솔잎 따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곤 해요.”

육적, 봉적
“쇠고기를 양념해 구운 너비아니, 돼지고기로 만든 제육 꼬치구이, 그리고 닭다리 양념구이를 모두 준비해 차례상에 올렸지요. 원래 개성에서는 양념장에 재운 꿩다리를 구워서 차례상에 올렸다는데, 요즘엔 꿩 대신 닭다리구이를 올립니다. 여기에 조기구이만 더하면 됩니다.”

‘삼적 三炙’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양념해 꼬챙이에 꿰어 구운 ‘육적’, 닭의 모가지와 발을 잘라내고 배를 갈라 기름에 지진 ‘봉적(계적)’, 숭어·조기·도미 등을 통째로 소금에 절였다가 구운 ‘어적’을 일컫는다. 적틀에 한데 담을 때는 제일 아래에 어적, 그 위에 육적, 가장 위에 봉적을 담는다. 이는 바다, 땅, 하늘의 위치에 따른 것. 두부를 크게 저며 노릇노릇하게 지진 소적 素炙을 삼적에 포함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따로 한 접시에 담는다.

제육 꼬치구이
재료(4인분)
돼지고기(통삼겹살) 400g, 생강 30~40g, 꼬챙이 2개, 소금 1/2 작은술, 후춧가루 1/4작은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냄비에 통삼겹살과 생강을 넣고 물을 넉넉 히 부은 뒤 푹 삶는다.
2 삶은 삼겹살을 20cm 크기, 5mm 두께로 썬다(400g이면 6개 정도 나온다).
3 ②를 꼬챙이에 3개씩 꿴 뒤 후춧가루와 소금을 뿌려 밑간한다.
4 ③의 고기에 간이 배면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타지 않도록 중간 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 너비아니와 닭다리 양념구이 만드는 법은 요리 카드 참조.


1 미역줄기볶음
2 숙주나물
3 도라지나물
4 고사리나물
5 오이나물


삼색나물
“집안 경사가 있을 때나 제사에 빠뜨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가 삼색 나물이지요. 나물을 볶을 때는 도라지의 흰색, 고사리의 갈색, 오이의 초록색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오이나물은 색이 누렇게 변하지 않도록 볶자마자 너른 채반에 펼쳐 바람으로 식혀야 합니다. 그리고 나물에 다진 마늘을 넣으면 하얗게 보여 지저분하므로, 차례상 나물에는 마늘즙을 사용해야 담았을 때 깔끔하답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나물은 진채 珍菜, 산채 山菜, 야채 野菜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영양은 풍부한 것들이다. 익힌 나물을 말하는 ‘숙채 熟菜’는 삼색이 기본. 도라지, 무, 숙주, 고사리, 고비, 시금치, 미역줄기, 솎음배추 등을 데쳐서 무친다. 제사 음식에는 파, 마늘,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도라지나물
재료 도라지 300g, 소금·참기름 2작은술씩, 마늘즙·깨소금 1작은술씩,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나물용으로 잘게 찢은 도라지를 구입해 소금으로 바락바락 문질러 쓴맛이 빠지도록 씻는다.
2 씻은 도라지의 물기를 걷은 후 소금, 참기름, 마늘즙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②의 도라지를 살짝 볶는다.
4 그릇에 담고 깨소금을 뿌린다.

고사리나물
재료 고사리 300g, 소금·참기름 2작은술씩, 마늘즙 1작은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고사리는 쌀뜨물에 담가두었다가 쌀뜨물째 삶는다. 알맞게 삶아졌으면 그대로 식혀서 찬물에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둔다.
2 체에 밭쳐 물기를 뺀 뒤 줄기가 뻣뻣한 것은 잘라내고 가지런히 해서 10cm 길이로 썬다.
3 볼에 고사리를 담고 소금, 참기름, 마늘즙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②의 고사리를 볶는다.

미역줄기볶음
재료 미역줄기 300g, 소금·참기름 2작은술씩, 마늘즙 1작은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미역줄기는 물에 2~3번 헹군 뒤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소금기를 뺀다.
2 ①을 한 번 더 헹군 다음 10cm 길이로 자른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볼에 ②를 담고 소금, 참기름, 마늘즙을 넣어 조몰락조몰락 무친다.
4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른 후 ③의 미역줄기를 볶는다.
* 오이나물과 숙주나물 만드는 법은 요리 카드 참조.


1 녹두빈대떡
2 가지행적


저냐, 행적
“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나야 비로소 명절기분이 납니다. 우리 집에서는 불린 녹두를 맷돌에 갈아 묵은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빈대떡을 부치고, 넓적한 김치행적이나 가지행적도 많이 지져 먹었어요. 황해도 지역에서는 배추김치, 돼지고기, 도라지 등을 꼬챙이에 꿰어 지지는 전을 ‘행적’이라고 불러요.”

저냐는 얇게 저민 재료에 밀가루와 달걀물을 씌워 부치는 것으로, 전 또는 전유어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애호박이나 표고버섯, 연근, 흰 살 생선 등을 지지거나 쇠고기와 두부를 곱게 다져 완자를 빚은 뒤 육원전(일명 동그랑땡)을 지진다. 꼬챙이에 넓적하게 꿰어 밀가루 반죽을 묻혀 지진 행적을 제사상에 올릴 때에는 꼬챙
이를 빼서 가장자리를 다듬은 후 제기에 여러 층 올려 담는다.


김치행적

김치행적
재료(4인분
) 배추김치 12장, 꼬챙이 4개, 부침가루 1/4컵씩, 물 180ml, 소금 1/4작은술, 밀가루·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배추김치는 밑동 부분을 자르고 배춧잎 모양 그대로 물에 깨끗이 헹궈 체에 밭친다.
2 ①의 물기를 뺀 김치 잎을 꼬챙이에 3장씩 가지런히 꿴다(잎 부분은 넓으므로 펼쳐서 서로 겹치게 한다).
3 ②의 김치꼬치에 밀가루를 골고루 묻힌 뒤 가볍게 털어낸다.
4 볼에 분량의 부침가루와 물을 부어 잘 갠 뒤 소금으로 간한다. 5 ③을 ④의 반죽에 살짝 적신 뒤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양면을 노릇하게 지진다. 6 ⑤의 김치행적을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담아낸다.
* 녹두 빈대떡과 가지행적 만드는 법은 요리 카드 참조.

용수산 김윤영 대표에게 듣는
개성식 차례 음식
서울 계동에 살던 어린 시절, 추석 전날이면 어머니 심부름으로 삼청 공원에 솔잎을 따러 가곤 했다는 김윤영 대표. 어머니를 도와 송편을 빚고, 집집마다 빚은 송편을 이웃과 서로 나눈 덕에 누구네 집 송편에 콩이 들었는지, 깨가 들었는지 죄다 꿰고 살았단다. 일 년 중 가장 푸짐한 음식만큼이나 이웃 간의 인심도 넉넉했으니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추석이었을까.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 선산에 가 차례를 지낸 뒤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제사 음식을 안주 삼아 푸짐하게 술상을 벌였다. 앞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개성 지방의 명절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꼭 올리던 음식으로는 ‘홍해삼’ ‘제육 저냐’ ‘채나물’을 들 수 있다. 홍해삼은 불린 해삼과 생홍합을 다진 고기와 두부 반죽에 하나씩 박아 두툼하게 빚은 뒤 쪄서 달걀옷을 입힌 다음 노릇하게 지진 것. 노란 달걀옷 속에 까만 해삼이 보이는 것은 남성을 상징하고, 하얀 달걀옷에 빨간 홍합이 어우러진 것은 여성을 상징한다. 또 김치행적, 가지행적, 녹두 빈대떡 외에 제육 저냐는 개성 지방 특유의 제사 음식이다. 김윤영 씨의 친정어머니이자 용수산 창업자인 최상옥 할머니는 그의 책에서 “돼지고기로 전을 부친다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포 떠서 가루집에 넣어 부친 제육 저냐는 출출할 때구워 먹으면 녹두 빈대떡보다 훨씬 낫다”고 쓰셨다. 마지막으로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마다 꼭 만들어 먹던 음식 가운데 곶감 씹는 맛이 일품인 개성 채나물이 있다. 우선 숙주와 미나리를 데친 후 다진마늘, 참기름, 소금에 무쳐 채 썬 곶감을 섞는다. 무채는 기름을 두른 달군 팬에 다진 마늘을 약간 넣고 살짝 볶아 식힌 뒤 고춧가루, 식초, 설탕을 넣고 무친다. 모든 재료를 설설 버무리면서 소금으로 슴슴하게 간을 맞추면 되는데, 담백한 숙주와 달콤한 곶감이 언뜻 보기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시원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푸짐한 음식으로 배를 채울 동안 한쪽에서는 차례상에 올린 각종 나물과 고기류, 전류를 모두 얇게 채 썰어 넣고 참기름을 둘러 차례 비빔밥을 만든다. 제사에 사용한 나물로 만들기 때문에 차례 비빔밥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먹으면 부엌일도줄고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개성에서는 비빔밥에 고추장 대신 기호에 따라 고춧가루를 섞어 비비거나 마지막에 차례상에 올린 다시마튀각을 잘게 부수어 비빔밥에 뿌려먹기도 한다. 이 차례 비빔밥에는 토란국이나 뭇국이 잘 어울린다. 추석 무렵 시장에 나오는 토란은 강알칼리성 식품으로, 한방에서는 배 속의 열을 내리게 하고 위와 장운동을 원활히 해주는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갑자기 기름진 것을 많이 먹는 추석날 토란국을 먹어 배탈이 나지 않게 한 것 같다.


1 홍해삼
2 제육저냐
3 채나물


한국 음식의 황금기이던 고려 왕조 시절의 개성 음식을 추구하는 용수산이 창립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용수산은 그동안 한식 세계화를위한 폭넓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습니다. 요샛말로 김윤영 대표의 베스트 프렌드에는 늘 주한 외국 대사가 있었고, 그들은 김 대표를 통해 한국 음식을 접하며 한국을 깨달았지요. 그간의 노력을 담은 한 권의 책이 곧 디자인하우스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한글과 영문을 병기하는 이 책은 ‘외국인과 함께하는 식사’ ‘지인과 함께 하는 식사’ ‘귀한 분과 함께하는 식사’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한식’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됩니다. 유쾌한 기운이 넘치는 김 대표의 즐거운 음식 이야기는 물론 한식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녹두 빈대떡
재료(4인분) 녹두 110g, 쌀 10g, 양배추 100g, 숙주 80g, 고사리 50g, 양파 1/4개, 쪽파 3뿌리, 다진 쇠고기 20g, 다진 마늘 1/2큰술, 소금·참기름·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녹두는 하루 동안 쌀과 함께 충분히 불린 다음 믹서에 곱게 간다.
2 양배추는 곱게 채 썰어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3 숙주는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꼭 짠다.
4 물에 불려 삶은 고사리는 2~3cm 길이로 잘라 물기를 꼭 짠 후 다진 마늘과 소금을 약간씩 넣고 식용유 두른 팬에 볶아 한 김 식힌다.
5 양파는 곱게 다져 물기를 꼭 짠다.
6 쪽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2~3cm 길이로 썬다.
7 다진 쇠고기는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해 식용유를 두른 달군 팬에 볶은 뒤 한 김 식힌다.
8 볼에 ①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한데 담고 다진 마늘, 소금, 참기름을 넣고 잘 버무린다.
9 ⑧에 ①을 넣고 고루 섞은 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노릇하게 지진다.

가지행적
재료(4인분)
가지(길이 20cm 정도) 4개, 꼬챙이 4개, 부침가루 1/4컵, 물 180ml, 소금 1/4작은술, 밀가루·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가지는 꼭지를 제거한 후 5mm 두께로 모양을 살려 길게 썬다 (가지 1개당 3조각씩 나온다).
2 ①의 가지 윗부분에 3조각씩 나란히 꼬챙이에 끼워 밀가루를 골고루 묻힌 후 가볍게 털어낸다.
3 볼에 분량의 부침가루와 물을 부어 잘 갠 뒤 소금으로 간한다.
4 ②를 ③의 반죽에 살짝 적신 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면을 노릇하게 지진다.
5 ④의 가지 행적을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담아낸다.

너비아니
재료(4인분)
등심 400g, 잣가루 적당량
양념 간장 100ml, 물 250ml, 흑설탕·다진 대파·다진 양파 3큰술씩, 간 배 1/2개 분량, 마늘즙 2큰술, 참기름 1큰술, 생강즙·물엿 1작은술씩, 후춧가루 1/2작은술

만들기
1
등심은 생긴 모양 그대로 1cm 두께로 썬 뒤 칼등으로 잘 두들긴다.
2 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섞은 뒤 ①의 등심을 30분가량 잰다.
3 등심에 양념이 잘 배면 달군 팬에서 재빨리 굽는다. 속까지 너무 바싹 익히면 질기므로 속이 살짝 덜 익을 정도로만 굽는다.
4 접시에 ③의 너비아니를 담고 보기 좋게 잣가루를 뿌려낸다.



닭다리 양념구이
재료(4인분) 닭다리(장각) 4개
양념 간장 100ml, 물 250ml, 흑설탕·다진 대파·다진 양파 3큰술씩, 간 배 1/2개 분량, 마늘즙 2큰술, 생강즙·물엿 1작은술씩, 후춧가루 1/2작은술

만들기
1 닭다리는 뼈를 중심으로 살을 반으로 갈라 칼집을 넣고 흐르는 물에 씻어 핏물을 제거한다.
2 볼에 분량의 양념 재료를 한데 넣고 고루 섞는다.
3 ②의 양념장에 ①의 손질한 닭다리를 넣고 30분 정도 잰다.
4 닭다리에 양념이 충분히 배면 달군 팬에서 약한 불로 서서히 굽는다. 앞뒤로 골고루 잘 익도록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굽는다.




오이나물
재료 오이 1 1/2개, 굵은소금 1 1/2큰술, 마늘즙 1/2작은술, 소금 1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식용유 약간

만들기
1
오이는 굵은소금으로 껍질을 문질러 돌기를 제거한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씻은 오이는 1mm 두께로 동그랗게 모양을 살려 얇게 썰어 볼에 담고 굵은소금을 뿌려 15분간 절인다.
3 오이가 다 절면 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후 마늘즙, 소금,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4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른 후③의 오이를 살짝 볶는다.
5 ④의 볶은 오이는 넓은 채반에 펴서 한 김 식힌 뒤 그릇에 담아낸다.

숙주나물
재료 숙주 200g, 소금·참기름 2작은술씩, 마늘즙·깨소금 1작은술씩

만들기
1
끓는 물에 손질한 숙주를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체에 밭친다.
2 데친 숙주의 물기를 뺀 다음 볼에 담고 소금, 참기름, 마늘즙을 넣어 무친다.
3 ②의 무친 숙주를 접시에 담고 깨소금을 뿌린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