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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방의 맛있는 수다]레스토랑 컨설턴트 방찬우 씨 내게 요리는 여행이고, 호기심이다
10여 년간 외국에서 쌓은 경험과 끊임없는 호기심, 이것이 자신의 요리 지침서이자 스승이라고 말하는 레스토랑 컨설턴트 방찬우 씨. 그와의 맛있는 수다가 시작됐다.


1 1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요리에 담아내는 방찬우 씨.
2, 3 방찬우 씨가 메뉴, 제품 컨설팅을 한 가회동에 투고커피와 신촌에 딜리댈리.


“지난 주말에 뭐 해 드셨어요?” 그는 잠시의 지체함도 없이 대답했다. “음,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커피 한 잔에 자몽잼 바른 토스트 한 조각, 점심에는 망고 살사 소스 치킨 샐러드 한 접시, 저녁에는 보드카 소스를 곁들인 광어 카르파초에 다섯 가지 치즈를 넣은 굴 리소토를 만들어 먹었죠. 거창하게 보이지만, 모두 재료만 있으면 10분 안에 해결되는 초간단 요리예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이이는 반기를 든다.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봐야 인생의 진짜 묘미를 알게 된다고. 그래서 오히려 남자는 꼭 부엌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MBA까지 마쳤지만, 20대가 넘어서 자신의 전공 분야를 ‘요리’로 삼고 새로운 길을 다시 개척한 레스토랑 컨설턴트 방찬우 씨의 이야기다.
“1995년 노부 레스토랑이 뉴욕에 한 군데 있을 때 일이죠. 아침저녁으로 노부 레스토랑에 들렀어요. 거의 출근 도장을 찍었죠.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 맛의 비결을 알고 싶었거든요. 한 끼에 몇만 원 하던 음식을 꼬박 한 달 동안 먹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노부가 저를 부르더군요. 그렇게 해서 결국 노부에게 그 소스 맛의 비법을 들었어요.”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에서의 생활 그리고 타이・ 홍콩・ 싱가포르 여행…. 10여 년의 해외 생활에서 방찬우 씨는 참 많은 요리 선생님을 만났다. 외진 골목의 작은 부티크 레스토랑에서 만난 유럽 셰프, 타이 국적을 가진 친구의 손맛 좋은 어머니가 그들이다. 물론 르 코르동 블루니, 만다린 호텔의 타이 쿠킹 클래스니 하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유명 요리 학원이나 호텔에서 배우기도 했지만, 모두 한 달이 채 넘지 않는 단기 코스였다. 학원에서 배우는 요리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찬우 씨는 지금까지 숱한 레스토랑을 다니며 지불한 돈만 모아도 빌딩 한 채를 세우고도 남았을 거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그건 1~2년 장기 커리큘럼의 요리 학원 대신 현장에서 귀동냥으로 배운 대가로 치른 수업료일 뿐이어서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슈퍼마켓은 나의 아이디어 창고다 그가 여행길에서 주워 담은 지식은 방대하다. 지금까지 600여 곳의 레스토랑을 다녀봤으니 그럴 법도 하다. 레시피는 물론 테이블 세팅, 메뉴판, 심지어 레스토랑 공간 배치까지, 현장에서 얻은 지식은 뭔가 달랐다. 그렇게 해서 쌓은 지식을 주위 사람들과 조금씩 나누다 보니 그게 어느새 자신의 일이 됐다. 그는 2004년 방콕에 있는 타이 레스토랑 ‘스프링’의 메뉴 컨설팅을, 2007년에는 보스턴의 일식 레스토랑 ‘와가마마’ 오픈을 위한 전반적인 컨설팅을 맡았다. 한국에서는 가회동의 ‘투고커피’와 명동과 제주도에 있는 태평양 ‘오설록’ 카페, 신촌에 베이커리 숍 ‘딜리댈리’의 제품 컨설팅을 했다.
방찬우 씨는 요리를 할 때 슈퍼마켓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진열대에 놓인 다양한 식재료를 보다 보면 ‘이것과 이것이 만나면 어떨까, 이것과 저것이 만나면 참 재밌겠다’는 영감이 떠오른다. “간장에 청양고추를 잔뜩 넣고 끓인 후 레드 와인을 살짝 넣은 간장 소스는 그야말로 감동이죠. 삼계탕에 깻잎을 넣어보세요. 거름망에 깻잎, 양파, 통후추를 넣고 함께 끓이는 거죠. 닭고기에 깻잎 향이 배어 더욱 풍미가 깊어진답니다.”
방찬우 씨에게 요리는 ‘찰나의 미학’이다. “현지인이 제게 알려주는 레시피에 정확한 계량은 없었어요. 얼마만큼 넣느냐고 하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죠. ‘적당히’. 결국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어떤 맛을 내는지 기억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어요. 맛을 기억하고, 집에 돌아와 최대한 그 맛과 흡사하게 나만의 계량 비율을 만드는 거죠.” 여러 나라에서 쌓은 방대한 경험과 끊임없는 호기심, 방찬우 씨는 이것이 자신의 요리 비법이라고 말한다.

미식가이자 레스토랑 컨설턴트 미스터 방의 맛있는 수다 첫번째 이야기는 밸런타인데이다. 방찬우 씨가 커플을 위한 로맨틱한 레스토랑과 특별한 레시피를 글로 전해왔다.


1, 2 방찬우 씨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딜리댈리의 다양한 케이크.

서양에서 이날 연인끼리 작은 카드와 초콜릿을 주고받았는데, 선물을 구입하는 사람의 80% 이상이 여성이었다죠. 그래서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평소 흠모해온 남성에게 용감하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날처럼 인식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밸런타인데이, 연인과 보다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레스토랑 몇 곳을 귀띔해드리겠습니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작고 소박한 장소를 찾아 둘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오직 사랑하는 연인에게 집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청담동에 있는 베이커리 숍 ‘기욤 Guillaume’(02-512-6701)은 본래 정통 프랑스 빵과 간단한 샌드위치, 브런치 정도를 맛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근사한 프랑스식 스테이크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기분 좋은 타닌과 풀보디의 샤토 칼롱 세귀르와 함께 스테이크를 즐기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충분해 방해받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뒤쪽에 있는 ‘라 크레페리 모리나 La Creperie MAURINA’(02-541-8283)는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크레페를 프랑스식으로 멋지게 대접하는 곳이죠. 달콤한 초콜릿이 듬뿍 든 부드러운 크레페나 오렌지가 들어간 새콤달콤한 크레페를 먹어보세요.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소품까지, 밸런타인데이에 로맨틱한 추억을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가회동 ‘투고커피 To Go Coffee’(02-720-5001)의 핫 초콜릿이 특별한 이유는 뉴욕의 초콜릿 왕으로 잘 알려진 잭 토리스의 초콜릿을 직접 공수해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우유와 진한 초콜릿을 바로 데워서 제공합니다. 약한 불에서 15분 이상 데워야 하는데(초콜릿을 은근하게 녹이는 것은 초콜릿이 다시 응고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완성된 핫 초콜릿을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카카오 함량이 높은 고급 핫 초콜릿이라 입안이 갑자기 건조해지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3 밸런타인데이에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딜리댈리의 케이크, 코코팝스.


1 라 크레페리 모리나의 오렌지가 들어간 와플과 코코아 가루를 쓰지 않고 녹인 초콜릿에 뜨거운 우유를 부어 만든 핫 초콜릿.
2 투고커피의 잭 토리스 핫 초콜릿.


이번 밸런타인데이는 일요일이라는 거 알고 계신가요? 저라면 연인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계획할 것 같습니다.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날 뉴욕에 도착해 유니언 스퀘어에 위치한 ‘인 앳 어빙 플레이스 The Inn at Irving Place’에 머무르는 거죠. 10개 남짓한 룸을 갖춘 이 호텔은 아주 작은 부티크 호텔로 모든 룸의 인테리어를 다르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주말이면 유니언 스퀘어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 farmer’s market도 가볼 만한데 초콜릿 우유와 치즈는 반드시 구입하세요. 그리고 뉴요커에게 사랑받는 ‘프룬 Prune’에서 일요일 브런치로 수란을 넣은 에그 베네딕트를 먹어보세요.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파리에 가면 당연히 개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호텔 라파엘 Hotel Raphael’에 여장을 풀어야 합니다. 호텔 옥상에 있는 ‘레 자르댕 플랭 시엘 Les Jardins Plein Ciel’은 파리에서 가장 황홀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개선문과 에펠탑이 한 눈에 보입니다. 미슐랭 스타 셰프가 구운 크루아상은 제가 맛본 것 중에서 최고입니다. 호텔 1층에 있는 ‘라 살라 망제 La Salle a Manger’도 아주 훌륭한 레스토랑입니다. 오리가슴살 스테이크에 크랜베리, 라즈베리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요리와 샴페인 소스로 맛을 낸 흰살생선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납니다. 멋진 저녁 식사 후에는 다시 레 자르댕 플랭 시엘로 옮겨가 로맨틱한 초콜릿 퐁뒤와 레드 와인을 즐기세요.

3 파리의 로맨틱함이 묻어나는 라 크레페리 모리나.

집에서 만드는 밸런타인데이 메뉴

1 카프레제 꼬치
재료 프레시 모차렐라 볼 20개, 적색과 노란색 대추토마토 10개씩, 바질 잎 20장, 꼬치 스틱 10개, 발사믹 크림 약간 소스 올리브유 3큰술, 바질 페스토 약간
만들기 1 프레시 모차렐라 볼, 바질 잎, 적색 대추토마토, 모차렐라 볼, 바질 잎, 노란색 대추토마토 순서로 꼬치 스틱에 꿴다. 2 분량의 소스 재료를 잘 섞는다. 3 접시 위에 발사믹 크림을 지그재그로 얇게 뿌리고 ①의 꼬치를 올린 후 소스를 뿌린다.

2 초콜릿 퐁뒤
재료 절인 초콜릿 170g, 생크림 1/2컵, 브랜디 또는 럼 2작은술, 반건조 과일 약간씩
만들기 1 초콜릿과 생크림은 약한 불에서 계속 저으며 중탕한다. 2 중탕한 초콜릿에 브랜디 또는 럼을 넣어 세라믹 포트에 담는다(계피 스틱이 있으면 잘 저어 계피 향을 더한다). 3 말린 과일 절인 것을 초콜릿에 담갔다 먹는다.
말린 과일 절이는 방법 1 말린 건조 파인애플・곶감・자두를 한 입 크기로 준비한다. 2 ①의 말린 과일 500g과 그라파・오렌지 리큐어・코냑 2큰술씩, 계피 파우더 약간을 골고루 섞어서 술이 과일에 잘 흡수될 때까지 기다린다. 3 술이 다 흡수되면 메이플 시럽 4큰술을 넣고 골고루 코팅한다.
* 과일을 절일 때에는 알코올이 날아가지 않도록 용기에 담아 뚜껑을 잘 닫는 것이 중요하다. 서브하기 전 10분 정도 뚜껑을 열어놓는다.

3 셰프 노부의 고추냉이 크림소스를 곁들인 항정살 스테이크
재료 항정살 350g, 흑맥주 3큰술, 청주 1큰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3큰술, 소금・ 통후추・말린 토마토・로즈메리 약간씩 소스 고추냉이 15g, 버터 1큰술, 방울토마토・마늘 10개씩, 닭 육수・흑맥주 1/4컵씩, 생크림 1/2컵, 소금・통후추 약간씩
만들기 1 항정살은 스테이크 크기(10x10cm)로 준비해 흑맥주와 청주, 소금, 후추를 넣고 흑맥주와 청주가 다 스며들 때까지 주물럭거린다. 거의 다 흡수되었을 때 올리브유를 넣고 코팅한 뒤 지퍼백에 담아 밀봉하여 실온에 30분 정도 놓아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 3시간 정도 숙성시킨다(흑맥주는 돼지고기 냄새를 제거할 뿐 아니라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2 소스 팬을 약한 불에서 달궈 버터를 녹인 후 마늘을 얇게 저며 넣고 노릇하게 굽는다. 3 마늘이 잘 구워지면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를 넣어 함께 굽다가 으깨 토마토의 과즙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4 ③에 생크림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닭 육수와 흑맥주, 소금, 통후추를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5 ④가 끓어서 걸쭉해지면 고추냉이를 넣고 1분 정도 약한 불에서 더 졸인 후 걸쭉한 국물만 따로 준비한다. 6 숙성시킨 항정살 스테이크를 달군 팬에 굽는다. 7 ⑥의 스테이크를 접시에 올리고 소스를 뿌린 뒤 말린 토마토와 로즈메리로 장식한다.

카카오 함량이 높고 질 좋은 초콜릿을 살 수 있는 곳
홍대 앞 카카오 붐
카카오 함량이 높은 유기농 초콜릿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3141-4663, www.cacaoboom.com
강남역 앞 일 카카오 카카오 함량이 70% 이상인 고급 초콜릿을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2-555-8362, www.ilcacao.co.kr
브레드 가든 베이킹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 난 곳. 문의 www.ezbaking.com
해피베이킹 벨기에산 다크・화이트 초콜릿 등 다양한 초콜릿을 만날 수 있다. 문의 방산종합시장 A동 1층 262호, 02-2268-6009, www.happybaking.com

황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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