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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 꽃보다 아름다운 단오풍정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날, 음력 5월 5일 단오는 예로부터 설날, 추석과 더불어 큰 명절로 지내왔다. 음양 철학상 기수(1, 3, 5, 7, 9)가 겹쳐 양기가 왕성한 날이어서 인생에 생기와 활력을 준다고 믿었던 것. 이날만큼은 농사일을 접고 모두가 새 옷을 입고 모여 먹고 마시고 즐겼다. 일 년 중 신록이 가장 눈부신 이때, 여인들에게 공식적인 바깥나들이를 허용한 것이다. 혜원 신윤복이 그린 ‘단오풍정’ 속 여인들은 물가에서 몸을 씻고, 창포물에 감은 머리를 매만지고, 치맛자락 날리며 그네를 뛴다. 우리도 그들처럼, 꽃처럼 아름다운 음식을 차려 시원한 물가로 단오 나들이를 떠난다.


(왼쪽) 명주 소재의 청보라 깃이 돋보이는 풀색 생초 삼회장저고리와 분홍색 숙고사 치마와 생초 오합무지기 치마와 버선은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오른쪽) 앵두편
오월 단오 무렵이면 아기 입술처럼 빨갛게 앵두가 익는다. 빛깔 고운 앵두를 끓여 걸러서 설탕과 녹두 녹말을 넣고 조려 굳히면 앵두편이 된다. 말랑말랑한 질감과 새콤달콤한 앵두 맛이 어우러져 봄날의 디저트로 제격이다. 꽃 틀로 찍어 예쁘게 모양을 내서 편이나 채로 썬 밤 위에 올린다.
사각 유리 접시는 송희글라스 제품.


(왼쪽) 준치만두
얼마나 맛이 좋으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생겼을까. 그런 준치가 가장 맛 좋을 때가 바로 단오 즈음이다. 준치만두는 만두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만두피에 소를 넣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생선완자이다. 유난히 가시가 많은 준치를 쪄서 살만 발라낸 다음 다진 쇠고기와 함께 양념해서 동그랗게 완자로 빚은 뒤 녹말가루를 묻혀 찐다.
정사각형 유리 접시와 물결무늬 표면의 원형 접시는 모두 송희글라스 제품.

(오른쪽) 단오그네
단오 전날을 ‘작은 단오’라 부르는데 작은 단오에는 약쑥을 베어놓고 다음 날 뛸 그네를 매단다. 단오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뛴다. 이날만큼은 여자들도 밖에 나와 그네 뛰는 것이 허용되었는데 며느리가 하루 종일 그네를 뛰며 놀 수 있다 해서 단옷날을 ‘며느리날’이라고도 불렀다. 대지에 충만한 양의 기운을 치마 속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었을까
숙고사 적삼과 위에 덧입은 다듬이 생초 저고리, 나비 모티프의 브로치와 생초 오합무지기 치마, 분홍색 숙고사 치마, 하늘색 모란단 치마와 버선은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왼쪽) 단오빔
단오에 입는 새 옷 단오빔은 ‘단오비음’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단오를 대 명절의 하나로 여겨 각 가정에서는 단오 차례를 지내고 여러 음식을 장만하고 새 옷을 갈아입고 함께 모여 하루를 즐겼다.
풀색 생초 삼회장저고리와 연두색 생초 치마는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오른쪽) 어채
비린 맛이 없고 살이 단단한 대구 민어 숭어 광어 등을 얇게 저며서 녹말을 입힌 뒤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숙회. 오이 붉은 고추 석이버섯 표고버섯 지단 등과 함께 색스럽게 담아 초고추장이나 초간장에 찍어 먹는 초여름 절식이다.
유리그릇은 모두 송희글라스 제품.


물맞이와 단오선
단옷날에는 하루 중 양의 기운이 가장 강한 오시(午時 오전 시~오후 시)에 목욕을 하면 무병 無病한다 하여
‘단오 물맞이’를 했다. 액을 물리치기 위해 창포 삶은 물에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강한 이날 창포에 머리를 감는 것은 양기 가득한 녹색식물을 머리로부터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테다. 또한
단옷날에는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이 있는데 이 부채를 ‘단오선’이라 한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절에
부채를 생산하는 지역에서 부채를 진상하면 임금은 여러 자루의 부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하고 신하들은 이를 일가친척에게 나눠주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번 단오에는 지인에게 예쁜 부채를 선물하면 어떨까.
민트색 생초 저고리와 분홍색 속고사 치마는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전주 한지를 바른 대나무 부채는 선자장 조충익 씨 작품.


(왼쪽) 수리취떡
수리취(보통 취나물과 비슷하지만 잎이 작고 둥글며 뒷면이 희다)를 삶아서 멥쌀과 같이 빻아 시루에 안쳐 찐 절편. 수레바퀴 문양 떡살을 박아 만들어 차륜병 車輪餠이라고도 하는데 단옷날 빠질 수 없는 절식으로 꼽힌다. 햇쑥으로 버무리 절편 인절미를 만들기도 했다.
사각형의 청색 유리 접시는 송희글라스 제품.

(오른쪽) 앵두화채
통통한 앵두의 씨를 발라내고 오미자물이나 꿀물 또는 설탕물에 띄운 것으로 단옷날 민가에서 즐겨 먹던 청량음료다. 끓여서 식힌 설탕물이나 꿀물에 앵두 과육을 갈아 섞고 설탕에 절인 앵두와 잣을 띄워 내도 좋다.
자줏빛 깃이 돋보이는 생초 삼회장저고리와 수놓은 백분홍색의 명주 갓저고리, 물색 생초 치마는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제호탕과 증편
제호탕은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며 보신을 위해 마시는 청량음료. 조선시대에는 단옷날 임금이 일흔 살 이상 된 대신들에게 하사했다. 백청 1두 오매말 10량 백단향 8돈 축사 4돈 초과 3돈 등을 가루 내 꿀에 재워 되직하게 달여 항아리에 담아놓고 쓴다.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섞은 뒤 발효시켜 쪄낸 폭신한 증편은 잘 쉬지 않아 여름철에 만들어 먹기 좋다.
사각형의 유리 접시와 물결무늬 볼은 모두 송희글라스 제품.

증편 재료 멥쌀가루 5컵(멥쌀 2컵, 소금 1/2큰술, 물 1/4컵), 물・생막걸리 3/4컵씩, 설탕 1/2컵 고명 대추 3개, 석이버섯 2개, 잣 1작은술
만들기
1
쌀을 깨끗이 씻어 5시간 이상 불린 후 물기를 빼고 소금을 넣고 곱게 빻아 고운체에 내린다.
2 물을 50℃ 정도로 데워 설탕과 막걸리를 섞은 다음 쌀가루를 넣어 멍울 없이 고루 섞고 랩을 씌운다.
3 반죽을 따뜻한 곳(30~35℃)에서 4시간 동안 1차 발효시킨다.
4 1차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다시 랩을 씌워 2시간 동안 발효시킨다.
5 2차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1시간 동안 3차 발효시킨다.
6 대추 하나는 씨를 빼고 말아 꽃 모양으로 썰고 나머지는 채 썬다. 석이버섯은 따뜻한 물에 불려 비벼 씻은 뒤 곱게 채 썰고, 잣은 반으로 갈라 비늘잣으로 만든다.
7 발효된 반죽을 잘 섞어 공기를 빼고 기름칠한 틀에 7〜8부 정도 부은 다음 준비한 고명을 올린다. 김 오른 찜통에 올려 찐다. * 발효 시간은 발효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찌는 시간 약한 불에서 5분→센 불에서 20분→약한 불에서 5분간 뜸들이기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