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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붙는 원조 셰프의 원조 맛 만두 정성을 모아 복을 빚는다
정성을 모아 복을 빚는다원형 분청 접시는 정소영 식기장, 삼베 매트는 우일요 제품. 풍성한 복이 깃들기를 소망하는 정월에는 복주머니처럼 통통하게 빚은 만두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 또는 간식으로 즐겨 먹는 만두는 세상 어머니의 숫자만큼 레시피가 다양하다. 고향집 어머니의 손맛처럼 담박하고 깊은 맛을 지닌, 장안의 손꼽히는 만두 집에서 만난 다섯 가지 전통 만두.


만둣국을 담은 면기와 동치미를 담은 그릇은 모두 광주요, 나무 쟁반은 우일요, 찻잔은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오른쪽) 궁의 1세대 사장 임명순 할머니


궁 임명순 할머니의 개성 만둣국
고려 왕조의 도읍이었던 개성은 남북의 음식이 모여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달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개성 만두의 대표주자인 인사동의 ‘궁’은 75년간 만두를 빚은 임명순 할머니의 손맛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다.
멀리 일본까지 소문이 나 인사동을 찾는 일본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된 이곳은 현재 임명순 할머니의 손녀인
신부원 씨가 맡아 운영한다. 어린 시절부터 개성이 고향인 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자연스럽게 만두 빚는 법을배웠다는 신부원 사장의 개성 만두는 평양 만두보다 크기가 작고, 피가 얇으며, 모양이 둥글고, 잡맛 없이 깔끔한 점이 특징이다. 궁의 떡만둣국이나 만두전골에는, 만두와 함께 개성 음식을 대표하는 조랭이떡이 들어가는데 동글동글한 눈사람 모양의 조랭이떡을 건져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북 사람들이 원래 겨울 저장 식품을 많이 만들어 먹어요. 저희 집안도 이북인데 제가 장가와서 보니 개성 만두가 평양 만두보다 차분하고 예뻐요. 제 본가는 만둣국에 반드시 밥을 말아 먹었는데, 개성 만둣국은 밥 대신 조랭이떡을 넣는 것도 특징이죠.”
신부원 사장의 남편 이윤무 씨는 개성 만두의 가장 큰 특징은 모양과 맛이 얌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궁의 만두는 두부를 적게 넣고 채소를 많이 넣어 한입에 쏙 들어갈 정도로 크지 않게 빚는다. 궁에서는 만둣국 외에도 전골, 보쌈, 녹두전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모두 개성식으로 담백하면서 칼칼한 맛이 난다.

위치 인사동 경인미술관 맞은편 메뉴 개성만둣국 7천 원, 조랭이떡만둣국 7천 원, 개성만두전골 2만~3만 8천 원, 보쌈 정식 1만 2천 원 문의 02-733-9240


만둣국과 밥을 담은 놋그릇은 남강, 포도와 당초 문양의 분청사기 접시는 모두 행남자기의 고요 제품.
(오른쪽) 봉산옥 윤영숙 사장


봉산옥 윤영숙 사장의 황해도 만둣국
서울 태생인 그는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이 고향인 시부모님 덕에 만두 맛을 알게 되었다.
설날에는 떡국만 먹는 줄 알았던 그가 시집온 지 26년, 설날은 물론이고 생일날, 잔칫날, 김장독 새로 여는 날과 비우는 날, 입맛 없는 날, 반찬 고민되는 날이면 늘 만두를 빚었단다.
“황해도 만두는 채소를 많이 넣고 고기를 적게 넣는 것이 특징이에요. 반달 모양으로 어른 주먹만큼 큼직하게 만들죠. 저희 가게는 김치 대신 소금에 절인 배추와 숙주, 고기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반반씩 섞어 넣어 만두소를 만들어요. 시어머니께서는 만두에 김치를 넣지 않으셨어요. 대신 김장 담글 때 독 하나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볏짚을 켜켜이 쌓아 ‘강짠지’라고 하는 발효 배춧잎을 만드셨죠. 겨울 내내 그 독에서 강짠지를 꺼내다만두도 만들고 녹두빈대떡도 만들었어요. 강짠지가 떨어지면 김장 독에 김치를 넣고 제일 위에 덮어두었던 절인 배춧잎을 걷어다 만두소로 쓰셨지요. 지금은 강짠지가 없으니까 절인 배추로 대신합니다.”
봉산옥 만두는 슴슴하고 아삭하다. 만둣국 육수는 쇠고기 양지머리를 반나절 이상 푹 끓여 만든다.
실향민들이 어머니의 맛을 느끼고자 찾는다는 이곳에서는 황해도 만둣국 외에도 호박김치찌개, 삯국수, 오징어순대 등 색다른 황해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위치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 메뉴 봉산만둣국 7천 원, 삯국수 6천 원, 오징어순대 1만 2천 원,
호박김치찌개 6천 원 문의 02-525-2282


만두를 담은 접시를 포함한 모든 도자기는 우일요, 누비 매트와 잔 받침은 모두 솝리 제품.
(오른쪽) 만두집 옥혜경 사장


만두집 옥혜경 사장의 평양 만두
얼마나 맛있기에 가게 이름이 그냥 ‘만두집’일까? 30년 가까이 평양 만두를 빚어온 이곳은 간판도 작고 눈에 띄지도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집이다. “만두는 손끝의 기로 빚는 거예요.
전통 평양 만두는 이북 씨알머리가 빚어야지요. 만두를 건네며 ‘고조 피앙 만두 좀 맛보시라우’ 그래야 제 맛이란 말입니다.” 이곳의 단골이자 자신도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라는 개그맨 고영수 씨가 한마디 거들자 옥혜경 사장은 만두 한 접시를 권했다. “본래 평양에서는 만둣국을 국으로 먹기 때문에 밥을 꼭 같이 먹어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만둣국을 식사 대용으로 먹죠. 또 국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서 주문에 따라 국물 없이 만두만 건져서 낼 때도 많답니다. 저분(고영수 씨)은 이북 사람인데도 국보다 삶은 만두를 더 좋아하세요.” 옥혜경 씨가 빚은 만두는 잔재주나 진한 양념 없이 투박하기만 하다. 만두피 역시 전통 평양식 그대로 두툼한데 그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지금도 만두피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으로 밀어서 만든다. 그것도 음료수 병으로.
“점심시간 지나서 한가할 때 오시면 사이다 병이나 소주병으로 만두피 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우린 이상하게 밀대보다 병이 편하더라고요.”

위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골목 메뉴 만둣국 8천 원, 빈대떡 1만 4천 원, 고추전 1만 4천 원, 만두 전골 3만 5천 원 문의 02-544-3710


만두전골을 담은 자기는 토요, 분청사기 접시와 사발은 정소영의 식기장, 수저는 예든, 상 아래 손누비 광목 쿠션 커버는 꼬세르 제품.
(오른쪽) 평안도 만두국 김명원 사장


평안도 만두국 김명원 사장의 풍성한 만두전골
마시는 물부터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까지, 손님에게 내는 것은 모두 맛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명함엔
“정성이 다르면 맛도 다릅니다”라고 씌어 있다. 부모님 고향이 평안북도 용천이라는 그는 매일 아침 7시부터
손수 만두를 빚는다. “만두를 냉동하면 맛이 없어요. 그날 쓸 것은 그날 아침에 빚어야 제 맛이지요.
이북 사람들에게 만두는 겨우내 먹는 일상적인 음식이에요. 특별한 일 없어도 김치 보면 생각나서 빚고, 또 고기 보면 생각나서 빚지요. 제가 빚는 만두는 어머니 것보다 조금 작은데, 요즘 사람들 먹기 편하라고 크기를 조금 줄였어요. 본래는 어른 주먹만큼 큼지막하게 빚어요. 이북 사람들이 본래 기개가 있어서 뭐든 많이,
크게 만들죠.” 어릴 적 누이들은 시집가서 하라며, 장자는 체통을 지키라며 만두 빚는 것을 만류하던 부모님,
그래서오직 자신만 만두 빚기를 도왔고 그 덕분에 만두 빚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단다. 이 집은 만둣국 외에 만두와 각종 채소, 버섯, 고기에 여러 가지 전을 푸짐하게 넣어 끓이는 만두전골도 맛있다.
“만두전골은 명절 지내고 남은 재료 다 넣어 만들어 먹던 기억을 더듬어 만들었어요. 그래서 전을 꼭 넣습니다.”

위치 광화문 국민은행 빌딩 지하 메뉴 만두전골 2만 5천~3만 5천 원, 만둣국 6천 원, 접시 만두 6천 원,
보쌈 2만 5천 원 문의 02-723-6592


떡만둣국과 김치, 편수를 담은 그릇은 모두 허상욱 작가의 분청사기로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판매. 촛대는 우일요 제품.
(오른쪽) 자하 손만두 박혜경 사장


자하 손만두 박혜경 사장의 얌전한 떡만둣국과 편수
채소로 물들인 삼색 만두피로 곱게 빚은 만두에 조랭이떡을 넣은 떡만둣국, 반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맑은
국물에 담은 만둣국, 채소와 표고를 다져 만두소를 만들어 넣은 뒤 네모나게 빚은 편수 등 다양한 만두를 선보이는 자하 손만두는 평양식도 개성식도 아닌 이곳의 사장 박혜경 씨 스타일이다. “집안 대대로 서울이 고향인데 어렸을 때부터 겨울에 별식으로 한두 번씩 만두를 빚어 먹었어요. 온 가족이 모여 만두를 빚다 보면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가장 빠르고 예쁘게 빚었지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칭찬이 듣기 좋아 더 열심히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만두 사업을 하게 된 건 아마도 어린 시절 칭찬 덕분인 것 같다는 그의 만두는 겉보기에 예쁘장하고 맛을 보면 깔끔하다. 만두를 담아내는 그릇이나 손님을 맞이하는 방석,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양반가의 상차림처럼 얌전한 것이 특징이다. 15년 전 부암동 집 마당 한편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단골이 늘어 2층집 전체를 사용하고,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분점도 운영하는데 두 곳 모두 점심시간이면 줄을 설 정도로 붐빈다.

위치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 터널 앞(본점), 신세계 백화점 본점 10층(신세계점) 메뉴 편수 8천 원, 만둣국 8천 원, 떡만둣국 9천 원, 만두전골 3만 3천 원 문의 02-379-2648

아는 만큼 맛있는 만두 이야기
우리나라의 다양한 만두
평양 만두, 개성 만두 외에도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 만두를 소개한다.
메밀 만두 밀가루가 귀했던 조선시대에는 밀가루 대신 메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어 만두를 빚어 먹었다고 한다. 요즘은 오히려 밀가루가 흔해 메밀 만두 대신 밀가루 만두가 주를 이룬다.
어만두 궁중 음식으로 알려진 어만두는 얇게 저민 민어나 광어 등 흰 살 생선 살을 얇게 떠서 만두피로 사용한 음식이다. 만두소는 일반 만두와 비슷하게 만드는데 생선과 만두소가 잘 붙도록 녹말가루에 굴려 삶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규아상 역시 궁중 음식으로 ‘미만두’라고도 한다. 편수와 마찬가지로 주로 여름에 먹었는데 오이, 표고버섯, 쇠고기 등을 다져 만두소를 만들고 얇은 만두피에 주름을 많이 잡아 빚었다고 한다.

● 그 밖에 작게 빚은 만두를 다시 커다란 만두피 안에 넣어 쪄내는 대만두, 데친 배춧잎을 만두피 삼아 빚는 배추만두, 만두피를 따로 만들지 않고 타원형으로 둥글게 빚은 만두소를 밀가루에 굴린 뒤 물에 담갔다 건져 다시 밀가루에 굴리기를 세 차례 반복해 장국에 삶아내는 굴림만두 등이 있다.

고수에게 배우는 평양 만둣국
재료 만두피 밀가루 3컵, 물 3/4컵
만두소 두부 1모, 데친 숙주 1컵, 실파 50g, 다진 쇠고기 250g, 다진 돼지고기 250g, 후춧가루·참기름·마늘·소금 약간씩
육수・고명 양지머리 600g, 조선간장·고춧가루·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냄비에 양지머리를 넣고 찬물을 넉넉히 부어 끓인다. 팔팔 끓으면 불을 줄여 3시간 이상 푹 끓여 식힌다.
2 밀가루에 물을 부어 날가루가 없도록 고루 섞어 치댄 뒤 비닐로 싸서 냉장고에 30분 이상 둔다. 그래야 만두피가 더욱 쫄깃해진다.
3 ②의 반죽을 가래떡 모양으로 만든 다음 만두피 한 개 분량으로 잘라 만두피 모양으로 민다.
4 두부는 면보에 싸서 물기를 뺀 뒤 곱게 으깬다.
5 데친 숙주는 물기를 짜서 다지고, 실파는 송송 썬다.
6 볼에 ④와 ⑤, 다진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넣은 다음 후춧가루·참기름·마늘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7 얇게 민 만두 피에 ⑥의 만두소를 넣고 원하는 모양으로 빚는다.
8 ①의 고기를 건져 찢은 다음 조선간장,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다.
9 ①의 육수에 조선간장, 소금을 넣어 간하고 팔팔 끓을 때 만두를 넣어 익힌다.
10 만두가 익으면 그릇에 만두와 육수를 담고 ⑧의 고명을 얹는다.
* 이 레시피는 ‘만두집’ 옥혜경 사장의 구술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유명 만두집 비법 배우기
‘봉산옥’의 황해도 만두 만두소를 만들 때 두부는 아주 조금만 넣고 절여서 잘게 썬 배추를 넉넉히 넣는다.
만두소에 배추를 넣으면 배추의 달큼한 맛과 담백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난다.
‘자하 손만두’의 편수 편수는 보통 여름에 먹는 만두로, 여름에는 두부, 돼지고기가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오이, 표고버섯, 쇠고기를 다져 만두소를 만든다. 얇은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은 다음 네모난 모양으로 빚는다.
‘평안도 만두국’의 김치만두 신 김치 속을 털어내고 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곱게 다져 만두소를 만든다. 만두에 김치를 넣으면 칼칼하고 매콤한 맛이 난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