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하고 색다른 이탈리아 지역별 맛 대 맛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반도 국가이면서 남북으로 긴 지형의 특징상 각 지역마다 특산물과 즐겨 먹는 음식이 다양하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을 둘로 나누면 해안 지역과 북부 산악 지역을 중심으로 한 내륙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역별로 생산되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특산물과 음식 문화를 살펴보자.
1 피에몬테PIEMONTE
이 지역의 평야에서 이탈리아 쌀의 반 이상이 생산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송로버섯 산지이며 토스카나와 함께 가장 중요한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랑게Langhe 지역에서 나는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는 고급 와인으로 분류되는데 두 가지 모두 이 지역 포도 품종인 네비올로Nebbiolo를 사용하지만 그 맛과 향은 전혀 다르다. 피에몬테식 송아지 요리는 이 지역 와인으로 만든 소스를 사용한 송아지 구이를 뜻한다.
2 리구리아LIGURIA
좁고 긴 해안 지역으로 해산물이 풍부하다. 올리브 재배에 좋은 기후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올리브는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 지역의 바질과 올리브유로 만든 바질 페스토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3 토스카나TOSCANA
이탈리아 요리의 원조 중 원조 도시로 꼽히는 곳으로 이곳의 음식 문화는 프랑스 요리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전해진다. 키안티Chiant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이며, 스파이시한 올리브가 유명하다.
4 라치오LAZIO
이탈리아 수도인 로마가 속한 주로,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해 있다. 양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치즈가 생산된다. 카르보나라 스파게티spaghetti alla carbonara가 유명하다.
5 캄파니아CAMPANIA
이탈리아 피자를 널리 알린 나폴리가 있는 주. 아름다운 해안가를 끼고 있으며 높은 일조량으로 토마토가 많이 재배되고 버팔로 모차렐라mozzarella di bufala 치즈 등 이탈리아 피자와 토마토소스에 필요한 재료를 생산한다.
6 시칠리아SICILIA
큰 섬과 함께 여러 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랍과 스페인의 영향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해산물 요리를 비롯해 이곳에서 재배되는 케이퍼capperi와 올리브가 유명하다.
7 롬바르디아LOMBARDIA
스위스와 접해 있고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축산 농업지이다. 유명한 치즈 고르곤촐라Gorgonzola, 염소 치즈 카프리니Caprini 등이 생산되며 사프란이 들어간 밀라노식 리소토 risotto alla Milanese 요리가 유명하다.
8 베네토VENETO
유명한 관광지 베니스가 있는 주. 이탈리아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폴렌타polenta(옥수수 가루)가 유명하다
9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르메산 생햄prosciutto crudo di parma과 파르메산 치즈parmigiano reggiano,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의 생산지.
10 풀리아PUGLIA
이탈리아 최대의 올리브 생산지로 올리브에서 견과류 같은 고소한 맛이 난다. 조롱박 모양으로 만든 부라타burrata 치즈의 원조 생산지이다.
“정통일수록 신선한 재료를 그대로 먹습니다” 마우리치오 체카토
이탈리아에서 호텔 조리 대학을 졸업하고 요리사 경력이 25년인 베테랑 셰프 마우리치오 체카토. 그는 이탈리아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도라다Dolada와 산 클레멘테San Clemente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는 정통 이탈리아파 셰프다. 현재 서울 프라자 호텔 투스카니 선임 셰프로 일하는 그의 당부는 이탈리아 관광지의 맛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을 정통 이탈리아 요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만드는 레스토랑, 유명 레스토랑은 모두 외곽에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관광지는 뜨내기 손님을 위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서는 제대로 된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가 근무했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역시 모두 시골이나 외곽 등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 있었다. 그의 음식을 먹고는 드물게 ‘이탈리아에서 맛본 음식과 다르다’는 불만을 표시하는 손님이 있는데 대부분 이탈리아의 베니스, 로마 등 관광지에서 한두 번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의 경우였다. 그런 곳에 있는 식당에서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 관광객을 위한 음식인 미국식 피자, 일본식 파스타를 판매한다. 대표적인 예가 크림소스가 듬뿍 들어간 카르보나라 파스타이다. 본래 이탈리아 정통 카르보나라 파스타는 달걀, 치즈 그리고 베이컨을 넣으며 기호에 따라 생크림을 한 스푼 정도만 넣어서 만든다. 이탈리아 음식 중 생크림을 듬뿍 넣는 경우는 디저트 외에는 거의 없다고. 그는 베니스가 속한 베네토 주에서도 산간 지방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려서부터 폴렌타라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수프를 즐겨 먹었고 그의 어머니는 폴렌타와 함께 볼로티borlotti라는 콩으로 만든 수프를 자주 만들어주셨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옥수수도 노란색과 흰색이 있는데, 노란 옥수수 가루로 만든 폴렌타는 주로 고기 요리와, 흰 옥수수 가루로 만든 폴렌타는 생선 요리와 함께 먹었단다. 이탈리아는 해산물로 만든 요리가 유명하지만 사실 다양한 육류를 먹는 나라다. 그가 자란 지역에서는 닭이나 소, 돼지고기 외에도 산비둘기, 거위, 사슴, 토끼 등 다양한 고기를 먹었는데 한국에서는 다양한 육류를 맛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체카토 씨가 이탈리아 셰프로서 말하는 이탈리아 요리는 양념이나 향신료는 되도록 조금 넣고 조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거나 살짝 조리한 것이다. 음식을 만들 때 되도록 양념이나 부재료를 세 가지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조리를 끝냅니다. 그리고 채소를 많이 곁들이지요. 마늘과 칠리 등 자극적인 향신료를 사용하긴 하지만 재료 자체의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만 넣습니다. 신선한 재료의 본래 향을 살려 간단하게 조리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이탈리아의 맛입니다.”
(위) 어렸을 때 보았던 레스토랑 셰프의 조리복이 멋있어서 셰프의 길을 택했다는 마우리치오 체카토 씨.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묻자 그는 ‘정통 이탈리아 셰프를 찾아가라’고 권했다. 마우리치오 체카토 셰프는 쉐라톤 워커힐 호텔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거쳐 신라호텔 라 폰타나에서 근무한 뒤 현재 서울 프라자 호텔 투스카니(02-310-7349) 선임 셰프로 일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행사에 초빙되는 주방장이다.
루콜라와 관자를 곁들인 오징어 먹물 파스타
Black ink tagliolini with tomato, arugola and scallop
재료
오징어 먹물 파스타, 껍질 벗긴 토마토, 야채 국물,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마늘, 관자, 화이트 와인, 루콜라, 소금, 후춧가루
만들기
1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으깬 마늘을 갈색 빛으로 익을 정도로 적당히 볶는다.
2 관자를 넣고 약간 익힌 후 화이트 와인을 넣는다.
3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다.
4 소금물에 오징어 먹물 파스타를 익혀 건진 후 토마토와 야채 국물을 함께 섞는다.
5 기호에 따라 버터를 약간 넣고 올리브오일도 약간 넣는다.
6 준비한 재료를 알맞게 섞은 뒤 접시에 담아 루콜라로 장식한다.
* 체카토 셰프는 정확한 레시피 공개를 원하지 않아 재료의 분량은 생략합니다.
마늘 향을 낸 참치와 니스 샐러드
Garlic scented tuna loin nicoise olive oil vegetables
재료
참치, 양파, 타임(백리향), 바질 잎, 안초비 필레,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식초, 닭 육수 적당량
만들기
1 참치는 0.5cm 정도로 얇게 썰고, 야채를 먹기 알맞은 크기로 준비한다.
2 볼에 안초비 필레, 올리브오일, 식초, 닭 육수를 넣어 드레싱을 만든다.
3 준비한 샐러드 위에 드레싱을 얹어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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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의 키워드는 ‘심플’입니다” 마르케시 루카
호기심이 왕성한 셰프. 청담동 안토니오 레스토랑의 마르케시 루카 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요리하는 걸 도우면서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다. 고급 안경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페라라Ferrara에서 태어나고 자라 처음에는 의과대학에서 안과를 전공했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벨로나에 있는 요리 학교에서 요리와 서비스 관광업을 다시 공부하고 셰프가 되었다. 아버지의 호텔에서 셰프로 일한 뒤, 이탈리아에서 레스토랑을 열어 오너 셰프로 성공했지만 특유의 도전 정신을 발휘해 미국, 덴마크, 불가리아, 스페인, 중국 등에서 2~3년 씩 근무한 뒤 한국에 온 지 4년 정도 되었다. 스페인에서 만난 안토니오 레스토랑의 현재 오너인 안토니오를 만나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 그는 유럽보다도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애정이 간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이탈리아인보다 더 열정적인 것 같아요. 유행도 굉장히 빨리 받아들이는데,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사랑은 한 번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꾸준히 즐기는 문화로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이탈리아 음식은 무엇보다 건강에 이로우니까요.”
그가 태어나고 자란 페라라는 안경 외에도 프로슈토 햄이 유명한 곳이다. 어려서부터 프로슈토 햄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자랐다.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호박으로 속을 채운 라비올리다. 어머니는 그가 지치거나 예민해져 있을 때면 이 음식을 만들어주시곤 했는데 가끔 타국 생활이 힘들게 느껴질 때면 어머니의 라비올리를 만들어 먹곤 한다. 한국에서 셰프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은 가끔 손님들이 음식이 ‘짜다’는 불만을 표시할 때다. “한국 사람들이 제 요리가 짜다고 생각하는 건, 소금이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넓게 퍼져 저염식으로 입맛이 길들여졌기 때문이라거 생각됩니다. 손님들에게 소금을 따로 넣지 않고 조리했으며 해산물 자체 염도일 뿐이라고 말씀 드리면 이해해주십니다.” 실제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요리는 조금 더 짜다. 지중해의 염도가 우리나라 바다보다 높기 때문이다.
“짜다는 이야기나 파스타 면이 덜 익었다는 불만은 손님의 입맛을 존중해 맞춰드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피자 위에 과도하게 많은 토핑을 얹는 것은 이탈리아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중히 설명 드리곤 합니다. 이탈리아 요리의 정신은 ‘심플한 것이 맛있다’이기 때문이죠.”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의 불만은 주문한 음식이 잘못 나왔다며 크게 화를 낸 일이다. 그가 주방에서 나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인이 이탈리아에서 먹었던 안티파스티 데 카사Antipasti de Casa와 맛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다. 안티파스티 데 카사는 ‘그 레스토랑만의 전채 요리’란 뜻의 메뉴이므로 레스토랑마다 다르다는 설명을 하자 손님이 오히려 그에게 사과를 했다고.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오는데 타국 생활의 추억은 그런 사소한 오해까지 즐거운 기억으로 쌓여만 간다.
(위) 인터뷰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안토니오 레스토랑(02-3443-4333)의 매니저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마르케시 루카 씨가 엄청나게 바쁘다는 것이었다. 인터뷰 당일 마주앉아 물어보니 이태원에 안토니오 2호점을 준비하느라 바빴다며 이제 이태원에서도 안토니오 레스토랑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단호박 라비올리
Capellacci di Zucca alla Ferrarese, con ragout alla Bolognese
파스타 재료
밀가루 500g, 세몰라(경질 밀가루) 500g, 달걀 6개, 달걀노른자 6개, 소금, 올리브오일
속 재료
단호박 약 400g, 그라나파다노 300g, 너트 맥, 소금, 물
라구 재료
간 쇠고기 500g, 간 돼지고기 500g, 다진 당근 200g, 다진 양파 200g, 다진 셀러리 200g, 로즈메리, 타임, 월계수 잎, 세이지, 토마토 250g, 껍질 벗긴 토마토 1kg, 올리브오일, 소금, 후춧가루, 레드 와인, 파르메산 치즈
만들기
1 파스타 재료를 모두 섞어 반죽한다.
2 단호박은 씨를 빼내고 그 자리에 물을 채워 180℃의 오븐에서 익힌다.
3 식은 후에 너트맥과 소금을 넣고 소를 완성한다.
4 라구를 준비한다. 다진 당근, 양파, 셀러리를 올리브오일에 볶다가 간 고기와 허브를 넣고 볶는다. 소금으로 간하고 후춧가루를 뿌린 다음 레드 와인을 붓는다. 와인이 다 날아가면 토마토 농축액과 껍질 벗긴 토마토 간 것을 넣고 2시간 정도 끓인다.
5 ①에 반죽해 둔 파스타를 얇게 밀어 적당한 크기의 사각형으로 자르고 안에 준비한 소를 넣는다. 다시 삼각형으로 접고 끝을 안으로 모아 모자 모양으로 접는다. 완성하면 소금물에 넣어 익히고 준비한 라구에 섞어 접시에 낸다. 파르메산 치즈를 취향대로 뿌려 먹는다.
홍합을 곁들인 매콤한 맛의 파스타
Spaghetti al peperoncino in salsa di zucchinee vongole alla Mediterranea
재료
홍합 500g, 다진 양파, 다진 마늘, 화이트 와인, 푸메토, 바질, 스파게티 알 페페론치노 500 g, 주키니 200g, 방울토마토 150g, 올리브오일, 소금, 후춧가루
만들기
1 다진 양파, 마늘을 넣고 볶다가 홍합을 넣는다. 화이트 와인을 넣는다.
2 네 조각 낸 방울토마토를 넣고 소금, 후춧가루, 푸메토를 넣어 졸인다. 마지막으로 주키니 호박을 넣고 불을 끈다.
3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스파게티 면을 삶아 건져 준비한 소스에 넣고 섞는다. 접시 가장자리에 홍합을 두르고 가운데에 스파게티를 올린 뒤 바질로 장식하고 올리브오일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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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보다 즐거운 마음을 담아 먹어야 합니다” 산토니오 소르티노
“반드시 와인이랑 함께 먹어야 하고, 흥겹게 해야 합니다. 시크하게 폼 잡는 것은 프랑스 요리를 먹을 때 하세요. 이탈리아 요리는 건강한 즐거움 그 자체랍니다.” 넉넉한 풍채만큼 큰 손을 휘휘 저으며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는 산토니오 소르티노 셰프.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시칠리아 시라쿠사Siracusa가 고향인 아버지와 남부 해안의 칼라브리아Calabria 출신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이탈리아에선 남부 지역 사람들을 ‘머리가 단단하다’고 표현하는데, 풀어서 말하면 고집불통이란 뜻이지요. 전 부모님이 모두 남부 지역 출신이니 태생은 골수 남부 이탤리언입니다. 그런데 밀라노에서 자라고 공부했으니 입맛은 남부와 북부를 통틀었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에 대한 기억으로 토끼 요리와 라자냐를 꼽았다. 이탈리아어로 코닐리오conigllo라고 하는 토끼 요리는 주로 오븐에 구운 토끼고기를 뜻한다. 한국에서는 좋은 토끼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자주 먹을 수 없지만 이탈리아에서는 토끼고기를 흔히 먹는다. 맛은 토종 닭의 가슴살과 비슷하다고. 그는 16세 때부터 이탈리아의 페이스트리&커피 전문점 코바COVA의 헤드셰프였던 아버지 밑에서 15년간 일하며 요리의 기본기를 닦았다. 이후 캐나다 밴쿠버에서 활동한 뒤 한국에 들어와 롯데 호텔 패닌슐라 주방장을 거쳐 자신의 레스토랑 소르티노와 빌라 소르티노를 운영하고 있는 오너 셰프다.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찾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그의 ‘정통의 맛’에 대한 고집이 한몫을 했다. 재료의 80% 이상을 이탈리아 수입 제품으로 사용하고 고객이 파스타나 리소토를 더 익혀주길 원하는 등 본인의 음식에 불만을 제기하면 충분한 설명을 한 뒤에 ‘머리카락만큼(이탈리아식 표현으로 매우 조금이라는 뜻)’만 수정을 한단다.
음식을 만들 때는 깐깐하지만 직원들과 이탈리아 음식이나 와인을 즐길 때는 더없이 넉넉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직원들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같은 고급 와인을 마시며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와 와인과의 매칭을 자연스레 교육한다. 그가 워낙 음식과 와인을 즐길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제대로 알아야 손님에게도 자신 있게 안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이탈리아는 다양한 기후와 특산물만큼 맛있는 와인이 많이 생산됩니다. 이탈리아의 지역 특색에 맞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곁들이면 훌륭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짧은 시간 조리하는 것이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이라고 말하는 그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한 가지를 소개했다. “피렌체 스타일 티본 스테이크는 두께가 8~10cm 정도 되는 고기로 요리해야 합니다. 한 번 주문하면 4인분 이상이 나오지요. 얇게 썰어 나오는 티본 스테이크를 피렌체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곳은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위) 소르티노 셰프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월드컵 경기 관람을 위해 한국에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당시 이탈리아와 한국전에서 오심 논란이 있어 ‘혹시 한국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남았느냐’고 농담을 건넸더니 2006년에 이겼으니 괜찮다며 크게 웃었다. 그는 월드컵을 인연으로 한국에 머물며 한국인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찾아오는 정치인들과 연예인 및 예술가들이 열광하는 맛을 내는 셰프로 성장했다(<행복>인터뷰 며칠 전에도 우르과이 대통령이 찾아와 피자 다섯 판을 먹고 갔다고 했다). 현재 이탈리아 레스토랑 소르티노와 빌라 소르티노(02-553-9000)를 운영 중이며 다가오는 10월경에는 빌라 소르티노 옆에 이탈리아의 와인과 식재료까지 구입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다.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를 넣은 올리브오일 파스타
Aglio olio con Pancetta
재료
다진 마늘, 화이트 와인, 판체타, 체리토마토, 치킨 스톡, 스파게티, 소금, 올리브오일, 파슬리, 파르미자노 치즈
만들기
1 팬에 다진 마늘이 갈색이 될 때까지 볶은 뒤 화이트 와인을 넣고 구운 판체타와 체리토마토, 치킨 스톡을 넣어 볶는다.
2 약 15초 후 스파게티를 넣고 소금으로 살짝 간을 맞춘 뒤 올리브오일을 섬세하게 바른다.
3 면이 알단테로 익으며 소스의 농도가 적당히 진해지면 접시에 담는다.
4 신선한 파슬리와 파르미자노 치즈를 뿌린 뒤 2003년산 카사누바 디 네리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화이트 레이블을 곁들여 마신다.
* 소르티노 셰프는 정확한 레시피 공개를 원하지 않아 재료의 분량 등은 생략합니다.
와규 등심 카르파치오
Carpaccio di Controfiletto al Pesto di Rosmarino
재료
와규 등심, 소금, 통후추, 로즈마리, 레몬 드레싱, 루콜라, 로즈메리 드레싱, 양송이, 피에몬테산 블랙 트뤼플 오일, 파르미자노 치즈
만들기
1 호주산 와규 등심을 손질하여 소금과 통후추, 로즈메리로 살짝 매리네이드한 뒤 와규 등심의 겉면만 팬에 살짝 익힌다.
2 레몬 드레싱에 버무린 루콜라를 그릇에 담고 ①의 고기를 얇게 슬라이스해 위에 얹는다.
3 소금으로 살짝 간을 맞춘 후 로즈메리 드레싱을 바른다.
4 슬라이스한 양송이버섯을 와규 등심 위에 올린 후 블랙 트뤼플 오일을 뿌린다.
5 슬라이스한 파르미자노 치즈를 얹고 2003년산 비네토 캄페 디 바롤로와 함께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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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유익한 이탈리아 요리 상식
주한 이탈리아 무역관이 말하는 이탈리아 원조 맛!
음식은 훌륭한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류 건강도 고려해야만 합니다. 다른 지중해 국가의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요리는 빵과 파스타를 기본으로 하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이며, 신선한 채소류와 적당량의 육류, 어패류 섭취를 기본으로 만들기 때문에 맛과 건강 모두를 위한 이상적인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이 적은 유지류의 섭취와 각종 곡류에서 얻을 수 있는 복합 탄수화물 섭취 등이 이탈리아 식단의 포인트입니다._크리스티나 콘팔로니에리<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이드북 서울 2007> 중
이탈리아 코스 메뉴 보는 법
1 아페르티비APERTIVI (식전 음식 & 식전주) 전채 요리 전에 먹는 음식과 와인.
2 안티파스티ANTIPASTI(전채 요리)
3 프리미 피아티PRIMI PIATTI(첫 번째 접시) 파스타 혹은 수프 등 탄수화물 식사
4 세콘디 피아티SECONDI PIATTI(두 번째 접시) 생선 또는 고기 요리와 채소
5 포르마지오FORMAGGIO(치즈)
6 돌치DOLCI(디저트)
7 피콜라 파스티체리아PICCOLA PASTICCERIA(쿠키류)
8 카페CAFFE(에스프레소)
맛을 위한 건축학, 파스타의 다양한 모양
밀가루로 만든 이탈리아식의 국수를 통틀어 파스타라 하는데 국수 형태의 스파게티spaghetti, 숏파스타로 불리는 나사 모양의 푸질리fusilli, 속이 빈 떡볶이 같은 모양의 펜네penne, 소라 모양의 콘치길레conchigile부터 속을 채운 만두 모양의 라비올리까지 모두 파스타에 속한다. 이러한 파스타의 모양을 살펴보면 이탈리아인들의 기발한 창의력과 유머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생활 속 다양한 사물의 모양에서 파스타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데,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김새에 따라 소스와 결합하는 정도와 씹히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식감을 위해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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