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준비의 시작, 제기와 빔
차례 준비는 제기와 제구를 꺼내 깨끗이 닦는 일로 시작한다. 명절에 차려입는 새 옷을 뜻하는 ‘빔’. 새로 장만하는 것만이 아니라 설렘으로 미리 준비한다는 데 빔의 의미가 있다.
수놓인 회대보 위에 고름을 늘어뜨린 채 걸려 있는 어머니의 저고리, 추석 빔으로 선물받은 아이의 저고리 소매 끝을 타고 사과처럼 동그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왼쪽) 카키색 고름이 달린 하늘색 생초 저고리는 차이 김영진 제품, 꽃과 다람쥐가 수놓인 회대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른쪽) 한삼이 달린 연두색 명주 저고리와 분홍색 실크 치마는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왼쪽) 선물, 그 고마운 마음의 표현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은 무슨 선물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실까? 디자인이 예쁜 돋보기 안경, 폭신한 캐시미어 카디건, 착용감 좋은 건강 신발, 칼슘제와 비타민제, 휴대전화 아니면 군더더기 없는 현금? 크리스털 장식의 레드 뿔테 안경은 알랭 미끌리 by 웨이브, 브라운 뿔테 안경은 비블로스 by 웨이브, 검정 뿔테 안경은 타테오시안 제품. 빨간 캐시미어 카디건과 연두색 카디건은 모두 쎄세이 제품. 상 위의 비단 봉투는 모두 김혜순 한복 제품. 아이가 입은 와인색 돌림고름이 포인트인 연두색 명주 저고리와 분홍색 실크 치마는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오른쪽) 전 부치는 냄새가 명절 냄새
온 집 안에 전 부치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진짜 명절을 실감하는 냄새다. 고기전, 생선전을 비롯해 집안에 따라 두부전, 각종 채소전을 준비한다. 차례상에는 초간장과 함께 올린다. 전을 남들보다 맛있게 부치고 싶다면 식용유와 들기름을 함께 사용할 것.
솔향 머금은 송편
한가위 절식 중 최고봉은 역시 송편. 햅쌀로 만든 송편은 ‘오려송편’이라 부른다. 추석 차례상에는 밥 대신 송편을 올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온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자기 스타일대로 송편을 빚으니 반달 모양, 둥그런 모양, 귀 달린 토끼 모양까지, 취향 따라 솜씨 따라 송편 모양이 제각각. 멥쌀가루에 쑥, 단호박, 자색고구마 가루를 섞어 반죽하면 은은한 컬러 송편이 된다. 송편 반죽을 할 때는 끓는 물과 설탕을 6:1로 섞어서 익반죽하면 찐 뒤에 달라붙는 게 덜하다.
(왼쪽) 노란색 모본단 덧저고리와 분홍색 모본단 치마는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오른쪽) 송편과 나박김치. 모시 조각보는 김혜순 한복 제품.
탕과 적, 그리고 나물
추석 차례상에는 조상의 보살핌에 감사하는 뜻에서 풍성한 종류의 찬과 떡, 술, 과일, 과자를 올린다. 차례상은 제기와 제수를 규범에 맞게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배열하는 것이 원칙이나 집안마다 가풍에 따라 달리 차리므로 ‘가가례家家禮’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하다. 적전중앙(적은 중앙에),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제수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면서병동(국수는 서쪽, 떡은 동쪽), 숙서생동(익힌 나물은 서쪽, 김치는 동쪽), 조율시이(대추, 밤, 감, 배 순서대로) 정도만 알아둬도 차례상 앞에서 헤매는 일은 없을 듯.
(왼쪽) 달큼한 간장 양념으로 윤기 나게 구운 ‘쇠고기산적’과 양념해 익힌 고기와 채소를 꼬챙이에 꿴 화려한 ‘화양적’. 맑은 술 한 병과 잘 생긴 북어도 빠뜨리지 않는다.
(오른쪽) 양지머리나 사태 등 국거리 고기를 무르게 끓인 곰국에 토란을 넣고 끓인 맑은 ‘토란탕’은 추석 음식의 별미다. 닭을 납작하게 눌러 간장 양념에 조린 ‘닭적’과 도라지*고사리*시금치로 만든 ‘삼색나물’도 맛깔스럽게 준비한다.
마르지 않는 할머니의 곳간
광주리에 밤, 대추, 사과, 배, 감 등 햇과일과 햇곡식이 풍성하다. 할머니의 곳간은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 직접 짠 참기름*들기름, 쌀과 콩 …. 보자기를 묶으며 할머니의 마음도 함께 묶는다.
(오른쪽) 아이의 연노랑 모본단 저고리와 하늘색 다딤이 모시 치마, 버선은 모두 차이 김영진 제품.
한식 고수 박종숙 씨에게 배우는 차례 음식
새우호박전
재료 애호박 2개, 소금물(물 2컵, 소금 1큰술), 새우살 200g, 밀가루.달걀.식용유 적당량씩, 소금.들기름 약간씩, 홍고추 1/2개 새우 양념 다진 마늘.매실청.소금 1작은술씩, 참기름 2작은술, 흰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애호박은 0.7cm 두께로 썰어 가운데를 움푹 판 후 소금물에 20분간 절인다.
2 새우는 곱게 다져 양념한다.
3 호박의 물기를 제거하고 가운데 파인 부분에 밀가루를 바른 다음 ②를 채워 넣는다.
4 ③의 앞뒤로 밀가루를 묻힌 후 소금을 약간 넣은 달걀물에 담갔다가 꺼낸다.
5 잘 달군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르고 들기름을 조금 넣은 후 약한 불에서 서서히 지진다.
6 앞면에 홍고추를 채 썰어 올려 앞뒤를 지진다.
7 충분히 식힌 후 초간장을 곁들여 낸다.
배추전
재료 배추 400g, 소금물(물 3컵, 소금 1 1/2큰술), 밀가루.들기름 약간씩 밀가루 반죽 밀가루 1컵, 멸치 육수 1 1/2컵, 조선간장.참기름 1작은술씩
만들기
1 배추는 푸른 잎과 고갱이를 뺀 부분으로 준비해 소금물에 뒤적이며 30분 정도 절인다.
2 밀가루 반죽 재료를 고루 섞는다.
3 ①을 물에 헹군 후 두꺼운 줄기 부분을 엎어놓고 칼을 눕혀 툭툭 쳐 납작하게 한다.
4 물기를 제거한 배춧잎에 밀가루를 묻힌다.
5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른 후 ④를 ②에 적셔 지진다. 너무 세지 않은 불에 앞뒤를 고루 지진다.
*배추를 슬쩍 데쳐서 사용하기도 하나 날배추를 사용하는 것이 더 맛있다. 봄동으로 만들어도 좋은데 제사 때 산적이나 전 받침으로 이용하면 담음새가 깔끔하다.
육전
재료 0.4cm 두께로 썬 홍두깨살 600g, 쌀가루 1컵, 달걀물(달걀 2개와 노른자 1개), 소금 약간, 식용유.참기름 적당량씩 양념 배즙 5큰술, 매실청.매실주 1큰술씩, 생강즙.볶음 소금.조선간장 1작은술씩, 다진 마늘.참기름 2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홍두깨살은 키친타월로 핏물을 닦는다.
2 분량의 양념을 잘 섞은 후 홍두깨살을 버무려 고루 재운다.
3 곱게 빻은 쌀가루는 살짝 말린 뒤 고운체에 내린다.
4 달걀에 소금을 넣어 푼다.
5 양념한 홍두깨살에 쌀가루를 앞뒤로 바른다.
6 잘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참기름을 살짝 두른 후 ⑤의 홍두깨살에 달걀물을 입혀 앞뒤로 지진다.
*전라도에서 즐기는 전으로 되도록 기름기가 없는 홍두깨살이나 우둔살로 너무 두껍지 않게 썰어 사용한다. 접시에 낼 때는 반 잘라 자른 단면이 살짝 보이도록 담는다.
감자부추전
재료 양파 100g, 부추.애호박 150g씩, 감자 400g, 다진 홍고추 1/2개 분량, 소금 1/2작은술, 다진 생선살 100g, 매실청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멥쌀가루 1컵, 들기름 적당량
만들기
1 양파는 곱게 다지고, 부추는 잘게 썰고, 애호박은 곱게 채 썬다. 감자는 강판에 갈고, 홍고추는 곱게 다진다. 2 다진 양파에 소금을 넣고 강판에 간 감자를 섞는다.
3 ②를 체에 밭쳐 녹말이 가라앉으면 윗물을 1/2컵 정도 따라낸다.
4 곱게 다진 생선살에 매실청과 후춧가루를 넣고 부추, 애호박, 홍고추와 ③의 녹말을 넣어 고루 섞는다. 멥쌀가루를 섞어 되직하게 만든다.
5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④를 한 수저씩 올려 도톰하게 지진다.
닭적
재료 닭 1마리(1kg), 매실주 3큰술, 다진 마늘.꿀 1큰술씩, 생강즙 1작은술, 달걀지단 약간 양념장 간장.다진 마늘.조청 2큰술씩, 국간장.생강즙 1/2큰술씩, 매실청.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양파즙.배즙 3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북어 머리 육수 1컵
만들기
1 닭은 배를 갈라 내장을 깨끗이 씻어내고 납작하게 누른다. 꽁지와 날개를 자르지 않는다.
2 매실주, 다진 마늘, 생강즙을 섞어 닭에 발라 재운다.
3 양념장 재료를 고루 섞는다.
4 190℃로 예열한 오븐에 ②을 넣어 30분간 애벌로 익힌다.
5 팬을 달궈 양념장을 끓이다가 ④를 넣고 양념장을 끼얹으며 앞뒤로 지져 꿀을 넣고 마무리한다.
6 ⑤에 달걀지단채를 올린다.
쇠고기산적
재료 쇠고기 우둔살 600g, 배즙 1/2컵, 꿀.잣가루 1큰술씩 양념장 간장 4큰술, 다진 파 3큰술, 다진 마늘.참기름 2큰술씩, 설탕.깨소금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기름기가 적은 우둔살로 준비해 1~2cm 두께로 포를 떠서 누름판에 눌러 부드럽게 만들어 온다. 가장자리의 고기 막이나 기름기를 떼어낸 후 키친타월로 눌러 핏물을 빼고 배즙을 뿌려 재운다.
2 분량의 양념장을 고루 섞는다.
3 ①을 키친타월로 닦아낸 후 양념장에 재운다.
4 1시간 정도 지난 후 달군 팬에 ③을 앞뒤로 지진다.
5 거의 다 졸여졌을 때 꿀을 둘러 마무리한다.
6 ⑤를 그릇에 담고 남은 양념 국물을 모두 바른다. 내기 직전에 잣가루를 뿌린다.
화양적
재료 쇠고기 우둔살.통도라지 150g씩, 마른 표고(대) 5개, 당근 6cm(100g), 오이 1개, 잣가루 2큰술, 식용유.소금.참기름.다진 파.다진 마늘 적당량씩 양념장 간장 3큰술, 설탕 1 1/2큰술, 다진 파 2큰술, 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0.7cm 두께로 크게 적을 떠서 잔칼집을 많이 넣고 양념장 반 분량에 재운다.
2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①을 지져 6cm 길이의 막대 모양으로 썬다.
3 마른 표고는 큰 것으로 골라 물에 담갔다가 0.8cm 폭으로 썬 뒤 나머지 양념장으로 무쳐 식용유 두른 팬에 볶는다.
4 통도라지와 당근은 같은 크기로 썰어 소금물에 살짝 데치고, 오이는 6cm로 토막 내어 속을 파내고 막대 모양으로 썬 뒤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짠다.
5 ③, ④의 채소를 각각 소금, 참기름, 다진 파, 다진 마늘로 양념해 팬에 볶은 뒤 바로 넓은 그릇에 펴서 식힌다.
6 꼬치에 준비한 재료를 색을 맞춰 꿰어 접시에 돌려 담고 잣가루를 뿌린다.
고사리나물
재료 고사리 400g, 양지머리 육수(혹은 물) 1/2컵, 참기름 1/2작은술, 깨소금 1큰술 양념 조선간장이나 액젓.들기름.다진 파 2큰술씩, 다진 마늘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채 썬 쇠고기 50g
만들기
1 고사리는 무르게 삶아 깨끗이 씻은 뒤 물에 담가둔다. 억센 줄기의 밑 부분을 잘라내고 가지런히 해서 5cm 길이로 썬다.
2 고사리의 물기를 뺀 후 분량의 양념으로 무친다.
3 팬에 ②를 넣고 중불로 충분히 볶는다.
4 볶은 고사리에 양지머리 육수를 부어 뚜껑을 덮고 살짝 익힌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볶아 완성한다.
* 고사리는 비린내가 나므로 후춧가루를 넣어야 개운하다.
도라지나물
재료 도라지 300g, 소금물(소금 1큰술, 물 2컵), 양지머리 육수 3큰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양념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들기름.조선간장이나 액젓.들기름 1큰술씩, 깨소금 1작은술
만들기
1 통도라지는 껍질을 벗긴 후 5cm 길이로 자른 뒤 이쑤시개로 가늘게 찢어 소금물에 20분 정도 절여서 쓴맛을 우려낸다.
2 ①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후 분량의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친다.
3 ②를 팬에 넣어 중불에서 충분히 볶다가 양지머리 육수를 붓고 뚜껑을 덮어 은근히 익힌다.
4 도라지가 익어 간이 맞으면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마무리한다.
시금치나물
재료 시금치 200g, 소금물(소금 1큰술, 물 5컵) 양념 다진 파.깨소금.참기름 1큰술씩, 다진 마늘.소금 1/2큰술씩, 액젓 1작은술
만들기
1 시금치는 뿌리 부분을 잘라내고 깨끗이 다듬는다.
2 끓는 소금물에 시금치를 뿌리 부분부터 넣어 살짝 데친 뒤 찬물에 얼른 헹궈 물기를 뺀다.
3 먹기 직전에 분량의 양념으로 무친다.
4 시금치 같은 푸른 잎 채소는 소금물에 데친 뒤 찬물에 얼른 식혀야 색이 변하지 않는다.
토란탕
재료 토란 300g, 쌀뜨물 4컵, 소금 1큰술, 두부 1/2모, 다시마 10cm, 들기름.국간장 2큰술씩, 소금 약간 육수 양지머리 300g, 양파.무 100g씩, 마늘 3쪽, 생강 1쪽, 통후추 5알, 마른 홍고추 1개 양념 다진 파.다진 마늘.국간장 1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참기름 1/2큰술
만들기
1 양지머리는 냉수에 담가 핏물을 빼고 3~4조각으로 잘라 씻어 건진 후 양파, 무, 마늘, 생강, 통후추, 마른 홍고추를 넣고 푹 끓여 육수를 만든다.
2 고기는 건져서 먹기 좋게 찢고, 무도 건져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분량의 양념으로 무친다.
3 토란은 쌀뜨물에 소금을 넣어 삶은 후 찬물에 헹궈 너무 큰 것은 반으로 자른다.
4 두부는 넓적하게 편 썰어 소금을 살짝 뿌렸다가 달군 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지져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5 양지머리 육수에 다시마를 넣고 10분 동안 끓인 뒤 건진다.
6 ⑤에 양념한 쇠고기와 무, 삶은 토란을 넣어 푹 끓인다.
7 먹기 좋게 썬 두부와 다시마를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 [아름다운 우리 명절]온가족이 만드는 가을 풍경 마음으로 차리는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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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햇과일과 햇곡식만큼이나 마음까지 풍성해지는 한가위다. 한복 준비하기, 부모님 찾아뵙고 마음 전하기, 햅쌀로 송편 빚기, 정성껏 제물을 준비해 차례상 차리기, 맛있는 음식 나누기, 친척들과 오순도순 달맞이하기…. 매년 추석이면 똑같이 하는 일인데도 온가족이 함께하니 언제나 즐겁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