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냉동실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떠올려보자. 그리고 직접 냉동실을 열어 확인해보자. 짐작과 결과가 일치하는가? 몇 년 전 조카 돌잔치에서 받은 찰떡, 작년 여름 삼계탕에 사용하고 남은 대추와 수삼, 명절에 허리가 휘도록 구웠던 녹두전까지…. 냉동실은 그 가정의 식습관과 주부의 살림 솜씨를 드러낸다. 그럼 <행복> 독자들의 냉동실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지난 3월호 독자엽서를 통해 조사한 ‘냉동실 설문 결과’는 다양하고 자세했다. ‘생선, 육류, 건어물, 떡, 채소를 가장 많이 넣어두었다’고 답했으며, 효율적인 냉동 보관 방법, 보관 가능한 기한, 해동법을 궁금해했다. 일단 얼리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글과 함께 ‘오징어인 줄 알고 해동했는데 행주였다’는 독자도 있었다. 그런데 냉동실에 행주는 왜 넣어두었을까?
냉동실 보관, 시작이 반이다
주부라면 냉동실의 고마움을 안다. 찰떡을 꺼내 실온에 두면 금방 떡집에서 사 온 듯 말랑말랑 촉촉해질 때, 냉장실에서는 일주일도 버티기 힘든 채소와 나물이 몇 달 동안 ‘이상무’일 때, 지방 산지에서 어렵게 구입한 국산 콩과 고춧가루 등을 1년 내내 두고 먹을 때, 고기와 생선을 보관할 때…. 냉동실이 없는 부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주방에서 정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주부라면 냉동실의 허망함도 안다. 고기의 경우 잘못 보관하면 해동하는 데 한나절 이상 걸리니 새로 장을 봐 오기도 하고, 검은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 넣어둔 것은 ‘정체불명’으로 몇 년 동안 냉동실에서 빛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버리자니 아깝고, 언젠간 먹을 것 같아’ 먹다 남은 것을 넣어둔 피자, 빵, 떡, 아이스크림 등은 냉동실 한쪽에서 버티다 결국 쓰레기통으로 가기 십상이다.
냉동실을 블랙홀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보관하기 전 계획이 중요하다. <행복> 독자들은 보관 용기 선정, 신선도 저하, 냄새, 해동 등의 문제를 가장 많이 염려했는데 언제, 어떻게 먹을 것인지를 계산해 한 번 해동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만 투명한 용기에 밀폐해 보관하면 많은 부분이 해결된다. 이때 냉동실은 -18℃ 이하로 차게 유지해야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해동 후에도 물이 적게 생긴다. 또 진공팩 등으로 완벽하게 밀폐해서 냉동실에 넣으면 식품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냄새가 배지 않는다. 식품을 소량씩 납작하게 보관하면 해동 시간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해동을 할 때는 상온에 두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한여름에 육류를 해동할 때는 전자레인지 해동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깜박 잊고 상온에 오래 둘 경우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 냉동실을 200% 활용하는 방법이 더 있다. 장마철에는 채소가 쉽게 무르는데, 구입해서 사용하고 남은 채소는 잘게 썰어 지퍼백이나 진공팩에 한 번씩 먹을 만큼 나눠 납작한 모양으로 냉동해두면 필요할 때마다 쉽게 해동해 각종 요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위) 1 딸기 여름에 셔벗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 달 전 넣어둠.
2 삼겹살 이걸 언제 넣었지?
3 찰떡 조카 돌잔치 떡인가, 도련님 이바지 떡인가?
4 안동 자반 고등어 석 달 전 홈쇼핑을 시청하다 충동 구입. 대략 15마리쯤 남아 있음.
5 각종 전 이번 설날이었던가? 아니면 작년 추석?
6 쿠스쿠스 이게 여기 있었네….
모둠 해물, 삶아서 으깬 호박, 깍둑썰기 한 채소, 데친 콩 등은 쉽게 해동해 바로 요리할 수 있는 유용한 아이템. 해물 스파게티, 굴소스 해물 볶음, 볶음밥, 죽, 수프 등에 활용해보자.
언제까지 두고 먹을 수 있을까? 식품별 냉동실 보관 기한
“가정에서 식재료를 보관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냉동실입니다. 하지만 냉동식품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식품이 얼면 내부의 수분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부피가 커지고, 이때 생성된 얼음이 식품의 내부 조직을 파괴시켜 맛과 영양분이 손상됩니다. 식품의 맛과 영양을 살려 냉동하려면 냉동실을 -18℃ 이하로 유지하세요. 또 냉동식품의 저장 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냉동고 안의 식품도 상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 정효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여름철 냉동실 사용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름은 식품이 쉽게 변질되는 계절이므로 이틀 안에 사용하지 않을 육류는 냉동 보관이 원칙이며, 냉기가 흐를 공간이 충분하도록 냉동실을 잘 정리해 여유 공간을 둬야 한다.
“식품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냉동 보관 기간이 다른데, 육류는 표면에 식용유를 살짝 발라 랩으로 싼 뒤 냉동실에 넣으면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쇠고기는 3개월, 돼지고기는 1개월, 닭고기는 6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햄은 개봉 전이면 2개월, 개봉해서 사용했던 햄은 1개월 안에 소비해야 해요. 생선은 내장과 대가리를 제거한 뒤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빼고 한 끼 분량씩 지퍼백에 넣어 얼리는데 한 달 안에 드세요. 단, 소금을 뿌려 염장한 자반류는 12개월까지도 가능합니다. 새우와 생선알은 1개월을 넘지 않아야 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빵과 떡은 부드러움을 없애는 냉장실보다 품질이 변하지 않는 냉동실에 넣는 것이 좋은데, 보관 기간은 2주를 넘지 않아야 합니다.”
음식을 냉동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영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일반 식품 외에 만두 같은 냉동식품의 경우에도 유통 기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지켜야 한다. 식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능하다면 1개월이 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자반같이 장기 보관이 가능한 식품일지라도 최대 기간을 6개월로 잡고 그 안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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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의 달인이 제안하는 냉동실 수납법
1 네임택을 활용하라 보관 용기에 식품의 종류나 이름, 보관날짜를 적어둔다. 알아보기도 쉽고 용기 하나만 꺼내면 되니까 문을 오래 열어놓고 찾는 번거로움이 없어진다. 또 냉동실 문 앞에 리스트를 만들어 붙이고 냉동실에 넣은 식품 이름, 보관한 날자, 최초 분량, 남은 분량 등을 적으면 냉동실 문을 열지 않고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2 투명한 수납 용기를 사용하라 모든 용기를 투명한 밀폐 용기로 사용해서 안의 내용물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유리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보관한 제품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을 때보다 상온에서 빨리 녹으며, 진공 팩이나 지퍼백을 활용하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3 세로로 쌓아라 적은 분량씩 여러 개의 용기에 나눠서 세워 수납하면 꺼내기도 쉽고 가로 쌓기보다 훨씬 많은 양을 수납할 수 있다.
4 일회분씩 보관하라 냉동실 서랍 속에도 칸막이를 만들어 식재료가 섞이지 않도록 한다. 일회분씩 얼려놓으면 해동 후 요리하고 남은 재료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다.
5 순서를 지켜라 빨리 먹을 음식은 앞쪽에, 그리고 자주 쓰는 양념은 문짝 쪽에 수납한다. 장기간 보관할 재료나 음식은 맨 아래칸으로 보내라.
6 우유 팩이나 페트병을 활용하라 멸치 국물이나 육수 등은 우유 팩에 넣어 냉동한다. 국물 있는 것은 얼리면 부피가 팽창하므로 용기의 80% 정도만 넣어 얼린다. 현진희 주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jheui13)중에서, 자료 제공 글라스락(080-080-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