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밤참 묵사발 VS 오늘 밤참 묵잡채
그옛날저녁 간식은 단연 찹쌀떡과 메밀묵이었다. 고단한 하루가 기울어 가면서 동네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인적끊긴골목 저끝에서부터 이따금 먼울림처럼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찹쌀~~떡~~! 메밀~~무욱~~!!”저녁 식사후한참이 지난 밤시간에 들려오는 외침 소리는 작지만 너무나 분명하게 귓가에 내리꽂히고, 허기진 식구들의 침샘을 강력하게 자극한 나머지 모두들 참을수없는 기분으로 그외침이 가까워지기만을 기다리곤 했다. 밤늦은 시간이라 메밀묵을 양념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좋았지만 우리집에는 메밀묵을 특별하게 만들어 먹던 비법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묵사발이다. 우스갯소리로 묵사발이라 하면 사발에 담긴 묵처럼 형편없이 뭉개지고 깨진 상태를 일컫지만, 음식으로서의 묵사발은 사발에 담긴 묵국수를 뜻한다. 국수면발처럼 굵게 채썬묵에 잘익은 김치와 오이를 송송 썰어 넣고 뜨거운 또는차가운 육수를 부어 숟가락으로 떠먹는 묵사발. 담백한 맛으로 밤시간에도부담없이즐길 오늘날‘내가즐겨먹는 밤참에는 마른묵을 이용한 묵잡채도 있다. 마른 묵과 우엉, 목이버섯 등을 조려 만드는 색다른 맛의 묵잡채는짭조름한맛으로심심한입맛을달래주기에충분하다.
묵사발 재료 메밀묵, 잘 익은 김치, 오이, 동치미 무채, 마른 김채, 달걀 지단, 참기름, 깨소금, 소금, 참기름 국물 마른 메밀 우린 물, 표고버섯 우린 물, 국간장 만들기 끓는 물에 메밀묵을 살짝데쳐낸 뒤 굵게 채 썰어 그릇에 담는다. 잘 익은 김치는 물에 살짝 헹궈 물기를 짜낸 뒤 송송 썰어서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양념해 넣는다. 얇게 썬 오이는 소금에 살짝 절여 참기름으로 볶은 뒤 식혀서 넣는다. 고명으로 동치미 무채와 김채, 달걀 지단을 얹은 뒤 국물을 붓는다. 국물은 마른 메밀 우린 물과 표고버섯 우린 물을 섞어 국간장으로 간한 뒤 뜨겁게 또는 차갑게 식혀서 사용한다.
묵잡채 재료 마른 묵(도토리, 호박, 메밀, 청포 등), 우엉, 목이버섯, 국간장, 진간장, 요리엿, 흰 후춧가루, 깨소금, 참기름 만들기 마른 묵은 끓는 물에 쫀득쫀득하게 삶아낸 뒤 찬물에 헹군다. 우엉은 길쭉하게 채 썬 뒤 찜통에 쪄내고, 목이버섯은 물에 불린다.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묵과 우엉, 목이버섯을 넣어 볶다가 국간장과 진간장을 넣고 살짝 조린다. 이때 물을 약간 넣어야 팬에 재료가 들러붙지 않고 묵과 우엉에 간도 잘 밴다. 요리엿과 흰 후춧가루, 깨소금을 넣고 한번 뒤섞은뒤 불을 끄고 참기름을 약간 넣어 향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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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마음을 전하는 나눔의 음식 떡
시루떡 시루에 김이 잘오르도록 쌀가루로 반죽해서 붙인시루본이 굳어갈때면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가 끝나고, 접시에 시루떡을 얹어 신문지로덮은 뒤이집저집배달하는 것이 나의 몫이었다. 시루떡을 받아들고 접시는씻지않고 돌려줘야 다음에 또떡을 얻어먹을 수있는 거라시던 아주머니아저씨들은 지금도 안녕하신지. 갑갑한 도심과 획일화된 생활, 어두워져 불이한집두집켜질 때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스쳐 지나간 사람이 옆집사람인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건조한 삶을사는 요즘이다. 더불어 사는 이웃들서로에게 나눔의 음식이 있었던 그시절의 기억이 그립기만 하다. 모시떡옛날 농가에서 머슴들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떡으로‘노비 송편’이라고도 불렀다. 예전 어른들은 모시를 이용해서 옷만 만들어 입은것이아니라떡까지 만들어 먹었다니 그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모시의 어린잎을 따다가깨끗이 씻어삶은뒤쌀과함께곱게 갈아서 반죽하고 그안에동부(콩의일종)나여러 곡물을 이용한 소를 넣어 쪄낸 모시떡. 하나씩 싸서 냉동실에두었다가 옛생각에 잠길때면 하나씩 꺼내어 드시던 어머니 생각에 나도한입베어 문다. 찰쑥떡 어머니가 외갓집을 다녀오시면 우리집은 곧바로 방앗간으로 변신하고, 우리 형제들은 인간 방아가 된다. 어머니의 보따리에는어린햇쑥, 찐쌀, 참기름 등할머니의 사랑이 가득담겨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정성을 조금이라도 더느끼기 위해 찹쌀을 쪄서 형과 누이, 엄마가 번갈아가며 돌절구에 넣고 찹쌀을 찧는다. 살짝익힌 햇쑥을 절구에 집어넣어절굿공이찧는소리한번한번에할머니사랑으로몰래눈물훔치시던어머니. 으깨진 찹쌀처럼 착달라붙어 정을 나누던 가족. 아직도 내혀가 기억하는, 덜으깨진 찹쌀이 씹히는 그맛도 일품이었다. 흰콩고물에 녹색 찹쌀떡이 굴려질 때면 비녀 꽂은 할머니 모습이 더욱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우리형제들의힘으로간이방앗간이가동되는날동네는잔치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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