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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그대로가 이름이다 디자이너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 의자
이름만 들어도 그 의자의 형태를 상상하게 만드는, ‘이름값’ 제대로 하는 의자가 있다. 디자이너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는 열 마디 말이 필요 없는, 오로지 그 생김새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의자를 탄생시켰다. 디자인 필수 교양으로 알아둘 만한 의자 일곱 개를 골라보았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집 안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다.


1 엄마 품속에서 이제 막 깨어난, ‘에그Egg’
 
1958년作,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제조사: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엄마 닭이 품은 알에서 이제 막 병아리가 깨어난 자리. 병아리가 있었던 그곳은 반으로 쪼개진 듯한 모양이다. 이 의자의 이름은 ‘에그Egg’ 체어. 덴마크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이 코펜하겐의 한 호텔 로비에 놓기 위해 디자인한 의자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매끈한 곡선이 몸을 감싸 안아 포근하게 만든다. 마치 누군가의 품에 안긴 것처럼. 듬직한 덩치에 비해 가볍고, 시각적으로도 그 무게감을 상쇄시키는 파랑, 빨강, 초록과 같은 원색을 사용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격은 7백만 원대, 에이후스a.hus에서 판매한다.  

2 잘록한 허리가 생명인 여왕, ‘앤트Ant’
1952년作,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제조사: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자작나무 합판을 구부려 만든 ‘앤트Ant’ 체어는 잘록한 허리 하나로 의자 디자인계를 평정했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크로키와 같은 것일까? 간결한 선으로 순간의 인상을 잡아내듯 ‘개미’의 생김새를 포착했 다. 하나의 판을 구부리고 스틸 다리와 결합시킨 방식은 단순하지만 스칸디나비아 모던 디자인의 상징이 될 정도로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 아르네 야콥센은 이후에 앤트 체어를 변형한 세븐 체어, 백조에서 영감을 얻은 스완 체어, 그리고 에그 체어를 남겼다. 그가 디자인한 커틀러리 세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영원불변의 초현실적인 소품으로 선택되기도 했다.  나무색은 50만 원대, 컬러가 있는 의자는 60만 원대. 에이후스a.hus에서 판매한다. 카펫은 얀 카페트, 왕관은 마가렛 티아라 제품으로 타스칼레에서 만나볼 수 있다.   


3 녹을 듯, 쓰러질 듯, ‘콘Cone’
1958년作,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 제조사: 비트라Vitra 아이스크림 콘을 연상시키는 원뿔Cone 의자는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이었다. 의자란 보통 등받이와 받침, 다리가 따로 구성되는데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낸 것이다. 의자의 몸체에서 받침으로 갈수록 표면적이 넓어지지 않고 급격히 좁아진다는 면에서도 당시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의자는 원래 부모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위해 디자인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1961년 덴마크의 한 잡지에 게재할 제품 사진을 찍으면서 나체의 마네킹을 세워놓거나 누드 모델들을 의자에 앉혀 놓아 물의를 일으켰는데, 의자의 파격적인 형태만큼이나 자극적인 홍보 방법이었다.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다.

4 풍차 마을의 풍경, ‘튤립Tulip ’
1956년作, 디자이너: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 제조사: 놀Knoll ‘마치 와인글라스처럼’ 제품의 중심에서 무게를 지지하는 구조. 이것이 이 의자의 디자인을 풀어가는 열쇠였다.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에로 사리넨은 이집트 왕의 의자에서 영감을 얻어 5년 동안 의자, 암체어, 스툴, 테이블 그리고 사이드 테이블의 디자인을 연구했는데, ‘튤립 체어’가 그중 하나. 토머스 치펜데일이 디자인한 ‘페디스털pedestal(받침대)’ 구조의 이집트 왕좌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것이다. 사리넨은 항상 과거의 디자인을 ‘성스러운’ 것으로 여기며 연구했고, 그가 만들어낸 이 구조는 20세기 모더니즘의 상징인 플라스틱 소재의 묘미를 살리면서 완전한 구조를 갖추기 위한 요소로 차용되었다. aA 디자인 뮤지엄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다.


5 원숭이와 사람의 합동 작품, ‘코코넛Coconut’
1955년作, 디자이너: 조지 넬슨George Nelson, 제조사: 허먼 밀러Herman Miller
‘투둑’ 하며 코코넛이 떨어지자 기다리던 원숭이가 잽싸게 하나를 안고 도망가고, 이어 나타난 사람들이 코코넛을 자르고, 빨대를 꽂는다. 그리고 바닥엔 코코넛 껍데기…. 코코넛 껍데기 같기도 한데… 허연 속살 대신 촉촉하고 거뭇한 속살을 드러내는 이 의자의 이름은 ‘코코넛 체어’다. 조지 넬슨은 금속관이 조가비 형태를 지지하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코코넛 껍데기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를 찾아냈다. 그는 미로와 칼더처럼 1950년대를 풍미한 조형예술가들의 작업에서 강한 자극을 받곤 했는데 칼더의 ‘블랙 윈도’란 작품은 코코넛 체어의 조형적 묘미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었다고. 인노바드에서 판매한다.

6 과자는 못 먹어도 다리는 될 수 있는 코, ‘엘리펀트Elephant’
1954년作, 디자이너: 소리 야나기Sori Yanagi, 제조사: 비트라Vitra 처음 디자인할 당시 유리섬유를 이용해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만들었던 의자를 2004년, 여러 가지 색상의 플라스틱 의자로 만들었다. 하나의 면에서 세 개의 다리가 아래로 구부러져 균형감 있는 형태를 이룬다. 발코니, 욕실 등 집 안 이곳저곳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피크닉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소리 야나기는 그가 비슷한 시기에 디자인한 ‘하늘 천天’자를 닮은 ‘버터플라이’ 스툴에서도 그랬듯이, 절제되고 기하학적인 표현으로 구체적인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코끼리 의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안겨주는데, 의자와의 시선 거리를 좁힐수록 코끼리 느낌이 강해진다. 야나기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일본인들에게 푸른 잔디밭에 줄지어 선 아기 코끼리들로 웃음을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가격은 13만 원으로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한다. 어린이용 엘리펀트 스툴도 있다. 

7 폴짝폴짝! 그랑 주테의 꿈, ‘발레리나Ballerina’
2005년作,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제조사: 발레리 이탈리아Baleri Italia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올랐다가 사뿐히 내려앉는 발레리나. 짜릿한 전율을 안겨주는 점프 ‘그랑 주테’를 꿈꾸는, ‘발레리나’가 되고픈 의자다. 요즘 세계 디자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마르셀 반더스는 특유의 말랑말랑한 감각으로 철제 프레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자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프레임은 화이트, 레드, 블랙, 골드, 크롬의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었고 폴리우레탄 시트에 라이크라 소재의 치마를 입혀 우아한 발레리나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등받이는 하트 모양이다. 실제로는 농구선수처럼 큰 키와 큰 손을 가진 마르셀 반더스가 섬세하게 빚어냈다. 웰즈에서 판매한다.



김명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