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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_2025 한국주거문화사전 시스템 키친
<행복>이 창간 38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주거문화사전’을 선보입니다. (관련어 : 빌트인, 효율적 동선, 아일랜드 키친)

국내 최초로 블록형 주방과 시스템 키친을 제안했다. 한샘 제공.


1970년대 이전, 부엌은 생활의 중심이면서도 가장 불편한 공간이었다.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불을 지피고 무거운 물동이를 나르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가스와 전기가 뒤엉킨 좁은 공간에서 세끼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고단하기 그지없었다. “부엌일을 하면 하루에 십 리를 걷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아파트의 보급은 부엌 환겨엥 큰 변화를 가져왔다. 초기 아파트 부엌은 여전히 거실과 분리된 독립적 공간으로, 전통 방식처럼 음식을 만들어 방이나 거실로 날라야 했다. 그러나 난방 기술의 발전으로 바닥 난방이 부엌까지 확대되면서 부엌은 비로소 본격적 실내 공간이 되었다. 이 변화는 새로운 주방 가구의 등장을 요구했다. 바로 싱크대였다. 허리를 굽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대신, 싱크대 앞에 서서 요리할 수 있게 되면서 주방의 입식화가 시작되었다. 1970년대 중반 당시 전국 다섯 곳의 싱크대 공장에서는 매달 8백 대 이상의 싱크대와 조리대를 생산했으며, 중류 이상 가정에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싱크대의 보급은 주방의 입식화를 가속화하며, 부엌을 더 이상 단순한 노동 공간이 아닌 가족 생활의 일부로 변화시켰다.

 

국내 최초로 블록형 주방과 시스템 키친을 제안했다. 한샘 제공.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70년대 중반, 도시 인프라의 발달과 함께 시스템 키친system kitchen이 등장했다. 시스템 키친은 조리대·가열대·개수대를 틈새 없이 연결해 일체화한 맞춤 붙박이형 가구로, 공간의 기능과 효율을 극대화한 주방 형태다. 특히 1976년, 한샘이 국내 최초로 ‘블록형 주방‘을 선보이고, 동선과 인체 치수를 고려해 시스템 키친을 도입하면서 현대식 주방 시대가 열렸다. 이와 함께 국내 주방 가구 전문 회사도 속속 등장해 빠르게 성장했으며, 시스템 키친은 곧 새로운 주방 문화를 확장해나갔다. 본래 미국 교외의 단독주택에서 발전한 아일랜드 키친이 한국 아파트에도 적극 도입되면서 조리 수납 다이닝을 아우르는 허브 공간이자 인테리어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샘 부엌상품부 이소영 부장은 “과거 고가 평형, 고가 주방의 전유물이던 아일랜드 키친이 이제는 평형과 관계없이 부엌의 분위기와 감도를 높이는 일반적 설계 방식으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대형화되는 아일랜드를 세라믹 타일 등 고급 소재로 감싼 오브제 스타일의 디자인은 SNS에서 꾸준히 공유되는 등 소비자의 선망을 받고 있지요. 앞으로도 이러한 아일랜드 주방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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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행복〉 편집부, 최혜경, 이새미 | 디자인 박영남 · 노서영 디자이너 | 일러스트레이션 최해령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