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 먼지, 코지와 함께 사는 이연하 씨는 이전부터 꿈꿔온올 스테인리스 주방 아일랜드를 선택하는 것에서 자신의 집꾸미기를 시작했다.
화폐를 이용해 재화를 거래할 수 있는 시대. 비용을 지불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오늘날 '값'이라는 단어가 '사고파는 물건(혹은 대상)에 일정하게 매겨진 액수'라는 뜻으로 쓰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데 값이란 말에는 또 다른 사전적 의미도 있다. '어떤 사물의 중요성이나 의의'라는 뜻이다.
이연하 씨는 값을 다룬다. 13년째 회계 법인 부동산 컨설팅팀에서 일하며 기업의 부동산 거래를 적절한 조건으로 성사시키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지은 지 20년이 넘은 빌라를 자신의 보금자리로 선택했을 때 주변에는 만류하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주변에 감정평가사, 분양 사업가가 많은데 하나같이 '10년 후에 후회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높은 천장과 독특한 구조, 거기에 하루 종일 빛이 들어오는 창을 본 순간 이 집을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날 집이라는 단어에는 자산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아파트에 비해 매매랴잉 적은 빌라는 환금성이 부족한 편인 걸 모르지 않았다. 그런 반응이 일견 이해가 갔다. 다만 그에게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그만이 생각한 집의 의미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집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집순이 라고 하죠. 밖에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어야 했어요. 편안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행위를 하는 장소여야 했죠."
그의 눈에 43평 빌라의 구조는 꽤나 독특하게 보였다. 그간 살던 오피스텔, 아파트와는 골격이 달랐던 것. "이전에 살던 분은 오랜 기간 음악을 하셨어요. 거실이 악보로 둘러싸여 있고, 벽지도 화려하고 샹들리에도 달려 있었어요. 요소가 참 많았는데도 공간 자체가 지닌 구조가 도드라져 보였어요. 한겨울인데도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빛도 인상적이었죠. 그간 살던 아파트는 남동향이라 해가 오전에 반짝 드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 집은 볕이 하루 종일 들어 주말 느지막한 시간에도 따사로웠거든요."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는 문과 벽으로 막혀 있었다. 스튜디오 노트의 강지연 실장은 이를 허물어 자칫 구석에 갇혀 있는 듯 보이던 거실에 개방감을 부여했다. 다이닝룸에 걸려 있는 그림은 함섭 작가의 작품이다. 본가에서 잘못 배송된 그림인데, 한지와 나무껍질로 만든 작업이 묘하게 집의 톤과 잘 어울려 걸어두었다고.
설계를 담당한 스튜디오 노트 강지연 실장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옥상과 맞닿은 최상층이라 일반 빌라에서는 보기 드문 층고와 상부 창이 이 집의 매력이었어요. 거기에 넓은 테라스가 사계절 내내 풍부한 자연광을 끌어오는 구조였죠. 이 구조는 살리되 불필요한 가벽과 장식은 걷어내 공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간의 전반적인 컬러는 미색으로 칠해 풍부하게 들어오는 빛의 온기를 잘 머금을 수 있게 했다. 바닥은 원목 마루로 마감해 현대적 분위기 속에서 안온하고 포근한 기운이 감돌도록 했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만큼 침실은 온전한 휴식을 위해 최대한 미니멀하게 조성했다. 벽면은 미색을 활용해 빛이 잘 드는 집의 특성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현재의 행복에 집중 투자
살다 보면 어떤 장면이 잊히지 않고 오래 남는 경우가 있다. 그 잔상이 사라지지 않고 망막에 맺히면 무언가를 염원한다고 말한다. 이연하 씨에게도 어떤 로망이 있었다. "직업 특성상 모델하우스를 방문할 일이 있는데요, 언젠가 스테인리스 주방 아일랜드를 봤는데 너무 멋진 거에요. 요리를 매일 하는 편도 아니고 흠집에도 무던한 성격이니 이번 기회에 꼭 들여놓아야겠다 결심했어요." 그의 로망을 구현하고자 스튜디오 노트는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MMK(뮤지엄오브모던키친)와 협업을 모색했다. "주방 가구는 외형뿐만 아니라 현대적 기술도 갖추는 게 중요한데요. MMK는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주방을 전문으로 다뤄 협업하기 적절했어요. 마침 박기민 대표와 인연도 있어 집에 어울릴 만한 메탈&컬러 타입의 주방 가구를 설치할 수 있었어요." 사방이 가로막힌 기존 다이닝룸은 주방을 한구석에 가둬놓은 듯한 답답함을 줬다. 강지연 실장은 문을 떼고 벽을 터서 개방감을 확보했다. 시선의 갑갑함을 상쇄해 주방 가구가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만들었다.
한때 미술을 공부했으나 이후 경제학을 전공한 이연하 씨는 비록 예술가의 길을 걷지 않았으나, 꾸존히 작품을 수집하고 관람한다. 침실 중앙에 걸린 회화는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Leonardo Pastrana의 작품이다. 복도 끝에 보이는 그림은 이응노의 '군상', 서재에 놓은 초록색과 빨간색 스툴은 박성철 작가의 작품이다.
한때 미술을 공부했으나 이후 경제학을 전공한 이연하 씨는 비록 예술가의 길을 걷지 않았으나, 꾸존히 작품을 수집하고 관람한다. 침실 중앙에 걸린 회화는 레오나르도 파스트라나Leonardo Pastrana의 작품이다. 복도 끝에 보이는 그림은 이응노의 '군상', 서재에 놓은 초록색과 빨간색 스툴은 박성철 작가의 작품이다.
주방 외에도 그의 로망을 구현한 장소가 또 있다. 바로 테라스다. 이전 집에서 식물과 작물을 키우고 재배했으나 녹록지 않았다. 새집에는 좁고 긴 테라스가 있었다. "폭이 좁아 자칫하면 발코니로만 쓰일 수 있었어요. 테라스와 맞닿은 실내 창호를 교체해 시각적으로 연결감을 확보하고, 규모 문제를 보완했지요." 길게 뻗은 테라스 중 다이닝 존과 마주한 부분은 휴식 장소로 사용한다. 날이 좋을 때는 이곳에서 와인도 마시고 불도 피우며 시간을 보낸다. 안방과 마주한 테라스는 텃밭으로 사용한다. "상추는 잘 자라는지, 오이가 수확할 만큼 컸는지 아침저녁으로 살펴봐요."
기사 전문은 <행복이 가득한 집> 9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매거진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