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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일깨우는 데코 아이디어 Classic Now
브랜드는 아카이브에서 시간을 건너온 클래식을 다시 불러내고, 디자이너는 한 시대의 미감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해낸다. 한때 동시대였고 지금은 고전이 된 디자인. 그럼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지속될 아름다움. 시간의 검증을 견뎌낸 오리지널이 다시금 우리 일상에 말을 건다.


실험에서 전설로, 진정한 클래식으로
시대를 따라잡은 디자인이 있다.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장외 전시에서 보랏빛 에코 퍼를 입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폴트로노바의 사파리 소파가 그 주인공이다. 이 소파는 1968년 이탈리아의 급진적 디자인 운동인 래디컬 디자인의 흐름 속에서 아르키촘 아소차티Archizoom Associati가 발표한 것. ‘앉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정의한 이 작품은 파도처럼 굽이치는 등받이와 원시 부족의 의식을 연상시키듯 여럿이 모여 앉는 구조가 특징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이던 유리섬유 구조와 표범 무늬 텍스타일은 기능주의에 반기를 든 의도적 키치의 미학이었다. 시대의 반항아로 여긴 디자인은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 감각과 유머 및 예술성이 공존하는 클래식으로 재평가받으며 디자인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문의 아티브(02-515-7085)

 

 

 

포르나세티의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시대를 지나며 확장된 포르나세티의 상상력은 현재진행형이다. 1950년대 그는 신문 지면을 그래픽화한 실크프린트 패턴인 올티메 노티치에Utime Notizie를 디자인했다. 몽환적 뉴스 프린트 위로 나비가 날아드는 이 패턴은 2003년 카사 포르나세티의 주방 인테리어에 다시 등장했고,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플트로나 프라우의 시그너처 디자인인 1919 암체어와 장마리 마소Jean-Marie Massaud가 디자인한 이시도로Isidoro 트렁크 바를 장식하며 또 한 번 새롭게 해석됐다. 디지털 프린트 기법으로 구현한 울티메 노티치에는 포르나세티 특유의 수작업 감성을 정교하게 재현한다. 실크에서 가죽으로, 매체는 달라졌지만 그 위에 쌓인 이야기와 상상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클래식의 본질을 드러낸다. 문의 두오모(02-6958-9222), 10꼬르소꼬모(02-3018-1010)

 

 

 

시대를 관통하는 오리지널의 힘

클래식을 새롭게 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원형 그대로 다시 꺼내어 보여줄 것인가. GTV는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GTV는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엔초 마리Enzo Mari에 대한 헌사로 브랜드 아카이브에서 그의 부메랑Boomerang 데스크(2001)를 꺼내어 본연의 형태와 구조, 소재를 원작에 충실하게 되살린 것이다. 건축구조에서 착안한 부메랑 형태의 곡목 프레임 위에는 초투명 강화유리 상판을 놓아 GTV 특유의 곡선미와 목재 구조의 완성도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과감한 변주 대신 오리지널의 순수성을 강조한 이번 복각은 시간이 더해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디자인의 본질을 환기시킨다. 문의 한국가구(02-2600-7000)

 

 

 

명장면으로 남을 소파
로쉐 보보아는 전설적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와 그의 오랜 뮤즈이자 배우인 로시 데 팔마Rossy de Palma와의 특별한 협업을 공개했다. 알모도바르 특유의 선명한 색채와 영화적 미감은 로쉐 보보아의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만나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오브제를 탄생시켰다. 대표작인 라운지Lounge 소파는 알모도바르의 상징적 장면과 포스터를 텍스타일에 담아낸 리미티드 에디션 50점으로 제작했으며, 각 소파에는 그의 서명과 고유 번호가 새겨져 소장 가치를 더한다. 버블Bubble 소파는 감독이 직접 고른 네 가지 컬러로 재해석했고, 로시 데 팔마의 위트 있는 감성을 담은 테이블, 조명, 오브제도 함께 소개했다. 그녀가 직접 연출한 전시는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며 일상과 영화가 맞닿는 순간을 보여주었다. 문의 한국가구(02-2600-7000)

 

 

 

문명의 기억을 짜 넣다

기록을 남기는 행위는 인류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이다. 디자이너 로베르토 시로니Roberto Sironi는 전 세계 고대 및 현대의 비문을 폭넓게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씨씨타피스의 하이퍼코드Hypercode 러그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신화적 상징, 고대 조각, 도시의 낙서, 미스터리한 기호 등을 결합해 인류 집단의 기억을 시각화한 뒤 전통 자카르 직조 기법을 통해 정교한 텍스처를 구현했으며, 모든 러그는 인도의 핸드룸 방식으로 수작업 제작한다. 마치 고대 벽화와 수장고 속 유물을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무드를 담은 하이퍼코드 컬렉션은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문명의 기억을 리빙 오브제로 부활시키며 클래식의 정의를 한층 확장한다. 문의 보에(02-517-6326)

 

 

 

질 샌더가 제안하는 새로운 토넷

미니멀한 미학과 뛰어난 소재, 정교한 장인 정신을 추구해온 독일 디자이너 질 샌더Jil Sander가 토넷과 협업해 가구 디자인에 첫발을 내디뎠다.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가 디자인한 S64 캔틸레버 체어에 자신의 감각을 입힌 JS.THONET 컬렉션은 외형은 유지한 채 소재와 색감의 조율을 통해 새로운 인상을 완성했다. 하이글로시 프레임과 짙은 가죽의 시리우스Serious, 매트 니켈 실버와 내추럴 톤의 노르딕Nordic 두 가지 라인으로 구성한 이번 컬렉션은 디테일과 마감 및 디자인 완성도에 대한 질 샌더와 토넷의 기준을 명확히 드러낸다. 질 샌더는 “완전히 새로 만들기보다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말하며, 슈타인웨이 피아노의 광택, 영국 클래식카의 가죽, 건축 금속의 질감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정제했다. 클래식의 형식을 유지한 채 새로운 표정을 불어넣은 이번 협업은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 어떻게 다시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의 스페이스로직(02-543-0164)

 

 

 

 

오늘의 언어로 쓴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 질문에 알피와 셀레티는 각자의 방식으로 응답했다. 동시대 감각으로 조형 언어를 재구성하며 과거의 사조를 현재형으로 풀어낸 것이다. 알피는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아카이브 드로잉을 기반으로 알피 소트사스 핑크ALPI Sottsass Pink를 선보였다. 연한 블루 베인이 교차하는 핑크 우드 베니어는 비현실적 시각 효과를 유도하며, 색채가 구조가 되는 새로운 조형 언어를 제안한다. 셀레티의 슈퍼퍼니처Superfurniture는 포스트모더니즘을 하나의 디자인 클래식으로 선언하고 체커보드 패턴, 채도 높은 컬러, 기하학적 볼륨 등으로 유희와 해체의 미감을 담아낸 시리즈로 공간에 새로운 리듬을 부여한다. 두 브랜드 모두 과거를 모티프로 삼되 단순히 이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각자의 언어로 동시대적 문법을 구축하며, 지금 이 순간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이야기한다. 문의 라크리스(lakrids.co.kr), 라이프앤스타일(02-718-8020)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가장 새로운 클래식을

과거의 기법을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복원에 그치지 않는다. 디자인의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미학에 대한 실천이다. 2025년 피에르 폴랭Pierre Paulin의 상징적 리본Ribbon® 체어가 초창기 업홀스터리 방식으로 다시 태어났다. 1966년 처음 디자인한 이 체어는 유기적 곡선미와 구조적 완성도로 피에르 폴랭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모던디자인의 조형적 전환을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복각은 당시의 수작업 기법을 충실히 따르며 디테일과 구조, 소재감까지 오리지널에 가까이 다가간 시도였다. 그 결과 리본 체어는 오늘날의 감각이 반영된 현대적 럭셔리이자, 장인 정신이 응축된 오브제로 새롭게 완성되었다. 문의 아티포트(artifort.com)

 

 

 

클래식은 현재진행 중

몰테니앤씨의 헤리티지 컬렉션은 조 폰티를 비롯해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들의 대표작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다시 선보이는 시리즈다. 올해는 1973년, 아프라&토비아 스카르파Afra&Tobia Scarpa가 설계한 몽크Monk 체어가 그 목록에 새롭게 추가됐다. 몽크는 유행보다 구조와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이다. 목재, 가죽, 금속이라는 기본 재료를 단순하게 조합해 나무 프레임 두 개 사이에 가죽 시트를 얹은 간결한 구조 안에 정교한 디테일과 장인 정신을 담아냈다. 이번 복각은 오리지널 비례를 유지하면서 마감의 선택지를 넓혔다. 프레임은 아메리칸 월넛, 블랙 오크, 커피 오크 중 고를 수 있으며, 시트는 몰테니앤씨의 컬러 팔레트 안에서 다양한 가죽으로 구성한다. 더불어 새롭게 제안한 낮고 넓은 비례의 암체어 버전은 한층 다채로워진 오늘날의 라이프스타일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클래식이 시간을 초월해 살아남는 방식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다. 문의 한샘넥서스(1670-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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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새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