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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옥 별과 물의 안식을 담다
일상 속 쉼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 시끄러운 도심에서 벗어나 고요히 안녕을 만끽할 수 있는 곳. 별온재는 지친 하루를 보낸 뒤 언제든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피서지다.

별온재의 중심 생활 공간인 다이닝 영역. 더 코나 직원들의 미팅 또는 클라이언트와의 세미나를 위해 넓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계획했다.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더 코나 제작. 특히 의자는 편의를 위해 팔걸이를 한쪽에만 만들었다.

 

별과 온천이라는 이름의 뜻을 담아 꾸민 별채. 천장은 별을 표현한 작은 조명으로 수놓고, 바닥에는 연꽃을 본뜬 형태와 간접조명으로 마치 물 위에 연꽃이 떠 있는 듯한 모습의 욕조를 두어 목욕이 주는 치유의 힘을 만끽하게 했다. 욕조는 새턴바스에서 제작했다.

 

한성대입구역에서 도보로 고작 5분이면 도착하는 곳. 이곳에 더 코나의 첫 번째 한옥 스테이 별온재가 자리한다. 병원과 주택 등 다양한 공간 디자인을 선보이던 더 코나 백예진 대표가 스테이 사업을 시작한 것. 세련되고 모던한 디자인을 펼치던 백 대표는 과연 한옥을 어떤 모습으로 해석했을지 자못 궁금했다. ‘‘시작은 막연히 ‘내 한옥을 갖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주택과 자연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한옥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러다 최근 성북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근처에 한옥이 정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의외였죠. 북촌에 얽매여 있던 생각의 저변이 넓어진 순간이었어요. 반쯤 충동적으로 동네 한옥을 보러 갔다가 지금의 집을 발견했는데, 잘 관리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죠. ‘오히려 좋아. 덕분에 한옥의 원형을 간직한 이 집을 더 저렴한 가격에 구할수 있잖아?’라면서요.(웃음)”

 

목욕 후 샤워 및 사우나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수건을 비롯해 간단한 물품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선반을 제작했다.

 

주방 맞은편의 칸살 도어를 열면 욕실이 자리한다. 주방 아일랜드와 마주하는 만큼 세면대 거울을 수납장 안에 숨겼다.

 

면적과 구조, 기본 골조를 확인하자마자 꿈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그가 삼선동에서 찾은 한옥은 49.59m2 의 소담한 면적에 ㄱ자 본채와 별채로 이루어져 있었다. 특히 별채가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공사의 방향은 명확했다. 흔히 신한옥이라 부르는 현대 한옥 만들기. 목구조와 외관은 전통 방식을 따르되, 현대 생활 방식에 따른 편리함을 선택한 것. ㄱ자본채는 중앙을 주방 겸 다이닝 공간인 마루로 구성하고 양 끝에 방을 만들었다.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 사이의 동선을 최소화하면서도 각 부실 간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던 구조를 본뜬 것. 각 영역을 구분할 때도 전체 개방이 되는 미닫이 문을 활용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창호와 문으로 막아 방을 구획하던 선조들처럼 별온재도 다 함께 모여 있을 때는 소파가 있는 큰방과 주방을 모두 터서 사용하고 각자 시간을 보낼 때는 문을 닫아 실을 구획할 수 있다.

 

주방에서도 더 코나의 제작 가구를 확인할 수 있다. 화강암과 호두나무 원목, 가죽을 활용해 짠 주방 카페장에는 기본 조리 도구와 다도 세트를 보관했다.

 

전통과 현대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침실. 패브릭 접합 아크릴을 사용한 슬라이딩 도어부터 서까래를 침실에 누워서도 바라볼 수 있도록 천장 구조물에 유리창을 냈다.

 

디자인에서는 전통과 현대의 생활양식을 절충하고자 했다. 그 첫걸음으로 실내를 테이블과 의자·침대·소파 등의 가구를 사용해 입식 구조로 꾸몄는데, 반자(지붕 밑이나 위층 바닥 밑을 편평하게 해서 치장한 각 방의 윗면)를 뜯어내며 층고가 높아져 일반 주거 공간에서 사용하는 가구를 배치하고도 여유로운 공간감이 느껴진다.

 

온전한 쉼을 위한 공간인 만큼 별온재에는 다도용품이 많은 편이다. 특히 장식장에 진열한 제품은 모두 신진 공예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 역시 백 대표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디자이너의 바람을 집약하다
“아직 한옥이 불편하다는 등 부정적 인식을 지닌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공간 디자인업계에만 10년 넘게 몸담은 저조차도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 있을 정도니 놀랍지는 않았어요. 대신 그 편견을 바꿔주고 싶었죠." 일상과 동떨어진 공간이라는 편견은 대중교통으로 오갈 수 있을 만큼 용이한 접근성으로, 불편하다는 생각은 현대의 생활공간과 진배없는 구성으로 해결했다. 이제 남은 건 그가 바라던 고요함이다. “일상은 시끄러운 시간이라 생각해요. 어디서든 스스로를 어필하며 발표와 복잡한 회의를 이어가고, 밝은모니터와 간판의 네온사인에 둘러싸인 하루를 보내잖아요. 이곳에서만큼은 그 모든 번잡함에서 벗어난 하루를 보내길 바랐어요.'’

 

이케아 야외용 의자의 다리를 제거하고 사이즈를 줄여 아담한 마당에 딱 맞는 가구를 만들었다. 야외에서 바로 차를 내려 마실 수 있도록 자연석으로 인덕션도 제작했다고.

 

빛과 색조차 조용한 곳을 위해 마감재와 가구를 고를 때 도색과 형태에 유의했다. 짙은 원목으로 바닥과 가구를 만들고 조명은 조도를 최대한 낮춘 간접조명만 설치했다. 이곳을 채운 건 그에게 안식을 주던 것들이다. 별온재는 별과 온천이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그가 평안함을 느끼는 장소인 자연과 좋아하는 활동인 목욕을 담은 이름이다. 먼저 별은 자연이다. 자연을 항상 좋아했지만 흔히 생각히는 풀이나 나무 등을 정원을 통해 제대로 즐기기에는 마당도, 주변 환경도 받쳐주지 못했다. 그때 떠올린 요소가 별이었다. 땅의 자연이 불기능하다면 하늘의 자연이라도 마음껏 누려보자는 발상의 전환인 셈. 온은 온천, 즉 목욕이다. 그의 자택을 소개한 본지 2024년 10월호 라이프&스타일 ‘바탕이 담백해야 진짜 하이엔드’ 칼럼을 본 사람이라면 알 테지만 그는 목욕의 긍정적 효과를 다방면으로 경험한 사람으로, 목욕을 하고 나면 막혀 있던 아이디어도 술술 풀리고, 부정적인 감정도 진정된다고 말한다. 자택에도 지하에 정원이 딸린 커다란 욕실 을 마련한 것도 같은 이유. ‘‘스테이로 계획한 만큼 와우 포인트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별을 바라보며 즐기는 목욕이었지요. 도심이라 야외 저쿠지는 불기능하니 별채 천장에 별을 담았어요. 밤이 되면 유리에 조명이 비쳐서 진짜 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욕조도 새턴바스와 협업해 특별 제작했어요. 연꽃에서 형태를 따오고 욕조를 바닥에 매립한 뒤 간접조명을 설치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분위기로 연출했습니다.” 새턴바스는 이 욕조를 위해 금형부터 새로 제작했다고.

 

일상과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자 창의 위치를 화단이 있는 바닥면으로 조정했다.


실의 구성도 그의 필요에 기반한다. 긴 다이닝 테이블은 더 코나의 클라이언트나 직원들끼리 세미나를 진행하기 위해 계획한 요소로 호두나무와 적동을 활용해 지나치게 한국적이지도, 모던하지도 않게 제작했다. 침실도 마찬가지. 두 아 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서울 내 4인 기구가 머물 만한 한옥 숙소가 드물다는 데 항상 아쉬움을 느꼈고, 자신의 한옥에는 아이와 함께 묵을 수 있도록 공간을 쪼개 퀸 사이즈 침대를 두 개 배치했다. "별온재는 더 코나의 첫 번째 한옥이에요. 현대인이 더 편하게 사용 할 수 있는 신新한옥으로 시작해서 두 번째 세 번째 한옥을 만들 때는 좀 더 전통에 가까운 형태를 계획 해볼까 해요. 더 많은 분이 한옥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달온재라고 이미 다음한옥을 계획 중이니 많이 기대해주세요.(웃음)’’ .

 

더 코나는 2010년 시작한 스튜디오 코나의 새로운 이름이다. 유튜브에서 ‘인테리언니 ’로 활동 중인 백예진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비워냄으로써 디자이너가 떠난 뒤에도 아름답게 유지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이들의 목표는 사람이 중심인 공간과 삶을 치유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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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 사진 이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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