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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DF_주목 받은 공간 공간에 담아놓은 메시지 (2)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장면이 짙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해마다 진행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뿐 아니라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낸 부스도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올해도 감각적 연출과 과감한 아이디어로 연출한 다섯 개 공간이 ‘눈에 띄는 공간상’을 수상했다. 저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담아낸 부스부터 쉼표 같은 공간으로 관람객의 심신을 안정시킨 VIP 라운지에 이르기까지 2025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주목받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눈에 띄는 공간상]
광장에 펼쳐진 데칼코마니
위키노

계단식 구성을 통해 관람객에게 다양한 시퀀스를 유도했다.
가구를 중심으로 폭넓은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위키노는 이광호 작가와 협업해 광장 혹은 무대를 연상시키는 부스를 연출했다. 보다 많은 제품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세 개의 단차를 만들어 시퀀스를 유도했다. 여백 곳곳에는 브랜드와 작가가 협업한 가구 이클립스Eclipse와 소파를 배치했는데, 선반·사이드 테이블·소파 테이블 형태로 제작한 가구는 다양한 쓰임새를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단차는 높았으나 진입 장벽은 낮았다. 빈자리만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착석해 쉴 수 있는 형태는 부스가 아닌 공원 같은 느낌으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행사 첫날에는 소파 테이블을 활용한 디제이 부스를 마련해 공간과 음악, 그리고 관람객이 어우러져 하나의 신을 만들어냈다. 문의 1899-6190, wekino.co.kr


위키노와 이광호 작가가 협업해 만든 수납 가구 이클립스.

위키노 김수진 대표, 이광호 작가
부스에 단차를 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공간에 놓인 가구도 매력적이었고요.
이광호 공간 콘셉트는 데칼코마니로 설정한 다음 상하좌우의 대칭을 맞췄고요, 계단식 바닥 구조를 조성해 관람객이 다양한 각도와 새로운 시선으로 가구를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누구라도 편히 둘러보는 공원 같은 분위기를 관람객에게 전하고자 했어요.
제품을 나열하는 구성에서 벗어나는 게 브랜드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은데요.
김수진 해외 전시나 페어에서 브랜드 부스가 소통의 장을 마련한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를 한국에서도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브랜드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위키노의 의중을 잘 헤아리고 고민해준 이광호 작가님 덕분에 과감히 시도할 수 있었어요. 이 같은 결실이 ‘눈에 띄는 공간상’ 수상으로 이어져 보람을 느꼈습니다.

 

[눈에 띄는 공간상]
땅 위에 정박한 피싱 클럽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외벽의 하단을 띄우고 아크릴과 거울 소재의 구조물로 고정해 마치 부스가 공중에 떠 있는 듯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했다.
예부터 물 주변에는 사람이 모여들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이들은 저마다 가져온 물건을 교환하고 교류하며 하나의 장을 형성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선보인 F&B 브랜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코엑스 홀에 정박한 뒤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벽체를 올리고 관람객을 내부로 유입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정중앙에 보트를 두고 주변부를 개방한 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벤트가 잘 보이도록 했다. 미국의 피싱 클럽에 착안한 부스에는 붕어빵과 음료 등을 판매하는 한편, 여러 가지 참여형 이벤트를 개최해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선실 내부는 붕어빵과 음료 등 간식을 판매하는 스낵바를 위치시키고, 보트의 창고에는 신사점에서 보여준 오늘 잡아 올린 신선한 랍스터와 생선을 모티프로 제작한 굿즈 등을 배치해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문의 @simmonsgrocerystore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피싱 클럽이라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보트 형태의 부스를 연출했다.

왼쪽 랍스터 및 생선에 착안한 다양한 굿즈가 관람객을 맞이했다. 오른쪽 공간 콘셉트에 맞는 붕어빵 메뉴로 부스의 콘텐츠를 채워 넣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박기종 상무
2022년, 2024년에 이어 또 한번 ‘눈에 띄는 공간상’을 수상했습니다.
약간의 부담감을 느낀 게 사실이에요. 이제는 받지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준비하는 것이 미션을 수행하는 기분이었어요. 올해는 다소 급한 일정 속에서 시몬스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두 개의 부스를 준비하느라 아쉬움이 있었죠.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완성한 부스가 공간상 수상으로 이어져 매우 기쁜 마음이에요. 마침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30회를 맞이했잖아요. 이런 의미 있는 자리에서 ‘눈에 띄는 공간상’을 수상해 더더욱 기뻤어요.

촉박한 일정과 부담감 속에서 공간을 조성했는데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부스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보다시피 바다에 떠 있는 피싱 클럽이라는 콘셉트가 명확하잖아요. 커피, 붕어빵, 굿즈 등 배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관람객이 편히 즐기다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어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가 음식뿐만 아니라 굿즈 사업도 병행하는 브랜드라는 걸 전하고 싶었거든요.

 

유·무형의 조화로 만든 쉼의 시간
VIP 라운지

VIP 라운지는 공간 전체를 차분한 색으로 휘감아 편안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티하우스 일지는 다양한 차를 준비해 VIP 라운지를 찾는 관람객을 맞이했다.
해마다 편안하면서도 감각적 분위기로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방문한 <행복> 정기 구독자와 VIP의 쉼터가 되어주는 VIP 라운지. 올해는 티 하우스 일지가 뉴스프링프로젝트와 함께 관람객에게 ‘쉼’의 시간을 선사할 수 있는 ‘리트리트’ 공간을 조성했다. 공간 구성은 올해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를 맡은 구병준 PPS 대표가 안국동 티하우스 일지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린 형태로 연출했다. 티하우스 일지는 유리공예 작가 무즈牧之의 유리 향로를 비롯해 저우쓰周四와 아잔阿展의 금속공예 작품, 4월 한국에서 전시를 앞둔 선쓰위瀋思宇의 자사호 등 중국 작가들의 차 도구를 선보였다.

차 이외에도 다양한 소품이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여기에 티하우스 일지가 직접 큐레이션한 향을 통해 심신을 이완시키고, 한국의 녹차와 스리랑카의 홍차, 누와라엘리야로 시원한 음료를 만들어 제공하는 한편, 일지만의 오리지널 블렌딩 보이차를 꿀과 함께 선보여 관람하느라 지친 이들의 노곤함을 달래주었다. 진한 차를 선호하지 않는 관람객을 위해 무이암차도 준비하는 등 다양한 관람객을 위한 여러 가지 선택지를 마련했다.
뉴스프링프로젝트는 조지 나카시마와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에 노이진 작가의 작품으로 VIP 라운지의 품격을 높이는가 하면, 17~18세기 전통 한옥과 가구의 소박함 속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박종선 작가의 가구를 통해 관람객이 쉬다 갈 수 있는 든든한 좌석을 마련했다. 로이코ROYCO는 매킨토시McIntosh의 앰프 시스템과 소누스 파베르Sonus Faber의 스피커로 공간의 소리를 담당했고, 씨앤엘뮤직은 사카모토 류이치와 ECM 피아노 연주자 키틸 비외른스테드의 선율이 끊김 없이 흐르는 데 기여했다. 이 외에도 박여숙화랑의 박서보, 전광영 작가의 작품과 함께 갤러리 온의 옻칠 작품이 공간 곳곳에 문화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는 데 일조했다.

뉴스프링프로젝트는 조지 나카시마와 박종선 작가의 가구, 노이진 작가의 작품을 선별해 VIP 라운지의 품격을 높였다.
중국 금속작가 저우쓰周四와 아잔阿展의 작품이 진열된 모습.
차분한 컬러로 물들인 VIP 라운지는 작품과 가구 등 가시적 속성에 향과 음이라는 비가시적 요소를 곁들여 동적인 공간에 정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몫을 해낸 이번 VIP 라운지는 다채롭고 다양한 브랜드 및 갤러리의 협업을 통해 관람객에게 쉼표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공간은 소명을 다한 후 사라졌지만, 풍경이 만든 공감각적 심상은 많은 관람객의 머릿속에 선연히 남았다.


티하우스 일지 정진단 대표
VIP 라운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관람객에게 휴식과 감동을 드리는 공간을 만들려면 어느 것 하나가 도드라지기보다는 각각의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긴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하나의 요건만 갖추어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죠. 여러 명의 관계자와 협업하고 이를 잘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감사하게도 뉴스프링프로젝트, 로이코, 박여숙화랑, 갤러리 온 등이 공간의 여백을 빼곡하게 채워주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어요. 그랬기에 쉼의 리트리트라는 VIP 라운지를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티하우스 일지 혼자만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어려웠을 거예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기간 동안 VIP 라운지에서 본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고 들었어요.
향이 너무 좋아 자기도 모르게 들어오게 됐다는 한 백발의 노신사 분이 계셨어요. 그분께 차 한잔을 대접했는데요, 평상에 앉으셔서 오디오를 바라보며 한참 음악을 듣다 가시더라고요. 그 장면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공간을 준비하며 어렴풋하게 상상하던 모습이 실제로 구현된 순간이었거든요. VIP 라운지를 준비한 모든 사람의 노고가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뜻깊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녹음 가득한 행복 서점
행복이 가득한 집


VIP 라운지 외에도 해마다 열리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곳이 하나 더 있다. <행복이 가득한 집> 구독 부스가 바로 그 주인공. 올해 <행복>은 가드닝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그린무어Greenmoor와 함께 영국 식물 도서관에 착안해 부스를 조성했다. 부스에는 <행복>을 비롯해 디자인하우스에서 출간한 잡지 및 서적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외에도 정기 구독자를 위한 다양한 선물과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찾은 관람객을 위한 여러 이벤트를 마련해 구독자 및 비구독자에게 다양한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부스 한쪽에는 영국 서재의 모습을 연출한 포토 존을 마련, 많은 관람객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요소 또한 준비했다.


글 김승훈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