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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T._ Interview 아파트 만드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새로 짓고, 고쳐 짓는 대한민국 아파트. 그 시장의 최전선에서 달리는 이들을 만났다. 각 분야의 아파트 전문가가 들려주는 가장 최근의 집 짓고, 고치고, 채우는 이야기.

포스코이앤씨 민영신 엑스퍼트
사는 모습이 다양해질수록 아파트도 다채로워집니다

포스코이앤씨 전시관 더샵갤러리에서 만난 포스코이앤씨 민영신 엑스퍼트. 주거 브랜드 더샵과 오티에르의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담당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아파트에 살고, 또 살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는 명명백백한 아파트 공화국이다. 하지만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이 세분화되어갈수록 아파트라는 거주 형태에 대해 상품이 아닌 거주지가 맞는지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역설적으로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건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대형 건설사이다. 단지 내 편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와 각 세대마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품을 수 있는 평면, 감각적인 파사드 등 아파트에서도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제안하고 나선 것. 그중 포스코이앤씨는 작년 여름 발표한 플렉시폼Flexi-Form 평면구조를 비롯해 다채로운 실험을 이어가는 중이다. 포스코이앤씨 민영신 엑스퍼트를 만나 주거 공간 개발의 현주소와 지향점을 들었다.

방치된 발코니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2021년 제안한 바이오필릭 테라스. 더샵 군산 프리미엘에 적용한 모습이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에서 디자인 직군에서는 최초로 핵심 전문 인재로 발탁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아파트 상품 기획 전문가로서, 아파트 평면이 획일화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조합과 시행사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사업적, 시공적 효율성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 효율성이 떨어지면 공사비 상승으로 연결되어 결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게 되거든요. 지금은 그 적정선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적정선이라면요?
효율성과 상품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면 과거 2세대 아파트에서는 30평형대 아파트에도 욕실이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안방 욕실이 당연한 게 되었잖아요. 이렇게 피드백이 반복되면서 지금은 어느 누가 와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밸런스가 갖춰졌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면 건설사에 상관없이 욕실 개수, 거실 폭, 방 크기 등이 비슷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결국 효율성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공간을 최대한 상향 평준화한 게 지금의 아파트인 거죠.

효용과 구조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건설사의 노력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모든 분야에서 개선하고 있어요. 특히 작년에는 하이엔드 주거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 ‘이게 아파트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야외 조경 개선은 물론, 수영장·스파·영화관 등의 편의 시설에 콘시어지 서비스까지 접목한 단지가 대거 출현했죠. 세대별 평면으로 들어가면, 옵션을 말할 수 있겠네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옵션 선택용 계약서를 따로 받을 정도로 20가지가 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요. 기본 마감재부터 전체 인테리어의 톤 앤 매너, 가구의 배치나 방의 개수까지 말이죠. 전에는 기본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가장 많이 선택하는 옵션의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인기 있는 옵션은 다섯 명 중 한 명 정도는 꼭 고를 만큼 옵션을 선호하는 비중이 높아요. 특화 평면의 종류가 늘어나는 것도, 현재 적용 단지를 선정 중인 플렉시폼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특히 플렉시폼은 일곱 가지 타입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아홉 가지 특화 아이템을 개발하고, 평형대 및 아파트 구조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서 제안한 평면이에요.

작년 8월 포스코이앤씨가 제안한 플렉시폼 평면 중 하나. 84m2 판상형 구조의 침실로, 같은 위계의 마스터룸 두 개가 연결되어 수면 패턴이 다른 부부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플렉시폼 외에도 에코스케이프, 바이오필릭 주차장이나 플랜테리움 등 포스코이앤씨는 아파트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주로 자연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원래 살던 주거 형태를 떠올려보면 항상 자연과 맞닿아 있었잖아요. 원래 당연히 누리던 것임에도 공동주택이기 때문에 생긴 제약을 극복하려는 노력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네요. 사실 플렉시폼 평면도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가 세 개씩 마련되어 있거든요. 2021년에도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어요. 지금 상품화된 평면은 발코니를 확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외부 공간이 없거든요. 하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다 보니 남겨두길 바라지도 않는, 애매한 곳이던 거죠. 그래서 침실 하나를 실내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게 유리 슬라이딩 도어나 유리 벽으로 구획해 바이오필릭 테라스를 만들었어요. 식물을 키우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등 기존 발코니와 용도는 같지만 면적이 충분하니 훨씬 활용도가 높죠.

그 모습이 포스코이앤씨가 지향하는 아파트라 생각해도 될까요?
당연히 연결돼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희는 아파트라는 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이기에 일방적 목표를 세우고 추구한다기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래도 한 가지 변치 않을 포스코이앤씨 주거 공간의 아이덴티티는 근본이에요. 색다르고 눈에 띄는 것을 만들기보다는 안전, 편의성같이 집의 근원에 초점을 맞춘 아파트 상품을 계속해서 제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트락스 박광 대표
어메니티의 진정한 목표는 커뮤니티에 있습니다

스트락스 사옥 1층 더 포럼에서 만난 스트락스 박광 대표. 이곳은 스트락스의 공간과 결을 같이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다.
이제 아파트에서 호텔 서비스를 누리는 시대다. 셰프가 차려내는 조식을 시작으로 콘시어지, 영화관, 도서 큐레이션, 아트 컨설팅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고루 갖춘 서비스가 등장하며 아파트에서의 삶은 나날이 진화하는 중이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어퍼하우스를 기획, 운영하는 스트락스는 이러한 어메니티(호텔의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등장하는 용어가 됐다)의 선두를 달린다. 어퍼하우스는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주거 유닛과 어메니티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을 모두 갖추었다는 평을 받아왔다. 20세대 규모로 시작한 하이엔드 레지던스는 2백22세대 대단지 아파트로 몸집을 키웠고, 그 결과물로 서초구 내곡동에 들어서는 르엘 어퍼하우스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작업 중이다. 스트락스 박광 대표를 만나 하이엔드 주거에서 시작해 이제는 아파트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을 다채로운 콘텐츠를 물었다.

르엘 어퍼하우스 단지 내의 커뮤니티 센터. 수영장,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해 전체 단지의 거실처럼 역할한다.


하이엔드 레지던스에서 시작한 어메니티가 이제 아파트에도 등장합니다. 르엘 어퍼하우스에서는 어떤 어메니티를 선보일 예정인가요?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에는 약 6만 1000㎡의 대지에 르엘 어퍼하우스 2백22세대, 단독주택 42채가 하나의 마을을 이룹니다. 건폐율이 25%가 채 되지 않는 밀도로, 나머지는 모두 녹지예요. 숲속에 건물을 앉힌 개념에 가깝죠. 정영선 선생님이 조경을 맡아 생태계를 짓듯 설계하고 있어요. 어메니티 또한 숲에서 비롯된 것이 많습니다. 장독대 1천 개를 두고 직접 담근 고추장·된장을 서비스하는 장독대 가든, 반려동물이 숲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펫 케어, 파머스 가든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조식 등 드넓은 녹지를 적극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세대수가 늘면서 예전에 비해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예전만큼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거나 세세한 니즈에 맞추기는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동별 커뮤니티 공간과 2천여 평 규모의 라운지 두 가지 유형을 시도했습니다. 각 동에서는 서재·피트니스 등 특정 콘셉트를 강조한 시설을,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모든 것이 갖춰진 공간을 짓고 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야외와 맞닿은 수영장과 피트니스, 레스토랑 등 호텔에서 숙박을 제외한 나머지 부대시설을 떼왔다고 보면 됩니다. 전체 단지의 거실처럼 역할하는 거죠. 커뮤니티 센터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를 맡았어요.

르엘 어퍼하우스 주거 유닛의 거실. 숲과 정원을 향해 열린 평면으로 기획했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요소를 꼽는다면요?
대규모 아파트 브랜드와 물리적 시설을 견주기는 어려워요. 대신 차별화 포인트를 꼽는다면 제대로 갖춘 서비스입니다. 기존 어메니티는 아직은 장소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서비스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저희는 서비스에 좀 더 집중한 모델을 구상하고 있어요. 일례로 공용 주방을 만든다면 아크리니아와 협력해 집보다 훨씬 럭셔리한 전문가의 공간으로 세팅합니다. 푸드업체가 아니라 미쉐린을 받은 레스토랑이 조식을 제공하고, 병원· 은행과 협업해 집으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입주민만을 위한 금융 상품도 연계해 운영할 예정이에요.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
내 집에서 보낼 하루 혹은 사계절의 시나리오를 그려보세요

아파트멘터리 오피스에서 만난 윤소연 공동대표.
한때 아파트를 고친다고 하면 “그 돈 주고 그걸 왜 뜯냐”는 말을 듣던 시절이 있다. ‘그 돈 주고 고치는’ 대신 A부터 Z까지 스스로 해내고 그 경험담을 바탕으로 <인테리어 원 북>을 출간하더니, 이를 발판 삼아 인테리어 시장의 혁신을 목표로 브랜드를 설립한 사람이 있다. 아파트멘터리 공동대표 윤소연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 레노베이션, 자체 브랜드 운영, 홍콩 및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 등 사업의 외연을 꾸준히 확장 중인 윤소연 대표를 만나 아파트 레노베이션 트렌드 및 ‘나다운 집’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왼쪽 반려묘 두 마리와 3인 가족이 함께 사는 집. 펫 도어를 설치해 고양이들이 집 구석구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오른쪽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3인 가족의 집. 딸을 위한 특별한 공간을 원한 부부의 취향을 반영, 붙박이장을 활용해 벙커형 벤치 쿠션을 제작했다.


셀프 인테리어로 출발해 지금은 아파트 레노베이션 전문 브랜드의 대표가 되었어요. 그간 두 번의 아파트 리모델링을 경험했다고 들었어요. 회사 대표와 실거주자 입장, 두 가지 관점에서 보기에 아파트 레노베이션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의 아파트 평면은 획일화된 편이에요. 대단지 아파트를 보면 기본 토대가 거의 비슷하거든요. 이에 따른 시공과 견적, 디자인의 모듈화가 가능하다는 게 브랜드 대표 관점에서 보는 장점이에요. 실제로 불투명한 가격 체계가 인테리어 시장의 불신 요인 중 하나였는데요, 다양한 시공 사례를 통해 가격 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건 아파트 레노베이션이기에 가능했어요. 디자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파트 레노베이션을 희망하는 고객 중 미용실에서 잡지를 보고 "저도 이렇게 해주세요" 하는 것처럼 이미 완성된 실제 사례를 그대로 반영하고 싶어 하는 분이 계세요. 그분에게 분명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파트 레노베이션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실거주자 입장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본인만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 아닐까 해요. 신축 아파트 레노베이션의 경우 구축 대비 마감재 교체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어 비용 면에서도 매력적이고요.

식사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취향을 지닌 12년 차 부부의 집. 이에 맞춰 와인 냉장고, 와인 진열장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반려견 한 마리와 집주인이 거주하는 집. 블랙 컬러를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색을 선택하고, 오렌지 컬러를 결합해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다.  

누적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아파트 레노베이션 트렌드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트렌드가 없어지는 게 트렌드’가 아닐까 생각해요. 예전에는 어떤 패션 아이템 하나가 유행하면 옷장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에 반해 요즘은 옷 하나를 봐도 유행이라서 입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걸 걸친다는 느낌이 들어요.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예요. 10년 전에는 이른바 북유럽이 트렌드라고 하면 너도나도 노르딕 인테리어 찾기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지금은 각자가 원하는 걸 분명하게 알고 있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대중의 안목이 높아져서일까요? 한국의 주거 문화가 훨씬 성숙해진 듯해요. 트렌드가 희미해지는 게 트렌드라고 할까요. 어쩌면 ‘개인화’라는 표현이 좀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네요. 무국적 느낌? (웃음)


*기사 전문은 <행복> 3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E-매거진 보러가기

글 김승훈, 정경화, 최지은 기자 | 인물 사진 이우경,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