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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알렉상드라 가르시아 Alexandra Garcia 서로 다른 흙의 질감을 섞어가듯
도예가 알렉상드라 가르시아 부부의 집은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 철학과 무척 닮아 있다. 벽지와 장식을 제거한 거친 돌벽은 시간의 흔적에 따라 갈라지며 예술적 그림을 남기고 자연 물성이 드러나는 가구들은 부부의 추억을 몸에 새기며 삶의 일부가 되어간다.

스테파니 쿠데르크Stephanie Couderc의 작품 앞에 선 알렉상드라 가르시아와 남편 네이선 아서.
도예가 알렉상드라 가르시아의 삶은 흙을 빚는 손길처럼 부드럽고도 강렬하게 이어졌다. 프랑스 브르타뉴의 시골 마을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영국 치체스터 대학교에서 영국인 남편 네이선 아서Nathan Arthur를 만나며 새로운 장을 열었다. 두 사람은 마치 서로 다른 흙의 질감을 섞어가듯 프랑스와 영국을 오가며 살다 결국 반 고흐가 사랑하던 도시 아를에 정착했다.

연애 시절을 기념하며 1968년 피카소 판화 전시회의 포스터를 액자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최근 아를은 예술가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루마 아를 아트 센터’는 이 도시를 세계적 예술 허브로 만들면서 전 세계 예술가의 커다란 둥지가 되고 있다. 알렉상드라 가르시아 또한 남부의 따뜻한 볕 아래서 도예가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고, 작업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발길이 닿은 곳은 1900년대에 지은 카르멜회 수도회 건물 일부였다. 아치형 천장이 웅장하게 펼쳐진 이 공간은 중정 파티오를 중심으로 각 방이 둘러싸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프랑스 남부 특유의 따가운 여름 햇볕을 피하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설계는 없었다. 두 사람은 이곳을 바라보며, 자신들이 오랫동안 꿈꿔온 ‘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를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 공간이라고 확신했다.

어두운 벽지를 떼어내고 안뜰로 이어지는 커다란 창을 낸 거실. 러그와 왼쪽 전면의 꽃병은 모두 모로코 여행길에서 구입한 것이고, 램프와 조명은 앤티크 소품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아르 드 비브르를 위한 삶
“아르 드 비브르는 단순히 잘사는 것을 넘어서, 순간을 음미하며 열정과 우아함으로 일상을 채우는 삶이에요.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 자신만의 감각이 담긴 패션과 인테리어 선택 등 소소한 행복 속에서 자연스러운 나 자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삶을 사랑하는 철학이죠.” 작가 프랑수아즈 에르텔Françoise Hertel은 아르 드 비브르를 이렇게 묘사했다. “삶을 충만하게 사는 기술은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데 있다‘L’art de vivre pleinement ne consiste pas tant à compliquer les choses simples qu’à simplifier celles qui ne le sont pas.” 아르 드 비브르는 본질적으로 소소한 순간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고, 언제나 웃음을 자아내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삶을 의미한다.

벽 작업을 하면서 돌이 파인 곳은 책장으로, 무너진 자리는 벤치로 만들었다. 곡선 형태가 인상적인 화이트 컬러 소파 컬Curl은 로쉐보보아 제품. 1950년대 대나무 장은 빈티지 소장품, 꽃병과 램프는 알렉상드라 가르시아 작품.
이 철학은 집 안 곳곳에 녹아 있다. 인도 여행 중 발견한, 소를 형상화한 나무 가면을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소중히 여긴다거나,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피카소 판화 전시회 포스터를 액자에 고이 담아 거실 중앙에 걸어두는 식이다. 책장뿐 아니라 벽 틈, 가구 아래 등 어느 곳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책 또한 그들의 지난 기억과 추억을 되새기는 요소가 된다. 특히 부부는 여행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름 모를 작품을 수집하는 것을 즐긴다. 이야말로 고독 속에서 창작된 예술 작품, 예술 시장과 분리된 상태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이루어진 자유로운 작업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구입한 앤티크 태피스트리, 중국에서 구입한 침대, 인도 코친에서 구입한 캐비닛 등 침실 곳곳에는 여행의 순간이 머물러 있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는 어둡고 폐쇄된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벽지를 모두 벗기고 창을 개조해 내부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쪽을 선택했죠. 제 작업처럼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 그것을 담고 싶었어요.”

벽은 점토와 균열,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벽 작업 중 돌이 빠져 파인 곳은 멋진 책장이 되었고, 무너진 자리에는 돌 벤치를 만들어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벽은 매끄러워지며 삶의 온기를 머금었고, 그 위에 쌓인 먼지는 서서히 색이 바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드러냈다. 부부는 대나무· 나무·천연섬유로 만든 러그와 가구를 배치하며 벽처럼, 그들처럼 시간이 빚어낸 변화를 담아내길 바랐다. 기억의 층을 품은 물건들은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재배치되며,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왼쪽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은 원래 것을 그대로 보존했다. 계단 주변 도자기는 모두 알렉상드라 가르시아 작품. 오른쪽 계단에서 안뜰을 내려다본 풍경.
왼쪽 도시 아를의 예술적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3층 옥상 테라스. 저녁 식사는 주로 이곳에서 즐긴다. 데이베드와 매트리스는 르 몽드 소바주Le Monde Sauvage 제품. 테이블은 모로코에서 구입한 것. 오른쪽 풀장이 있는 중정 파티오. 프랑스 남부 전통 건축물은 이처럼 중정을 중심으로 각 방이 둘러싸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방의 문을 열어 집 안 전체를 정화한다. 도예 작품을 올려놓은 테이블은 모로코에서 맞춤 제작한 것.
“하루 루틴요?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침에는 햇살을 맞으며 눈을 뜨고, 파티오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해결합니다. 이후 스튜디오에 가서 이른 저녁까지 작업에 몰두하죠.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과 함께 테라스에서 저녁을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저녁에는 차를 마시며 마을의 테라코타 지붕 위로 지는 해를 감상하는데,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사람들은 도예가로서 알렉상드라의 삶과 작업이 고요하게 정제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매일 새롭게 변화하고 자라나는 유기체다. 일분일초 빛과 그림자가 춤추듯 움직일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공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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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계안나 | 사진 Birgitta Wolfgang Bjørnvad | 취재 협조 alexandragarcia.f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