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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스트 아멜리 뒤 샬라르 Amélie du Chalard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경계하라
건물 3층 높이의 천장과 대형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 벽과 바닥뿐 아니라 방 안 구석까지 차지 하고 있는 예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 사이를 놀이터처럼 뛰어다니는 어린 두 자녀. 아멜리 뒤 샬라르의 집은 놀라울 정도로 빼곡한 예술 작품과 과감한 가구 컬렉션이 평범한 일상의 훈기와 함께 뒹군다.

프레데리크 외르리에 시몰레Fréderic Heurlier Cimolai의 그림 앞에 서 있는 갤러리스트 아멜리 뒤 샬라르.
오전 6시, 해가 완전히 떠오르지 않은 고요한 새벽. 아멜리 뒤 샬라르는 부엌에서 직접 신선한 과일 주스를 만든 뒤, 잔을 들고 천천히 창가로 다가간다. 지붕까지 닿는 5m가 넘는 대형 통창 너머로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그녀는 여명의 빛이 퍼져가는 풍경을 조용히 감상한 뒤, 부드럽게 주방 벽의 라탄 문을 열어젖힌다. 문이 열리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가족을 위해 세심히 준비한 아침 식사가 기다리는 따뜻한 부엌 공간. 곧 주방과 거실을 가득 채우는 아침 햇살 속에서 부모님이 위층에서 내려오고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가족들과 나지막이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낸 그녀는 계단을 따라 1층 갤러리 사무실로 내려가 갤러리스트로서 하루를 시작한다.

거실은 5m 높이의 창문으로 지붕까지 이어지는 놀라운 채광이 특징이다. 리빙 디바니의 엑스트라소프트 소파는 키즈 존이라 부른다. 정면 벽에 보이는 것은 결혼 선물로 받은 피에로 피치 칸넬라의 작품.
“이곳은 1950년대에는 서점으로, 그 후에는 아티스트의 대형 스튜디오로 사용했어요. 처음에는 두 층만 사용했는데, 얼마 전 테라스까지 연결된 전체 공간을 구매하게 되었답니다. 부모님, 남편, 그리고 딸들과 함께 살면서 각자의 공간은 존중하면서도 서로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개조했죠.” 그의 목소리에는 공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이 집은 그녀의 말대로 살림집과 일터, 동거와 분가, 각자의 취향과 감각의 경계를 허문 창의적 공간이다. 이는 부모님의 공간을 은밀히 감춰주는 문, 주방을 감싸는 라탄 벽, 손잡이가 보이지 않게 설계한 수납장과 아일랜드 식탁 등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기 위한 각종 인테리어 장치 덕분이다. 특히 녹슬고 빈티지한 미감이 돋보이는 코르텐 스틸로 제작한 테이블이 놓인 뒤편 주방 공간은 그녀가 제일 만족하는 장소. 라탄 문을 열면 각종 주방 기구를 갖춘 부엌이 등장하고, 또 다른 문을 열면 부부의 사적 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나타난다. 이 덕분에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가장 사적인 쉼을 즐기다가 빛이 가장 환하게 비추는 2층 거실과 주방에서 모이고, 갤러리 오픈 시간이 되면 세 가족의 일상적 고군분투가 완벽히 사라진 갤러리로 변모한다.

바티크 스튜디오가 코르텐 스틸로 제작한 아일랜드 스타일 주방. 보의 73.1조명과 매치했다. 라탄 문 뒤로 주방 기구와 사적 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가 있다.
하지만 삼대가 함께 살면서 생기는 관계의 틈과 주름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예술 작품이다. 3층 꼭대기 공간으로 이어지는 계단 벽에는 비알라Viallat, 탕기 톨리라Tanguy Tolila, 델핀 드 뤼페Delphine de Luppé, 알랭 클레망Alain Clément, 게오르크 바젤리츠Georg Baselitz, 라나 베굼Rana Begum, 피에르에트 블로크Pierrette Bloch등의 예술 작품이 걸려 있다. 또 그 사이로 나딘 드 가람Nadine de Garam의 꽃병과 조각 작품, 우히바 데 마우러Uchiwa de Maurer의 조명, 모르텐 괴틀러Morten Göttler가 디자인한 칼한센앤선Carl Hansen&SØn 쿠바 체어, 디자이너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가 설계한 엑스트라소프트 소파 등 현대 작가와 디자인 아이콘 작품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거실 한가운데 모여 새로 구입한 예술 작품의 위치를 고민하고, 어떤 가구와 어울릴지 이야기 나누는 이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데는 그의 가족사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조각가인 어머니와 예술 수집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는 예술이 일상 속에 스며드는 방식을 어릴 때부터 온몸으로 느꼈다. 할아버지는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두 점 사라. 하나는 보관하고, 하나는 팔아라”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이는 단순한 구매 전략을 넘어 예술에 대한 애정과 안목을 키우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저기 계단 정면에 걸려 있는 작품 보이나요? 열여덟 번째 생일에 부모님께 처음 받은 예술 작품이 탕기 톨리라의 작품입니다. 저를 아트 컬렉터의 길로 이끈 첫걸음 같은 존재죠. 예술은 삶에 단순히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과 깊게 얽혀 있어요.” 그는 마그리트Magritte, 조앤 미첼Joan Mitchell, 헬렌 프랭컨탈러Helen Frankenthaler,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과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업과 함께 성장했다.

아멜리 뒤 샬라르가 디자인한 콘크리트 식탁. 왼쪽 의자는 마티아스 셰르칭거Matthias Scherzinger의 작품. 계단 아래 벽에는 르노 알리랑드Renaud Allirand의 작품이 걸려 있다.
집에서 시작한 일상 예술
그가 갤러리스트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가족의 영향과는 전혀 무관하다.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주변 동료들 중 평생 갤러리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많은 갤러리와 박물관이 때로는 차갑고 멀게 느껴질 수 있지요. 이런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예술이 자신과 동떨어져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결국 예술을 만날 기회조차 박탈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소소한 모임은 점차 규모가 커졌고, 더 나아가 작가에게 의뢰해 자신의 집에 작품을 전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생활공간 속에서 예술 작품을 보는 경험이 얼마나 강렬하고 중요한지 곧 깨달았다. 이 경험은 곧 현대미술 갤러리 아멜리 메종 다르Amélie Maison d'Art를 본격적으로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멜리 메종 다르는 그림·조각·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전시하며, 방문객이 마치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왼쪽 이탈리아 테라코타 타일 바닥. 시선을 끄는 가랑스 발레Garance Vallée의 추상 작품. 오른쪽 벽에는 알렉스 드 브뤼케Alex de Bruycker의 작품, 낮은 청동 테이블은 테스 발라번Tess Walraven의 작품, 천장 조명은 인도에서 제작한 것.
“작품은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에요. 그것은 우리의 내면과 연결되는 창이 될 수 있죠.”

통창으로 쏟아지는 빛 덕분에 더욱 밝게 드러나는 벽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예술 작품으로 빼곡한 반면, 바닥은 그녀의 창의성이 빛을 발한다. 이탈리아 테라코타를 이용해 완성한 바닥, 설치 작품 패턴과 궁합을 맞춰 기하학 패턴으로 제작한 타일, 예술 작품의 색감을 고스란히 닮은 러그 등으로 집 안의 예술 작품을 보완했다. 또 장 뒤뤼이소Jan Duruisseau의 작품을 이용해 5m가 넘는 거대한 창을 덮는 커튼을 제작하고, 침대 커버 또한 소피 드 가람Sophie de Garam의 작품을 응용했다. “사람들이 이곳을 갤러리가 아닌 집으로 느끼길 바라요. 그래서 예술 작품이 압도하는 차가운 공간 분위기를 덜어내고, 가구나 예술품이 일상에 스며 있는 듯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데 집중했죠. 상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도, 딱딱한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해도 좀 더 편안하게 시선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는 자신의 취향을 한마디로 ‘진정성’이라고 표현한다. 진실하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깊은 감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술과 삶이 만나는 그의 집은 가족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공통분모로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된 사람들이 남기는 온기로 채워져간다.

게스트 층에서 아멜리 뒤 샬라르의 홈 오피스로 내려가는 계단 주변. 블루 컬러의 설치 작품은 자크 살르Jacques Salles. 블랙 라탄 의자는 칼한센앤선 제품, 나무 스툴은 마티아스 셰르칭거의 작품. 왼쪽 벽에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그림이 걸려 있다.


오후 7시, 갤러리의 마지막 미팅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다시 학교에서 돌아온 두 딸의 웃음소리와 거실로 내려오는 부모님의 발걸음 소리가 이어진다. 각 방으로 연결되는 숨은 문과 창이 모두 열리는 이 시간이 되면 이곳은 예술과 일상이 경계 없이 섞이는 하나의 따뜻한 풍경이 연출된다. 벽에 걸린 작품들은 별빛 아래 반짝이고, 소파에 모여 앉은 가족은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간을 다시 삶으로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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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계안나 | 사진 Birgitta Wolfgang Bjørnvad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