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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라이프 삶의 균형을 찾는 집
아파트에는 각기 다른 평형대만큼이나 다양한 평면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평면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의 면면이 집 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어쩌면 집을 보는 것만으로 우리는 그 사람의 삶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의로, 패션 인플루언서로 일상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이지은 씨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거실 중앙에 있는 기둥은 아파트 구조의 단점이었지만, 김현주 소장은 오히려 이를 활용해 주방 아일랜드 식탁과 복도의 경계를 나누었다. 주방 벽면은 모두 우드 소재로 마감했는데, 안쪽에는 다양한 수납공간이 숨어 있다.
삶의 균형을 찾는 집 아파트 레노베이션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뭘까? 방의 개수나 쓰임새를 고민하거나 인테리어업체의 명함, 혹은 SNS에서 본 #홈스타그램 이미지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런데 스노우에이드 건축사사무소의 김현주 소장은 인테리어업체를 찾기 이전에 자신이 집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먼저 글로 적어보라고 조언한다. 그 후에 공간의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말이다. 아파트 레노베이션을 앞둔 이지은 씨도 김현주 소장을 만나 집에서 누리고 싶은 일상을 나열했다. 이지은 씨는 전문의이자 패션 인플루언서, 그리고 초등학생 딸아이의 엄마로서 매일 꽉 찬 삶을 사는 만큼 다양한 역할의 공간을 떠올렸다. 사업을 하는 남편을 위해서는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고, 초등학생 딸과 함께 매일 루틴처럼 즐기는 요가와 스트레칭을 위한 공간도 원했다. 물론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계획한 수납공간과 업무 공간도 빠트릴 수 없었다. 김현주 소장은 집에서 하고 싶은 것을 보면 클라이언트의 삶이 보인다고 했다. 그들이 진짜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무엇이 중요한지, 또 어떤 부분을 덜어낼지 파악하고 밸런스를 맞춰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지은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속 공간. 우드 소재의 벽면은 양쪽으로 열어 직각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멋진 홈 바가 나타난다.
이지은 씨는 약 70평(232.68㎡)의 이 공간을 전면 리모델링하기를 원했고, 뻔하게 트렌디한 집은 피하고 싶었다. 김현주 소장은 아파트라는 주어진 틀 안에서 공간이 지닌 한계점을 최대한 디자인하고자 고심했다. 거실 중앙에 있는 육중한 기둥은 아일랜드 식탁과 함께 배치해 하나의 공간처럼 디자인했다. 또한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긴 천장의 높낮이 차는 곡선으로 처리했다. 굴린 철판을 덧대고 퍼티 작업을 해 딱딱하게 날이 선 경계를 부드럽게 정리하듯 둥글게 마감했다. 곡선 아래로 간접조명을 넣어 아늑한 분위기로 연출할 수도 있다. “집 크기에 비해 가족 구성원은 적은 편이라 가족 간에 자주 마주칠 수 있게 동선을 설계해 친밀하고 밀도 있는 공간이 되게끔 했습니다. 거실에 TV가 없는 만큼 소파는 서로 바라보게 두고,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의 시선 너머로 식탁과 거실이 보일 수 있게 했죠.” 천장의 곡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은 거실의 벽난로를 향하게 된다. 벽난로가 육중해 보이지 않게 바닥에서 살짝 띄운 것처럼 설치한 것. 사실 가습기 역할이지만, 벽난로의 이미지 덕분에 겨울철엔 계절 맛이 나는 주택 기분도 낼 수 있다. 벽난로의 벽면도 천장과 마찬가지로 굴린 철판을 덧대고 퍼티 작업을 하는 등 디테일에 신경 썼다. 천장의 스폿 조명등도 독특하다. 마치 천장 속에 파묻혀 있는 조명을 손으로 파낸 것처럼 페인트를 발라 하나하나 일체화 작업을 했다. 일반적인 방식보다 공정이 훨씬 까다롭지만, 클라이언트도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소파는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해 가족 간의 시선이 자주 맞닿도록 했다. 시스템 에어컨 때문에 생기는 천장 높낮이 차는 둥글게 마감해 부드럽게 처리했다. 안쪽에는 간접조명을 넣어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지은 씨는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집에 대한 분명한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타일, 마루, 수전, 소품 등의 디테일을 고르는 데만 서너 달이 걸릴 만큼 애정을 담았다. 벽면으로 이어지는 우드 소재와의 대비까지 고려해가며 마루의 컬러와 질감을 골랐다. 거실에서 바로 보이는 욕실 벽에는 두오모의 박판 타일을 설치했다. 욕실 타일이라는 전형적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메지 없는 대형 타일을 고른 것. “패션 인플루언서로 집에서도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에요. 제 일상과 함께 집도 어느 정도 공유하곤 하죠. 그래서 전체적으로 밝고, 비어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주방 우드 벽면 안에는 로맨틱한 홈 바가 숨어 있어요. 집에서 누리는 일상과 휴식의 밸런스가 잘 드러나죠.” 

가습기 역할을 하는 벽난로는 육중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곡선 디자인을 덧대고 바닥에서 살짝 띄웠다.
패션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이지은 씨만의 공간. 민트 컬러의 벽면, 밝은 셰브런 스타일의 마루로 집 전체 인테리어와 비슷한 듯 살짝 다른 느낌으로 연출했다.
그의 균형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곳은 또 있다. 전실 역할을 겸하는 스몰 라운지다. 초등학생 딸 규리와 매일 루틴처럼 운동을 하는 공간인데, 거울로 전면을 마감한 벽면과 벨벳 소파를 배치했다. 이곳은 종종 딸아이와 친구들의 오붓한 파티룸이 되기도 한다. 북향이라 볕이 잘 들지 않는 애매한 공간이었는데, 리모델링 후 가장 쓰임이 많은 핫 스폿이 된 셈이다. 김현주 소장은 이 집에 사는 세 식구처럼 모든 사람이 ‘나’답게 살아가는 일상을 디자인하기 위해 힘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두의 삶이 다르듯 개개인의 공간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벽면의 아치형 곡선 프레임과 벨벳 소파는 모두 주문 제작했다. 스몰 라운지는 운동 방, 파티룸, 포토 존 등 다양한 무드로 변주 가능한 이 집의 하이라이트 공간이다.
아이 방 내부에 있는 욕실 디자인은 전체 인테리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파스텔컬러 타일에 테라초 디자인을 매치했다.

스노우에이드 건축사사무소(snowaide.com) 김현주 소장은 건축설계부터 인테리어디자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국제 건축상, 디자인상을 받았다. 뻔한 공간이 아닌, Fun한 공간을 만들어 일상의 삶이 다양한 시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기사 전문은 <행복> 12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손지연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