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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클래식, 계동한옥125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 그렇지만 막상 일과를 보내기에는 불편함이 우려되는 곳. 대부분의 사람이 한옥 생활과 함께 떠올리는 생각일 것이다. 편리함이 최우선인 박영순 대표는 김대균 소장과 함께 그런 생각을 깨뜨릴 한옥을 완성했다. 시대에 맞는 편리함으로 전통을 재해석하고 계승하는 일이라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이념이 실현된 계동한옥125.

기둥 앞에 창을 덧대 벽 한 면이 하나의 창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창호지에 비치는 창살 그림자가 빛에 깊이를 주어 공간을 풍부하게 만든다.


종로구 계동은 요즘 SNS에서 인기인 ‘핫 플레이스’도 있지만 오래된 슈퍼나 방앗간, 분식집이 아직도 있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동네다. 특히 골목 안쪽부터는 주택가가 펼쳐지는데, 서울시에서 직접 복원한 한옥의 정취가 아름답다. 계동한옥125는 그 고요한 터에 자리 잡았다. 이 절묘한 공간의 주인은 우리나라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선도하는 가드니아 코리아의 박영순 대표다. 한남동 토박이인 그녀가 한옥과 계동을 택한 이유는 오랜 해외 생활을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덴마크부터 미국까지, 해외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항상 한옥을 가지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그래서 2010년 한국에 들어온 후로 심심하면 한옥을 보러 다녔죠. 전통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자연과 가까운 곳을 찾으면서요. 이 집이 딱 그래요. 바로 옆에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모두의 갤러리, 한옥지원센터에 녹지가 연결되어 있는데, 그곳의 빛과 바람이 골목길을 따라 솔솔 이어지죠.”


가드니아 코리아의 박영순 대표. 기존 벽을 뒤로 후퇴시키고 벽과 천장 사이 여유 공간을 남겨 한옥의 구조미를 살렸다.
설계는 착착건축사무소의 김대균 소장이 맡았다. 사실 박영순 대표와 김대균 소장은 서로가 서로를 건축가이자 건축주로 선택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지인한테 낡은 한옥을 샀다고 말하니 정말 많은 건축가를 추천해줬는데, 김대균 소장님도 그중 한 분이었죠. 당시 소장님의 신간이던 <집 생각>을 읽었는데, 공간을 이렇게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모든 걸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역사와 전통을 현대에 맞는 형태로 계승해 일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부분에 공감했죠.” 사업을 포함한 모든 활동의 기반에 전통의 계승을 둔 박 대표에게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사실 ‘계동’ 역시 우리나라의 역사가 담긴 지역이기에 선택했다고(계동길에는 3·1운동 관련 장소와 여러 독립 운동가의 집터가 남아 있다). 여기서 김대균 소장이 박 대표를 건축주로 ‘선택’한 이유를 귀띔하자면 밝은 성격과 시원시원한 추진력이라고 한다. “주변까지 밝게 해주는 성격을 지녔어요. 명확한 디렉션이 장점이었죠. 거침없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을 확실히 안다고 할까요?”


기둥 외에도 이전 한옥과 계동한옥125의 시간이 중첩된 모습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칸의 구조에서 벗어나 기둥 뒤로 거실 벽이 튀어나온 모습은 이전 확장 공사의 흔적이다.

적임자를 만났다는 생각에서인지 박 대표는 쇠뿔도 단김에 빼듯 첫 만남부터 김 소장에게 “잘 부탁한다”는 한마디만 남긴 채 모든 것을 믿고 맡겼다. 세부적 결정이 필요할 때는 확실한 의사를 밝혔으나 큰 틀은 김 소장의 신념 아래 결정한 셈. 그렇게 완성된 한옥은 주 생활 공간과 별채로 정원을 감싼 ㄷ자 구조를 띤다. 이 집의 특별한 점이라면 기존 한옥의 ㅁ자 구조를 살려서 만든 넓은 툇마루와 세월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기둥을 꼽을 수 있다. “본격적인 설계를 위해 기존 한옥을 뜯어보니 듬성듬성 망가진 곳이 많더라고요. 새로 짓자니 시간이나 비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한옥은 에이징이 돼야 그 멋이 살 텐데 건축가로서 그냥 새로 짓기는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굳이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기둥의 썩은 부분만 도려내고 그 자리에 새 나무를 덧대면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살렸어요. 물론 훨씬 손이 많이 가는 방식이라 짓는 동안 힘들어서 후회했지만요.(웃음) 그래도 지금은 옛 한옥 구조의 시간에 덧댄 소재가 지닌 시간이 이어지며 결국 건축주가 원한 본질적 가치가 더 잘 드러나게 되었죠.” 그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중앙의 정원이다. 공사 중 땅속에 묻혀 있던 초석, 장대석 등 옛 집의 흔적이 대거 발견되었는데, 이를 모두 정원을 연출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 덕분에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이 집에 잘 어울리는 정원이 완성되었다.

안방에도 거실처럼 기둥 위에 창을 덧대고 완벽한 수납을 위해 안쪽에는 옷장을 넉넉히 짜 넣었다.

박영순 대표는 욕실뿐 아니라 주방도 넓길 바랐다. 필요에 따라 문으로 개방감을 조절할 수 있으며 별도의 문으로 툇마루와 연결해 동선을 편리하게 매만졌다.

박 대표의 또 하나의 요구 사항이자 건축주와 건축가가 공유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편리함이다. 전통도 결국 시대에 맞는 옷을 입어야 끊김 없이 계승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전통을 편리하게 만드는 일이 우리 세대의 당연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2030 세대도 전통을 즐기고, 그들의 시대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재해석하며 헤리티지가 이어질 테니까요. 지우헌을 보고 이런 한옥이면 누구든 편히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 그 모습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김 소장은 한옥의 주된 불편함으로 단차와 층고를 꼽았다. 과거에는 지면의 습기와 좌식 생활이라는 이유로 꼭 필요한 요소였지만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요즘은 방수제도 잘 나오고 대부분 테이블이나 침대 같은 입식 가구를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집은 여전히 과거의 틀을 고집하는 건 복제일 뿐이죠. 그 역시 가치는 있지만, 방점은 과거가 아닌 현재까지 연속된다는 데 있거든요. 연속되려면 시대에 맞게 변주하며 일명 ‘뉴 클래식’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문화가 유지되고 전통이 계승되는 겁니다.”


트리폴라에서 선보이는 제품인 스탑 VX2는 레이저 뿐 아니라 특허받은 머슬 액티베이션 기능이 얼굴 근육을 풀어주어 탄력 개선에 더욱 효과적이다.
그의 말처럼 계동한옥125는 아파트에 익숙한 젊은 세대도, 좌식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도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현관에는 높은 기단이나 디딤돌이 없이 부드럽게 실내로 연결된다. 내부 마감재도 현대에 맞게 원목 마루와 타일을 쓰되, 우물마루식으로 설치하거나 화강암과 톤을 맞춤으로써 한옥이 지닌 미감은 그대로 이어갔다. 현관을 열자마자 ㄱ자로 이어지는 공용부는 거실 겸 다이닝 영역으로 천장을 트고 단을 낮춰 시원한 공간감이 돋보인다. 주방은 툇마루와도 연결해 동선까지 편하게 정리했다. 거실 양쪽에는 각각 마스터 베드룸과 일반 침실이 자리하는데, 둘 다 거실보다 한 단을 높여 낮은 침대와 함께 완전한 좌식 영역으로 계획한 것. 또한 모든 방에 욕실과 넉넉한 수납장을 만든 것 역시 편리한 일상을 위한 결정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놀러 오면 항상 아쉽던 게 그들이 편하게 경험할 한옥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마침 완공된 직후에 지인이 한국에 일정이 있어 이 집을 빌려줬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는 후기를 남겨줬어요. 이번 행복작당 북촌에서 처음 계동한옥125를 대중에 공개한 것도 더 많은 사람이 한옥의 매력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길 원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이 같은 한옥이 많아져서 우리의 헤리티지를 더 널리 알릴 수 있길 바라요.”



Interview
가드니아 코리아 박영순 대표

가드니아 코리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 전문 기업이에요. 저는 뭐든지 열심히 하지만 비효율적인 건 싫어하거든요. 피부도 열심히 가꿔야 했는데, 매번 스케줄을 쪼개 피부과에 가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어요. 내 피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피부과처럼 관리할 수 있는 기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가드니아 코리아는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입니다. 저희의 제품을 경험해보면 성능 좋은 기기가 얼마나 편하고 효과적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실큰에 이어 트리폴라를 론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뷰티 디바이스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곳이 이스라엘이에요. 실큰도 트리폴라도 이스라엘 브랜드고요. 특히 트리폴라는 세계 최초로 IPL 레이저를 개발한 회사에서 만든 브랜드이다 보니 확실히 믿음이 갔죠.

2019년 행복작당 한남 때는 한남 사옥을, 이번 행복작당 북촌에서는 계동한옥125를 공개했어요. 앞으로 각 공간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계획인지 말씀해주세요.
한남 사옥인 가드니아 한남은 오피스이자 브랜드 팝업 공간으로 쭉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 행복작당에서는 트리폴라의 시작을 알릴 기회인 만큼 계동한옥125를 대표 제품인 스탑 VX2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했죠. 당분간 계동한옥125는 스테이로만 사용할 예정이에요. 내년 1월과 3월에도 트리폴라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되어 있어요. 아직 이 공간을 활용할 방법은 계획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죠.(웃음)


 ― 기사 전문은 <행복> 11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최지은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