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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요트리 꿈의 집을 향한 여정
누구에게나 드림 홈은 있는 법. 무역 회사 마케터로 일하는 닉네임 요트리 씨는 꿈꾸던 삶의 모습을 찾고, 이를 실현할 공간을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었다.


누구나 선호하는 것은 있다지만, 이를 하나의 취향으로 다듬기 위해서는 나를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1집러인 요트리 씨도 어린 시절 발레나 클래식 음악 등을 좋아했지만, 확고한 하나의 취향이 정립된 시점은 대학 졸업 후다. 요트리라는 이름도 그때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 “요트리는 영국 유학 시절 마지막으로 머문 집의 이름이에요. 그곳에서 비로소 제 취향을 깨달았기에 저를 요트리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안방 가구의 배치를 수시로 바꾸는 편인데, 지금은 발코니를 마주 보는 위치에 테이블과 암체어를 두어 날이 좋지 않을 때도 눈으로나마 정원을 만끽한다.
요트리 씨는 중학생 때 가족과 중국으로 이주한 뒤 대학생이 될 때까지 양국을 오가는 생활을 이어왔다. 덕분에 가족 모두 해외 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고등학교 때부터는 부모님과 자연스레 유학을 논의했다고. “저한테는 석사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첫 기회였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제가 살고 싶은 나라로 가고 싶었죠.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지역이 유럽이었어요. 발레, 클래식 음악 모두 뿌리는 유럽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로망을 지니고 있었나 봐요. 패션을 공부하고 싶어 유럽 중 패션 커리큘럼이 탄탄하면서 영어를 쓰는 영국을 골랐죠.”

어렵게 구한 빈티지 세면대. 장식용이지만 햇빛이 좋은 날에는 볼에 물을 받고 꽃잎을 띄워두기도 한다.
2년 남짓한 유학 기간 동안 기숙사, 주택, 다세대주택(이곳이 요트리 하우스다) 등 영국의 다양한 주거 형태를 경험하며 추린 취향은 바로 정원과 빈티지 스타일이었고, 새로운 발견은 정원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원래 벌레 때문에 식물을 기피했는데, 영국에서 집집마다 예쁘게 꾸민 마당과 화단을 보고 반해버렸어요. 처음으로 주택에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집을 구할 때도 정원이 되어줄 발코니를 항상 찾아다녔죠.”

짙은 우드 소재로 차분해진 집 분위기를 밝히고자 침대는 흰색 철제, 침구는 오페르툼의 꽃무늬 제품을 골랐다.
요트리 씨가 노원구에서 찾은 새 보금자리는 지은 지 30년이 넘은 투룸 아파트다. 직장에서도 멀고 낡은 집이지만 활용도가 높은 발코니가 있는 데다 15평 남짓의 적당한 규모가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계약 직후 가장 먼저 잡은 집의 콘셉트는 영국에서 경험한 앤티크&내추럴 스타일이다. 영국에서 머무르던 집의 장점만 모으는 것을 목표로, 방은 오래된 유럽 시골집처럼 롤 카펫을 깔고 빛바랜 색감의 스트라이프 벽지를 붙였으며, 요트리 하우스에서 본 다양한 액자와 격자형 창살을 더했다. 가구는 대부분 빈티지 제품을 사거나 직접 만들었다. 시제품을 리폼한 가구도 많은데, 침대 맞은편 수납장은 우드 톤 선반을 희게 칠한 뒤 별도 제작한 문과 뒤판을 달아 만든 것이며, 싱크대도 재단한 합판 위에 타일을 붙여 상판을 만들고, 문과 손잡이는 페인팅으로 컬러만 바꾸었다. 힘든 과정이었지만 끝내고 난 지금은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라고.

왼쪽 레이블이 좋아 구입한 와인과 중고로 산 무드등. 오른쪽 가장 최근에 들인 소품 중 하나인 원두 그라인더. 분해되지 않아 원두 대신 쌀을 갈아 세척한다.
특유의 앤티크한 분위기에는 하나둘씩 모은 빈티지 소품의 영향도 크다. 찻잔이나 촛대같이 익숙한 것부터 원두 그라인더, 세면대, 펌프형 분수대 등 찾기 힘든 제품까지. 이 집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면 해외 직구를 통해서라도 구입한다. 집의 핵심은 역시 발코니로, 마치 주택의 정원처럼 연출했다. 단순히 화분만 배치하기보다는 야외 공간처럼 삼각 형태를 따라 식물과 울타리 등 철제 소품을 조화롭게 배치한 뒤 중앙에 테이블을 둔 것이 포인트. 덕분에 여기서 티타임을 즐길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왼쪽 촛대 옆 나무 달력은 호텔827 제품으로 1년을 기다려 구입했다. 오른쪽 오리 모양 화분 거치대는 정원의 생동감을 위해 직구로 구입했다.
“공부도, 스타일링도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석사 공부할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통해 비로소 깨달은 제 취향은 좋아하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었죠. 덕분에 과감히 패션을 포기하고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 생활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스튜디오나 숍처럼 오프라인에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나 나만의 집을 직접 짓고 싶답니다.” 오랜 탐구 끝에 자신만의 취향을 찾은 요트리 씨. 그의 꿈을 완전히 반영한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1 국내 빈티지 편집숍에서 발견한 곰돌이 모양 월 훅. 형태에 반해 구입했지만 벽지에 고정시키기에는 무거워 오브제로만 사용 중이라고.
2 영국 정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요소 중 하나는 조각상이었다. 해외 사이트에서 찾은 이 천사 조각상은 한 뼘이 조금 넘는 사이즈로 발코니 정원에도, 집 안에도 부담 없이 둘 수 있어 구입했다.
3 생김새와 다르게 빈티지 제품이 아닌 가위. 온라인 소품 숍 운영을 본격적으로 계획하는 중이라 평소 관심 있는 제품군은 아니지만 한번 마련해보았다고 한다.
4 요트리 씨가 집에서 홀로 티타임을 즐길 때 주로 사용하는 암체어로, 짙은 우드 프레임에 민트 패브릭을 덧댄 빈티지 제품이다.
5 영국 요트리 하우스는 벽을 다양한 유화 액자로 장식했는데, 그때의 아늑한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 벽에 걸었다.

글 최지은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