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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디자이너 곽선경 내가 만든 아이템, 나로 꾸민 집
5년 차 웹 디자이너인 곽선경 씨는 나를 표현할 수단으로 꾸미기를 선택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과 소재, 공간이나 아이템의 목적까지 치밀하게 고민해 완성한 집은 그의 모습을 소상히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나 독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있기 마련이다. 패션 회사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하는 곽선경 씨의 대답은 다소 독특하고 과감했다. 어느 날 문득 내 공간을 제대로 꾸미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집을 찾기 시작했다고. 이 거침없는 추진력은 오랜 고민에서 나온 결과였다. “이런저런 취미 활동부터 사업까지, 저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기 힘들어 프리랜서를 꾸준히 고민하고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서른 살이 되기 전 진짜 내가 원하는 걸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독립도 사실 그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가 되면 작업실을 구할 생각이기도 했고, 나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가장 나 다운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내 취향대로 꾸밀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어요.” 강하게 반대하던 부모님도 그의 계획을 듣고는 마음을 돌리셨다고.

주 생활 공간인 침실에는 침대와 책상을 두었다. 책상은 이케아에서 적절한 디자인을 고르고 상판과 다리를 따로 구매해 조립했다. 둥근벽 조명은 플레이트와 무드등으로 직접 만든 것.
선경 씨의 집은 13평 분리형 원룸. 막 5개월 차에 접어든 새내기 1집러이다. 첫 독립이었음에도 꽤 깐깐한 기준으로 집을 골랐다. 치안이 좋은 오피스텔이되 신축은 판에 박힌 구조와 좁은 면적 때문에 원치 않았고, 답답하지 않게 넓은 창과 분리형 구조를 갖춰야 하며 짐이 많은 만큼 넉넉한 수납장이 있어야 했다. 오랜 시간 찾아다닌 끝에 드디어 만난 지금의 집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입자가 남기고 간 특별한 흔적이 있었다. 파벽돌과 텍스처를 살린 미장이 그것인데,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선경 씨에게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사실 이 벽을 보고 계약했다고 봐도 무방해요. 파벽돌의 거친 질감이 매력적이었거든요. 물론 진짜 벽돌을 붙인 건지 도저히 컬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사하자마자 흰색 페인트를 칠했죠. 가장 힘든 작업이었어요.”

 

왼쪽 이곳에서 외출 전 액세서리와 향수를 고르며 마지막으로 점검을 한다. 철제 선반 역시 이케아 제품이며, 그동안 모은 소품을 진열했다. 오른쪽 따뜻한 색 조명을 여러 개 놓은 다이닝 존. 수많은 집들이의 역사가 담겨 있으며, 테이블 맞은편 벽에 가로로 긴 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의 높이를 앉은키에 맞춰 친구들과 포토 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정말 ‘집 꾸미기’가 목적이던 만큼 계약 직후 3D 프로그램으로 가구를 배치해보며 본격적인 디자인을 시작했다. 포인트는 가장 좋아하는 컬러인 블랙. “무엇이든 본인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사람을 좋아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꾸미기는 그 수단인 셈이죠. 기성품보다는 내 손을 거친 제품이 나를 더 잘 드러내니까요. 본가에 살 때는 폰케이스, 유행하는 ‘신꾸(신발 꾸미기)’ ‘백꾸(가방 꾸미기)’까지 주로 소품을 만들다가, 내 집을 구한 뒤에는 한동안 주말마다 온갖 꾸미기를 시작했어요. 지금 눈에 보이는 가구나 소품 중에는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을 정도랍니다.” 실제로 침실의 테이블은 이케아에서 다리와 상판을 따로 구매해 조립한 것이고, 다이닝 공간 옆에 놓인 라탄 파티션도 검게 칠한 폼 블록을 프레임처럼 붙인 리폼 제품이다. 곳곳의 거울은 구체적 활동을 고민해 배치했다. 친구들과 모이면 포토 존이, 외출 전에는 간이 화장대가 되어준다고.

왼쪽 낮은 선반장은 종이 소재로 조립식이다. 디자인뿐 아니라 무게가 가볍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오른쪽 이 집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인 파벽돌 벽. 원하는 무드를 만들고자 친구와 둘이 하루 종일 페인트를 칠했다. 우둘투둘한 표면까지 페인트를 입히는 과정이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고.
취향대로 공간을 꾸민 덕일까, 집 밖에서 친구와 노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던 선경 씨는 이제 ‘집순이’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주말에도 친구를 집에 초대하고, SNS에서 DIY 영상을 보며 새로운 소품을 따라 만들면서 아이템과 이야기로 방을 채우는 재미에 빠졌다는 것. 요즘은 조명의 매력에 빠져 새로운 조명을 둘 자리를 고민한다고. “사실 아직 집을 다 꾸민 상태는 아니에요. 조명도, 서랍장도, 화장대도 마땅한 제품을 계속 찾는 중입니다.” 집 꾸미기의 끝없는 매력에 빠진 듯한 선경 씨. 그의 스타일을 담아 변화할 집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1 일본에서 사 온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 플라워 키링이다. 볼수록 마음에 들어 색깔별로 모으는 중이며 최근 은색을 추가로 구입했다.
2 작은 티스푼. 귀여운 사이즈와 실버 컬러에 반해 구입했다.
3 책상에 올려둘 선반을 찾던 중 중고 마켓에서 발견한 오브제. 본래 용도가 선반은 아니지만 한뼘 정도의 적당한 높이와 의자를 본뜬 빈티지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화분이나 작은 조명을 올려둘 용도로 구매했다. 언젠가 리얼 빈티지 가구를 사게 될 날을 고대하며.
4 친구와 직장 동료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아 최근까지도 주말에 집들이를 했다고 한다. 이 조명은 그때 받은 선물 중 하나다. 펄크Pearlk라는 브랜드의 냅킨 테이블 램프로 아끼는 제품이다.
5 일본 여행 중 발견한 사과 모양 조명. 이 역시 검은색이다. 재밌게도 꼭지를 돌리면 불이 켜진다.

 

글 최지은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