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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가득한 집x생활변화관측소 빅데이터로 살펴본 2024 집의 변화
홈 트레이닝, 홈캉스, 홈 캠핑⋯. 지난해까지 대세이던 집 안에서의 아웃도어 활동은 자취를 감추고 홈 케어가 부상하고 있다. ‘나를 돌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 이러한 사회 트렌드와 맞물려 변화한 2024년 ‘집’에 대한 우리의 주요 관심사를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와 함께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 살펴보았다.

나를 돌보는 것이 최우선!
“홈 트레이닝 지고 홈 케어 뜬다”
2024년은 이런 해다. 2020년 갑자기 들이닥친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난 해, 팬데믹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 종식되었음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지, 혹은 반대로 사라진 것은 무엇인지 관찰할 수 있는 해다. 공식적으로 팬데믹이 종식된 2024년, 집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첫째, 집으로 들어온 아웃도어 활동이 빠르게 집 밖으로 나갔다. 대표적 사례는 홈 트레이닝, 홈캉스, 홈 캠핑. 이런 활동은 한동안 다시 주목받기 어려울 듯하다. 반면 홈 파티와 홈 오피스는 현재까지 유지되거나 상승하며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홈 파티를 중시하는 사람은 혼자 살아도 큰 테이블과 그럴듯한 식기, 한 번을 하더라도 괜찮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갖춘다. 유연근무제도를 시행하는 직장에 다니거나 집에서 생산적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은 홈 오피스를 마련하고 컴퓨터와 모니터, 일하기 좋은 책상과 의자,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춘다. 몇 해 전만 해도 사무용 의자 브랜드 허먼밀러는 개인이 구입하지 않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홈 오피스가 일상화되며 많은 사람이 1백만 원 단위의 사무용 의자를 구매 고려 리스트에 넣기 시작했고, 이 현상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홈OO’은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2024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활동인데, 그중 가장 눈여겨볼 것은 ‘홈 케어’다. 2022년 홈 카페를 역전하고, 2023년 홈 트레이닝을 역전하고, 2023~2024년 1위를 차지했다. 홈 케어는 대체로 피부 관리와 연결되지만 멘털 관리, 식단 관리, 혈당 관리 등 집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다양한 행위를 일컫는다. 앞으로도 지속될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이니 눈여겨볼 것.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개인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집 안 노동을 대신하는 가전과 서비스의 도움으로 집은 의무의 집에서 취향의 집으로 변할 수 있었다. 이젠 예쁘게 꾸민 집 안에서 개인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는 자기 관리(self-care) 분위기가 형성되며 휴식의 집에서 케어의 집으로 변해가고 있다. 잘 쉬는 휴식조차 케어의 일종! 이 밖에 집에서도 본인의 멋진 차림새와 편안함을 모두 놓치지 않는 홈웨어, 술집을 대신하는 홈 바, 극장을 대신하는 홈 시어터, 그리고 충분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 홈 가든까지 2024년 집은 ‘나’를 가꾸고, 돌보고, 채운다.




휴식은 호텔처럼,
작업은 전문가처럼, 모임은 바깥처럼
집의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아파트는 보통 거실, 주방, 욕실을 비롯해 방 2~3개로 구성되어 있다. 신축이더라도 대개 이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간을 부르는 이름과 원하는 역할은 달라진다. 지난 4년 동안 집과 연관해 가장 많이 언급된 곳은 욕실, 거실, 주방, 베란다, 안방, 현관이며 이는 순서조차 변함이 없다. 하지만 2021년부터 점차 언급이 늘기 시작해 현재까지 계속 증가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테라스’다. 심지어 한국 아파트 구조상 구현하기 어려운 공간임에도 말이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자연에 대한 열망, 자연 속에 머무는 캠핑,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 도심에서 자연을 즐기는 한강 공원, 자연을 돌보는 가드닝 트렌드가 공간적으로는 ‘테라스’로 표출된다. 앞으로도 한국 아파트에서 찾기 쉽지 않겠지만 테라스에 대한 꿈, 테라스 분위기를 내는 인테리어, 집 안으로 그린을 들이는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다.

샤워실도 공간을 부르는 새로운 언어다. 기존 욕실을 샤워실과 세면대로 분리하거나 욕실 중 한 개를 샤워 전용 공간으로 만들었을 때 샤워 전용 공간을 ‘샤워실’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를 통해 사람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호텔식 욕실이라는 점이다. 해외여행, 호캉스 등 호텔 경험이 증가하며 늘어난 경향인데, 이러한 욕구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공간은 침실과 욕실이다. 침실은 오로지 잠을 위한 공간으로 쓰기 위해 간접조명을 설치하고, 호텔식 침구를 들인다. 한국 아파트의 욕실은 호텔 인테리어를 적용하기 쉽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샤워실과 세면대를 분리하고 아이템으로 호텔식 수건을 갖추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공까지 한다면 고급스러운 600각 포슬린 타일을 선택한다. 미래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지금의 호텔을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도 호텔에서 인테리어를 참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일 혹은 몰입 활동을 하는 방을 부르는 이름도 바뀌었다. 언어적으로 ‘공부방’ ‘컴퓨터 방’ 대신 ‘취미 방’이라는 표현이 늘었다. 같은 도구를 갖추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공부방과 서재의 뉘앙스가 다르고, 컴퓨터를 두는 방과 취미를 위해 꾸민 방의 의미가 다르다. 집이 갑자기 넓어진 것도 아닌데 일이나 취미를 위해 별도의 공간을 할애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집에서 일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그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작업 공간인 서재, 취미를 위한 공간인 취미 방을 구현하거나 구현할 수 있기를 꿈꾼다.

집의 역할은 휴식, 일, 사교다. 2024년의 집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라도 우리는 집에서 쉬고, 일하고, 다른 생명체와 교류한다. 회사에서도 인간의 행동은 이러하다,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그러다 휴식 시간을 갖는다. 어떤 행동을 더 많이 하는가, 어디에서 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2024년의 집에서는 휴식은 호텔처럼, 작업은 전문가처럼, 모임은 바깥처럼 하기를 로망한다.


식물과 도자기가 들어온 거실
집의 의미가 달라지며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공간은 거실이다. 그동안 한쪽 벽은 TV, 반대편엔 소파, 그리고 중간은 시야 확보를 위해 비워두었다. 드디어 거실에서 TV가 빠진다. 집에서 해야 하는 활동이 많아지고, 1인 1디바이스가 되며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인 거실을 더 이상 TV에 양보하지 않는다. 대신 테이블과 책상이 들어온다. 평소엔 공부하고, 일하며 작업실처럼 사용하다 소셜라이즈가 필요한 때는 테이블을 식탁으로 활용해 다이닝룸으로 변신시킨다. 가드닝, 테라스 트렌드는 거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제 거실은 식물로 채워지는데, 화분이 아닌 식물이라 칭하는 것도 흥미롭다. 무생물처럼 여겨지는 화분과 달리 식물은 생명체처럼 여겨질 뿐만 아니라 ‘반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적합하기 때문일 것. 홈캠과 로봇 청소기도 거실로 들어오는 가전인데, 이것 역시 ‘반려’와 관련이 깊다. 홈캠은 외부에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살피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며, 반려동물과의 카톡이라고 불린다. 홈캠 스피커 기능으로 반려동물에게 말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 청소기는 반려 가전으로 불리는 기기다. 눈과 발이 달린 생명체처럼 스스로 움직이고 알아서 물건을 피할 뿐만 아니라 미리 프로그래밍해놓으면 내가 없을 때 우렁각시처럼 집을 청소해놓는다. TV를 올려두는 거실장이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거실에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커튼이나 문이 달린 팬트리를 짜 넣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거실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오브제로 무드등과 도자기도 순위권에 들어왔다. 조명을 통한 인테리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있던 트렌드이지만, 더 이상 TV를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니게 된 거실에 조명은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도자기다. 달항아리로 대표되는 전통적 오브제가 복을 불러오는 풍수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화장품이나 방향제 케이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다이소에서 2천 원에 달항아리 소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거실로 들어오는 물건의 변화를 보면 거실에 부여하는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TV가 빠진 공간에 테이블을 채우면 작업실이 되고, 식물을 채우면 정원, 예술품을 채우면 갤러리가 된다. 물론 전체가 아닌 한 벽면만 바꿀 수도 있고, 주중과 주말을 다르게 사용하는 등 거실 활용 방안은 여러 갈래. 그러나 한 가지 방향은 일치한다. 거실에서 TV를 빼자!



미래의 집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 그린, 호텔, 케어
생활변화관측소에서는 집을 꾸준히 관측해왔다. 집의 역할과 인테리어 방향 등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컬러의 변화다. 화이트이던 집의 배경색이 베이지로 변주하며 그 안에 놓인 모든 물건과 물건의 색이 바뀌었다. 심지어 냉장고 색도 바뀌지 않았는가? 2024년 현재 집에서 주목할 세 가지 키워드는 그린, 호텔, 케어로 요약된다.

그린 집에 들어오는 오브제는 조명→그린(식물)→예술품(도자기)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하나가 사라지고 다음 것이 오는 게 아니라 더해지는 식이다. 예술품으로 가는 흐름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하는데, 액자(그림)로 향하는 듯했으나 도자기(달항아리)가 더 부상했다. 품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 집을 상징하는 예술적인 그 무엇이 들어올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호텔 집 인테리어 레퍼런스가 카페에서 호텔로 변화하고 있다. 카페에서 주방과 거실 인테리어를 공부했듯 호텔에서는 침실과 욕실 인테리어를 배운다. 특히 가장 바뀌어야 할 곳이지만 배관, 타일 등 스스로 바꾸기 쉽지 않아 로망과 현실의 갭이 가장 큰 공간은 욕실이다. 주방 인테리어가 달라지고 냉장고 색이 바뀌었듯 욕실 인테리어와 거의 모든 생활용품 색도 바뀔 것이다.

케어 케어는 집의 고전적 역할인 휴식과 충전, 돌봄과 유사하지만 남이 아니라 나를 향한 행위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그동안 집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돌보고, 내일을 위해 충전을 했다면 지금은 내가 나를 적극적으로 돌보면서 수고한 나를 위로한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보는 자기 관리의 시대. 이 사회 트렌드와 케어의 집이 맞닿아 있다.


생활변화관측소 국내 1세대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업 바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관측소로 블로그,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유튜브 채널 등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 찾아낸 트렌드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매년 연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트렌드 보고회를 개최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성 있는 키워드를 빠르게 전달하는 주간 웹진 ‘주간관측소’, 전문 연구원들이 트렌드에 대한 심도 있는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칼럼 ‘월간관측소’,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 서적 <트렌드 노트>를 선보인다.

글 박현영(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트렌드 노트 시리즈 공저자, 참여) | 데이터 분석 정현아(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 구성 양혜연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