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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루시아 라모테 19세기 이탈리아 백작이 남긴 유산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에 자리한 라모테 백작의 사냥 오두막이던 라 푸스타이아는 이제 건축가 루시아 라모테 가족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루시아는 이곳에서 딸 코스탄차와 손자 앙투안과 함께 거주한다. 코스탄차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루시아와 함께 대저택을 가꾸며 바쁜 일상을 보낸다.
건축가 루시아 라모테의 저택 라 푸스타이아는La Fustaia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리구리아 시골의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다. 로마로 이어지는 비아 프란치제나Via Francigena와 연결되어 순례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한때 라모테 백작(Count Lamotte)의 사냥 별장이던 이곳을 후계자 필리포와 그의 아내 실비아가 물려받았고, 그 이후에는 딸 루시아가 이어받았다. 그렇게 현재 이곳은 루시아, 딸 코스탄차, 그리고 손자 앙투안이 사는 저택이 됐다. 참나무 숲 사이에 자리한 3만 제곱미터의 부지는 노루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며 친자연적 환경을 자랑한다. 루시아는 20 년에 걸친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통해 이곳을 아름다운 집으로 재탄생시켰다. “라모테 백작은 이곳을 사냥 여행의 미끼로 사용하는 새를 풀어놓는 오두막으로 썼죠.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미 없는 노루 새끼를 발견한 후 사냥을 그만두었다고 해요. 덕분에 오늘날 운 좋은 날에는 노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하에 자리한 스튜디오에는 사냥 장면이 담긴 프레스코화가 남아 있다. 라모테 백작이 가장 좋아하던 방이자 현재 루시아와 코스탄차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왼쪽 계단 밑에 위치한 비코 마지스트레티Vico Magistretti가 디자인한 빌라 아델레Villa Adele 소파. 다락방 같은 분위에 클래식한 무드를 더한다. 루시아는 이곳에서 낮잠을 취하기도 한다. 오른쪽 다이닝룸을 통해 수영장으로 걸어갈 수 있는 구조. 코스탄차의 아들 앙투안은 햇살이 잘 들어오는 이곳의 책상에 앉아 책 읽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오두막에서 가정집으로
집을 마주한 순간부터 루시아는 이 오래되고 버려진 폐허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자연의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꿈꾸던 친자연적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죠. 하지만 복원하는 과정은 길고 험난했습니다.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어 있었어요. 재사용 가능한 자재를 찾기 위해 전 지역을 샅샅이 뒤져야 했죠. 기둥은 오래된 교회에서 가져왔고, 지붕에는 세 가지 오래된 타일을 사용했습니다.” 건축가 친구인 아우구스타 파스콸레티Augusta Pasqualetti와 현지 장인들의 도움을 받아 이 오래된 사냥용 별장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복구시켰다. 내부와 외부의 벽과 기둥은 가벼운 석고로 마감했는데, 석회와 시멘트를 섞어 만든 지하방에서는 이전의 바닥 모습을 여전히 발견할 수 있다. 카라라 국립 미술 아카데미(The Academy of Fine Arts of Carrara) 출신의 교수인 로렌초 루지아티Lorenzo Ruggiati가 세심하게 복원한 멋진 프레스코화 ‘Voliera(새장)’는 그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거실에 놓여 있는 베르첼로니Verzelloni 초에Zoe 암체어와 건축가 아우구스타 파스콸레티가 디자인한 왼쪽의 철제 책장이 인더스트리얼한 무드를 자아낸다.
또한 크림색, 검은색, 보라색이 살짝 가미된 회색의 세 가지 색상으로 구성한 컬러 팔레트를 사용해 집을 완성했다. 특히 커튼으로 연출한 밝은 흰색 베일veil은 이 집의 역사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집은 지면의 경사를 따라 여러 층으로 공간을 세분화해 설계했다. 대형 유리 창문 덕분에 자연경관을 실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게끔 했고, 낮에는 따뜻한 햇살을 머금도록 했다. 1층에는 알루미늄 문이 달린 현대식 주방과 거실, 그리고 침실 두 개가 자리한다. 마스터 침실은 메자닌에 배치했는데 모든 방은 일련의 콘크리트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방마다 철제 책장이 자리한다. 과거와 현재, 시골의 단순함과 현대적 미니멀리즘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주방 공간에는 코스탄차가 가장 사랑하는 디자이너들의 가구를 배치했다. 발렌티나 조반도의 원목 테이블과 빈티지 임스 체어, 스테인드글라스 창에 기대어 있는 카스틸리오니Castiglioni의 타치아Taccia 램프가 돋보인다.

 

왼쪽 빌라 아델레의 성배. 그 뒤쪽에는 욕실이 자리한다. 데본&데본Devon&Devon의 세면대와 피에트라산타에서 구입한 빈티지 벽 램프를 들이며 욕실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른쪽 게스트를 위한 침실 전경. 벽난로와 슬레이트에 새겨진 가문 문장이 있으며, 침대 위 수제 벽 램프와 루카 시장에서 염색한 군용 직물로 만든 맞춤형 침대보와 시트 등으로 꾸몄다. 창문을 통해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구도 마찬가지다. 다소 프로방스적인 낭만주의, 고전적 디자인, 오래된 라모테 집안의 가보가 혼합됐다. 루시아는 마을의 화학자이자 의사이던 카밀로 백작이 사용한 최초의 전화기까지 보관해두며 앤티크 가구, 디자이너 램프, 수공예품 등 다양한 시대의 가구를 믹스 매치했다. 이를테면 발렌티나 조반도Valentina Giovando의 테이블은 빅토리아시대, 1970년대 가구, 파리 비스트로 및 아르누보 가구 등이 있다.

거실 위 중이층의 메인 침실. 배경에는 건축가 아우구스타 파스콸레티가 디자인한 벽난로가 있고, 오른쪽에는 전용 욕실이 있으며, 거즈로 만든 베일 뒤에는 라고 침대, 베이지색 리넨 시트, 소사이어티 리몬타 체크무늬와 맞춤형 쿠션, 벽에는 빌라 아델레의 예술 작품과 빈티지 프레임, 전경에는 유리 난간 뒤, 르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카시나의 LC4 롱 체어 등이 놓여 있다.

대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수영장 옆에 썬베드를 마련해 뒀다.

야외에는 오래된 빗물 수집 저장 탱크를 개조해 만든 인피니티 풀이 자리한다. 그 뒤편에는 19세기 영국 스타일 온실로 낭만적 분위기가 지속된다. 코스탄차는 나무숲과 오늘날 모란 냄새가 나는 지중해 관목에서 꽃잎을 채집해 이국적 향기를 풍기는 에센스를 만들기도 한다. 

 

완벽한 휴식을 선사하는 게스트 스위트룸
루시아는 이곳에 손님을 위한 방 세 개를 마련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완성한 이 프라이빗 스위트룸은 ‘완벽한 휴식’과 ‘안락함’ 두 가지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전용 드레스룸과 욕실, 현관, 일광욕 테라스를 갖추었으며 인피니티 풀로 바로 연결된다. 투숙객은 수영장과 광활한 부지를 개인 공간처럼 즐길 수 있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빛이 가득한 다이닝룸에서 여유로운 이탈리아식 조식을 즐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숲속을 거닐며 부지를 마음껏 탐험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게스트가 머무는 동안 저희가 대기하고 있으며, 기대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요. 현지 관광에 대한 팁을 제공하거나 사전 요청을 통해 특별한 주문을 들어주기도 하죠. 식전주, 샤르퀴트리 등 음식과 와인은 사전 예약을 통해 정원 테이블에서 즐길 수도 있습니다.” 코스탄차는 이곳이 휴식을 취하기에 완벽한 장소라고 자부한다.

왼쪽 천연 황마 캔버스 커튼 아래의 야외 테이블. 게스트는 이곳에서 코스탄차가 서빙하는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오른쪽 루시아와 코스탄차는 직접 꿀벌을 채집하며 100% 유기농 천연 벌집꿀을 게스트의 식탁에 내놓는다.
“이곳에서 르네상스 공학의 진정한 보석이자 군사적 전환의 걸작 중 하나인 포르테차 디 사르자넬로 요새, 그리고 바다로 흘러가는 마그라강 하구까지 볼 수 있죠. 날이 어두워지면 부츠를 벗고 맨발로 걸으며 장엄한 자연에 둘러싸여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낮이 밤으로 바뀌면 정원의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 수천 마리가 점점이 떠다니는 모습을 마주하죠.” 루시아는 이곳이 특별한 사람을 위한 특별한 장소라고 말한다. “라 푸스타이아는 가슴에 간직할 소중한 경험을 찾는 사람을 위한 곳입니다. 저 또한 이곳에서는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며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라 푸스타이아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일지언정 특별해집니다. 일분일초가 마법 같은 순간으로 변모하지요.”

이탈리아 토스카나 리구리아 시골의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라 푸스타이아에. 주위에는 수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어 산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글 백세리 기자 | 사진 Monica Spezia | 취재 협조 lafusta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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