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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rete Scenery 진화하는 콘크리트
투박함과 정교함을 넘나드는 예측 불가의 재료, 콘크리트가 빚어 올리는 세계.

콘크리트는 양면적인 재료다. 평소에는 그늘처럼 서늘하지만 빛을 머금으면 따스한 분위기를 내뿜고, 세월에도 끄떡없는 견고함과 바스라질 듯한 물성이 공존하며, 눈에 거슬림 없는 바탕이지만 때로는 자유로운 형태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다. 고대 로마 시대에 아치 구조로 화려하게 등장해 근대에는 철·유리와 함께 우리가 사는 도시 공간을 완전히 바꾸었고, 모더니즘 건축과 함께 저무는 듯했으나, 아직 그 전성기는 끝나지 않았다. 강도와 인장력을 높인 초고성능 콘크리트가 등장하면서 사용 범위는 더욱 넓어졌고, 거친 물성과 단순한 형태로 콘크리트를 대표하던 20세기 브루털리즘 건축양식이 다시금 인기를 얻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건축과 가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가 평생을 콘크리트에 천착해온 것처럼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공예적 태도로 자신만의 미감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아웃도어 가구부터 공간에 중후함을 불어넣는 아일랜드 주방과 욕조, 비정형 건축을 위한 패널까지. 어느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이 소재의 면면을 탐험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여전히 진화하고 늘 새로워지는 콘크리트를 만나보자.


오롯이 세워지는 풍경
시멘트와 물, 모래와 자갈 같은 골재와 혼화 재료를 섞고 굳혀 만드는 콘크리트는 구조체이자 마감재가 되어 하나의 건물을 홀로 구축해낸다. 콘크리트의 미학을 꾸준히 탐구해온 건축가 네임리스 건축이 설계한 카페 콘크리트월(@space_concretewall)은 바닥부터 벽과 기둥, 지붕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지었다. 바위처럼 보이는 오른쪽 기둥은 콘크리트로 덩어리를 만들고 실제 돌을 다듬듯 정과 망치로 표면을 쪼아낸 것. 시공은 태연디앤에프건설이 담당했다. 이곳에서 콘크리트 구조체는 장소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이자, 자연을 닮았지만 인공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노경

 


민낯의 아름다움
언뜻 밋밋해 보이는 콘크리트 파사드는 주변 풍경부터 가구, 오브제까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를 아름답게 북돋아주는 캔버스 같은 존재다. 울산 바다를 바로 앞에 마주한 스테이 미므미므(mimmim.co.kr)는 객실 일곱 동이 바위섬처럼 놓여 있다. 설계를 맡은 (주)온건축사사무소 정웅식 건축가가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를 담아 객실을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큐브 형태로 지은 것. 여러 겹으로 세운 벽은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와플 모양으로 뚫은 지붕 구조체를 통해 빛이 자유로이 드나든다. 노출 콘크리트 벽면은 바깥으로는 바다와 조우하는 잔잔한 배경이 되고, 안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그림자 및 목재 가구 그리고 투숙객의 행위까지 아늑하게 품어준다.

©윤준환

경계를 뛰어넘는 물성
고대 로마 시대에 지은 판테온이 1천9백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콘크리트는 매서운 추위에도, 타는 듯한 더위에도 늘 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렇게 변하지 않는 물성은 공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쓰일 자유를 준다. 로돌포 도르도니가 디자인한 카시나의 다인 아웃Dine Out 테이블은 콘크리트 원뿔 기둥 위에 티크 상판을 얹은 간결한 모습이다. 소재도 형태도 단순한 기둥은 야외 공간에서 차분하고 견고하게 중심을 잡아준다. 문의 크리에이티브랩(02-516-1743)

©Dine Out by Rodolfo Dordoni – Cassina Outdoor Collection, ph. De Pasquale + Maffini

때로는 경쾌하게
콘크리트만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재료가 또 있을까? 전 세계의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콘크리트의 거칠고 투박한 이면에 숨어 있는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기 위해 부지런히 시도한다. 포르투갈의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조아나 이스테베스Joana Esteves도 그중 한 명. 그는 콘크리트의 무한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핸드메이드 콘크리트 스튜디오 토스쿠Tosco(toscostudio.com)를 운영한다. 시멘트에 안료와 골재를 섞고 섬세하게 비율을 조절해 완성한 패턴은 벽지만큼이나 다양한 종류를 자랑한다. 패턴은 그 자체로도 이미 작품이지만 화병부터 가구와 조명, 벽 패널을 넘나들며 적용되어 공간에 화사함을 불어넣는다.



― 기사 전문은 <행복> 7월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 정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